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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_리더십/노동분화와 전략

[노동운동 위기] 이념의 과잉/소통의 빈곤인가?

by 원시 2011. 7. 31.
원시: 2006년 

유범상 -노동운동이념 위기를 읽고

지은이: 유범상 (연구보고서 2005-11)
제목: 한국의 노동운동 이념: 이념의 과잉과 소통의 빈곤, 572 페이지
출판사: 한국노동연구원

1. 읽은 동기: 한국 노동운동이 왜 급속도로 후퇴하게 되었는가? 조금 체계적인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노사협조주의 만연, 노조의 정치운동 성격 탈각- 이익단체화, 노조지도자들의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지지 및 당원으로 포섭, 노동자 대 노동자 갈등의 심화, 노동운동 지도력 빈곤, 정파 갈등으로 내부 계급통일성 잠식, 이주노동자들, 비정규직 노동자들 조직화 속도 느림 등에 대한 이해를 높일 필요가 있다. 

2. 유범상의 연구보고서 “한국의 노동운동 이념- 이념의 과잉과 소통의 빈곤”의 의미
시대별로 생존게임을 통한 이념지형 형성 (1945년-53년), 이익과 인간(70년대), 변혁과 개혁 (1980년대), 도전과 모색 (1990년대 이후), 한국노동운동이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가를 그 정보를 제공했다. 두번째, 시대사별 정리뿐만 아니라, 노동운동(주로 조합) 주체들의 이념들이 어떻게 경합(경쟁), 진화, 분화해 왔고, 어떤 딜레마에 빠져 있는가를 서술하려고 시도했다는 점이다. 세번째는 인터뷰를 통해서, 운동주체들의 현장성을 확보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유박사 진단대로, 우선 역사서술이 있어야 운동주체들의 한계를 비판하고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3. 문제점들

1) 서술에서 나타난 문제점: 운동주체들이 정치적 적들 (자본/경영/국가제도/사회의식/풍습/법률)과 어떻게 대결하면서, 다시말해서 어떤 핵심적인 정치숙제들을 해결하고자 했는가, 이 역동성을 중심서술에 두지 않았다. 유범상 박사는 경합하는 이념들 (이상적 모형 Ideal Type: 예를들어 변혁적 노동조합주의 –현장파/중앙파, 사회개혁적 노동조합주의-국민파, 그리고 실리적 노동조합주의-한국노총) 세가지 패러다임들이 어떻게 경쟁, 진화, 내부 분화되고, 또 난제(딜레마)에 봉착했는가를 서술했다. 그러나 정치 이념이 형성되고 만들어지는 과정은 정치적인 적-아 사이의 철학, 정치, 경제, 문화적인 투쟁을 통해서이다. 유범상의 “한국의 노동운동 이념”은 적들의 전략과 전술에 운동주체들이 어떻게 주고 받는 게임을 했는가보다는, 운동모형들 사이, 이상적인 모형들 사이의 경쟁/진화/분화/딜레마 등으로 설명했다는 점이다. 

2) 주제의식: 유범상의 핵심논지는 노동운동이념이 “진리정치 (16세기 데카르트로부터 기원하는 서양의 주체철학, 즉 나의 의식(1인칭 나 I)이 진리인식의 주체이다라는 철학적 인식론, 그리고 독일 관념론, 칸트, 훗설까지 포함)”에 기초해 있다는 것이다. [유범상, p. 18, 각주 16] 다시 말해서 이러한 주체주의 (김일성 주체사상이 아님) 인식론에 근거해 있는 ‘진리정치’는 고립된 주체의 유아론적 독단적인 정치행위를 낳는다는 것이다. 결국, 민주노총 내부에 있는 현장파, 중앙파, 국민파 등의 이상적 모형(변혁적, 사회개혁적 노동조합주의등)은 이 진리정치를 실천하고 있기 때문에, 각 이상적 모형들끼리 ‘상호의사소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결과로 노동운동이념(이상적 모형)들이 빈곤해졌다는 것이다. 

두가지 문제점들이 있다. 하나는 유범상저자가 끌어들이는 푸코의 서양주체철학 비판, 인식주체로서 1 인칭 나 (I)의 해체, 이것과 남들과 혹은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들/집단들과 대화하지 못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굳이 푸코의 서양근대주체 철학을 비판을 한국 노동운동 이념 빈곤을 진단하는데 사용할 필요가 있겠는가? 이는 또다른 철학적 논쟁, 동일성 (정체성) 과 차이에 대한 논쟁, 이미 하버마스와 푸코 간의 논쟁이 있었지만, 이러한 토론을 거쳐야 할 것이다. 

두번째는, 유범상 박사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정파들끼리, 운동주체들끼리 대화/토론하라는 것 아닌가? 3가지 이상적 모형 (변혁적 노동조합주의, 사회개혁적 노동조합주의, 실리주의적 노동조합주의)들끼리 서로의 실체를 인정하고 (각 3 주체는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면서, 그 정체성을 바탕으로), 다른 모형들과 대화하라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유범상의 철학적 입장은 하버마스 등의 생각, 상호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어떤 합의에 도달하는 것에 가깝다. 꼭 하버마스나 푸코를 끌어들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너무나 자명한 정치적 주장 아닌가? 

유범상 박사의 역사적 서술에서 나온 정보나, 운동주체들의 방대한 인터뷰들, 그리고 각 운동주체들이 자기 정치적 정체성을 분명히 한 다음, 서로 무시하지 말고 생산적인 대화/토론하라는 것은 쉽게 이해된다. 진리정치 (내 주장만이 진리이다)를 넘어서 소통정치로 나아가자고 할 때, 서양철학적 논의를 끌어들이는 것이 더 혼란을 가중시키고, 개념들도 불분명하고, 잘못 이해된 측면도 있다. 

특히, 정체성을 논의할 때, 유범상 박사는 사뮤엘 헌팅턴의 (Samuel Huntington) “우리는 누구인가? 아메리카의 국가정체성의 도전 Who are we? The Challenges of America’s National Identity (2004)”을 인용했다. 물론 유박사는 이 보수적인 학자의 논지를 빌어온 게 아니라, ‘정체성’ 개념을 빌어다 썼다. 그러나 이는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다. 헌팅턴이 염두해두고 있는 아메리카의 ‘정체성’은 백인 앵글로-프로테스탄트에 기초한다는 것이고, 모든 다른 이민자들 (특히 히스패닉, 멕시코나 중남미에서 이민온 사람들)은 이 앵글로-프로테스탄트 문화와 풍습을 따라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유박사의 글의 철학적 윤리적 기초가 불투명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관점에서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가를 분명히 해야 하겠다.

유범상 박사가 지금 한국노동운동의 이념의 ‘빈곤’을 주장하는데, 모순되게도, 유박사의 ‘이념’ 문제, 자기 철학적 전제를 다루는데는 오히려 ‘빈곤함’을 드러냈다. 위르겐 하버마스의 책 “의사소통 행위 이론 Theorie des kommunikativen Handelns (1982)”에서, 대화 상대자(그리고 나)에게 강요하는 대화의 규칙들을 스스로 어기는 것을 수행모순이라고 했는데, 유박사가 이 수행모순을 범하지 않았나 싶다.

4. 마치며.

생각해볼 주제들도 많고, 비판점들도 있지만, 일단 노동운동 주체들을 인터뷰한 것을 쭉 따라가면서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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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원시2006-10-11   18:28:27 쪽글 삭제
민주노총에 정파들, 중앙파,현장파, 국민파 등이 있다고 하는데, 한번 이 논문 읽고 서로 유의미한 토론을 해보면 좋을 듯 합니다. 정말 이념의 과잉, 소통의 빈곤인가? 유범상 박사 지적대로, 이념은 노동자들에게 장식물에 지나지 않고, 실제 남은 것은 자리다툼/세력 키우기 뿐인가?

원시2006-10-11   18:30:37 쪽글 삭제
책이 좀 길던데. pd-f 파일을 올리려다가, 용량이 너무 많아서, 아래 웹 사이트 페이지를 올립니다. 맨 아래 누르면 pdf 파일이 있고, 유범상 저자의 책 전부를 읽을 수 있습니다.

http://gw.kli.re.kr/emate-gw/issue.nsf/wGeneralView/646E95F0507BCD89492570EC00220654?OpenDocument&VIEW=wGeneralView&CURDOCNUM=2

한국의 노동운동이념 

저 자 유범상 
출 판 일 2005년 12월 30일 
가 격 21000 원 
페이지수 556 pages 
연구분야 노사관계 및 인적자원관리 


요 약 본 보고서는 한국의 노동운동이 과도할 정도로 많은 이념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념들 간, 이념과 정책들 간, 이념과 조합원들 간의 소통의 빈곤으로 인해 이념의 빈곤증에 빠져 있다고 진단하고 노동운동이념사를 통해 이념빈곤의 원인과 대안을 제시하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념이란 (정치)세계에 대한 체계화된 태도, 전망, 비전으로서 특정주체의 자신에 대한 이해방식이자 세계에 대한 해석과 실천이다. 이런 점에서 이념은 각 세력의 정치세계에 대한 세계관 및 실천지침일 뿐만 아니라 상이한 세력들 간의 가치분배 및 정치관계를 담고 있기 때문에 행위자들의 조직과 정책을 통해 이해되어야 한다. 따라서 본 보고서는 노동운동이념을 정치 및 이데올로기 지형, 이데올로기와 노동운동이념의 관계, 노동운동의 조직과 실천이라는 범주에서 서술하고자 했다. 

본 보고서가 주로 사용한 자료는 각 행위자들에 의한 일차 텍스트와 이차 텍스트인 기존의 관련 연구물뿐만 아니라, 질적 방법에 피?관계자 인터뷰 등이다. 특히 인터뷰는 각 시대와 정파를 대변하는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이들은 세평적 사례선택(reputational-case selection)과 이상적?전형적 지도자 사례선택(ideal-typical-bellwether-case selection)의 방법을 혼합하여 선정되었다. 

한국의 노동운동이념은 정치주체, 정치상황, 그리고 국가수준의 정치경제 및 이데올로기 등에 따른 노동조합이념 유형의 변화에 따라 크게 4단계로 구분될 수 있다. 해방 직후 3년 동안 혁명적 노동조합주의와 반공적 노동조합주의가 경합했다. 이 당시 이데올로기지형은 사회주의와 냉전적 자유민주주의의 각축장이었으며, 양 이데올로기의 생존게임 결과 냉전적 자유민주주의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이러한 승자독식 방식의 냉전적 자유민주주의의 일방적인 승리는 레드콤플렉스에 기반한 기형적인 이데올로기 지형의 형성으로 귀결되었다. 기형적인 이데올로기 지형은 노동조합운동이념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즉 전평 주도의 혁명적 노동조합주의와 대한노총 주도의 반공적 노동조합주의가 경합했고 그 결과 대한노총이 일방적으로 승리함으로써 승자독식의 원칙에 의해 혁명적 노동조합주의 세력이 무대에서 완전히 추방되었다. 결국 노동운동이념도 기형적인 이념지형을 자신의 특징으로 했다. 따라서 이후 한국의 노동운동이념 지형의 변형과 발전은 기형적인 이념지형의 변형, 즉 민주화와 깊은 연관이 있다. 

1970년대 근대화 시기에는 인간적 노동조합주의와 협조적 노동조합주의가 대립했다. 이 당시 국가수준의 이데올로기는 한국적 민주주의로 보다 세련되게 정립되었는데, 이것은 반공주의에다가 근대화, 즉 경제성장이데올로기가 첨가된 독재정권의 개발모델로서 서구의 자유민주주의와 비교하여 독특한 내용을 담보하고 있었다.

노동운동진영은 이 이데올로기에 의해 지배받았는데, 협조적 노동조합주의는 어용적 노동조합을 이끌면서 국가 코포라티즘적 성격의 노동체제 형성과 유지에 공헌했다. 즉 이들은 권위주의적 국가에 협조하고 종속됨으로써 자신들의 이익을 보장받고자 했다. 한편 민주노동운동은 기독교 휴머니즘의 도움을 받으면서 인간적 노동조합주의를 발전시켰다. 민주노조운동은 정부의 병영적 노동통제 속에 신음하는 일반노동자를 외면한 어용적 노조에 대항하여 작업장에서 인간을 발견할 것을 외쳤는데, 이것은 기독교 휴머니즘과 이들 세력에 영향을 받은 바가 컸다. 민주노조운동은 기형적인 이념지형에 새로운 이데올로기, 즉 인간적 노동조합주의를 가지고 밑으로부터의 저항이라는 점에서 노동운동이념의 역사에서 큰 의의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여성노동자 중심의 소수의 노동조합이 중심이 되어 자기정체성이 명확하지 않은 인간적 노조주의를 가지고 공고화된 기존의 이념지형을 흔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런 이념지형은 변형의 계기를 맞게 되는데, 그것은 광주민주항쟁에서의 계급과 사회주의의 발견에서부터 비롯되었다. 전투적 노동조합주의로 외화된 전노협의 변혁적 노동조합주의는 ‘광주’와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우선 변혁적 노동조합주의는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흡수하면서 민주노조운동의 지평을 보다 세련화?과학화시켰다. 한편, 한국노총은 반공적?협조적 노동조합주의에서 실리적 노동조합주의로 자기변신을 모색했다. 이것은 한국노총이 민주노조의 조직화와 세력화에 대한 강제된 자기진화에 따른 것이었다.

1990년대를 경유하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간의 조직과 헤게모니 경쟁은 강화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운동의 양대 진영은 혼란과 혼동, 그리고 분화와 정체성의 딜레마에 빠지기 시작했다. 혼란은 소련과 동구 등의 사회주의권의 붕괴로부터 시작되었다. 자신들의 이념에 대한 진위와 실효성이 의심되기 시작하면서 혼란이 시작되고, 혼란은 곧바로 노동조합운동을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한 착각의 상태, 즉 혼동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의 전면화는 이런 혼란과 혼동을 사회주의와 사민주의로 어느 정도 정리해 주는 역할을 했다. 이 과정을 통해 노동운동이념은 대체적으로 변혁적 노동조합주의, 사회개혁적 노동조합주의, 그리고 실리적 노동조합주의로 정착되고 경합하고 있는 중이다. 

본 보고서는 이상의 한국의 노동운동이념의 역사를 경합, 진화, 분화 그리고 딜레마라는 네 가지 단어로 정리할 수 있다고 본다. 즉 전체적으로 친정부적이고 실리적 경향을 갖는 노동조합운동인 한국노총과 정부에 저항적이고 변혁적 경향을 갖는 노동조합운동인 민주노조 흐름 간의 경합의 역사였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 와서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각각의 내부에서 상이한 흐름들이 경합하는 양태를 보이고 있다. 이런 경합의 과정에서 노동조합이념은 진화해왔다. 조악한 형태의 반공적?협조적 노동조합주의가 실리적?경제적 노동조합주의로 진화해 왔다면, 인간적 노동조합주의는 변혁이론과 만나면서 전투적 또는 변혁적 노동조합주의 또는 사회개혁적 노동조합주의로 진화되어 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한국의 노동조합운동은 특히 1990년대를 경유하면서 실리적 노동조합주의, 사회개혁적 노동조합주의, 그리고 변혁적 노동조합주의로 분화되어 왔다. 

현재 노동조합주의 각각은 정체성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왜냐하면 자신들의 입장이 현실의 상황에서 상당한 한계를 갖고 있음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혁적 노동조합주의의 경우 점차 조합원들과 사회로부터 고립화되는 경향이 있다면 사회개혁적 노동조합주의 흐름의 경우 불균형적인 권력관계로 인해 자신들의 실천이 가능한지에 대한 회의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실리적 노동조합주의를 표방한 한국노총의 경우 조직에 대한 불신과 이탈, 그리고 정당정치에 대한 실패와 혼란으로 비전과 이념 정립에 있어 딜레마에 처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각 이념이 자신을 명확히 하면 할수록 현실의 대지 위에서 생존이 불명확해지는 상황, 그렇다고 자신을 실용주의나 대중들의 요구 뒤로 숨기면 노동운동 정체성이 의심받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상에서 보듯이 한국의 이데올로기와 이념은, 좋은 지도를 만들지도 못했고 지도에 따라 세상을 그리려는 시도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 결과 이념은 정치세계를 깊이 이해하고 이를 통해 정치세계의 지평을 넓히는 데 실패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노동운동이념은 양적 측면에서 이념과잉의 현상에도 불구하고 질적 측면에서 빈곤한 상태에 처해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한국사회의 이념빈곤은 어디로부터 기원하는가? 한국의 노동운동이념 빈곤은 구조적 수준의 원인뿐만 아니라 노동운동 내부의 활동조건과 조직 방식, 그리고 토론문화와 기록문화 등의 다양한 요인에서 기원하고 있다. 특히 이 중에서 본 논문은 내부요인인 이념집단간 소통, 이념과 정책의 소통, 그리고 이념과 대중의 소통 등 소통의 빈곤현상에 주목했다. 이것은 소통의 빈곤이 한국노동운동 이념 빈곤을 가장 잘 설명해 줄 뿐만 아니라 대안을 모색하는 데도 유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통의 결핍현상은 이념을 동의와 설득의 기제, 실천의 구체적 지침서, 조직과 공동체의 비전의 제시 등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과도한 분파활동을 양산하고 실천을 제약하는 천덕꾸러기로 취급받게 했다.

이상에서 보듯이 한국의 노동운동이념 빈곤의 원인은 소통의 빈곤에 있다. 소통의 빈곤은 정체성의 정치를 통해 극복될 수 있는데, 정체성의 정치는 우선 인맥, 정서, 지역의 정체성이 아니라 이념의 정체성을 문제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타자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이들과 자신의 차이를 드러내는 과정에서 자신의 이념적 정체성을 보다 풍부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인정은 동의가 아니기 때문에 정체성의 정치는 타자와의 공적 경쟁을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함과 동시에 다른 이념과 경쟁하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이념은 정책을 통해 자기를 드러내야 한다. 즉 이념이 상대를 낙인찍고 검열하는 과정에서 자기 종파를 과시하는 데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정책과 경제정책을 경유해서 자기를 드러내야 한다. 즉 정책에녹아들어간 이념을 제시함으로써 정책의 차이를 통해 이념의 차이를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체성의 정치는 현장의 토론에 기반해서 지도부나 분파의 정체성이 아니라 조직과 정파의 정체성을 형성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정체성의 정치가 현장민주주의 또는 내부민주주의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체화된 이념을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정체성의 정치는 빈곤한 한국노동운동이념에 대해 첫째, 이념 일반을 버릴 것이 아니라 ‘무기의 이념’ 또는 ‘빈곤의 이념’을 버릴 것을 요구한다. 즉 정체성의 정치는 상대방을 낙인찍고 검열하는 무기로 사용해 온 그런 이념과 다른 이념과 논쟁?경쟁하지 않고 정책과 소통하지 않는, 그리고 더욱이 특정 분파와 그 활동가들만의 정체성으로 기능해 온 빈곤의 이념을 버릴 것을 요구한다. 즉 정체성의 정치는 소통에 자기 기반을 두고 정립된 이념, 다시 말해 현실의 이해지평과 이 지평을 관철하는 정책과 실천이 담긴 그리고 이것이 대중적 토론과 동의를 통해 조직의 정체성으로 기능하는 그런 이념을 각 정파와 노동운동이 정치세계에 불러낼 것을 요구한다. 둘째, 정체성의 정치는 이념 논쟁을 소모적인 것으로 보고 실용주의나 냉소주의에 의존하려는 경향을 비판하면서, 이제 소통적 태도에 기반한 각자의 이념을 가지고 제대로 된 이념논쟁을 본격적으로 할 것을 권유한다. 즉 각 정파의 현실세계에 대한 이해와 실천의 지도가 다른 조직의 그것들과 논쟁하고 경쟁할 것을 주문한다. 다시 말해 검증받고 수정함으로써 정치세계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실천의 무기가 되도록 노력할 것을 요구한다. 

목 차 요 약 ⅰ

제1장 논점과 접근법 1
제1절 논 점 1
1. 이념사:이념의 과잉과 소통의 빈곤 1
2. 이념:물질성과 자기 현시 12
3. 정치:정체성의 정치와 소통의 미학 15
제2절 접근법 22
1. 범 주 22
2. 방 법 24
제3절 주 제 30

제2장 생존게임을 통한 이념지형 형성(1945~53년) 35
제1절 자유민주주의의 비극적 탄생:생존게임과 레드콤플렉스 35
제2절 혁명적 노동조합주의 44
1. 사회주의와의 만남 44
2. 내용과 정의 52
3. 조직과 실천 64
제3절 반공적 노동조합주의 76
1. 반공주의와 만남 76
2. 내용과 정의 85
3. 조직과 실천 88
제4절 승자독식과 기형적인 이념지형의 형성 92

제3장 이익과 인간(1970년대) 95
제1절 한국적 민주주의:반공주의와 근대화 95
제2절 민주노조와 인간적 노동조합주의 102
1. 기독교와 휴머니즘과의 만남 102
2. 내용과 정의 110
3. 조직과 실천 120
제3절 협조적 노동조합주의 124
1. 근대화 담론과 한국노총의 만남 124
2. 내용과 정의 133
3. 조직과 실천 138
제4절 독주와 저항 141

제4장 변혁과 개혁(1980년대) 145
제1절 광주의 발견:계급과 사회주의 145
제2절 변혁적 노동조합주의 157
1. 마르크스주의와의 만남 157
2. 정의와 내용 177
3. 논쟁과 위기 182
4. 조직과 실천 233
제3절 실리적 노동조합주의 262
1. 자유민주주의와 만남 262
2. 내용과 정의 266
3. 조직과 실천 272
제4절 경합과 이념지형의 변형 279

제5장 도전과 모색(1990년대 이후) 284
제1절 이념의 혼란, 혼동, 그리고 분화 284
제2절 민주노총의 도전과 모색 294
1. 조직과 실천:이견그룹의 등장과 정치적 성장 294
2. 논쟁과 분화:사회주의와 사민주주의 348
3. 분화와 경쟁:사회주의 혹은 사민주의? 466
제3절 한국노총의 도전과 모색 469
1. 새로운 실천과 노동운동노선의 점검 470
2. 정치세력화의 도전과 좌절 482
3. 분화와 경쟁:자유주의 혹은 사민주의? 507
제4절 이념분화와 정체성의 딜레마 510

제6장 평가와 전망 515
제1절 경합, 진화, 분화, 그리고 딜레마 515
제2절 이념빈곤의 기원 523
제3절 소통의 풍요와 정체성의 정치를 향하여 532

참고문헌 540 

본 문 한국의 노동운동이념.pdf 


원시2006-10-11   18:56:17 쪽글 삭제
표 5-1 (302 쪽)을 보면, 민주노총 임원단이 나온다. 

제 1기 사무총장 권영목 (현총련)은 지금 뉴라이트 성향으로 돌변해서 "일자리없으면 노조없다 => 일터(직장)없으면, 회사 없으면, 우리 사장님없으면, 우리 노동자 없다 => 우리 주인 없으면 우리 머슴 없다. 우리 주인 없으면 개 없다"는 철학적 논리를 설파.
사무총장 김영대 (1997년)은 열린우리당.
제 4기 강승규 (수석 부위원장) 비리사건에 연루

왜 이렇게 빠른 시간에 한국노동운동 간부들이 정치적으로 부패할 수 밖에 없는가? 중요한 토론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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