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 노트 Notes on the Politics of Korea

고 김용균씨 사망의 정치적 사회적 원인들과 해결책, '김용균 법안'이 제정되어야 한다.


우리가 받아쓰던 전기, 그 전기줄 안에는 고 김용균의 핏물이 고여 있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추운 날에도 촛불을 들고 통곡했다.


그런데 한번 더 아프다. 살아남은 고 김용균의 직장 형이자 절친이 장례식에서 남긴 말 때문이다. “신기하네요. (용균이 동생 죽음에) 이렇게 댓글들이 많이 달린 것이요.”


태안 발전소에서 김용균씨 전에도 12명이 죽었을 때는 조용히 지나가버렸는데, 이번에 받는 전국적 관심과 애도가 오히려 생경했던 것일까?


‘위험의 외주화’, ‘죽음의 외주화’라는 용어들보다 고 김용균의 동료가 장례식에서 기자들에게 중얼거린 말이 더 아팠다.


민심은 안다. 김용균의 죽음은 총체적 문제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헌법도, 노동법도, 행정부 노동부도, 사법부도, 환경기술도, 언론도, 한국서부발전소 회사도, “싸구려 노동판”과 “귀족노조 저주”를 두뇌에 장착한 박순자 자유한국당도 고 김용균 편은 아니었다.


1.태안 소재 화력발전소에는 김제동의 광화문 ‘헌법’이 없었다. 노예 ‘근로(힘써 일함)’ 계약서만 있었다.


왜 우리는, 왜 한국사람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부하지만, 12년 내내 노동권을 ‘사법고시’나 ‘로스쿨 법전’ 암기하듯이, 그렇게 달달 외워서 피와 살이 되게끔 가르치지 않고 있을까? 18세 고졸부터 100세까지 82년간 사회생활 하면서 가장 필요한 사회적 에티켓이 아닌가?


고 김용균씨가 쓴 ‘노동 계약서’에 따르면, 하청 한국발전기술 소속인 그를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소가 해고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일근제, 교대근무 지침, 시간외 잔업도 회사가 맘대로 결정할 수 있고, 노동자의 결정권은 없었다. 다른 회사 파견, 전근 결정도 회사가 알아서 하는 ‘포괄합의서’에 고 김용균씨는 서명해야만 취직을 할 수 있었다.


고 김용균씨의 노동계약서는 ‘노예 계약서’였고, 김제동의 ‘헌법’과 ‘노동법’ 위반이었다. 발전소 정규직이 꿈이었던 김용균씨는 1년만 일하면 정규직시켜준다는 하청 한국발전기술 사측 말만 믿고 서약했을 것이다.


2. 충남 태안의 정치 현주소 – 최저임금 인상 반대하는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


고 김용균씨가 근무한 회사는 하청 ‘한국발전기술’이다. 그런데 고 김용균씨와 동일한 낙탄 처리를 하던 노동자들은 재하청 소속이었다. 낙탄 처리팀 10명 중 8명은 재하청 소속이었고, 이들은 최저임금 수준을 임금으로 받았다고 한다.


‘싸구려 노동판’ 정신세계를 보유한 경기 안산 박순자 의원만 있는 게 아니라, 충남 태안에는 성일종이 있었다. 태안의 국회의원은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이고, 불법정치자금 리스트 성완종의 친동생이다. 성일종은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성명을 냈던 인물이다. 그가 청년들의 친구일리가 없다.


3. 하청 노동자는 죽고, 원청 노동자는 무재해 포상금 4700만원을 받은 한국서부발전소.


고 김용균 사망 이후, 지난 20년간 한국 모든 직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들 중에 가장 비인간적이고 용서해서는 안될 현실이 폭로되었다.


서부발전소에서 일하던 하청 노동자 4명이 사망했음에도, 최근 고 김용균의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소 노동자들은 무재해 포상금 4700만원을 받고, 회사는 최근 5년간 산재보험료 22억 4600만원을 감면받았다.


자유한국당 박순자 의원이 말한 “싸구려 노동판”의 현실에도 또다른 차별이 있었다. 발전소 하청 노동자들의 불행이 원청 노동자들에게는 ‘성과금’이라는 행복으로 변질되었다. 다른 사람들의 불행이 나의 행복으로 둔갑하는 정신적 질병과 그 병균을 키우는 곳이 바로 한국서부발전소와 5개 발전사이다.


원청 한국서부발전소, 하청 ‘한국발전기술’ 노동자들이 석탄을 태워 물을 끓여 증기터빈을 돌려 생산한 전기는 하나로 통일된 전기였다.


그런데 정작에 그 전기를 만들어낸 노동자들은 원청,하청, 재하청, 재재하청 등급과 서열이 있는, 빨주노초파람보 무지개 신분사회 소속이었다.


김제동의 광화문 촛불정신과 ‘헌법’은 없었고,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 버렸다. 아니 이곳은 일제시대 소작농-마름보다 더 가혹하고 인도 카스트 사회였다.


4. 행정부, 노동부는 고 김용균의 편이었는가? 노동부는 ‘산업안전 보건법’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었기 때문에, 노동부도 잠잤다는 핑계를 댔다.


한국의 모든 노동자들, 모든 직원들은 일터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노동이나, 인권과 자존심을 짓밟는 직장상사들을 노동부에 고발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일터 옆에, 자기 집 옆에 가까운 동사무소나 파출소를 찾아가서 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하면, 노동부는 노동자들을 위해 조사를 해야 한다.


17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과 성윤모 산업부 장관이 나와서 고 김용균 대책을 발표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되면 발전사 책임 범위가 더 커질 것이라고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이재갑 성윤모 장관의 낙관적 믿음처럼 “노동부가 공문을 발송해 5개 발전사의 협조를 구함”의 대성공을 나도 우리모두 희망한다.


노동부의 역할은 ‘현행법’ 타령을 하는 곳이 아니다. 노동자들의 생명이 위협받으면 행정명령을 내리고 처벌해야 한다. 11월 초순 고 김용균씨를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부의 수장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고자 했다. 그러나 경찰이 문전박대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서로 분열시켜놓고 “난 쟤들처럼 비정규직이 아니라 정식이야,정규직이야, 석탄가루 만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이런 삼팔선을 노동자들 사이에 그어놓고, 시민이 참여하는 ‘안정경영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겠는가?


사람좋기로 알려진 성윤모 장관, 그리고 82년부터 노동부 공무원으로 일한 이재갑 장관의 낙관적 소망과는 달리, 고 김용균씨의 죽음 이후, 노동 3권이 실천될 것 같지 않다.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작업 과정’ ‘노동과정’에 대해서 스스로 의사를 표출할 수 있는 결정권한을 갖지 않는다면, 이-성 두 장관들의 낙관적인 믿음은 “싸구려 노동판”에서 쉽게 깨질 것이다.




5. 사법부는 고 김용균의 편이 될 수 있는가?


만약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원청 한국서부발전소를 변론한다면, 노동부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승소할 수 있겠는가?


두고볼 일이다. 노동부 감독관이 태안 소재 한국서부발전소를 특별 조사에 나섰다.


그런데 고 김용균의 죽음 이후,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소에서는 “고 김용균씨 등 노동자들이 컨베이어 벨트가 작동 중인데, 거기 가서 검사를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자살행위다”고 했다. 그리고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소가 하청인 한국발전기술 (고 김용균 소속)에 그런 작업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럴 권한도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원청 논리에 따르면, 고 김용균씨의 사망 원인과 책임은 김용균씨에게 있게 된다. 


박근혜 탄핵 이후 우리모두에게 너무나 익숙해진 단어 ‘법리다툼’, 만약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소가 론스타 변호해 4조 5천억 승소하게 만들고, 일본 편도 들어 승소한 김앤장 변호사들을 고용해서, ‘법리 다툼’을 한다면, 과연 현행법 하에서 원청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가?


하청 소속, 고 김용균씨의 동료들은 원청이 아닌 ‘한국발전기술’의 작업지시를 받았고, 컨베이어 벨트와 롤러가 잘 작동하는지 점검하기 위해서는 기계 마찰음을 들을 수 있는 곳까지 가까이 가야한다고 증언했다. 그러니까 원청 해명과 달리, 컨베이어 벨트를 가동시킨 채 점검을 해왔는 것이다.


누구 말이 옳은가? 아니 누가 법정에서 승소할 것 같은가?


천연가스를 태워 화력발전소를 가동시키는 곳이 아닌, “싸구려 노동판”에서 석탄 분진마시며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제일 비싼 김앤장” 변호사들도 고용할 수 없는데, 법적인 승리가 가능하겠는가?




6. 전쟁터에서 탈출하라고 ‘너네들 부모가 알면 여기에서 일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고 말한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의 통곡을 법률화 제도화해야 한다.


고 김용균씨 사망 보도, 석탄을 태워 화력발전소를 가동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현장을 많은 국민들이 처음 봤을 것이다. 천연가스가 원료인 줄 알았던 나 역시 그 석탄 컨베이어 벨트와 미로같은 기계들, 어두운 작업장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고 김용균씨 어머니가 아들이 죽었던 9호기 10호기에 가보고 나서 그 동료들에게 했던 말은 “여기에서 나가라. 너네 부모들이 알면 여기에서 일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였다.


2016년 박근혜 퇴진을 외친 10대, 20대 청년들은 정유라의 말 “가난도 너희가 부모 잘못 만난 탓이다” 이지 않았는가? 이 청년들이 외친 ‘적폐청산’이란 가난한 부모를 만났어도 내가 일하면 존중받는 세상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고 김용균 사망을 청년들의 ‘반란’의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 전기와 같은 공공 행복을 위해 쓰이는 공공재는 ‘사유화’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전기 교통은 사회화된 공적 기업이어야 하고, 시민들이 통제가능한 시민협력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발전소 5개사처럼, 하청을 허용하고, 재하청을 허용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분열시켜, 일제시대 소작농-마름 신분제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고 김용균의 모친 김미숙씨는 그의 언어로 말했다. ‘아이들아 이 전쟁터를 탈출하라’. 이 말은 이명박 박근혜 하에서 만들어진 ‘헬조선’과 같은 말이다.


고 김용균의 친구는 아무도 없었다. 대기업 93%가 ‘기업살인법’을 반대한다는 논리를 들어 ‘산업보건안전법’을 자유한국당이 통과시키지 않았다.


노동부는 노예계약서를 보고도 눈감았고, ‘산업보건안전법’이 법이 아니라서 김용균씨 사망 이전 12명이 죽었어도 노동자의 안전을 책임지지 않았다. 노동자들이 달려갈 수 있는 노동부가 아니라, ‘찾아오면 불편한’ 노동부였다.


너무 빤한 대안같지만, 이제는 실천해야 한다.


임금도 중요하지만 ‘노동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주인이 되어야 한다. 노동자들의 ‘노동과정’ 통제권한을 극대화하지 않는다면,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죽는 사고는 재발할 것이다.


일터 노동자들, 직원들이 직접 입법 (국회), 행정 (노동부), 사법부를 관장하지 않으면, 그곳에서 대표들이 직접 되지 않으면 제 2의 김용균은 다른 형태로 재발할 것이다.


김용균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김용균법을 제정해, 하청-재하청 도급제를 폐지해야 한다. 최소한 공기업부터 공무원 조직부터, 학교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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