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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비교/노동

2003-2-16 철로 보수공사를 하던 9명 중에, 7명이 무궁화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by 원시 2018. 12. 19.

들뜬 사회의 적 “왜 세심하지 못했을까 ?” 



사람 귀중한 줄 아는 나라, 그리고 진보정당의 책임.



철로 보수공사를 하던 9명 중에, 7명이 무궁화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왜 선로 작업을 책임지고 있는 철도청 역장과, 시공사 대진철도 회사는 열차운행 시간 파악을 하지 않은 채, 그리고 공사 감리단의 작업지시와 감독도 없이 노동자 9명만 철로로 나아가게 했는가 ? 왜 세심하지 못했을까 ? 이런 생각이 맴돈다. 



7명의 노동자들 모두가 40에서 50 사이였다. 하루 일당이 6만원에서 10만원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유족들과 회사, 철도청과 보상금 협상에 들어갔다고 한다. 복리식(라이프니츠식)이냐 단리식(호프만식)이냐를 놓고 유족측과 회사(+철도청)과의 마찰이 있다고 한다.



얼마전 유시민의 구정치/신정치, 구좌파/신좌파 구별에 대해서 비판을 가한 바 있다. 구정치의 주제들, 경제, 정치, 사회, 안전, 군사와 안보등이 신정치의 주제들, 삶의 질, 평등권, 자아실현, 참여, 인권 주제등과 복잡하게 서로 얽혀 있음을 지적했다. 한국이라는 역사적, 정치적 현실 때문에. 



새벽 1시에, 온 국민이 다들 자고 있을 때, 철로 위에서 9명의 40대 중년 남자들이 일하다가 열차에 치여서 죽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 



이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무엇으로 보상할 것인가 ? 호프만식이니 라이프니츠식이니, 그것도 다 좋다. 남은 유가족들의 생계를 위해서. 하지만, 작업장 원칙, 작업 순서의 원리들을 무시하고, 사람들을 일터로 가게 한 그 사회 사람들의 의식, 그 의식 구조, 습관, 행태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 몸을 쓰는 단순 노동자이건, 고 배달호씨처럼 스카핑 용접공이건, 테에란 강남 사무실에서 일하든 IT 기술노동자건, 일하는 사람들의 신체의 안전을 배려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들의 자화상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다. 특히 육체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무시, 그리고 스스로 무시, 그런 의식들의 내재화 과정, 이 모든 것들이 이번 7명이 한꺼번에 철도 위에서 사망하게 된 원인이다. 



섬세해야 한다. 사람들의 생명, 신체의 안전에 대해서 진보정당은 특히 더 세심한 배려와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사회주의/진보의 아젠다를 찾아서, 서유럽의 신사회운동(NSM)의아젠다만을 ‘진보’로 착각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 아주 기본적인 구정치의 주제들(경제, 정치, 안전, 안보, 군사)에 대해서도 여전히 새롭게 연구하고, 이 주제들이 국민들과 시민들, 특히 노동자들의 삶과 직결되어 있다면, 제도적, 법적, 의식적 차원에서 깊이있게 연구해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작업장에서 안전(이는 단순히 공장만으로 공간을 한정시켜서는 안된다. 8시간 일하는 모든 작업장, 엔지니어, 과학자, 화이트칼라, 학교, 공무원, 공장 노동자, 가내 노동자, 재택근무, 가정 주부/아저씨 등) 문제를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은 철저하게 책임져야 한다. 



1977년 당시, 미국 공중 보건청 통계에 따르면, 일년에 39만개의 직업병이 새롭게 등장한다고 한다. 현재 2003년에는 산업규모나 종류로 봐서 더 많은 직업병들이 존재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노조가 없는 노동자들,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무실에서 저임금으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들의 경우는, 더욱더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신체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직업병, 산업재해, 안전사고 문제를, 직접적 신체 손상만으로 그 영역을 좁혀서 생각해서는 안된다. 영국에서 발간된 조사에 따르면, 암의 80%는 환경적 요인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특히 서울처럼 대도시, 더럽고, 사람들이 한꺼번에 많이 몰려있는 도시에서 일하는 사무식 노동자들 또한 산업재해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손가락이 잘리고, 뼈가 부러지는 외상만을 산업재해, 직업병으로 국한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도시환경, 그리고 심리적, 사회적 조건 등도 반드시 신체의 안전과 건강이라는 주제에 포함시켜야 한다.



그래야, 신정치의 주제, ‘삶의 질’을 높일 것 아닌가 ? ‘안전’이라는 기본적인 구정치 주제, 신체의 안전과 건강이라는 아주 기초적인 주제에 대해서,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은 어느 정당보다도 더 세심하게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꼭 새벽 1시에, 다들 잠자고 있을 시간에, 무슨 인생의 업보를 타고 태어났다고, 철도에서 국민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겠다던 노동자들 7명이나 죽게 해야 하는가 ? 들뜬 사회에서, 다시 기초공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가슴 아프게 생각해보는 밤이다.



2003-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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