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일당, 위기마다 주민 명의 탄원서 보내고 주민 동원 시위 벌였다
허진무·이보라·이효상 기자입력 : 2021.11.01 15:00 수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시행사 측이 주민 명의로 탄원서를 보내고 주민을 동원해 시위를 벌인 정황이 나왔다. 사업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성남시와 성남시의회에 ‘대장동 주민의 뜻’이라며 압력을 행사한 것이다.
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시행사 ‘씨세븐’ 측이 2009년 10월 작성한 ‘주공 개발계획에 대한 대응 논리’ 문건에는 “주공의 개발계획안이 철회될 때까지 10월8일부터 매일 2회 이상 통합공사 및 성남시 등을 항의 방문하고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민원을 지속 제기해 자연스럽게 민간개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자 함”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씨세븐은 대장동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가 참여했던 대장동 개발 초기 시행사다. 성남시가 2009년 7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제안한 공영개발 사업 방식을 수용하자 민간개발을 추진하던 시행사가 비상 대책을 강구한 것으로 보인다.
시행사 측은 성남시의 공영개발 계획을 철회시키기 위해 대장동 주민 명의로 탄원서를 보냈다. 주민 모임인 ‘대장동 도시개발 추진위원회’는 2009년 8월 이대엽 당시 성남시장에게 “사람답게 살고자 주민제안 방식의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제 와 주택공사가 수용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공문을 보냈다.
이 문건 파일의 문서정보를 보면 작성자가 ‘씨세븐’이다. LH는 2010년 6월 재무구조 개선, 주민 반발, 민간과의 경쟁 지양을 이유로 제안을 철회했다.
경향신문이 다른 탄원서 파일들의 문서정보도 확인하자 씨세븐 관계사인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대장PFV)의 사내이사인 A씨가 작성자로 드러났다. LH가 공영개발 제안을 철회했는데도 2012년 6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기자회견에서 “대장동 지역 30만평 개발 사업을 공영개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시행사 측은 성남도시개발공사를 통한 민관합동 개발에 힘을 싣기로 방향을 틀었다.
시행사 측은 2012년 8월 ‘대장동 주민 일동’ 명의로 ‘우리의 결의문’이라는 탄원서를 이재명 시장, 최윤길 성남시의회 의장, 이명박 대통령 등에게 보냈다. 이 시장에게는 “공영개발로 토지수용이 이뤄지면 토지보상가가 너무 낮아 생존권 차원에서 반대한다”, 최 의장에게는 “민관 공동개발에 찬성하는 의장님 견해에 적극 공감한다”, 이 대통령에게는 “성남시가 도시공사를 설립해 민관공동으로 개발하겠다는 발표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적었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시행사 씨세븐 측이 2009년 10월 작성한 내부 문건 ‘주공 개발계획에 대한 대응 논리’ 결론 부분.
시행사 측 내부 자료에 따르면 2012~2013년 주민이 성남시의회, 마을회관, 공원 등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설립하라고 집회·시위를 열 때마다 수십만원의 비용을 지원했다. 강한구·권락용 성남시의원이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에 찬성해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에서 제명되자 2014년 2월 ‘주민 일동’ 명의로 이종훈 국회의원에게 “(조례 찬성이) 설령 당론에 위배된다 할지라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지 않았는지 살펴봐야 하지 않겠냐”는 내용의 탄원서를 보내기도 했다.
시행사 측과 대장동 도시개발 추진위원회는 사실상 ‘한 몸’으로 움직였다. 씨세븐은 2009년 6월 추진위와 ‘부동산 컨설팅’ 명목으로 용역계약을 맺고 매달 1500만원을 지급했다. 추진위 사무실의 보험료와 근로소득세, 인터넷·전화·전기·가스 요금, 보일러 수리비는 물론 추진위원장 이모씨의 명함 비용까지 지원했다. 대장동 비리를 수사한 수원지검 특수부가 2015년 7월 대장PFV 대표인 남욱 변호사를 구속 기소하자 이씨는 재판부에 “우리 마을의 사고를 해결할 수 있는 남욱 대표의 업무 복귀가 화급하고 절박한 실정이다. 부디 선처해달라”며 탄원서를 냈다.
사업자 선정 1년 전부터 “유동규 머릿속에 계획 다 있다”···대장동 세력 사업자 내정 정황
이효상·이보라·허진무 기자입력 : 2021.11.01 06:00
대장동 사업 공모 절차 1년 전에
성남도개공, 업자들 만나 회의
개발추진위·판교AMC 측서
"기획본부장이 기존 계약 인정"
정영학·남욱 세력 우선권 보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선정이 이뤄지기 약 1년 전부터 ‘대장동 세력’에 “공사가 설립되면 민관개발로 기존 토지계약을 인정해주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부터 대장동 땅을 사들인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의 우선권을 인정하겠다는 얘기로, 유 전 본부장이 일찍이 대장동 세력을 사업자로 내정한 정황이다. 2014년 초에 이미 유 전 본부장과 대장동 세력이 사업 설계에 관한 논의를 마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유동규가 기존 토지계약 인정 약속”
31일 경향신문은 2014년 4월4일 성남도시개발공사와 대장동 도시개발 추진위원회, 판교AMC가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대화를 나눈 회의록을 입수했다. 이날 회의는 그해 4월1일 대장동·제1공단 결합개발 사업이 성남시에서 신생 성남도시개발공사로 이관된 이후 열린 첫 회의로, 대장동 개발 방안이 처음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공사에서는 이현철 개발사업팀장이, 주민대표격인 추진위에서는 A 위원장과 자산관리회사 판교AMC의 B 이사가 참여했다. 당시 판교AMC 대표는 천화동인 5호의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였다.
이날 회의에서 추진위는 유 전 본부장의 ‘계획’을 언급하며 공사 측이 판교PFV와 주민들의 기존 토지계약을 인정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줄 것을 요구했다. A 위원장은 “(유동규) 기획본부장님 머릿속에 계획이 세워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획본부장께서 공사가 설립되면 민관개발로 기존의 토지계약을 인정해줄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당시 대장동 부지의 약 80%에 해당하는 토지는 남욱 변호사가 대표로 있던 판교PFV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기존의 토지계약을 인정한다는 것은 공사가 판교PFV와 함께 대장동 민관합동 개발을 추진한다는 얘기가 된다. 2015년 2월 정식 민간사업자 공모 절차가 시작되기 10개월 전부터 유 전 본부장은 판교PFV와를 사업자로 내정한 것이다.
A 위원장은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공문이 필요하다”며 “공사설립 조례안 통과 후 본부장님께서 대장동을 방문하셔서 민이 하는 수준의 계약을 보장하겠다라고 하셨고, (이재명) 시장님께서도 대장동 주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판교PFV와의 토지 계약이 인정돼야 주민들이 개발에 따른 피해를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토지계약을 선점한 대장동 세력이 공영개발론이 불거질 때마다 주민들을 앞세워 되풀이했던 주장이기도 하다. 2013년 11월 대장동 세력이 작성한 ‘대장동 추진방안’ 문건을 보면 “토지가가 평당 300만~400만원으로 거래된 바, 이 절반의 가액에 (성남시가) 수용하는 것은 엄청난 반발 초래”, “주민들이 이미 계약금을 받아 대부분 지출해 버린 상황으로 시에서 수용하면 계약금 반환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추진위의 요구에 이현철 팀장은 “(유 전 본부장을) 자주 뵐 수가 없고 말씀하시지 않아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대장동 주민들에게 했던 말에 대해서는 “시장님께서 말씀하신 것에 대하여 알고 있다”고 했다. 이 팀장은 2015년 2월 대장동 개발 사업자 공모 당시 관련 업무를 담당하면서, 공모지침서에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의견을 ‘메모’로 유 전 본부장에게 보고한 인물이다. 유 전 본부장은 이 팀장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고, 이후 그를 업무에서 배제했다.
■“유동규와의 통화 녹음 들려주겠다”
사업자 선정 1년 전부터 “유동규 머릿속에 계획 다 있다”···대장동 세력 사업자 내정 정황
공문을 보내겠다는 확답이 없자 추진위 측은 재차 유 전 본부장을 언급했다. A 위원장은 “공문으로 해줬으면 한다. 본부장님과 통화한 것 중에 의도되지 않게 녹음된 통화가 있는데 내용을 들어보시면 알 것”이라며 통화 녹음을 들려주려 했다. 그러나 이 팀장은 “중간에 업무를 맡아 일을 하고 있지만 처음 듣는 말이다.
본부장님께서 한마디도 없으셨다”며 “본부장께서 말씀하셨다는 것은 안듣는 것이 나을 수 있다. 내외부에서 의견을 말씀하신 것이 다를 수 있으니….”라고 했다. A 위원장은 “본부장님께서 공직을 사퇴하시면 제가 얘기했다고 한 번 물어보세요. 본부장님께서 말씀하신 게 있기에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공문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며 끝까지 공사 측의 공문을 요구했다. 유 전 본부장이 사업자 선정 1년 전인 2014년부터 대장동 세력과의 공동개발을 기정사실화한 게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 팀장은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다. 회의를 정례화하는 방법을 포함하여…. 단 SPC 인원은 제외하고. 공문은 불가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언제 빠질지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은 반대”라며 대장동 땅주인들 이외의 사업자들과는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이 회의 직후인 그 해 4월29일 판교PFV의 관계사 판교AMC는 공사 측이 판교PFV의 ‘지분 50%+1주’를 매입해 개발을 진행하는 사업계획서를 내놓는다. 당시 사업계획서에는 “공공기관은 우선주만을 보유하는 바, 사업이익 전체 민간사업자 배당 가능”이라는 수익 배분 구조와 함께 “기설립되어 있는 판교PFV를 활용하여 설립 절차 최소화 및 설립 자본금 문제 해결”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당시만해도 특수목적법인 ‘성남의뜰’을 따로 설립하지 않고 판교PFV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판교PFV가 성남의뜰로 교체된 것을 제외하면, 이 사업계획서의 수익 배분 구조 등은 1년 뒤 나온 실제 사업협약서 등에 그대로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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