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탄핵 참가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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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땅, 땅"
두 번째 시도라 더 간절했을까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에 대한 두 번째 표결이 있던 지난 14일, 최소 42만여 명의 인파가 영하의 추위 속에서 국회 본회의를 지켜봤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퇴장으로 표결이 불성립한 일주일 전보다 1.5배가 늘어난 수입니다.
서울시와 KT의 공공 빅데이터와 통신데이터를 활용한 생활 인구 데이터를 보면, 평범한 토요일에도 여의도에는 오후 3시쯤 약 9만 8천여 명의 시민들이 일상(붉은색 선)을 즐깁니다. 지난 토요일(파란색 선) 본회의가 시작할 즈음 생활 인구 데이터가 여의도에서 포착한 시민들의 수는 최고 51만 8천여 명이지만, 여기에서 평범한 토요일을 즐겼을 9만 7천여 명을 제외해서 최소 42만 명이 모였다고 추정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오후 5시에 본회의가 열린 7일(초록색 선)에는 최고 37만 2천여 명이 집계됐지만, 여기서 토요일 평균을 제하면 27만 7천여 명 정도로 볼 수 있는 겁니다.
지난 10월 불꽃축제가 열렸을 때 여의도 전체에 약 39만 명(19시 기준)가 집계됐는데요, 지난 토요일에는 적어도 13만 명이 더 여의도를 찾은 셈입니다.
두 번의 탄핵소추안 표결의 밤에는 한 가지 더 차이가 있습니다. 7일 밤에는 표결에 참석하지 않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밤 9시 반까지 기다렸었죠, 그래서인지 14일보다 더 긴 시간 많은 사람들이 남아있는 것도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평범한 토요일에는 남녀 비율이 엇비슷한 것과 달리, 지난 2주의 토요일 여의도 인파는 특히 젊은 층 여성이 많습니다. 7일과 14일 각각 가장 많은 인원이 모였던 시각을 기준으로 봤을 때, 이틀 모두 10세 이상 가운데 20대 여성이 18%로 가장 많았습니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던 14일에는 20대 여성 다음으로는 30대 여성(13%), 40대 여성(11%), 50대 남성(10%) 순으로 많았고요, 7일에는 50대 남성(12%), 30대 여성(11%), 40대 남성(10%) 순이었습니다. 일주일 사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여성들이 여의도로 더 많이 모여든 거죠.
젊은 층 여성만 늘어난 건 아닙니다. 7일과 14일 연령별 증가 폭을 비교해 보면, 10대가 2.3배 더 많이 여의도 광장을 찾았습니다. 30대는 1.6배, 40대는 1.5배, 20대는 1.4배 증가했습니다.
14일 여의도를 찾은 시민들이 어디에서 이동했는지도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울 관악구와 마포에서 8천 명대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송파와 강서, 은평, 경기 남양주가 이어받았습니다. 지난 7일 마포와 관악, 은평, 서대문, 송파 순인 것과 크게 다르지 않죠. 지난번과 비교해 송파 순위가 5위에서 3위로 올랐습니다.
수도권 외에도 충남에서 6천6백여 명, 강원에서 5천2백여 명, 충북에서 4천1백여 명 등 지역에서 여의도로 온 인구도 늘었습니다.
비상계엄 선포부터 내 손으로 '다시 만난 세계'를 되찾은 260시간. 이 시간을 서로의 체온으로 채운 이 공간엔 45년 전 계엄의 공포를 온몸으로 느낀 세대도 아닌, 지난 8년 전 촛불을 들었던 세대도 아닌 새로운 세대가 주인공이었습니다.
이들은 탄핵소추안 가결의 순간 불렀던 그 노래 가사처럼 특별한 기적만을 바라지 않고 행동했고,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용기를 가진 사람은 이들이 엄동설한의 여의도에 서서 몇 시간이고 쳐다봤을 그곳에, 그곳에 가장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데이터·비쥬얼리제이션 : VWL(브이더블유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