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위의 기재부?] 노동자에 돌려줄 통상임금, 총인건비 산입 추진
예산편성지침 변경 시도 … “임금 도둑질이나 마찬가지"
- 기자명신훈 기자
- 입력 2021.12.03 07:30
기획재정부가 공기업·준정부기관 총인건비 인상률 산정시 제외하는 인건비에서 ‘통상임금 소송결과에 따른 배상금’을 삭제하는 내용의 예산편성지침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과거의 체불임금을 현재의 총인건비에서 지급하는 ‘개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총인건비에 배상금 넣으면
그만큼 다른 인건비 줄어
2일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기재부는 지난달 22일 “2022년 1월 이후 제기된 통상임금 소송 결과에 따른 배상금을 ‘총인건비 인상률 산정에서 제외하는 인건비’에서 제외할 예정”이라며 공공기관에 예산지침변경에 대한 의견조회를 요청했다. 현재는 통상임금 소송 배상금을 총인건비가 아닌 예비비로 편성해 지급하는데, 내년부터는 배상금을 총인건비에서 지급하라는 취지다. 예컨대 총인건비가 1천억원인 공공기관에서 배상금이 30억원(3%)인 경우 해당 기관은 배상금만으로 올해 기준 총인건비 인상률 0.9%를 초과한다. 배당금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다른 인건비 항목을 삭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한다. 기재부는 이르면 다음주에 개정 예산편성지침을 확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과 연차휴가수당을 산정하는 도구적 개념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 미사용한 연차휴가에 대해서도 1일당 1일치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간 통상임금 산입범위에 대해 노동현장과 법조계, 학계에서 이견이 존재해 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3년 12월 “통상임금은 근로자가 소정근로시간에 통상적으로 제공하는 근로인 소정근로의 대가로 지급하기로 약정한 금품으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을 말한다”며 통상임금 산정기준을 제시했다. 이 판결 이후 노동자들은 그동안 잘못된 통상임금 산정으로 발생한 수당 차액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해 왔다.
“위법행위 피해자가 또 불이익
대법원 판결 무시하는 것”
일부 공공기관은 통상임금으로 확인된 임금을 여전히 통상임금 산정범위에서 제외하면서 통상임금 소송이 계속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가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14개 공공기관에 대해 긴급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통상임금 배상금은 1년에 1천436억원으로 해당 기관 총인건비의 3.1%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재부의 지침 ‘개악’ 시도는 정부가 모범적 사용자로서 공공기관을 지도·감독해야 할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국민에게 보장된 재판청구권을 사실상 부정하고 공공기관 사용자들을 ‘나쁜 사용자’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대법원 판결을 일개 부처의 지침으로 깡그리 무시하고 노동자의 임금을 도둑질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고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초과근로수당을 정당한 통상임금 기준으로 산정해서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김형규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만약 배상금이 총인건비 항목에서 지급된다면 공공기관이 과거에 저지른 위법한 행위로 엉뚱하게도 그 피해자들인 노동자가 현재 임금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며 “법 준수에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기관이 오히려 앞장서서 법을 위반하고 노동자들에게 그 법 위반으로 인한 손해까지 전가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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