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비교/국제정치2015. 9. 23. 14:04
치프라스 총선 승리,
연기된 시리자 최종승리
[분석] 그리스 조기총선 결과와 의미, 이후 전망
By 원시
    2015년 09월 23일 09:5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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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월 총선과 9월 총선의 차이점은 있는가?


시리자 치프라스는 총선에서 승리했지만, 좌파연합 시리자의 최종 승리는 연기되었다. 9월 20일 조기총선은 1974년 그리스 군부독재 종식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 가장 적은 투표 참가율, 56%를 기록했다. 이는 그리스인들이 긴축통치와 트로이카의 압력에 지쳐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시리자를 포함한 전체 그리스 정치정당들에 대한 기대가 수그러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총선 결과를 두고 몇 가지 입장들이 나뉜다. 맨 먼저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입장에는 빈곤한 그리스 국가 살림에 438억원(3320만유로) 총선 경비를 들인 결과는, 결국 1월 총선과 비교해서 거의 달라진 것은 없고, 차이가 있다면 시리자를 탈당하고 ‘그렉시트’와 ‘드라크마화 복귀’를 반긴축 통치 대안으로 제출한 25명의 전 시리자 의원들이 (현 민중연합 소속) 의원직을 상실한 것이라고 볼 것이다.

보수파 입장에서도 독일 보수 기민당 노베트 뢰트겐(Röttgen)이 인터뷰한 것처럼, 1월 총선과 비교해서, 9월 총선이 본질적으로 다른 점은 시리자 치프라스가 유럽채권단 트로이카가 요구한 ‘재정 삭감 긴축 개혁안들’을 수용했기 때문에, 이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관련 내용 링크)


또 다른 한편 시리자의 총선 승리를 축하하면서 유럽 국가들의 반-긴축, 반-신자유주의 연대 투쟁을 호소하는 입장도 있다. 시리자 치프라스를 응원해왔던 스페인의 포데모스 대표 파블로 이글레시아스는 “그리스인은 치프라스를 총리로 원하고 있다. 알렉스 치프라스, 내 친구에게 권력을 !”이라는 축전을 보냈다.(관련 내용 링크)


이와 더불어 시리자와 긴밀한 연대를 맺고 있는 독일 좌파당 원내대표, 그렉고어 기지는 그의 페이스북에서 “독일 좌파당의 형제자매당 그리스 시리자, 그리고 내 친구 알렉스 치프라스의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하면서, “그리스인의 시리자 치프라스의 선택은 유럽채권단과 독일 정부에 대한 올바른 대답이다”고 논평했다. (관련 내용 링크)





9월 18일 시리자 치프라스 선거운동을 지원하는 스페인 포 데모스 이글레시아스 대표와 독일 좌파당 기지(Gysi) 원내총무


9월 총선 결과를 놓고 보면 얼핏 보기에는 1월 총선과 거의 동일하다. 눈에 띄는 차이는 9월 총선에서 중도연합(CU)이 처음으로 9석을 얻은 반면, ‘민중연합’ 소속 25명이 모두 의원직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중도연합 대표 바실리스 레벤티스는 90년대부터 심야 TV쇼에서 신민주당과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 등 주류 정치의 부정부패를 비꼬고 비판해오면서, 그리스 정가에서 돈키호테로 통한다. (관련 내용 링크)


좌파연합 시리자는 4석 줄어든 145석, 2위 보수파인 신민당은 1석 줄어 75석을 획득했다. 반갑지 않는 결과는 친나치 극우당인 ‘황금새벽당’이 1석을 더 얻어 18석으로 제3당이 되었다는 것이다. 2년 전 랩 가수 파블로스 피사스 살해 사건으로 황금새벽당 당대표가 범죄 조직 가담 및 범행 심판 중이어서, 선거 국고지원금 1억 6천만을 받지 못했다. 이러한 경제적으로 불리한 조건에서도 황금새벽당이 제3당을 유지한 이유는 트로이카의 긴축정책으로 그리스 경제적 상황이 더 악화되자, 이주민들과 난민들에 대한 극우파들 비난과 폭력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구제금융 지원 이전에는 유럽에서 가장 자살율이 낮은 나라였던 그리스였지만, 지난 5년간 신자유주의적 긴축통치는 그리스인들의 관용적인 태도마저 바꿔놓았다.


도표1

1월과 9월 선거에서 각 정당들의 득표율 비교


(표 설명 : 위에서 순서대로 시리자 – 신민주당 – 황금새벽(친나치 극우파) –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1월과 달리 민주좌파와 선거연합을 함) – 그리스 공산당 – 포타미 – 그리스 독립당 – 중도연합 – 민중연합. 의석수는 1월과 9월을 비교하면 순서대로 149→145(-4석), 76→75(-1석), 17→18(+1석), 13→17(+4석), 15→15(동일), 17→11(-6석), 13→10(-3석), 0→9(첫 원내진출), 0(원내진출 실패)이다.)


시리자가 신민당에 5% 정도 앞선다고 발표한 여론조사 기관 프로라타(Pro Rata)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여론조사기관들은 신민당과 시리자가 0.6~1.5% 이내 박빙 경쟁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고전을 면치 못한다던 시리자와 치프라스는 왜 다시 총선에서 승리했는가? 그 이유들을 몇 가지 분류해보기로 하자.


2. 시리자 치프라스의 총선 승리 이유는 무엇인가?


첫 번째 유권자 민심과 여론의 측면에서 살펴보자. 시리자 정부는 유럽연합 브뤼셀 어웨이 경기에서 유럽 채권단에 완패를 당했다. 시리자의 채무위기 해법들과 제안들은 거의 다 거절당했다.


그런데 이번 9월 총선에서 그리스인들은 유럽채권단 트로이카와의 6개월 협상에서 굴욕적으로 난타당한 시리자 치프라스에게 어웨이가 아닌 홈경기를 치를 수 있는 기회를, 즉 ‘내치'(內治)라는 기회를 한 번 더 부여한 것이다. 이러한 여론을 단순하게 해석하자면, 신민주당의 시리자 공격과의 반대로, 그리스인들은 시리자 치프라스 협상팀이 무능했다기보다는 채권단 트로이카 공격과 협박이 시리자 치프라스에게 너무 가혹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독일 좌파당 대표 카트야 키핑이 시리자 총선 승리에 대한 당 논평에서, “위기에서 좌파정부가 부패한 구-정치정당들 보다 훨씬 더 낫다”고 말한 대로, 그리스인들도 거액의 뇌물수수와 탈세에 연루된 구 집권당 신민주당과 범그리스사회주의(PASOK)보다는 아직까지는 때묻지 않는 청정 정치세력인 시리자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관련 내용 링크)


두 번째, 경쟁자 신민주당 메이마라키스와 비교의 관점에서 볼 때, 신민주당과의 연정을 하지 않겠다고 일관되게 선언한 시리자 조기총선 기획이 투표율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1월 총선 시리자 지지층(집토끼)을 다시 투표장으로 결집시켰다.


선거 전날까지도 시리자의 정책 브레인 재무장관 차칼로토스는 신민주당,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 포타미 등은 부정부패세력이기 때문에 시리자 연정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확실히 그었다. 시리자 지지자들은 물론 부동층에게도 시리자의 일관된 정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관련 내용 링크)


이는 올 7월 13일 제3차 구제금융 협상 이후 영국 역사학자 페리 앤더슨이 시리자를 비판하면서 발표한 예측과는 어긋난 결과였다. 앤더슨은 “시리자가 1931년 보수당까지 다 포함시켜 거국 내각을 만들고, 대공황 하에서 긴축 정책을 단행한 영국 노동당 램지 맥도날드(Ramsay MacDonald)의 길을 갈 것이다”고 예언을 한 바가 있다. 그런데 시리자는 총선 내내 보수파인 신민주당과의 연정 찬성 여론이 34%였지만 구-정치정당들과의 연정을 일관되게 거부했다. (관련 내용 링크)


이에 비해 치프라스와 시리자를 ‘아마추어, 무능정치꾼, 거짓말쟁이, 경제파산자’로 비난하면서 동시에 시리자와는 ‘대연정’을 하겠다고 한 신민주당 선거 기획은 기존 신민주당 지지층을 제외하고는 부동층 유권자를 설득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시리자 치프라스는 1월 총선에서는 ‘긴축 통치’ 트로이카와의 투쟁을 강조한 반면에, 9월 총선은 부패한 특권층 올리가히와 구-정치정당들을 몰아치면서 신민주당을 공격했는데, 이러한 선거 전략이 신민주당 메이마라키스의 ‘대연정’ 애국심 호소에 비해 설득력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관련 내용 링크)


투표율1



세 번째, 그리스 국가채무 위기 대안으로 ‘유로존 탈퇴(그렉시트)’와 구 화폐 ‘드라크마’로 복귀를 주장하는 정당들에 대한 시리자의 여론전이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리스 공산당, 시리자 탈당파 ‘민중연합 PU’은 시리자가 7월 13일 협상에서 트로이카 ’긴축‘에 굴종했다고 판단하고, 그렉시트와 드라크마 복귀를 주장했다. 물론 그리스인들의 80% 정도가 그리스 유로존 잔류를 찬성하고 있기 때문에, 그렉시트 대안이 그리스인들의 다수 견해가 쉽게 될 수는 없다.


이러한 그리스인들의 이중적인 태도, 긴축통치는 반대하지만 유로존 잔류 선택이라는 일견 상반된 여론에 대해서 시리자는 유로존 개혁과 그리스 위기 원인은 유럽연합과 유로존의 결함에서 비롯된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그리스인들에게 전달했다.


이러한 그리스인들의 유럽연합 선호도 여론과 별도로, 드라크마 복귀가 계급차별과 소득불평등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게로바실리 시리자 정부 대변인은 유로 대신 드라크마를 채택한다고 해도 저소득층과 중산층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여론전을 수행했고, 재무부 차관 마르다스(Mardas)는, 1980년부터 2000년까지 당시 그리스 화폐, 드라크마를 7회 정도 평가 절하를 했지만, 수출은 2배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역사적 평가를 그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렉시트를 한다고 해도, 그리스 경제성장이나 경상수지 적자를 극복하긴 힘들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일관되게 언론에 퍼뜨렸다. 이러한 선전을 넘어서 공격적으로 나가기도 했다. 행정부 장관 파파스는 ‘민중연합 PU’의 그렉시트와 드라크마 복귀 주장은 유럽채권단의 희망사항이자 독일 쇼이블레의 계획과 일치하고, 다른 극단적인(우익) 유럽정치세력들의 기획이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관련 내용 링크)


그리스 국민들 61%는 트로이카의 ‘긴축 통치’ 독재에 반대하지만, 아직도 75%~80% 국민들이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것에는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리자의 ‘유로존 잔류 및 유로존 내부 개혁’ 노선이, 트로이카의 긴축강요와 시리자 치프라스의 ‘후퇴적 수용’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리스 여론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총선 여론이라고 볼 수 있다.


민중연합

원내 진출 실패 후, 기자회견 하고 있는 전 국회의장 콘스탄토풀루와 전 산업에너지 장관 라파자니스 (민중연합 소속)


3. 시리자를 탈당한 ‘민중연합’은 왜 3% 문턱 기준을 넘지 못했나?


주류 정치 풍자 TV쇼 프로그램 진행자인 레벤티스가 이끄는 중도연합(CU)에도 뒤진 결과를 고려하면, 25석 규모의 민중연합의 원내 진출 실패는 사실 충격적인 패배로 볼 수 있다. 라파자니스(시리자 정부 전 산업에너지 장관), 콘스탄토풀루(시리자 정부 시절 국회의장) 등이 이끄는 ‘민중연합 (라이키 에노티타)’은 시리자 치프라스 총리가 총선 공약을 실천하지 못하고, 오히려 7월 13일 트로이카 ‘긴축’에 굴복한 점을 들어, 시리자를 탈당해 9월 조기 총선에 참여했다.


민중연합의 주요 정책은 그리스 유로존 탈퇴(그렉시트)와 과거 그리스 화폐 드라크마로 복귀를 통한 민중복지 실천이었다. 그러나 의회 진출 최소 자격조건 3% 문턱을 넘지 못하고 2.85%에 그쳤다. 총선 결과에 대해 ‘민중연합’은 “전투에서 졌지만 전쟁에서 패배한 것은 아니다”라고 논평했지만, 민중연합 대표 인물들의 그간 언론 노출도를 고려하면 이번 총선 실패는 상당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9월 조기총선 직전까지만 해도, ‘민중연합’은 전 시리자 소속이긴 했지만 25명의 의원을 가진 제3당이었다. 그러나 막상 총선 결과는 2.86%에 그쳐 25명 의원들이 의원직을 다 상실하고 말았다. 왜 이런 선거 패배가 발생했는가? 그 이유들을 몇 가지 살펴보기로 하자.


첫 번째 총선 공간에서는 공약도 중요하지만 대중적 정치가 역시 중요한 요소이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민중연합’은 시리자 치프라스를 대적하거나 필적할만한 대중적 정치가를 아직 배출해내지 못하고 있다. 시리자 시절 <레프트플랫폼> 정치조직 수장 라파자니스도 베테랑 사회주의자로 알려져있지만, 치프라스만큼 대중적 인지도는 얻지 못하고 있고, 그렉시트와 드라크마 복귀를 통한 경제주권의 회복을 2010년 이후 주창해온 라파비차스는 아직 급진적 교수로 인식되지, 대중적인 정치가로 각인되지는 못하고 있다.

두 번째, ‘그렉시트’와 ‘드라크마 복귀’를 그리스 대안으로 내세웠지만, 막상 총선 캠페인 과정에서는 라파자니스는 ‘민중연합’은 ‘드라크마 복귀당’이 아니라고 수세적으로 대응하면서‘드라크마 당’이라는 낙인을 피하느라 에너지를 소모한 측면이 있다. 더군다나 중하층 이하 그리스 시민들이 은행 인출 통제로 인해서 하루 60유로 밖에 현금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드라크마 복귀’ 제안은 시민들과 저소득층에게 당장 실효성 있거나 피부에 와 닿는 대안으로 각인되지 못했다.


특히 2015년 1월부터 7월 사이 그리스 은행에서 인출된 총액은 394억 유로에 육박하고, 그리스 부자들은 이미 그리스가 아닌 해외 은행에 유로 계좌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드라크마’ 복귀 후, 그리스 화폐를 유로에 비해 평가절하하게 되면, 결국 저소득층은 손해보고 반대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부자들이 되고 만다. 이러한 주장은 지난 3월까지 시리자 정책자문위원이었지만, 이번 9월 총선에는 참여하지 않은 존 밀리오스가 ‘그렉시트’를 부차적인 주제라고 본 이유이기도 하다. (관련 내용 링크)


또한 드라크마로 복귀해서 평가절하를 하게 되면, 채소와 과일은 수출하지만 곡물 수입국인 그리스인들에게 불가피하게 곡물 가격 인상분은 가계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결국 노동자 시민들의 월급이 감소되고 가처분 소득이 줄어드는 효과를 낳게 된다.


세 번째, 민중연합은 기존 정당들과 차별성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리스 유로존 가입과 유로화 사용 자체를 유럽 자본가의 기획으로 간주하는 그리스 공산당 역시 ‘그렉시트’와 ‘드라크마 복귀’를 대안으로 내세운다. 친나치 극우정당인 황금새벽당 역시 그렉시트를 주장하고 있다. 두 정당들의 핵심적인 지지자들은 이번 총선에서 ‘민중연합’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스 유로존 탈퇴(그렉시트)는 이미 두 정당의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시리자로부터 분리된 지 1개월도 채 되지 않아서 9월 총선에 뒤늦게 뛰어든 것도 유권자들에게 다 정당들과의 차별성을 각인시키지 어려운 점이었다. 또한 민중연합에서 ‘그렉시트’를 2010년 제1차 구제금융 이전부터 그리스 대안으로 제시해온 라파비차스 (Lapavitsas)의 주장은, 그가 인터뷰한 대로 “유로그룹과의 타협하에 유로존 탈퇴”이고 “유럽채권단이 채무 50%를 탕감해주는 유로존 협상 탈퇴”를 의미한다. (관련 내용 링크)


그런데 지난 7개월간의 협상 과정에서 쇼이블레 등 강경파의 ‘압박과 협박’을 줄곧 지켜본 그리스 유권자들은, 이러한 유로존 협상 탈퇴를 적극적인 대안으로 해석하긴 보다는, 오히려 쇼이블레의 ‘그리스 일시적 유로존 탈퇴’안과 차별이 없는 것으로 간주해버렸다.(관련 내용 링크)


네 번째로는 만약 민중연합의 ‘그렉시트와 드라크마 복귀’가 정책적으로 시리자 ‘유로존 내부 개혁’ 노선보다 더 나은 선택이라고 가정하더라도, 그 프로젝트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이 아직 낮은 상태이다. 따라서 자본통제로 고통 받은 그리스 대중들은 시리자 치프라스가 트로이카와의 7월 협상에서 합의한 ‘채무 상환 시간표 연장’을 급한 불끄기 대안으로 선택했다. 라파비차스가 제시한 ‘그렉시트와 드라마크 복귀’안에 따르면, 그가 인정했듯이 화폐 가치를 재조정하는 리-디노미네이션을 하려면 수많은 법률들이 필요한데, 그런 준비에 대해서 그리스 대중들은 아직 확신이 없다는 게 이번 총선 결과이다.


물론 그리스 유럽연합 회원국 가입과 유로 채택은 이러한 정치경제학적 입장과 정책만으로 다 설명되지는 않는다. 그리스인의 유럽연합 선택은 1~2차 세계대전 이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군사적 배경과 냉전 이후 발칸 반도 지정학적 정치, 1989년 이후 냉전 해체 및 구 사회주의권 붕괴, 인접 국가들인 터어키 구-유고슬라비아 마케도니아와의 영토 분쟁과도 밀접히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리자 아넬

총선 결과 발표 이후, 연정파트너 그리스독립당 대표 파노스 카메노스가 시리자 치프라스 연설 도중 박수를 치고 있다.


4. 9월 총선 결과에 대한 그리스 정당들의 반응들은 무엇인가?

그리스 9-20 조기 총선 결과에 대한 각 정당별 입장 발표는 다음과 같다.


우선 치프라스의 연설 내용이다. 치프라스는 총선 결과에서 드러난 민심은, 시리자가 그리스인의 자긍심을 위하여 나라 안팎에서 싸워달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리스인은 유럽에서 저항과 인간 존엄성과 동일어로 통용되고 앞으로 남은 임기 4년 동안 이러한 그리스인의 투쟁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연설문에서 치프라스가 역설한 내용은 “그리인들이 (트로이카라는) 유럽 거대한 권력과 적들과 싸워오고 있다는 자긍심”, “약자 보호와 부의 재분배를 포함한 사회주의적 특성을 지닌 경제성장과 재건 다짐”, 그리고 “부정부패에 물든 소수 경제정치 독점 체제와 올리가히와의 투쟁을 지속한다는 정치개혁” 등이다.(관련 내용 링크)


2위를 차지한 신민주당 대표 메이마라키스는 시리자 승리를 축하하며 대연정을 수립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대연정 이후에 자기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포타미 대표 테오도라키스는 1월 총선 6% 득표율이 4.1%로 주저앉은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할 것을 고려한다고 말했다.(관련 내용 링크)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 (PASOK) 대표 포피 제니마타는 그리스 정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생산적 대화를 해나갈 것이며 시리자는 향후 4년간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서 안정적인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발표함으로써, 시리자와의 연립정부 동거에 대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그리스 공산당(KKE) 대표 쿠춤바스는 선거 이후 민중의 편에 서서 혹독한 긴축 내용을 담은 제3차 구제금융안을 실행하려는 시리자 정부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발표했다.


1993년 총선 참여 이후 최초로 의회에 입성하게 된 중도연합(CU) 대표 바실리 레벤티스는 시리자의 그리스 독립당(ANEL)과의 연정은 실수이며 오히려 대연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8% 득표로 3% 문턱을 넘지 못하고 의석을 얻는데 실패한 민중연합 (PU) 대표 라파자니스는 내일부터 유럽채권단 트로이카와의 ‘양해각서’ 아마겟돈이 그리스를 기다리고 있다고 시리자 정부를 직설적으로 비판하면서, 민중연합은 결코 반-긴축 전선에서 물러서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군중

시리자 총선 승리를 축하하는 시리자 지지자


5. 총선 이후, 시리자와 치프라스의 정치적 과제들은 무엇인가?


시리자는 기존 사회주의나 좌파정당과 달리 다양한 좌파 가치들을 지향하는 ‘실용주의적 다원주의적’ 좌파연합 정당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7월 13일 제3차 구제금융 협상안 수용 이후, 다시 말해서 시리자 프로그램과 상충되거나 모순되는 정책들을 ‘집행’해야 하는 행정부 역할을 수행하면서 위와 같은 좌파 정체성을 유지하거나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트로이카의 ‘긴축 통치’를 수용하면서 대중들로부터 비난을 들은 2009년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PASOK)’이나 그 이후 연정주체인 ‘신민당’의 노선을 답습할 것인가?


1월 총선과 달리 9월 총선에서는, 승리의 기쁨보다는, 시리자와 치프라스에게 밀린 정치 경제 개혁 과제가 남았다. 그리스 유권자들이 준 기대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이며, 정치적 숙제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라는 ‘정치적 부담’이다.


1월 총선에서는 그리스인들은 시리자가 트로이카 긴축통치를 종식시키고 국내에서는 부정부패 정치세력을 척결해 줄 것을 열정적으로 기대했다면, 9월 총선 결과는 트로이카에게 비록 난타를 당했지만 시리자는 다시 일어서 싸우라는 그리스인들의 우려 섞인 ‘응원’의 메시지인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격려의 메시지 배후에는 근심과 걱정이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시리자가 해결해야 하는 정치적 과제는 무엇인가?


첫 번째 과제는, 좌파연합 정치세력으로서 시리자 팀의 복원이다. 이번 총선과 7개월간 트로이카와의 협상에서도 드러났듯이, 시리자라는 당보다는 알렉시스 치프라스라는 개인 정치가와 그 측근 그룹만 보인다는 비판이 나왔다. 여러 정치조직들과 정당들의 ‘무지개 연합’으로 구성된 시리자이기 때문에, 당 내 여러 정치조직들 간의 투명하고 공개적인 의견 토론과정이 절실해 보인다. 그리스 기존 정치권이 보여준 ‘보스’ 중심 정당 운영과 관료주의적 ‘상명하달’식을 극복하지 않는다면, 시리자는 내부 분열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런 시리자 팀워크의 강화와 더불어, 치프라스 개인 정치가의 ‘노쇠화’ ‘기성정치인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기성 정치권과 달리 친노동자 이미지였던 치프라스가 최근 몇 가지 행보에서 기존 신민주당과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 정치가들과 차별성이 없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치프라스는 총리 당선 이전에는 ‘공교육 붕괴’를 우려하고 상류 특권층 사교육 기관들에 대해 비판했는데, 막상 총리 이후 자기 아들은 교사부족으로 고통받는 공립학교가 아닌 특권층 사립학교에 입학시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관련 내용 링크)


또한 이번 8월 여름 휴가를 발모제 회사 사장이 제공한 보트를 타는 사진 등이 언론에 보도되어, 부자들 휴가에 편승하는 것 아니냐는 시리자 내부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관련 내용 링크)


시리자와 치프라스는 당내 다원적 민주주의 질서와 무지개 연합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하고 팀워크 협동정신을 보다 더 잘 살려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또한 시리자의 상징적인 정치가로서 치프라스가 부각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대중정치에서 필수적이지만, 시리자를 대표할 다수의 정치가들을 대중적으로 각인시키는 정치기획이 필요해 보인다.


두 번째는 시리자 강령에 따라 국내 정치 경제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1월 총선에서는 시리자 공약으로 ‘제3차 구제금융은 없다’고 했지만, 이제는 달라진 상황이다. 이러한 조건에서도 존 밀리오스가 제안한 것처럼 “협동 계획, 서비스 산업 분야에서 폐쇄된 공장이나 기업들을 다시 열거나, 노동자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소득과 부의 재분배를 위한 정의로운 조세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관련 내용 링크)


세 번째는 시리자 정부는 독일 재무장관 쇼이블레 등은 공식적으로는 거절하고 있지만, 유럽채권단과 ‘부채 탕감’에 대해서 다시 논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외교적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제조건들은 우선 국내 정치와 시민사회의 통합력을 높이는 것이고, 유럽 국가들의 반-신자유주의 세력들과의 연대를 심화시키는 것이다.


아니러니하게도 트로이카의 한 축인 국제통화기금의 수정적 태도는 시리자 정부에게 약간의 숨 돌릴 틈을 줄 수도 있다. 지난 7월 14일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에서 언급된 ‘부채 탕감’, ‘원금 상환기간 30년 연장’, 그리고 ‘360억 추가 지원’ 등에서 확인되듯이, 7월 13일 제3차 구제금융 양해각서는 현실적으로 실천 불가능할 확률이 높다. 트로이카의 한 축인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들은 그리스 채무가 지속불가능하다고 이미 결론을 내리고 있다.(관련 내용 링크)


주목해볼 만한 사실은 9월 20일 총선 전, 9월 17일 국제통화기금(IMF) 제리 라이스 대변인의 발언이다. “국제통화기금은 그리스 정치개혁과 채권단의 부채탕감이 선행되어야만 제3차 구제금융에 참여한다” (관련 내용 링크)


국제통화기금(IMF)뿐만 아니라, 영국 경제사회 조사연구소 (NIESR)도, 8월 5일자 뉴스에서, 현재 3200억 그리스 부채 중에서 GDP의 55%에 해당하는 950억 유로 빚 탕감이 있어야, 올해 그리스 채무는 GDP의 130%에 이르게 된다고 봤다. 이러한 부채탕감이 없는 상황에서 “부가가치세 인상과 기초재정 기준 강화로 인해서 그리스 경제는 2015년~2016년 더 나빠질 것이다”고 주장했다.(관련 내용 링크)


그리스 해운

그리스 최대 항구 피래우스 사유화 매각을 다시 진행시켜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는 그리스와 시리자 정부


네 번째는 지난 7개월간 유럽채권단 트로이카와의 협상에서 지적된 ‘플랜 B’의 부재에 대한 대비책을 시리자 II 정부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지난 번 치프라스와 바루파키스 등 시리자 협상팀은, 트로이카와의 협상장에 들고 간 카드는 ’단기국채 T-Bills 1년 한도액을 250억 유로로 증액을 통한 기초재정 흑자 달성’, ‘명목GDP 성장율과 단기국채 이자를 연계시켜, 성장율이 낮으면 이자를 갚지 않는 조항을 삽입해서 기초재정 흑자를 달성’, ‘ 1953년 런던 협약 모델을 내세워 경제성장과 채무 상환 연계’, 그리고 ‘2차 세계대전 나치 전쟁범죄 배상, 3320억 유로 요구’ 등이었다.


그러나 트로이카와의 협상에서 이러한 시리자의 제안들은 수용되지 않고 거절당했다. 오히려 시리자 총선 ‘긴축 철폐’ 공약에서 훨씬 후퇴한 다음과 같은 주요한 ‘긴축안’을 받아왔다.


‘가난한 연금 생활자에게 지급하던 연대기금(EKAS) 연금 230유로 폐지’, ‘부가가치세 식당 음식 배달업 23%, 호텔 에너지 수도세 13% 등 인상’, ‘노동자 해고를 편리하게 하도록 노동시장 유연성 요구’, 그리스 국가 재산 매각을 통한 채무 상환, ‘전기송전회사(ADMIE) 2015년까지 사유화’ ‘피래우스 항구 사유화’ 등 매각으로 500억 유로 펀드기금 조성 등이 대표적인 ‘긴축안들’이다.(관련 내용 링크)


그런데다 시리자-그리스독립당 (ANEL) 연립정부는 앞으로 2개월 동안 지난 7월 13일 ‘제 3차 구제금융’ 860억 유로(108조 3400억원) 댓가로, 100개가 넘는 관련법을 그리스 의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


9월 20일 총선 이후, 시리자 결정에 반대한 ‘민중연합’ 소속 의원 25명이 의원직을 상실했기 때문에, 그리스공산당(KKE)과 친나치 극우세력인 ‘황금새벽당(GD)’을 제외하고는, 시리자 정부가 통과시킬 법안들에 반대표를 행사할 정당은 없다. 그렇다면 유럽채권단과의 협상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 그에 대한 계획을 시리자는 발표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2014년 9월 테살로니키 시리자 강령과 정책들의 수정을 의미한다. 시리자의 기존 정체성을 잃지 않고 어떻게 ’플랜 B’를 만들 것인가가 그들에게 놓인 어려운 과제이다. 시리자 정부는 ‘플랜 B’ 안에 그렉시트와 드라크마 복귀 주장까지도 열어놓고 토론에 부치는 등, 다양한 시도들을 공개적이고 효율적으로 정치 대안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다섯 번째는 시리자가 정당으로서 성공한 이유 들 중에 하나는, 정당과 의회 바깥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회운동 흐름들과 자율적인 시민들 조직들과 ‘수평적 연대’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지난 트로이카와의 협상 과정에서는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그리스 정치 경제 개혁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다. 노동력 부족으로 축소된 농업과 문닫은 공장들에서 어떻게 다시 그리스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경제 재건의 주체가 될 것인가도 중요한 시리자의 과제이다. 아울러 유럽채권단에서 기초재정 흑자를 위해 강요한 공무원 감축에 맞서서, 시리자 정부는 어떻게 다시 ‘공적 서비스’ 고용 창출에 성공할 수 있는가 역시 단기적으로 중요한 정치적 임무가 될 것이다.


유럽채권단의 ‘긴축안들’을 수용하고, 그 대신 860억 유로를 지원받기로 했다. 이 860억 유로의 사용처는 노동자들의 삶의 개선이 아니다. 치프라스가 인터뷰한 대로, 제3차 구제금융 이후 830억 유로가 생긴다면, 470억 유로는, 그리스 국채 및 대출 상환 비용이고, 200억 유로는 그리스 은행 재자본화에 사용되고, 45억 유로는 공무원 체납 임금으로 지급된다고 밝혔다. (관련 내용 링크)


결론적으로 시리자는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노동자들의 삶의 개선하고 권력과 부, 소득의 재분배를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사회운동 정당들과 개인들의 네트워크, 무지개 좌파연합으로서 시리자가 ‘집권’하게된 정치적 의미를 획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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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비교/국제정치2015. 8. 15. 13:18
그리스 국민투표,
긴축정책 '반대' 61%로 압승
급진좌파 시리자, 국민 신임과 정치적 권한 부여받아
    2015년 07월 06일 09:2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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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카(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연합 집행위EC) 채권단이 자신들이 요구하는 긴축정책안을 국민투표에서 부결시킨다면 이는 유로존과 유럽연합 탈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협박과 공포를 가했음에도 그리스 국민의 압도적인 61%가 ‘긴축정책 반대’에 투표를 던졌다. 잘못된 긴축정책은 더 이상 수용할 수 없다는 국민적 의지가 깔려 있는 것이다.

긴축정책 찬반 국민투표가 박빙을 보일 것이라는 게 대다수의 예상이었지만 5일(그리스 현지시간) 투표 결과는 반대가 61%로 찬성(39%)을 20%포인트 이상 앞질렀다. .

여러 차례 진행되었던 사전 여론조사에서 찬성과 반대가 각각 40% 초반을 전후하여 1~2%포인트 안팎의 박빙을 보였지만 예상을 깨고 ‘반대’가 압도했다.

국민투표의 투표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2015년 6월 25일 유럽위원회(EC),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가 그리스에 제시한 2가지 내용을 담은 “합의 계획서”를 수용하겠는가? “합의 계획서” 첫 번째 서류 제목은 ‘현재 긴축 프로그램의 실행을 위한 개혁’이고 두 번째 서류 제목은 ‘예비 채무 지속가능에 대한 분석’이다. 찬성 그리고 반대.





유럽연합 집행위는 이날 채권단 제안이 부결되자 성명을 내고 그리스 국민의 의사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최대 채권국인 독일의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의 올랜드 대통령도 투표 직후 서로 통화를 하여 긴급 회동을 할 것을 확인하고,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는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투표 결과 채권단과의 협상 등에서 국민들의 정치적 신임과 권한을 부여받은 그리스 시리자 정부와 트로이카는 새로운 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8월까지 다시 밀고 당기는 협상 마라톤이 예상된다. 지난 6월 25일 협상이 중단된 4~5가지 주제들을 놓고 재격돌을 하게 될 것이다.

이번 주 가장 중요한 주제는 다음과 같다. 긴축정책에 대한 국민투표의 ‘반대’ 결과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에 부족한 유로를 제공할 것이냐 말 것이냐이다.

그리스 시리자 정부와 유럽중앙은행 (ECB)는 7월 6일 월요일 협상을 재개할 것이다. 독일 메르켈 수상과 프랑스 대통령 올랑드가 월요일 긴급 회동을 할 것이다. 그리스 언론 에카티메르니(Ekathimerni)에 기고한 스테르기우(Stergiou)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있다.

그리스에 좋은 그림이란 유럽중앙은행이 그리스 은행들의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유로를 지급하는 것이다. 시리자 정부와 유로그룹의 재협상을 통해서 그리스는 당면한 ‘빈곤’ 문제를 인도주의차원에서 해소할 수 있는 유로를 확보할 것으로 보이지만, 시리자의 애초 목표치에는 약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리스에 최악의 시나리오는, 그리스 시리자 정부와 트로이카의 재협상 중단, 유럽중앙은행이 그리스 은행들에 유로 지급을 중지하는 것, 그리스 은행들의 영업정지, 그리스 빈곤 심화 등이다.

그리스 경제 성장이 당장 이뤄지거나 고용율, 정부 흑자 재정이 올해 안에 달성되지 않기 때문에 현 시리자 정부는 자신들의 노선대로 유로존에 남으면서 트로이카로부터 최대한 시리자 총선 공약 내용을 관철시키려고 할 것이다

시리자 내부 좌파들은 ‘그렉시트'(유로존 탈퇴)를 플랜 B로 주장하고 있는 시리자 주류의 “유로존 내부 개혁’ 노선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다시 시리자 내부에서 격론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유럽 전역에 다시 ‘민족주의’ 흐름과 ‘유럽 전체 민주주의’ 간의 정치 투쟁이 본격화될 것이다. 프랑스 극우파 르펜이 그리스 시리자 정부의 국민투표 결과를 칭송하는 것은 그 하나의 예이다.

결국 독일과 프랑스의 협상 내용에 따라, 트로이카가 그리스 시리자 정부에 얼마나 양보할 것이냐가 다시 결정될 것이다. 시리자는 다시 힘겨운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

그리스 국민투표을 며칠 앞두고 IMF는 현재의 그리스 상태로는 채무를 유지하고 상환하는 게 지속불가능하며 대규모의 추가 구제금융과 상당한 규모의 채무 탕감이 필수적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유럽 채권단이 이 발표를 저지하려고 했지만 IMF는 보고서를 발행했다. 채무 탕감이 필수적이라는 그리스 시리자 정부에게 어느 정도 힘을 실어주는 조치였다.

또 지난 5개월 내내 그리스 시리자 정부에게 가장 가혹하고 혹독한 비난자였고 긴축정책의 실행이 없다면 그리스는 유로존을 나가게 될 것이라고 일관되게 협박을 했던 독일 쇼이블레 재무장관도 그리스 국민투표 하루 앞두고 독일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의 국민투표 부결이 유로존 탈퇴를 곧바로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강경 태세를 완화했다. 그리스 국민투표 부결에 대한 후과과 대응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배경이었다.

국민투표 그 자체가 그리스에 낙관과 희망을 청사진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난 5년간 그리스 경제와 국민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던 긴축정책을 더 이상 수용할 수 없다는 단호한 의지를 채권단과 전세계에 표현했다.

이어지는 채권단과의 재협상의 여정이 쉽지 않고 험난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그리스 국민들은 채권단이나 관료들이 아니라 자신들이 자신들의 운명을 결정하겠다는 의지는 적어도 희망이 시작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이다.




Posted by NJ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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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비교/국제정치2015. 7. 27. 01:58
그리스 3차 구제금융
굴복과 투항인가, 전술적 후퇴인가
3차 구제금융 합의의 속살, 그리스의 운명은?


올해 92세 2차 세계대전 당시 반-나치즘 운동가, 글레조스 (Glezos)가 유럽의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유럽의회 시리자 대표해서 의원이 되었으나, 존 밀리오스 John Milios 에게 의원직을 넘겨주었다. 


By 원시
    2015년 07월 15일 10:2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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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긴 글이다.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의 17시간에 걸린 유로존 국가의 정상회의를 거쳐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 협상이 합의됐다. 독일과 채권단의 가혹하고 비정한 긴축정책 협박에 그리스의 시리자 정부가 결국 항복했다는 평가들이 많다. 하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과 그것이 미치는 함의를 분석한 글들은 많지 않다. 지난 1월 급진좌파 시리자의 집권부터 현재까지 그 궤적을 추적해왔던 원시님이 이번 7월12~13일 3차 합의에 대해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글을 보내왔다. 길고 긴 글이지만 숙독을 권한다. 상황이 급박하여 나누어 게재하지 않고 한번에 올린다. 맨 마지막에 현재의 합의안에 대한 그리스 여론을 첨부했다. 참고로 지난 원시님의 기고 글을 링크한다. 1회 / 2회 / 3회 <편집자>
———————–


7월 13일 제 3차 구제금융 협상,

유럽채권단 트로이카의 경제주권 포기 강요인가, 소나기 우선 피하려는 시리자(Syriza)의 “일보 전진을 위한 이보 후퇴” 전술인가? : 그리스인 72% 협상 일방적이었지만 불가피했다. 70.1% 의회 가결 찬성 여론


<글 순서>
– 아직 그리스 국민들은 ‘긴축통치’ 안에 굴종하지 않았다.
– 제3차 구제금융 협상이 미친 영향, 독일 재무장관 쇼이블레는 사임할 것인가?
– 제3차 구제금융 협상이 그리스 시리자 내부 분열을 가져 올 것인가?
– 구제금융 협상안 17시간 마라톤 회의 난항 이유 3가지 주제들
– 테살로니키 시리자 프로그램과 ‘치프라스 구제 금융 제안서’ 내용은 무엇이 다른가?
– 유럽 정상회의 ‘타협안’의 기초가 된 쇼이블레 ‘긴축 제안서’는 무엇을 담고 있었나?
– 시리자 정부의 향후 과제
– ‘협상안’에 대한 7월 14일 그리스 여론조사


0 서문 – 아직 그리스 국민들은 ‘긴축통치’ 안에 굴종하지 않았다.


그리스 좌파 정부 시리자는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 17시간에 걸쳐 유럽채권단 트로이카와 ‘제3차 구제금융안’을 놓고 힘겨운 줄다리기를 마쳤다. 19개국 재무장관 회의틀인 유로그룹의 협상 테이블에서 결론이 나지 않자, 독일 메르켈 총리 프랑스 올랭드 대통령 그리스 치프라스 총리, 유럽정상회담 의장 투스크(Tusk) 네 명이 따로 모여 그 협상을 마무리지었다.


제3차 구제 금융 협상안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그리스는 2018년까지 치프라스 시리자 정부 총리 ‘제안서’(1)대로 유럽안정화기금(ESM)과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860억 유로(108조 3400억원)를 받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 대신 그리스 시리자 정부는 연금제도, 부가가치세(VAT), 공공자산 매각, 노동법 개혁 등 강도 높은 트로이카 ‘긴축 통치’안을 이번 주 그리스 의회에서 통과시켜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지난 7월 5일 국민투표에서, 그리스 주민들은 트로이카(유럽연합 EU, 유럽중앙은행 ECB, 국제통화기금 IMF)의 ‘긴축 프로그램’에 기초한 협상안을 61% 반대로 부결시켰다. 그런데 이번 ‘제3차 구제금융 협상안’은 트로이카의 ‘긴축 통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되었다. 그리스 국민들 사이에서 양해각서 아니라 그리스 경제주권 포기 각서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원시1

(사진 1. 쇼이블레를 비판하는 그리스인들, 7월 5일 국민투표 직전. “5년간 쇼이블레는 그리스인들의 피를 빨아먹었다”)


그렇다면 그리스 좌파연합정당인 시리자의 ‘긴축 통치 종식’ 공약과 정치적 실천은 실패인가? 필자는 이러한 질문에 단언적으로 말할 수 있는 능력은 되지 않는다. 다만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전에 몇 가지 생각해볼 사실들과 주제들이 있다고 본다.


비록 트로이카의 ‘쇼이블레 산성’에 막혀 시리자가 관철시키지는 못했지만, 다음과 같은 시리자 전술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평가가 있어야 한다. 시리자의 공식입장은(2) 그리스 유로존 탈퇴(그렉시트)가 아니라, 유로존 내부 개혁 노선이었기 때문에, 유로그룹 협상 테이블에서 ‘빚 탕감’, ‘단기 국채 T-Bill’ 발행 한도 확장, ’명목 GDP 증가율과 채무 원금 및 이자 상환 연계(스왑)‘,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및 투자 증액 등을 관철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지난 5개월 동안 그리스 시리자 정부와 트로이카의 협상에서 드러난 사실은 ‘중과부적(衆寡不敵)’ 그것이었다. 유로 통화를 공식 화폐로 쓰지 않는 유럽 국가의 좌파들과 유로존 내부 좌파들의 정치적 힘과 연대의 파괴력은 독일 보수파 메르켈과 쇼이블레의 장벽을 뚫어낼 만큼 크지 못했고, 그리스 시리자 정부의 엉덩이가 트로이카라는 만원 버스 안으로 들어가게끔 그 추진력 뒷심이 센 것도 아니었다.


아울러 지난 1월 25일 이후, 집권 5개월 동안 전임 신민당(ND)-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PASOK) 연립정부의 묵은 때를 벗겨낼 겨를도 없었다. 트로이카와의 협상 테이블, 다시 말해서 좌파의 외교력을 검증받는 데 모든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시리자 정부의 현실을 고려했을 때, 그리고 그 시리자 정부의 외교력과 집권 이전 대중투쟁의 파괴력과의 차이를 감안한다면, 그리스 시리자 정부의 실패를 지금 단언하는 것은 너무 인내심이 없는 것은 아닐까 한다.


물론 그리스 시리자가 2014년 9월 테살로니키 총선 공약에서 밝힌 트로이카 ‘긴축통치’ 종식 선언과, 지난 5개월간의 트로이카와의 협상 내용을 비교해본다면, 시리자의 총선 공약 실천과 성공은 그렇게 크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시리자와 그리스 독립당(ANEL)이 2차 세계대전 당시 그리스에 대한 나치 범죄 비용으로 독일이 3320억 유로를 배상해야 한다는 주장은 트로이카와의 협상 테이블의 안건으로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 규모 돈이면 현재 그리스 국가채무를 거의 다 상환할 수 있다. 이러한 역사적 책임 소환과 해결이 단지 시리자-그리스 독립당의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면 말이다.


또한 시리자(Syriza)가 그리스 국가채무 해결방식으로 제시한 모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승전국이 패전국 독일에게 취한 ‘빚 탕감’과 ‘경제성장과 연계한 원금/이자 상환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시리자 공약을 트로이카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관철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유럽 채권단 트로이카의 관제탑인 독일은 승승장구했는가? 시리자 정부도 트로이카의 ‘긴축통치’안을 후퇴시키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트로이카의 완전한 승리라고 단언하기도 아직 이르다. 쇼이블레와 메르켈의 불화설과 쇼이블레 퇴진설도 독일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아울러 시리자와 그리스 국민들도 트로이카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등 승전국이 마샬플랜을 들고 나와서 유럽 경제 재건을 해준 것처럼, 현재 유로존 국가들이 그리스 경제 재건을 위해 제2의 뉴딜 정책을 손쉽게 선물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외교적 협상은 협상이고, 그리스 민중들의 정치적 실천은 또 다른 그들의 숙제일 뿐이다.


공은 다시 그리스 시리자와 경제주권을 빼앗아간 트로이카의 ‘긴축통치’에 저항할 그리스인들에게 넘어갔다.


1. 제3차 구제금융 협상이 미친 영향,


독일 재무장관 쇼이블레는 사임할 것인가? 메르켈과 쇼이블레의 미묘한 불화설이 나오다.


토요일 유로그룹 회의에 비공식적으로 제출한 문건(3)에서, 쇼이블레는 만약 그리스 정부가 ‘긴축 프로그램’을 수용하지 않으면, 5년간 그리스는 일시적으로 유로존에서 탈퇴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협상 타결 이후, 그리스는 물론이고 인터넷 SNS 공간에서도 쇼이블레와 독일 나치즘을 비유하는 글들과 그림들이 올라오고 있다.(4) 쇼이블레와 유로그룹 등 트로이카의 협상안은 유럽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쿠데타’라는 트위터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원

<위 사진 설명 0. 7월 12일 협상 결과, 그리스 구제 금융 지원 구성 / 1) 2018년까지 신규 860억 유로 (108조 3400억원) : 재원 출처: 유럽안정화기구, 국제통화기금. 사용처: 은행 회생 재자본화, 채무 원금 이자 상환 / 2)500억 유로 (62조 4575억원) : 재원 출처: 그리스 공공 재산 매각. 사용처: 은행 재자본화, 유동성 공급, 유럽중앙은행 빚 청산, 중소기업 산업대출 및 금융 지원 / 3)브릿지 대출: 120억 유로 (15조 1075억원) IMF와 유럽중앙은행 채무 상환 / 4) 350억 유로 (44조 638억)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그렇다면 독일 여론은 쇼이블레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간단히 살펴보자. 최근 진보적 일간지 프랑크후르트 룬트샤우에서는 ‘쇼이블레-위기’를 박스 기사로 다뤘는데,(5) 그 핵심 요지는 다음과 같다. 지난 주 토요일 유로그룹 회담에서 쇼이블레 제안서는 연정 파트너인 사민당(SPD)의 지그마 가브리엘(Gabriel)과도 상의 없이, 유럽의회 의장 마틴 슐츠(Schulz)와도 조율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다 국제적으로도 쇼이블레는 ‘적군 이미지’로 각인되었고, 특히 미국 케인지안 경제학자로 알려진 크루그먼, 스티글리츠, 제프리 삭스 등은 쇼이블레 주도 독일 정치를 ‘비정하고 비합리적이고 충격요법’이라고 혹평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기민당(CDU) 탄생 70주년을 맞이하여 쇼이블레 재무부 팀 전원 교체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프랑크후르트 룬트샤우지는 전했다.


원시3

사진 3 : 독일 좌파당 “쇼이블레 당신이 나가라: 쇼이시트 (Schaueixt

이러한 기사에 앞서 지난 6월 12일자 슈피겔지에서는(6) 메르켈과 쇼이블레의 불화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독일 국민 70% 이상이 독일은 그리스에 대한 추가 지원을 반대한다는 여론이 있음에도, 유럽 연합 민주주의 차원에서는 메르켈의 정당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슈피겔 기사에 따르면 메르켈은 쇼이블레처럼 강경하게 그리스 유로존 탈퇴(그렉시트)를 주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그렉시트가 실제 발생했을 경우, 모든 정치적 책임은 재무장관 쇼이블레가 아니라, 메르켈에게 떨어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메르켈이 과거 서독 수상 헬무트 콜(Kohl)처럼 ‘유럽 연방’이라는 정치적 목표를 향해 뛰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독일 국가 현안에 더 큰 관심이 있다고 메르켈의 정치 범위를 평가했다. 올해 73세인 쇼이블레가 1972년 독일 연방 초선 의원이 되었을 때, 메르켈은 고교 졸업반이었고, 2000년에는 메르켈이 쇼이블레의 원내 총비서직을 역임했던 두 사람간의 복잡한 관계를 설명하면서, 향후 메르켈 정치에 쇼이블레의 옹고집이 걸림돌이 되지 않겠느냐고 슈피겔지는 내다봤다.


2. 제3차 구제금융 협상이 그리스 시리자 내부 분열을 가져 올 것인가?


(1) 그리스 시리자 정부 총리 치프라스의 협상 결과 평가는 어떠한가?


치프라스는 이번 협상안은 가능한 시나리오 중 가장 좋은 결과라고 자평했다. 왜냐하면 이 협상안 이후, 그리스의 독립과 향후 투쟁의 근거지를 마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인 그의 평가를 보자면, 이번 3차 구제금융 협상에서 그리스가 획득한 성공은 350억 유로 확보, 국가 채무 상환 연기, 그리스 은행 붕괴 방지, 정부 공공 자산 해외 매각 저지 등이라고 보고 있다.


치프라스의 이런 자평을 보면, 시리자 정부의 가장 큰 우려 사항이란 바로 그리스 은행 체계 붕괴이고 유동성 위기였다는 것이다. 그리스 은행 창구들과 현금지급기에 이어진 긴 줄들과 시민들의 불편 호소는 상상 이상의 것이었고, 유럽과 전 세계 보수 미디어의 줄기찬 공격 역시 상담한 정치적 부담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치프라스가 협상안이 타결되자, 던진 메시지는 다음 두 가지였다. “350억 유로의 경제성장 패키지와 채무 재구조화 합의를 통해서, “‘시장’은 그리스 유로존 탈퇴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7), 이번 협상 타결의 정치적 의미는 “우리가 전 유럽인들에게 존엄성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데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러한 성과가 있음에도, 갈 길은 멀다고 발표하면서, 그리스인들은 과거 정부체제에서 부와 권력을 독점한 소수 특권층(Oligarch)와 싸워야 하고, 급진적인 개혁 조치들을 완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2) 그리스 시리자 내부 급진파 의원들의 치프라스 ‘협상안’ 비판과 내부 분열 조짐


제3차 구제금융 협상안이 발표되자마자, 시리자 내부 급진파 정치조직인 <레프트 플랫폼>의 대표 라파자니스(Lafazanis) 의원은 의회 표결에서 ‘협상안’에 찬성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8) 한편 그렉시트를 대안으로 제출하고 있는 시리자 중앙위원이자 정치학자인 쿠벨라키스 (Kouvelakis)는 협상안을 항복문서라고 폄하하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겼다.


“오늘 트로이카와 그리스 시리자 정부 간의 협상은 ‘쿠데타’가 아니다. 이것은 전면적, 절대적, 무조건적인 항복(문서)이다. 오늘 협상은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유럽 좌파정부의 가장 명백한 패배이다. 트로이카의 무자비한 공격으로부터 시리자를 최소한이라도 방어하지도 못한 이 완전한 무능력이 애처롭다. 어려운 그러나 필요한 교훈이다. 유럽주의, ‘좌파 유럽주의’는 비극으로 귀결되고 있다. 그리스와 유럽이 미래 희망을 가지길 원한다면, 유로와 유럽연합이라는 사슬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 우리의 투쟁은 지속되어야 한다.”


이러한 시리자 내부 정치조직들 간의 내분은 지난 금요일 의회에서 치프라스가 유럽 채권단 트로이카에 제출한 “구제금융 제안서”에 대한 표결에서 이미 드러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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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7월 10일 그리스 의회, 33세 시리자 청년 의원, 파나기오타 드리첼리, 치프라스 ‘제안서’에 찬성하기 힘들고,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고 울먹이고 있다.


치프라스의 제3차 구제금융 협상안은 반대파 야당인 보수 신민당(ND)과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PASOK)의 지지를 받았지만, 오히려 일부 시리자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17명의 시리자 의원이 치프라스 ‘협상안’에 찬성하지 않았다.(9) 반대에 부딪힌 이유는 치프라스 협상안이 시리자 총선 공약으로부터 너무 많이 후퇴해서 트로이카 ‘긴축통치’를 종식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10)


<레프트 플랫폼> 대표 라파자니스와 국회의장인 콘스탄토풀루 (Konstantopoulou), 라파비차스(Lapavitsas), 시리자 정치국원 스타티스 레우차코스(Leoutsakos) 등이 ‘기권표’를 던졌다. 한편 시리자 내부 정치조직 <적색 네트워크 Red Network> 소속 의원인 이오아나 가이타니(Gaitani)와 엘레나 프사레아(Psarea) 등은 ‘반대’표를 던졌다. 이외에도 <레프트 플랫폼> 소속 15명 의원은 시리자 정부 붕괴를 막기 위해서 비록 ‘찬성’표를 던지지만, ‘협상안’ 결과의 의결 시에는 ‘찬성’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11)


위 표결보다 더 심각한 내부 갈등 문제는 내각 교체설이다. 시리자 내부 우파로 알려진 경제부 장관 스타타키스(Stathakis)와 파파디물리스(Papadimoulis) 등은 시리자 내각의 개편을 요구하고, 산업 에너지 장관 라파자니스와 국회의장인 콘스탄토풀루 등의 퇴진을 주장하기도 했다. 만약 시리자 내부 그리스 유로존 탈퇴(그렉시트)를 대안으로 제출하고 있는 ‘레프트 플랫폼’ 정파와 치프라스 다수파와의 갈등이 격화되면, 그리스는 다시 조기 총선에 돌입할 수 있고, 새로운 연립정부가 출범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번 주 중에 열리게 될 그리스 의회에서 제3차 구제금융 협상안을 두고 ‘표결’할 예정인데, 그리스 시리자 내부에서 격렬한 토론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리스 안팎의 좌파들이 시리자의 단결을 요구하고 있고, 그리스 민중들과의 연대 투쟁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시리자 구성원들이 어떠한 답변을 내놓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치프라스 역시 ‘협상안’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 30여명의 시리자 의원들을 어떻게 정치적으로 포용할 것인가 그 시험대 위에 서 있다.


그리스 시리자의 성공이냐 실패냐를 논하는 건 너무 성급해보이고, 어차피 현재 그리스 국가 채무는 2050년까지 상환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시리자의 반-신자유주의 투쟁과 유럽 좌파들과의 연대를 트로이카와의 협상안으로 축소시킬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유럽 보수파와 트로이카의 ‘철권 긴축 통치’ 강요에도 불구하고, 시리자 정부가 내건 총선 공약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따져볼 필요는 있다.


그럼 이제부터는 시리자의 총선 공약이었던 테살로니키 프로그램은 2월 20일 트로이카와의 협상, 그리고 7월 11일~12일 협상을 통해서 어떻게 변형을 거치게 되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3. 제 3차 구제금융 협상안이 난항을 겪게된 이유와 그 내용들


이번 제3차 구제금융 협상안을 두고,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간 17시간이 넘는 회의가 진행된 이유는 다음 세 가지 주제들 때문이었다. 첫 번째는 그리스 시리자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아테네에서 그리스 정부의 경제 구조개혁을 감시 관리하는 것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시리자는 이러한 국제통화기금의 계획을 ‘경제주권’ 훼손이라고 극렬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통화기금의 유럽 국가 채무 위기 개입은 약간 아이러니한 측면이 있다. 2010년 1차 구제금융 <메모랜덤> 체결 이전, 독일 총리 메르켈은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제3의 기구가 채무 위기를 겪는 국가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다는 이유로, 그 개입을 찬성했다. 이에 비해서 독일 재무장관 쇼이블레는 국제통화기금이 유럽 정치 경제에 끼여드는 것을 반대한 바가 있다.


두 번째는, 쇼이블레가 제안한 그리스 경제성장을 위한 ‘신용기금 500억 유로’안 때문이었다. 그리스는 500억 유로(62조 4575억원) 가치가 있는 공공자산(공항, 항구, 전기, 통신 등)을 사유화해서, ‘펀드’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500억 유로 펀드는 트로이카 감독 하에 그리스 정부가 소유하되, 외부 펀드 기구를 둬야 한다고 그는 제안했다.


세 번째는, 쇼이블레는 그리스가 트로이카가 제시한 ‘긴축 프로그램’과 ‘구조조정안’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그리스는 향후 5년간 일시적으로 유로존을 탈퇴할 것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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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 독일 여론조사 결과, 7월 3일, 그리스 국민투표 직전 독일 여론조사
질문 : 독일이 그리스에 더 많은 양보를 해야 한다고 보는가?
예 10%, 아니오 85%를 기록했다.
좌파당원들 중 28%가 “예”, 녹색당원들은 15%가 “예”라고 답했다. )

4. 쇼이블레가 제안해서 ‘협상안’으로 통과된 500억 유로 펀드 기금이란 무엇인가?

쇼이블레의 ‘외부 펀드 기구’ 운용이란 다음과 같다.


쇼이블레는 독일 정부 소유 개발 은행인 카에프베, 즉 재건을 위한 신용기구 (KfW:Kreditanstalt für Wiederaufbau)(12)의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 기구 산하에 ‘그리스 경제성장기구 IfG’가 있는데, 이와 같은 외부 펀드 기구를 만들어서, 500억 유로를 그리스 경제 성장과 회복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계획이 바로 쇼이블레 제안서이다.


카에프베 은행과 이전 집권했던 그리스 정부(신민당 ND- PASOK 연립정부)는 ‘그리스 경제성장 기구’ 산하에 세 가지 종류의 서브-펀드를 조성하기로 이미 협약을 맺은 바 있다.


2013년 2월 당시 ‘그리스 경제성장기구 IfG’ 프로젝트를 토론한 당사들은 그리스 재무부 장관 야니스 스투나라스(Stouraras), 그리스 경제발전 장관 하트지다키스(Kostis Hatzidakis), 그리고 카에프베의 경영 책임자인 울리히 쉬뢰더(Ulrich Schröder)였다.


당시 하트지다키스 경제발전 장관은 ‘그리스 경제성장기구 IfG’의 3가지 종류의 서브 펀드 조성 제안을 승인했다. 첫 번째 서브 펀드는 그리스 중소기업에 은행 대출을 해주는 것이고, 두 번째 서브 펀드는 주식 지분을 중소기업에 제공하고, 세 번째 서브 펀드는 인프라 구축에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첫 번째 서브-펀드는 2014년 5월 7일에 룩셈부르크에서 창립되었다. 독일 연방 정부를 위해서 그리스 정부와 케에프베 은행은 각각 펀드 채무에서 1억 유로를 이 서브-펀드로 사용할 것이다. 이 펀드는 그리스 중소기업에 대출되고, 그리스 은행이 그 기업들에 돈을 빌려주는 형태를 취하는 것이다.


쇼이블레가 7월 11일 토요일 유로그룹에서 제안한 것이 바로 이 500억 유로 상당의 그리스 공공자산을 사유화하고, 그 돈을 ‘그리스 경제성장기구 IfG’와 같은 외부 펀드 기구에 맡겨서, 은행을 재자본화하고 경제성장을 달성하면서, 그리스 국가 채무를 갚아 나가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쇼이블레의 ‘외부 펀드 기구’ 제안은 2014년 9월 시리자의 ‘테살로니키’ 프로그램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시리자는 트로이카가 감독하는 500억 유로 펀드 기구가 아니라, 30억 유로 규모(3조 7474억원)의 공공개발은행과 특수목적 은행을 설립하려고 계획했고, 이 재원은 그리스 재정안정기금(EFSF) 110억 유로 중에서 30억 유로를 사용하고자 했다.


시리자는 이러한 트로이카가 감독을 떠맡는 ‘외부 펀드 기구’는 경제주권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대했지만, 결국 최종 협상안에서는 트로이카의 안을 수용했다.


그렇다면 치프라스 총리가 10일 제안한 ‘구제금융 제안서’는 무슨 내용을 담고 있길래, 시리자 내부 의원들이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고 비판했던 것인가?


5. 그리스 시리자 정부가 트로이카에 제출했고, 지난 10일 의회에서 가결된 ‘구제금융 제안서’ 내용은 무엇인가?


지난 6월 25일 트로이카와 그리스 시리자 정부는 다음과 같은 5가지 주제를 놓고 타협을 이루지 못해 협상 테이블을 떠났다.


첫 번째 유럽 채권단은 그리스 연금과 공무원 임금을 대폭 깎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시리자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두 번째, 국제통화기금(IMF)는 시리자 정부가 사회복지지출을 대폭 줄일 것을 요구했다. 세 번째, 유럽 채권단은 저소득 연금 생활자에게 지급되는 인도주의적 차원의 ‘사회복지기금’을 철회할 것을 그리스 정부에 요구했다. 그러나 시리자 정부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네 번째, 유럽 채권단은 부가가치세 확대를 요구했으나, 그리스는 의약품과 전기세에 더 이상 부가가치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특히 관광산업 위축을 가져오는 호텔과 식당 부가가치세 인상을 시리자 정부는 반대했다. 다섯 번째 시리자 정부는 유럽 채권자들(트로이카)에 부채 탕감을 요구했으나, 이는 거절당했다.


10일 의회에서 시리자 소속 2명, 그리스 공산당(KKE), 친-나치 극우정당 황금새벽(GD) 등이 반대하고 나머지 시리자, 그리스 독립당, 포타미, 신민당(ND),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PASOK) 소속 251명이 찬성한 ‘시리자 제안서’에서는 위 5가지 주제들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가?


첫 번째 연금 제도 개혁과 관련해서는 시리자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지급한 연금을 점진적으로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것 역시 테살로니키 프로그램에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빈곤선 아래로 처진 그리스인을 위해 20억 유로를 예산 책정하겠다고 했는데, 트로이카의 압력 때문에 이를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시리자 제안서’에서 연금 개혁과 관련해서는, 조기 은퇴자에게 불리하게 연금 제도를 수정할 것이라는 계획이다. 2019년 12월까지 연대기금(EKAS) 연금(13)을 폐지한다. 그리스 연금 생활자들 중 연간 월 소득을 계산한 후, 가난한 연금생활자에게 한 달 230 유로씩 지급해왔으나, 기금 부족으로 그 액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왔다. 이마저도 이제 폐지하고, 2016년 3월까지 상위 20% 연금생활자부터 점진적으로 폐지한다. 또한 2015년 6월 30일 이후 은퇴한 사람들에게는 소득과 자산 조사(Means-test)를 한 후에 67세부터 기초 연금을 지급할 것이다.


두 번째 국제통화기금(IMF)는 그리스 시리자 정부가 사회복지지출을 대폭 줄일 것을 요구했는데, 이번 ‘시리자 구제금융 제안서’에 담긴 내용을 보면, 그간 농업 종사자들에게 제공된 에너지, 특히 디젤 연료 지원금을 폐지하기로 했다. 올리브 생산자들을 비롯하여 농업 종사자들에게 세금 감면 혜택을 준 것도 폐지한다.


세 번째 트로이카가 계속해서 강조한 정부 기초재정 흑자 목표를, 2015년 GDP의 1%, 2016년 2%, 2017년 3%, 2018년 3.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조세 확충을 위해서 그리스 통계청(ELSTAT)의 독립화를 추진하고, 법인세를 26%에서 28%로 인상하며, 부가가가치세(VAT)를 개혁하겠다고 제안했다.


트로이카에서 압박을 가한 부가가치세 인상 조치에 대해서, 시리자 정부는 2016년까지 부가가치세를 GDP의 1%까지 확보하고, 표준세율은 식당, 음식 배달업에 적용되는 23%로 맞추기로 결정했다. 생필품 음식, 에너지, 호텔, 수도세 등의 세율은 13%, 의약품, 책, 연극 공연 등은 6% 세율로 정했다. 과세기준을 강화하고, 보험세를 인상하며, 그리스 섬지역에 주던 세금 감면 혜택을 점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한편, 국방비는 2015년 1억 유로 감축하고, 2016년에는 2억 유로를 축소시키로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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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6: 사진 : 그리스 산업 구성에서 서비스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육박한다. 부가가치세 23% 세율 표준화는 그리스 관광업 식음료업계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의 원성을 듣고 있다. )


네 번째, 그리스 시리자는 트로이카의 노동시장 유연성 요구에 대해서는, 세계노동기구(ILO) 기준에 부합하는 노동법과 노동시장 제도를 확립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다섯 번째, 생산물 시장에 대한 트로이카의 개방 요구에 대해서는, 관광버스, 트럭 면허증, 식당요리 조리 자격증, 상가 건물 기준 등을 OECD 기준에 맞추겠다고 제안했다. 또한 외국인들에게 허용이 금지된 직종들(엔지니어, 공증인, 보험사, 집달관, 관광 대여 업체 등)을 해외에 개방하겠다고 약속했다.


여섯 번째, 가장 중요한 현안이자 시리자 내부뿐만 아니라, 전 그리스인들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공공기업 해외 매각 및 사유화 계획에 대한 것이다.


‘시리자 제안서’에 따르면, 전기송전회사(ADMIE)를 2015년 10월까지 사유화할 것이고, 한번 결정된 사항은 되돌릴 수 없다고 약속했다. 또한 공항지역 공항들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중국과 줄다리기 협상으로 잘 알려진 항구 항만 매각에 대해서는, 피래우스(Piraeus), 테살로니키, 헬리니콘 항구 등을 사유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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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7: 그리스 최대 항구 피래우스 Piraeus : 1500명이 넘는 항만 노동자들이 1년에 2만 4천 선박 물동량을 책임지고 있고, 지중해 연안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항구이다)


이러한 사유화 계획에 대해서는 지난 2월 시리자 산업 에너지 장관 라파자니스가 강하게 반발하며, 공공자산 매각은 시리자 정책이 아니라고 주장한 바가 있다.(14) 이와 별도로 피래우스 항만 노조 역시 이러한 사유화 및 해외 매각에 대해 반대할 것이다.


시리자 중앙 정부가 기오르고스 고고스(피래우스 항구 항만 노동자, 피래우스 노조 위원장, 시리자 당원) 인터뷰 내용대로(15), 피래우스 항구 사유화 과정에서 시리자 정부가 어떻게 피래우스 항만 노동자들과 민주적으로 의사결정을 해나가느냐가 또 하나의 관건이 될 것이다. 시리자 정부는 그리스 최대 항구 피래우스 사유화에 대해서, 전임 정부가 내건 정부소유 67% 지분 매각이 아닌, 51%의 지분을 경매에 부치겠다고 지난 5월 발표한 바 있다. (16) 이러한 조치 역시 지난 1월 시리자의 피래우스 항구 사유화 반대 발표를 고려할 때, 정치적 후퇴라고 볼 수 있다.(17)


또한 치프라스는 2015년 10월까지 그리스 정부가 100% 소유하고 있는 트라아노세 로스코 (TRAINOSE ROSCO) 사유화를 위한 경매를 공고하기로 했다. 통신회사인 OTE의 정부지분을 그리스 정부 재산 개발 펀드(HRADF)에 이전하고, 이사회의 권한을 강화하기로 했다.


시리자는 원칙적으로 정부 소유 공공 자산인 공항, 철도, 항구, 전기 등은 사유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국제통화기금(IMF) 등 트로이카는 지속적이고 끈질기게 그리스 국가채무 해법은 공공자산 매각뿐이라고 압력을 가했는데, 이러한 힘겨루기에서 그리스 시리자가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끝으로 시리자가 테살로니키 프로그램(2014년 9월)과 시리자 경제 프로그램 (2012년)에서(18) 강조한 ‘부채 탕감’은 트로이카와 유로그룹에서 거절당했다.


6. 유럽 정상회의 ‘타협안’의 기초가 된, 쇼이블레 ‘긴축 제안서’는 무엇을 담고 있었나?


토, 일요일 이틀간 협상 이후, 형식적으로는 유럽 정상 이름으로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안이 발표되었다.(19)그러나 이 협상문의 기초는 토요일 유로그룹 회의에서 비공식적으로 발표된 쇼이블레의 제안서였다(20). 이 4페이지 문건 내용을 보면, 유럽 채권단 트로이카가 얼마나 깊게 강하게 그리스 경제 주권을 침해하고 있는지 금방 드러난다.

그 주요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그리스가 유럽안정기구(ESM)기금 860억 유로를 받는 대신, 국제통화기금(IMF)는 그리스 정부가 트로이카가 제시한 ‘긴축 프로그램’을 잘 실행하고 있는지를 감시 관리 감독한다.

7월 15일 그리스 의회에서 다음과 같은 조치들을 담은 법안들이 통과되어야 한다.

(1) 부가가치세(VAT) 체계를 간소화하고, 과세 기준를 확대해서 조세 수입을 늘여야 한다.

(2) 포괄적 연금 개혁 프로그램 도입으로 연금제도의 장기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3) 그리스 민법 체계를 개혁해서 민사소송이 용이하도록 한다.

(4) 그리스 통계청(ELSTAT)의 법적 독립화

(5) EMU 유럽 경제통화동맹에서 ‘안정, 협조, 행정 협약 the Treaty on Stability, Coordination and Governance’ 연관 조항들을 법률로 만들어야 한다.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 전에 그리스 재정 흑자와 적자 차이를 계산해서 자동적으로 예산 삭감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에 국가 재정 심의회(Fiscal Council)를 설치해야 한다.


(6)그리스는 유럽위원회(EC)의 지원 하에 1주일 이내로 ‘은행 회생과 해결 지침서(BBRD)’를 채택해야 할 것이다.(21)


그리스 정부는 ‘구조 개혁안’을 실천할 구체적인 평가기준들, 이정표, 양적인 측정 기준들을분명하게 담고 있는 경제개혁 법안과 실행 지침서를 트로이카에 다시 제출해야 한다.

트로이카에 제출해야 할 것은


1) 연금제도 개혁

2) OECD 툴키트(tookit) 권고안 실행을 위한 계획표 제시: 생산물 시장 개혁, 일요일 무역, 판매 기간, 약국 소유, 우유, 빵, 페리 운송업 등 외국인에게 불허된 직종들 개방 등

3) 에너지 시장 개방, 전기송전회사(ADMIE) 사유화 진척시킬 것

4) 노동시장, 노동법 개혁

트로이카의 동의하에 단체 협약, 파업과 같은 단체 행동, 집단 해고 등 노동법을 개혁할 것

5) 금융산업 강화할 것.

그리스 재정 안정 펀드(HFSF)와 은행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그리스 정부가 이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은행의 부실 대출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리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1) 사유화 계획표를 제출하고, 공공 재산 가격을 측정할 사람/집단/기구 등을 만들어야 한다.

2) 500억 유로 상당의 그리스 재산을 이전받을 외부 독립적인 펀드 기구를 만들어라. (예를 들어 룩셈부르크에 ‘그리스 경제성장기구’) 이 외부 펀드기구는 트로이카의 감독 하에 그리스 정부가 그 펀드를 운용할 것이다.

3) 그리스 행정부의 현대화를 해야 한다. 그리스 행정부의 탈-정치화 (de-politicizing)와 업무능력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제안서는 7월 20일까지 트로이카에 제출되어야 한다. 정부 지출비를 축소해야 한다.

4) 그리스 정부는 트로이카의 감시 관리 감독 하에, 모든 법안 초안들을 트로이카 관료들과 상의해야 한다.

5) 시리자 정부가 들어서고 난 이후 만들어진 ‘법률’은 다시 원상복귀하거나 수정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 법안들은 트로이카와 상의하지 않았거나 트로이카가 동의하지 않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위 요구사항들은 트로이카가 그리스 정부와 협상하기 위한 최소한 조건들이다.

이에 덧붙여, 7월 20일까지 70억 유로, 8월 중순까지 50억 유로를 그리스에 지급하기 위해서 새로운 양해 각서 (MOU)가 필요하다. 또한 트로이카는 그리스에 대한 부채 탕감 계획은 없기 때문에, 그리스는 채권자들에게 모든 빚을 갚아야 한다.

협상 주체에 대해서는, 유로그룹과 유럽안정화기구(ESM) 이사회는 그리스와 신규 유럽안정화기구 프로그램을 협상하도록 유럽 채권단 트로이카에 그 권한을 위임할 것이다. 만약 트로이카와 그리스 간의 협상이 실패할 경우, 트로이카는 곧바로 그리스 채무 구조조정에 들어가며, 그리스는 유로존으로부터 ‘타임-아웃 (일시 휴식)’에 대한 신속한 협상을 개시할 것이다.


원시8

(사진 8: 지난 주말 유로회의와 정상회담 난항을 보여준다. IMF 총재 라가르드와 그리스 재무장관 차카로토스 )


7. 결어 : 제 3차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 타결 과정의 극적 반전과 시리자 향후 과제


이번 협상안 타결까지는 극적인 반전들이 몇 차례 있었다. 6월 25일 협상 결렬로, 7월 5일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는 트로이카 ‘긴축안 반대’였고, 무려 61% 그리스 국민들이 시리자 정부의 ‘반-긴축 통치’ 입장을 지지했다.


이후 7월 10일 금요일 치프라스 시리자 정부 총리가 의회에 제출한 ‘제3차 구제금융 제안서’는 시리자 내부 <레프트 플랫폼>, <적색 네트워크> 등 급진적인 정치조직들과 그 소속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치프라스 ‘제안서’는 트로이카에 너무 많은 양보안을 담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투표 결과 30여명이 넘는 시리자 소속 의원들이 내용상 ‘반대’를 표명했으나, 시리자 반대당으로 알려진 신민당(ND)과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 (PASOK) 의원들의 지지를 얻었다.


로이터를 비롯 대부분 미디어에서는 그리스 의회에서 가결된 ‘시리자 구제금융 제안서’는 유로그룹과 유럽 정상회의에서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했다.(22) 특히 독일의 패권에 견제를 가하고 있는 프랑스 대통령 올랭드는 시리자 제안서가 ‘진지하고 신뢰할만하다’고(23) 칭찬하기도 했다.


그러나 7월11일 토요일 유로그룹 회의 출발부터, 독일 재무장관 쇼이블레는 ‘시리자 구제금융 제안서’의 신뢰성을 문제 삼고, 보수적인 핀란드 재무장관 알렉산더 스툽(Alexander Stubb)은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시리자 제안서는 실행의지가 부족하고, 채무자의 의무조항이 불충분하며, 그리스 경제개혁안이 부족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24). 유로존 19개 국가 재무장관들의 회의틀인 ‘유로그룹’ 내부 논의는 독일 재무장관 쇼이블레의 입김에 의해서 좌지우지 되고 있었음을 반영한다.


결국 유로그룹에서 협상 타결을 하지 못하자, 이탈리아 수상 렌치는 쇼이블레에게 “그만하면 됐소, 정도껏 하시오”(25)라고 반격을 가하기도 했다. 이탈리아는 이번 협상과정에서 프랑스와 함께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반대했다.

이제 시리자의 과제는 무엇인가?


제3차 구제금융 협상 타결 이후, 그리스 언론과 아테네 정가에서는 친-유로존 정당들끼리 다시 헤쳐모이고, 시리자 내부 ‘그렉시트(그리스 유로존 탈퇴)’를 주장하는 좌파들과 치프라스 등 시리자 다수파가 분열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치프라스 총리, 차카로토스(Tsakalotos) 재무장관 등 시리자 다수파는 최대한 <레프트 플랫폼>과 <적색 네트워크> 등 급진파 정치조직들을 포용해야 해야 한다. 왜냐하면 지난 5개월 트로이카와의 협상 과정 자체가 그리스 시리자의 정치적 실험과 실천의 전부가 다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그리스 국민들 61%는 트로이카의 ‘긴축 통치’ 독재에 반대하지만, 아직도 70%이상 국민들이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것에는 반대하고 있다. 시리자 내부 급진파로 소개되고 있는 <레프트 플랫폼>은 그리스 기존 화폐 드라크마(Drachma)를 사용함으로써 경제주권을 회복하고, 경상 수지 적자를 타개하며, 동시에 그리스 경제와 정치를 좌지우지했던 올리가크의 부패를 척결하면서 생산과 정치를 민중에게 되돌려 주자는 기획을 하고 있다.


그러나 <레프트 플랫폼>은 케인지안 거시정책에 근거한 경제성장과 소득정책이 아니라, 그리스인들의 이중적 여론(긴축통치는 반대하지만, 그렉시트 역시 찬성하지 않고 있는 이중적 여론)을 어떻게 정치적으로 해결할 것인가? 이에 대답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레프트 플랫폼>보다 더 적극적이고 급진적으로 ‘그렉시트’를 주장하고 있는 또 다른 좌파 안타르샤(Antarsya)와 차별이 없을 것이라는 진단 앞에 서게 된다.


유럽 민주주의 확장과 관련해서, 2014년 발표한 “유럽 연합의 생성과 쇠락 : 현재 시간과 목적론들”이라는 논문에서 에티엔 발리바르(Balibar)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 바가 있다. “그리스 국가채무 문제는 그리스 일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 전체의 문제이다. 유럽의 좌파는 일국 단위의 민주주의 연대를 유럽 전체로 확장시킬 때이다.”


시리자 내부 ‘그렉시트’를 주장하는 좌파들은 ‘드라크마’를 사용한다고 해서 국제연대를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이러한 발리바르의 문제 진단과 해법에도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자본은 국경을 넘어 성공하고 있지만, 노동자는 일국 노동조합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한 채, 유럽 좌파들이 고립되고 있다는 그의 지적을 새겨들을 필요는 있다.


지난 5개월 동안 그리스 시리자 정부와 유럽 채권단 트로이카의 협상에서 드러난 사실은, 중과부적(衆寡不敵)이었다. 트로이카가 장악하고 있는 제도적 공간들과 기구들에서, 그리스 시리자 좌파들이 구사할 수 있는 정치적 전술과 무기는 지극히 제한적이었다.


아울러 유럽 국가들 내부 자칭 좌파 그룹들, 정당들, 개인들 역시 트로이카의 제도적 링 위에서는 아직 힘이 부족했다. 물론 아일랜드 신 페인(Sinn Fein)(26), 독일의 좌파당(Die Linke), 녹색당, 스페인의 포데모스 등은 그리스 시리자의 원군이 되어주고도 남았다. 특히 지난 주 유럽의회에서 신 페인 소속 의원 마티나 앤더슨(Martina Anderson)은 “시리자 치프라스가 트로이카 독재에 맞서 싸우면서, 유럽 민주주의를 위해 가장 강력한 무기를 들고 있고, 아일랜드 장삼이사 갑남을녀 모든 사람들이 시리자를 응원한다”고 연설했다.



원시9

사진 9. 아일랜드 신 페인 (Sinn Fein) 청년당원들이 시리자를 응원하고 있다.


이번 주 그리스 시리자는, 그리스 좌파 정당들의 통합리그 결과로 만들어진 좌파연합으로서 ‘시리자’ 정치력이 그 시험대 위에 올라갈 것이다. 어떻게 시리자 내부 정체성과 통일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겠는가? 전 세계 진보와 좌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이다.


시리자는 과연 미국 브루킹스 연구원들의 흥미로운 분석대로(27) ‘트로이카는 국민 투표 이전에는 시리자와 그리스 국민을 따로 분리해서 봤지만, 7월 5일 국민투표 이후로는 시리자와 국민이 하나가 되었다’는 것을 시리자가 다시 한번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다음 글들에서는 우선 그리스 시리자 내부 ‘그렉시트’를 대안으로 제출하고 있는 <레프트 플랫폼>의 입장과 라파비차스(Lapavitsas)의 주장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리고 치프라스와 차카로토스(Tsakalotos) 등의 다수파는 왜 유로존 내부 개혁을 시도하고, ‘그렉시트’를 대안으로 삼고 있지 않는지, 존 밀리오스(Milios)등이 진단하는 그리스 위기 원인들과 해법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 부록 첨부 : 제 3차 구제금융 협상안에 대한 그리스 여론조사 결과 (출처 MEGA TV)

http://www.megatv.com/megagegonota/summary.asp?catid=27381&subid=2&pubid=34913129

표1

표 1. 설문 답변자 72% : 이번 트로이카와 그리스 시리자 정부 협상이, 유럽채권단 트로이카의 일방적었지만,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표2

표 2. 70.1% : 협상안이 이번 그리스 의회에서 통과되어야 한다 찬성.
25.3% 반대

표3

표 3. 64.5% : 행정부 내각 개편이 필요하다. 31.2%는 아예 조기 총선을 다시 실시해야 한다.

표4

표 4. 68.1% : 새 정부가 들어선다면, 가장 적합한 총리로 치프라스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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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비교2015. 7. 23. 16:46

김대중 (평민당, 민주당)의 농가 부채 탕감 정책 내용은 무엇이었는가? 

 1992년, 12월 3일 관훈 클럽에서 김대중 답변:

농민 부채 탕감은, 정부 정책 피해자이기 때문에 농민 부채 탕감 해줘야 하지만,

도시 서민들의 경우, 생활비 문제이기 때문에, 부채 탕감 대상은 아니다. 


1. 전두환 정권, 1987년 12월 10일 

  원금 및 이자 상환 유예시키다. 

- 12월 대선용 조치로 보임





2.  1988년 12월 29일자, 매일경제 신문 


농가 부채에 대한 각 정당들의 입장 

- 당시에도 소득세 감면 기준을 놓고 싸운 게 인상적이다.

- 김대중 평민당 총재, 5공화국 시절, 전두환 정권이 재벌에게 7조 원 탕감해준 사실을 상기시키고,

농민 부채 탕감 주장 근거 제시함.






3.  1992년, 12월 3일 관훈 클럽에서 김대중 답변


농민 부채 탕감은, 정부 정책 피해자이기 때문에 농민 부채 탕감 해줘야 하지만,

도시 서민들의 경우, 생활비 문제이기 때문에, 부채 탕감 대상은 아니다. 


- 김일성에 대한 비난과 평가가 흥미로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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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비교/국제정치2015. 3. 22. 14:03


그리스 시리자,

독일에 ‘역사적 빚’ 갚으라 요구

[시리자 Syriza 특집 ②] 부각된 '나치 전쟁범죄'의 문제들



By   /   2015년 3월 20일, 12:16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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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자 특집-1 링크 ’그리스 시리자, 신자유주의 폭풍 뚫을 수 있나’


1. 독일은 과거를 지우려 했지만, 그리스의 ‘현재’ 빚보다 독일의 ‘역사적’ 빚이 더 크게 재조명되었다.


그리스에게 독일 나치가 진 ‘역사적 빚’

기민당 “다 끝난 문제다,” 
좌파당 “그리스 은행으로부터 강제 대출 상환금, 이자까지 합쳐, 그리스에 110억 유로 지급해야,” 
그리스 나치범죄 연구소 “독일은 그리스에게 3320억 유로 보상하라 !”


지난 10일 동안 그리스와 트로이카와의 공방전은 때론 시니컬했고 반칙도 있었고 때론 뜨거웠다. 그런데 그리스 개혁안 논의는 언론에서 희미해지고 오히려 독일 나치 전쟁 범죄가 핵심 문제로 부각되었다. 양 국가 간 아직 침전되지 않은 역사의 진실과 화해라는 주제가 정치적 이슈로 재점화된 것이다.


그 중 두 가지 역사적 사건들이 수면 위로 다시 떠올랐다. 하나는 1942년 독일이 북-아프리카를 침략하기 위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그리스 은행으로부터 4억 7600만 마르크를 강제로 대출한 사건이다. 다른 하나는 1944년 6월 10일 독일 나치 군대가 디스토모 (Distomo) 주민 218명을 학살한 사건이다.(1)


지난 2주는 2015년 그리스 채무위기 논의가 2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리면서 독일의 역사적 ‘빚’ 문제가 독일과 그리스 언론과 정치권을 휩쓸었다.


2월 한 달 내내 좌파연합 시리자가 유럽 정치의 중심에 섰다면, 3월은 ‘그리스-독일 시소,’ 그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나치 전쟁 범죄 보상을 둘러싸고, 독일 메르켈-쇼이블레가 정치적 시험대에 오르게 된 셈이다.


(참고) [그리스 리포터]가 설명하는 디스토모 학살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1944년 6월 10일 그리스 인민 해방군(ELAS) 게릴라가 테스프로티아 마을 카타보트라에 주둔한 독일 나치군대를 습격했다. 이 기습에 대한 보복으로 한스 짬펠 (Hans Zampel)의 지휘 하에 나치 군대는 218명의 디스토모 마을 주민들을 학살했는데, 그 희생자들 가운데는 여성, 노인, 어린이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여성들은 총살당하기 전에 강간당했고, 집들은 불태워졌고 마을 전체가 쑥대밭이 되었다.”(2)


디스토모 학살자 유골 보관소

디스토모 희생자들 유골이 보관된 장소


나치 전쟁범죄의 보상 문제와 양 국가 재무장관의 신경전 때문에, 2월 20일 시리자 정부와 유로그룹과의 합의문 발표 이후 그리스와 독일 관계는 오히려 더 악화되었다.


[합의문] 이후 정작 가장 중요한 뜨거운 문제로 다뤄져야 할 유로존 탈퇴 (그렉시트) 가능성이나 시리자 개혁안에 대한 보도량은 상대적으로 줄었다. 바루파키스가 제출한 제 2차 그리스 개혁안 내용들도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리스 재무장관 개인에 대한 비난과 상호공방이 아테네와 베를린의 얼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독일 재무장관 쇼이블레와의 언쟁, 바루파키스의 개인 생활 보도 사진, 급기야 맥락은 싹둑 잘린 채 바루파키스 가운데 손가락만 보도된 2013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강연에 이르기까지.


시리자 특집 3편 주제인 그리스 유로존 탈퇴(그렉시트)를 둘러싼 주제에 앞서 이번 글에서는 지난 10일 동안 가장 뜨거운 주제로 떠오른 독일의 2차 세계대전 ‘역사적’ 채무, 그 내용이 무엇이고, 그리스 시리자와 독일이 내놓은 해법은 무엇인가를 살펴보기로 하겠다.

그에 앞서 먼저 그리스 국가 채무 해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유로그룹 내부 최대 채권국가인 독일의 여론조사, 그리고 독일 여론의 그리스 재무장관 바루파키스에 대한 근거 없는 공격를 비롯한 몇 가지 ‘협박들’에 대해 잠시 들여다보기로 하자.


2. 그리스 시리자 정부에 대한 독일 여론 변화


독일 공영방송 체.데.에프(ZDF)가 방송한 3월 13일 여론조사 결과이다.


독일1




(그림1) 첫 번째 질문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답변은, 2월에는 여론조사 응답자 52%가 “예“라고 답변했으나 3월 13일에는 40%만이 ”예“라고 답변함으로써 12%가 감소했다.




독일2



(그림 2) 두 번째 질문 “그리스 시리자 정부의 유로존과의 협상 태도가 진지한가?”에는 11%만이 “예“라고 답변하고, 80%는 “아니오“라고 답함으로써, 2월 20일 그리스와 유로그룹과의 합의 이후, 오히려 독일인들이 시리자 정부를 바라보는 여론이 부정적으로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 번째 질문 “그리스 시리자 정부가 2월 20일 합의문에 의거해서 <긴축개혁안>을 잘 실행할 것 같은가?”에 대해서는 14%가 “예“라고 답하고, 82%는 “아니오“라고 답했다.






3. 독일 미디어의 그리스 시리자 정부에 대한 협박과 엄포


1) 재무장관 바루파키스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


그리스 시리자 정부에 대한 독일 내부 여론 악화와 더불어 가장 극단적인 비난의 화살은 재무장관 바루파키스를 향했다. 2013년 자그레브 강연 도중 그의 ‘손가락질’에 대한 보도가 바로 그것이다. 독일 언론들은 바루파키스의 ‘손가락질’을 일제히 보도하면서 여론을 자극했고, 기민당, 기사련 정치가들은 바루파키스에게 일제히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필자는 그 문제의 바루파키스 강연(2013년 바루파키스의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일부를 살펴봤더니, 독일 언론들은 그가 가리키는 달은 보지 않고 가운데 손가락만을 본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작 중요한 그의 핵심 발언 요지는 잘려 나갔다. 바루파키스의 노선에 대한 찬성 여부와 무관하게, 그 동영상에 담긴 그의 핵심 주장들을 간단히 언급하고 넘어가겠다. 왜냐하면 이 동영상 부분은 현재 시리자 치프라스 정부의 정치적 노선이기 때문이다.(3) 바루파키스의 손가락이 지시하는 달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유로존이 붕괴하면 1930년 공황 이전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2010년 그리스 채무 위기 당시, 바루파키스가 제안한 위기 탈출 해법은 그리스가 유로존에 머무르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서 독일에게, ‘이제 당신들이 당신들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겠소’라고 말해라 and then stick to finger Germany, say well, ‘you can now slove your problem by yourself.” 그리스가 유로존을 제 발로 걸어 나올 필요 없다. 오히려 유로존 국가들에 ‘유로존이 결함이 많다’, 그 모순을 솔직하게 문제 제기를 하고 ‘디폴트’ 선언을 해야 한다.



두 번째는 그리스 과거 통화인 드라크마로 회귀는 어렵다. 아르헨티나처럼 ‘디폴트’ 선언 전략은 수용하지만, ‘페소’화처럼 그리스 과거 화폐 드라크마로 다시 복귀하는 것은 찬성하지 않는다. 현재 그리스는 자국 화폐 ‘페소’화를 보유한 아르헨티나와는 다르다. 왜냐하면 그리스는 유로를 사용하기 때문에 아르헨티나처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평가 절하’를 할 수 없다 등이다.

몇몇 독일 언론의 바루파키스에 대한 비난에 대해서, 영국 <가디언>에서는 자그레브 강연을 녹화한 사람의 증언을 바탕으로 독일의 ‘맥락 자르기’를 비판하기도 하는 등, 해프닝이 이어지기도 했다.(4)



2) 독일 미디어와 쇼이블레의 비난, 그리고 독일연방은행장의 엄포 놓기


독일 보수 언론의 시리자 정부에 대한 시각을 가장 명료하게 보여준 것은 벨트(Welt)지 부편집장 울프 포샤트의 발언이다. 그는 2월 23일 인터뷰에서 “시리자 정부가 쇼를 하고 있다“고 치프라스와 바루파키스를 비난했다.(5) 이러한 비난 흐름을 이어받아 독일 재무장관 쇼이블레도 바루파키스를 가리켜 ‘미련할 정도로 순진한 사람이다’고 손사래를 쳐서, 그리스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항의를 받기도 했다.(6)

분데스방크라고 불리우는 독일연방은행장 바이트만(Weidman)은 유럽중앙은행에 특별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그는 바루파키스의 ‘빚 탕감’ 발언 이후 그리스는 유로존 국가들에게 신뢰를 많이 잃어버리고 있다고 불평하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 은행과 시리자 정부를 더욱더 잘 감시할 것을 요구했다.


3월 12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바이트만은 유럽중앙은행은 그리스 은행들이 정부 채무를 청산해줌으로써 유동성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주문했다. 게다가 그는 그리스 정부는 6월 말까지는 돈을 빌리기 힘들 것이라는 경고까지 덧붙였다.(7)




3) 그리스 개혁안 논의는 뒷전으로 밀리다.

3월 9일 바루파키스는 유로그룹과의 회의에서 그리스 시리자 정부의 그리스 경제개혁안을 토론하기 위해서 제 2차 세부 개혁안을 제출했다.(8) 그는 2월 20일 유로그룹과의 합의문 이후, 밀리오스(Milios)를 비롯한 시리자 내부 경제정책 자문단의 제안대로 2차 세부 개혁안에서 정부 세수입을 늘이기 위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몇 가지 주목할 만한 것을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지금까지 미납 세수 760억 유로 중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조세 수입은 89억 유로이다. 또한 정부 세수를 증가시키기 위한 특별 대책으로 ‘선 조세 납부’를 수용한 납세자들에게는 ‘할인’ 혜택을 주는 등 세금 납부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자. 온라인 게임 면허증 발급과 불법 온라인 게임 베팅 등에 대한 규제 강화로 증액 가능한 세수액은 1년에 5억 유로이다. 빈곤구제책으로는 시민들에게 스마트 카드(Citizens’ Smart Card)를 나눠줌으로써 낙인효과도 줄이고, 재산 가압류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정부 경비를 절약해 1년에 6천만 유로, 공개 경쟁 입찰 도입으로 1억 4천만 유로를 정부 재정으로 확충할 수 있다 등이다.


그러나 정작 언론에 보도된 것은 탈세 탈루자를 막기 위해 그리스 정부가 학생, 주부, 여행객 등을 임시직으로 고용할 계획이라는 것과 그에 대한 풍자 기사로 제한되고 말았다.



4. 독일의 전쟁 범죄와 그 보상


- 나치 군대의 디스토모 양민 218명 학살, 그리스 은행으로부터 강제 대출


1) 시리자 정부의 전쟁범죄 보상에 대한 의지 표명

1월 25일 총선 승리 직후 시리자 정부 치프라스 총리가 카이사리아니(Kaisariani)에 있는 반-나치 전사들의 묘역을 방문하면서, 독일 나치 전쟁 범죄 문제를 다시 언급했다.(9)

1942년 독일 나치 군대가 북아프리카를 침공하는 데 드는 돈을 조달하기 위해서 그리스 은행으로부터 나치가 강제로 대출해간 4억 7600만 마르크의 상환, 그리고 디스토모(Distomo)와 카라브라타(Kalavryta) 마을 주민 학살에 대한 보상책을 독일에게 요구했다.


이전부터 시리자는 독일 나치군대가 그리스에서 저지른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2차 세계대전의 그리스 전쟁 영웅 마놀리스 글레조스(Glezos)를 2014년 유럽의회 선거에 출마시키고 당선시키는 데 성공했다.


파르테논

나치가 점령한 파르테논 Parthenon 신전, 깃발이 올라간 곳은 아크로폴리스 광장


또한 그리스 대통령 파블로푸로스는 그리스의 나치 전쟁 범죄에 대한 보상 요구는 예나 지금이나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독일로부터 보상을 받아내기 위한 모든 합당한 수단을 다 강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10)


실제로 국방부 차관 이시코스 (Isichos)에 따르면, 1941년과 1944년 사이 3년간 독일의 범죄 기록이 40만 페이지에 달한다고 한다.(11) 법정 소송을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 40만 페이지 역사기록은 독일 나치군이 저지른 범죄들, 즉 그리스 유물 도굴, 불법 광산 채굴, 금은 불법 채굴, 그리스 기념비 파괴, 노략질, 공항 항구 교량 도로 주택 파괴 등을 상세히 담고 있다.(12)



2) 독일 언론의 나치 전쟁 범죄에 대한 보도


3월 2일 독일 텔레비전 ZDF <포론탈 21>에서 “그리스에 갚아야 할 독일의 빚“(13)이라는 제목 하에, 독일 나치 군대가 그리스 디스토모에서 저지른 양민 학살과 그 생존자 아르기리스 스푼투리스(Argyris Sfountouris)를 조명했다. 아르기르스 스푼투리스는 당시 부모들을 다 잃고 혼자 살아남았다고 한다. 지난 10일 동안 독일의 거의 모든 언론에서 독일의 전쟁 범죄 보상 문제를 일제히 보도하기 시작했다. 독일 정당들도 좌우를 막론하고 그리스 ‘보상’에 대한 입장들을 발표했다.




나치 침략, 그리스 어린이들 기아에 허덕이게 하다



“아르기리스를 위한 노래”에도 등장하는, 올해 90세인 그리스 작곡가 테오도라키스(Mikis Theodorakis)의 증언에 따르면, 1941년 독일이 그리스를 점령한 이후 6개월 이내에 30만명이 기아로 사망하고, 전쟁 기간 동안 100만명이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한다.(14) 한국 전쟁 기간 동안에 인구 10%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과 비슷한 정도로 그리스 역시 참혹한 상처를 입은 것이다.


3) “디스토모” 학살 범죄에 대한 법적 해결과 보상 문제


디스토모 주민 희생자 가족들과 친척들은 1997년 이후 그리스 대법원, 독일, 국제 사법 재판소에 소송을 했다. 현재 독일 내부에서도 나치 그리스 침공과 디스토모 학살 보상 문제를 둘러싸고 논쟁 중이다.



메르켈 정부는 1960년 서독 정부가 1억 1150만 마르크를 그리스에 전달했기 때문에, “이미 다 끝난 문제다”라는 입장을 발표했다.(15) 디스토모 희생자 친척들이 독일 정부를 상대로 ‘보상’ 소송을 냈지만, 2003년 6월 26일 독일 대법원은 디스토모 학살에 대한 판결에서, 독일이 보상 책임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거절 이유 중 하나는 개별 희생자들은 ‘법적 원고’ 자격이 없고, 그 희생자들이 속한 국가만이 전쟁 법률 위반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가해 국가에 법률 소송을 할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2003년 독일 대법원 디스토모 학살 보상 거부 판결

2003년 독일 대법원 디스토모 학살 보상 거부 판결


그렇다면 그리스 시리자 정부의 입장은 어떠한가?


그리스 법무장관 파라스케보푸로스 (Paraskevopoulos)는 디스토모 양민 학살 보상비 마련을 위해서 그리스에 있는 독일 재산을 몰수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16) 이러한 주장은 단지 좌파연합 시리자 정부만의 입장이 아니라, 그 이전 정부도 이와 유사한 입장을 취했다.



1997년 그리스 대법원은 디스토모 (Distomo) 학살 희생자 218명에 대한 보상비로 2800만 유로를 책정했다. 그리고 2000년에는 당시 집권당 범그리스 사회주의 운동(PASOK) 정부는 그리스에 있는 독일 문화원인 괴테 인스티투트 건물, 독일 학교들, 독일 고고학 연구소 등 독일 재산을 몰수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며칠 후 그리스의 유로존 가입이 승인되자, 그리스 정부는 독일 재산 몰수 계획을 철회한 적이 있다.(17)




하우프트 (Stephen Haupt) 감독의 2006년도 작품
“(아르기리스를 위한 노래: Ein Lied für Argyris) 포스터


4) 독일 정당들의 전쟁범죄 보상에 대한 입장들이 양분되다

지난 10일 동안 독일 언론 보도와 더불어 각 정당들도 ‘보상’ 문제에 대한 입장을 앞다퉈 발표하기 시작했다. 좌파연합 시리자가 집권하자, 그리스와 유럽의 민주주의와 ‘이윤보다 인간존중’ 정치의 새로운 출발이라고 평가한 독일 좌파당의 입장은 단호했다.

좌파당 원내총무 기지(Gysi)는 메르켈 정부가 그리스의 보상 요구를 공평하게 다루지 않고 있다고 비난의 화살을 날렸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가 그리스 은행으로부터 4억 7600만 마르크를 강제 대출했고, 그 돈은 아직 갚지도 않았음을 지적한다. 기지는 만약 1942년 이후 지금까지 독일이 갚지 않은 이자까지 감안하면 적게는 80억 유로, 많게는 110억 유로를 독일이 갚아야 한다고 주장한다.(18)



가운데 치프라스 오른쪽 Gysi

치프라스 (가운데) 와 기지 Gysi (오른쪽)



메르켈의 연정 파트너 사민당(SPD)의 입장은 기민당/기사련과는 이 보상 문제에 있어서만은 사뭇 다르다. 사민당 쉬테그너(Stegner) 입장은 이렇다. 독일 나치 전쟁 범죄에 대한 보상과 그리스 재정위기와는 성질이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서로 분리시켜야 하지만, 그리스 희생자와 가족들에 대한 보상은 독일이 지금 당장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19) 녹색당 원내 총무 호프라이터 역시 ‘보상’ 문제를 토론 테이블에서 치워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좌파당, 녹색당, 사민당과 달리, 보수당인 기사련 소속 하젤펠트는 이러한 그리스 보상요구를 ‘값싼 딴짓 피우기 전략’이라고 폄하했고, 기민당 소속 유럽위원회 의장인 키리히바움은 그리스의 보상 요구에 대해서 짜증섞인 비난을 가했다. 독일이 1960년에 그리스에 충분히 보상해줬기 때문에 2015년 요구는 ‘경우가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에도 이러한 종류의 회피는 있었다. <슈피겔>지는 역사적으로도 독일이 전쟁 범죄 보상 문제를 회피했다는 것을 보도하고 있다. <슈피켈>지는 1990년 독일 통일 당시 헬무트 콜 수상은 그리스와 다른 나라들에 대한 보상을 교묘하게 피해나갔다고 지적한다.


콜 수상과 한스 디트리히 겐셔(Genscher) 외무부 장관은 동독 서독, 그리고 2차 대전 승전국인 영국 미국 프랑스 소련으로 구성된 “2+4 조약” 논의 과정에서 그리스와 같은 피해 국가 보상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서 다루지 않았고, 어떻게 보상을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산법도 의도적으로 회피해버렸다는 것이다.(20)


(*참고: “2+4 협정” 정식 명칭은 “독일 문제 최종 종결을 위한 협정”이다. 2개 국가는 당시 서독과 동독 그리고 4개 국가는 2차 세계대전 승전국들인 프랑스, 소련, 영국, 미국 등이다. “2+4 협정” 내용 핵심은 아래와 같다. 1945년 8월 2일 포츠담 ‘협약’을 통해 2차 세계대전 승전국이 오더-나이세 국경선과 독일을 통치하기로 했다.1990년 10월 3일 동독과 서독이 통일함으로써 포츠담 ‘협약’에 따른 승전국의 독일 통치는 법률적으로 공식적으로 종식된다. 그 결과 통일 독일은 베를린을 수도로 지정할 수 있게 되었고, 1991년 3월 15일 완전한 자주 국가가 되었다)



5) 그리스 시리자 정부의 ‘보상’에 대한 입장



“이제 다 종결된 문제이다”라는 독일 기민당/기사련 주장에 대해 시리자 치프라스는 1960년 당시 독일 보상은 전쟁 당시 파괴된 그리스 인프라, 전쟁 범죄, 1942년 나치가 그리스 은행으로부터 강제로 대출해간 돈은 포함하지 않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시리자 정부는 나치의 그리스 침공 및 전쟁 범죄에 대한 ‘보상’을 어떻게 책정하고 있는가? 시리자 외무부 장관인 니코스 코치아스(Kotzias)에 따르면 2013년 3월부터 그리스 한 연구 기관이 조사를 해왔고 지난 3월 8일 아테네 신문 “To Vima”에 이러한 내용을 발표했다.(21)


이에 따르면 그리스 나치 전쟁 범죄 보상비 추정 액수는 최소 2690억에서 최대 3320억 유로이다. 이 최고 보상비 액수는 우연찮게 현재 그리스 정부의 채무액의 근사치이다. 물론 이 3320억 유로 안에는 ”디스토모“ 양민 희생자 보상 뿐만 아니라, 전쟁 당시 그리스 인프라 파괴, 인명 피해, 1942년 그리스 은행으로부터 강제 대출해간 4억 7600만 마르크에 대한 상환 (35억 유로로 추정) 등도 포함되어 있다.


6) 독일에서 제출되고 있는 디스토모 양민 학살 희생자들에 대한 보상 방법 – 재단 설립



독일 <슈피겔>지에서 국제법 교수인 프랑크 쇼코프(Schorkopf)와 인터뷰를 했다.(22)그의 대안은 다음과 같다.

“독일 메르켈 정부 주장대로 법적 정치적으로 이미 끝난 문제라고 해도, 앞으로 논의는 지속될 것이다. 왜냐하면 독일 나치 전쟁 범죄에 대한 보상 문제는 단순히 형식적인 국제법의 문제가 아니라 도덕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쇼코프는 독일 역시 1953년 런던 협약으로 채무도 탕감 받고 그것을 발판삼아 경제 부흥에 성공한 사례를 제시하면서, 그리스 보상 문제 역시 단순히 형식적인 법이 아니라 경제적 정치적 도덕적 요소를 다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두 번째 해법으로는, 재단을 설립하자는 사민당 가치 위원회 의장 쉬반 (Gesine Schwan)의 제안이다. 현재 그리스 재정위기와 별로도 나치 전쟁 범죄와 그 보상을 해결하자는 입장이다.(23)


쉬반은 부자 나라 독일이 가난한 나라 그리스에 보상을 연기하고 있는 것은 창피한 일이라고 말하고,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 의해 강제 노동에 동원된 폴란드인들을 위해 슈뢰더 정부가 수립한 재단이 그리스 보상 문제의 좋은 본보기라고 제안한다. 적녹 연정 당시 슈뢰더는 민간 기업들의 협조를 얻어 그 재단을 창립한 바 있다.(24) 재단의 장점에 대해서는, 전쟁 범죄 희생자들에게 돈을 나눠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쟁 범죄에 대해 사회적으로 인정해주는 심리적인 측면이 더 중요하다고 쉬반은 말한다.


다비트 뵈킹(David Böcking) 역시 나치(NS)재단 건립을 대안으로 제시한다.(25) 그는 특히 그리스 시리자 정부가 그리스 재정위기와 독일 나치 전쟁범죄와 연계시키는 것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독일 정부는 ‘보상’ 문제를 두고 그리스와 갈등을 일으키지 말라고 충고한다. 요하임 가욱(Joachim Gauck) 독일 대통령도 작년에 디스토모 양민 학살에 대한 보상비로 2800만 유로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바가 있다.


뵈킹은 현재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메르켈 정부와 시리자 정부 양 측에도 이 재단은 나쁠 것이 없다고 본다. 재단 건립을 통해 독일은 과거와 현재를 분리시킬 수 있고, 재단을 통해 보상비는 오직 희생자와 가족들에게 지급된다. 이에 비해 사회복지 (보험)비용을 정부 재원으로 차용해야 할 형편에 있는 시리자 정부는 현재 재정 위기에 대한 책임을 감면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7) 1942년 그리스 은행으로부터 4억 7600만 마르크의 강제 대출과 그 상환



독일 메르켈 정부나 기민당/기사련은 제 2차 세계대전 전쟁 범죄 보상 문제는 그 시효가 종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독일 의회 과학 서비스 조사 문건에 따르면, 그리스는 최소한 1942년 독일 나치가 북아프리카 침공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그리스 은행으로부터 강제로 대출해간 4억 7600만 마르크에 대해서는 상환 청구를 할 수 있다. 그 핵심적 내용을 잠시 살펴보자.(26)


1942년 그리스 은행 강제 대출 법률 문제 zdf

1942년 그리스 은행 강제 대출 법률 문제


- 2차 세계 대전 종식 이후 독일이 그리스 은행에 갚아야 할 4억 7600만 마르크에 대해서 그리스는 독일 법원에 정식으로 소송하지 않았다.


- 국제법 진술 효력이 발생하는가에 대해서도 독일과 그리스간의 상호 합의가 없는 상태이다.


- 또한 1942년에 발생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재판에서도, 계약법과 형사법 재판과 마찬가지로 그 타당성 심사를 위해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가 남는다. 그런데 이에 대한 결론은 아직 나지 않았다.

독일 의회 자료 강제 대출시 시효는 문제되지 않는다

독일 의회 자료 강제 대출시 시효는 문제되지 않는다


- 독일이 그리스 은행으로부터 강제 대출을 자행했기 때문에 재판 청구의 ‘시효 마감’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그리스는 독일에 강제 대출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왜 메르켈 정부는 그리스 보상 문제는 “이미 다 끝난 문제다”라고 주장하고 있는가? 그 이유는 그리스 출신 아네스티스 네소우(Nessou) 변호사가 언급한대로, 만약 메르켈 정부가 시리자의 전쟁 보상비용 요구를 수용하게 되면, 다른 국가들도 독일에게 보상을 요구하는 도미노 현상을 메르켈 정부는 매우 우려하기 때문이다.(27)


5. 결어


그리스의 독일 나치 전쟁 범죄 보상 요구를 보면서, 아시아에서 일본의 전쟁 범죄, 한국 전쟁, 베트남 전쟁 보상 문제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얼마 전 독일 메르켈이 일본 아베 정권에게 전쟁 범죄 사죄와 보상에 대해서 충고를 했다고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독일과 일본은 아직도 역사적 ‘빚’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시리자는 왜 이 시점에서 독일의 가장 아픈 지점을 건드렸는가? 아니면 우발적인 상호 공방 속에서 터져 나온 것인가?


시리자의 정치노선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2012년 시리자 경제 프로그램]과 [2014년 테살로니키 프로그램]에서 제시된 그리스 채무 위기 해법은 1953년 런던 협정 모델(부채 탕감과 빚 상환을 경제성장과 연계시킴)이 주가 이루지, 나치 전쟁 범죄 보상 문제는 핵심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다. 또한 나치 범죄 보상 문제는 시리자 뿐만 아니라 그리스의 모든 정당들의 ‘민족적’ 혹은 ‘공동체적’ 관심사, 그리고 인도주의적 평화 이슈에 더 가깝다.


물론 현재 그리스 연정 상황도 고려해야겠다. 시리자는 민족주의 노선을 표방하고 있는 그리스 독립당 아넬(ANEL)과 연정을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나치 전쟁 범죄 이슈가 2월 20일 [합의문] 이후에 급속하게 터져 나온 것일 수 있다.

[시리자 2012년 경제 프로그램]의 노선 중에는, 트로이카(유럽위원회/유로그룹, 유럽중앙은행, IMF)가 그리스의 민주주의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그리스인들에게 집단 죄의식을 주입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시리자는 그리스인이 더 이상 채무위기 때문에 집단 죄의식을 가져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시리자의 이러한 방침을 고려한다면, 지난 2월 20일 유로존과의 합의과정에서 시리자 프로그램 상당 부분이 거부당하고, 그로 인해 그리스인들의 자존심이 상처받았다는 사실을 시리자 역시 감안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치 전쟁 범죄는 독일에게는 지우고 싶은 가장 아픈 역사이기 때문에, 이번 그리스의 보상 요구에 대해서도 독일 언론들은 2주간 연일 그와 관련된 기사들을 쏟아냈다. 그리고 독일의 모든 정당들은 좌우를 막론하고 자기 입장들과 해법들을 제시했다.


독일 나치 전쟁 범죄에 대한 해법들은 놓고 앞으로도 더 많은 토론과 공방이 전개될 것이다. 재단(foundation), 사법 재판소의 판결, 희생자와 관련자에 대한 현금 지원, 그리스 국가에 대한 직접 보상, 혹은 현 그리스 채무 위기의 해소책과의 연계, 그 향방은 지금 정해진 바가 없다.

하지만 나치 전쟁 범죄 보상 문제는 이번 2주간 독일과 그리스 언론과 정치권의 핵으로 떠올랐다. 이로 인해 시리자는 독일 메르켈과 쇼이블레가 그리스 대신 정치적 시험대로 올라가게 만든 데까지는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또한 그리스 채무위기와 해법은 경제 영역을 넘어 정체성, 민주주의, 전쟁과 평화, 역사 의식, 국제법, 그리고 피부색깔과 언어를 뛰어넘어 우리 이웃에 대한 태도까지도 총체적으로 포괄하고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있다.



[예고] <시리자 특집> 제 3편은 유로존 탈퇴 (그렉시트)에 대한 시리자 내부 토론에 대한 소개와 그 향방이다.




Posted by NJ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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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비교/국제정치2015. 3. 17. 10:07

그리스 시리자,
신자유주의 폭풍 뚫을 수 있나?

[시리자 특집 ①] 유로그룹과의 2월 20일 '합의안' 평가 전망.



By   /   2015년 3월 11일, 10:39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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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집권정당, 급진좌파연합 시리자에 대한 지구적 관심이 높다. 한국의 진보진영에서도 관심이 뜨거운 편이다. 3% 지지율에서 출발한 시리자가 집권당이 되는 과정, 구제금융과 긴축정책으로 민중들의 삶이 피폐해지고 극한의 고통에 내몰릴 때 시리자는 어떻게 그들과 함께 하면서 성장했는지, 또 야당에서 집권정당이 된 이후 독일과 초국적자본에 맞서 어떻게 자신의 공약을 지켰는지 혹은 좌절되었는지, 그 이후의 미래는 어떠한지, 이 모든 과정이 그들의 얘기만이 아니라 지구에서 신자유주의의 대안을 고민하는 모두의 과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레디앙>은 캐나다 요크대학에서 비교 정치와 정치경제학, 정치철학을 전공하고 있는 원시님에게 요청하여 <시리자 특집>편을 구성하고 4회 전후의 연재글을 시작한다. 이번 편에는 특히 시리자의 집권 후 한 분기점이 되었던 지난 2월 20일 유로그룹과의 협상안에 대한 여러 시각과 평가 내용을 정리했다. 상당히 긴 글이지만 한국의 좌파, 진보진영에도 많은 고민꺼리를 던져주고 있기에 일독을 권한다. 이후 시리자 10년과 그리스 사회운동, 그리스 좌파 정치세력의 특징, 경제위기 이후의 대안적 해법을 둘러싼 입장들, 그렉시트와 유럽개혁 등 이어지는 연재에도 많은 관심과 토론을 부탁드린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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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시리자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IMF 긴축통치에 굴복한 한국정치와 다른 정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필자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그리스 시리자에 주목해오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일하는 직장이 달라도 차별받지 않고 사회적 인정을 받는 것이 우리가 믿는 민주주의이다. 그런데 1997년 IMF 긴축통치 이후, 같은 일을 하고도 차별받는 게 일상이 되었고, 우리 사회는 그렇게 더 퇴보해버렸다.

같은 종류의 일을 똑같이 하고도 차별받는 비정규직이라는 비정상이 정상처럼 군림해버린 그 계기는 바로 1997년 IMF 긴축통치였다. 순정한 국민들은 금반지를 녹여 달러로 바꿨지만 그 금덩어리는 소수 대기업과 해외 투기 자본을 키우는 데 사용되었고, 정작 그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산층 대열에서 이탈했다.

그리스도 국가채무 위기로 인해, 2010년 긴축통치안을 트로이카라고 명명된 유럽위원회,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리스인들은 트로이카가 빌려준 구제금융의 90%는 뢰비(Μichael Löwy)(1)가 말한 대로 신성동맹원들인 대형 은행, 정치가, 보수파, 사민파, 벌처 투기 자본손으로 들어가 그들만을 살찌운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스는 유럽에서 자살률이 가장 낮은 지중해 나라였지만, 트로이카 긴축통치 [2010 메모랜덤] 이후 자살율이 최고로 폭등했고 살인사건도 2배로 증가하는 등 민심은 파괴되었다.

하지만 긴축통치 1년 만에 그리스 시민들은 ‘정의의 분노’를 뜻하는 ‘아가낙티스메노이’를 외치기 시작했고, 아테네 신탁마 광장에 모여, “긴축통치 트로이카 독재는 물러가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이들은 특정 정당에 소속된 전통적인 정당 지지자들은 아니었다. 기존 사회운동에 이러한 무당파 비당파 시민들의 지지와 저항에 힘입어 2004년 3% 지지율로 출발한 급진좌파연합 시리자(Syriza)는 2015년 1월 25일 조기총선에서 집권당으로 떠올랐다.

시리자는 과연 신자유주의가 몰고 온 중세 겨울의 폭풍을 뚫고, 그리스와 유럽 전역으로 ‘시리자 봄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을 것인가? 이 글은 우선 1월 26일 시리자 당선 이후 유로그룹과의 협상 국면 2월 25일까지 온라인 취재기이다. 이를 바탕으로 시리자와 관련된 주요한 정치적 경제적 논쟁점들과 주제들을 향후 다루기로 하겠다.

아테네 집회 모습

우리는 독일 메르켈의 식민지가 아니다 (아네테 시위 현장)

1. 협상 평가 : 그리스는 독일의 과거 상기시키려 했고, 독일은 과거를 지우려 했다.

그리스 시리자 정부가 국가채무를 해결하기 위해서 채택한 방법은 1953년 런던협약, 즉 [독일 국가채무 동의서] 해법이다.

런던 협약을 통해 당시 독일은 채무 총액 388억 마르크의 62.6%를 탕감받았다.(2) 투쌍의 “마샬 플랜과 독일 채무 합의서”(3)에 따르면, 채권자들이 독일이 수출로 벌어들인 돈의 5% 이하로 채무를 변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한다.

핵심 요지는 독일 경제성장와 빚 갚기를 연계시킨 점이다. 런던협약이라는 호조건 속에서 당시 서독은 급속히 경제를 부흥시켰고, 마침내 2010년 10월 3일에 6천 990만 유로를 최후 상환함으로써 1953년 런던 협약의 마침표를 찍었다.

시리자 정부 총리 치프라스와 재무장관 바루파키스가 2월 20일 유로그룹과의 협상문 발표 전과 후에도 채무 탕감(헤어컷)을 제안했지만, 독일 총리 메르켈과 재무장관 쇼이블레는 그리스 제안을 거부했다.

바르 재무장관

독일 쇼이블레 재무장관(왼쪽)과 그리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

독일 보수 정부의 벽은 높았다. 높았을 뿐만 아니라, 쇼이블레는 바루파키스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빚탕감을 다시 언급하자 이에 벌쩍 뛰며 격노했다.(4) 이러한 강경 제스처는 시리자 정부가 독일 나치 침공 시 그리스에 입힌 피해액(4억7600만 마르크: 약 140억 달러)에 대한 배상을 입막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치프라스는 총선 직전 1월 13일 “독일인들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에서 독일인들이 우려하고 있는 그리스에 만연한 클렙토크라시 부정부패를 종식하겠으니 그리스에게 숨쉴 여유를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5) 그러나 그리스 정부의 최대 채권국인 독일 메르켈과 쇼이블레는 2월 협상 기간 내내 치프라스와 바루파키스에게 숨 쉴 틈을 주지 않았다.

독일 좌파당 원내총무인 기지(Gysi)는 이러한 강경한 메르켈 정부 입장을 가리켜 ‘카미카제 정치’라고 비판할 정도였다.(6) 독일 녹색당 원내 총무 토니 호프라이터 역시 메르켈 긴축통치는 완전히 실패했다고 평가했다.(7)

시리자는 유로존의 핵심부와 주변부의 불평등과 불균형 발전을 타개할 방법으로 독일에게 1953년 런던협약의 혜택을 상기시키려고 했지만, 메르켈과 쇼이블레는 과거를 떠올리고 싶지 않았고 않으려 할 것이다. 그리스 국가 채무는 현재 ‘돈’의 위기만이 아니라 역사적 사회적 ‘빚’임에 불구하고 말이다.

2. 그리스 시리자 정부와 19개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 유로그룹과의 2월 20일 협상안

[참고: 2015년 그리스 정부 구성은 149석을 얻은 시리자와 13석의 그리스 독립당 아넬(ANEL)로 이뤄졌다. 원칙적으로는 시리자-아넬 연립정부라고 써야하나 좌파연합 시리자의 대표성을 감안해 시리자 정부라고 쓰겠다]

1월 26일 그리스 총선 이후 시리자 정부와 트로이카(유럽위원회 EC/유로그룹, 유럽중앙은행 ECB, 국제통화기금 IMF)와의 공식적 비공식적인 협상은 1개월 내내 지속되었고, 2월 20일에 1차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시리자 정부와 “제도”라고 이름을 바꾼 트로이카 사이의 공방전은 6월 말까지 계속될 것이다.

이번 2월 20일 협상안의 얼개는(8) 다음과 같다.

첫 번째 2010년 트로이카와 그리스 사이 맺은 <2010 메모랜덤: 그리스 경제 구조조정 프로그램>(9) 틀을 유지한 채, 그리스 금융지원을 위한 마스터 재정지원기구(MFFA) 협약 기간을 4개월 더 연장한다. 이에 따라 그리스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돈을 6월 말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두 번째, 트로이카가 감독 평가한 재정 목표, 경제 회복 혹은 재정 안정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책이나 구조개혁을 그리스 정부가 단행해서는 안된다. <2010 메모랜덤>의 경제 조정 프로그램 처방을 무시하고 원상복귀해서는 안 된다.

세 번째, 그리스 정부가 4월 말까지 경제구조개혁안 완결판을 트로이카에 제출해야 하고, 그 이후 그리스와 유로그룹은 새 협상에 돌입한다.

그리고 2월 24일에 바루파키스가 유로그룹에 제출한 [개혁안]은(10) 크게 4가지 주제로 나뉘어져 있다. (1) 재정 구조 정책 (세금, 재무 관리, 조세 행정, 국세청 GSPR 독립 신설, 공공 지출, 사회 안전망 개혁, 행정과 부패와의 전쟁) (2) 재정 안정화 (미납 세수 해결, 은행, 부실채권 해법) (3) 경제 성장 (사유와 공공 재산 관리, 노동 시장 개혁, 생산 시장 개혁, 비즈니스 환경 개선, 사법 개혁, 통계청 ELSTAT 독립 신설) (4) 인도주의적 위기 극복 등이다.

시리자 정부의 철학과 정책은 다음 두 가지 문건들에 기초해 있다. 하나는 2012년에 발표한 [시리자 경제 프로그램](11)이고 다른 하나는 2014년 9월에 공표한 [테살로니키 공약](12)이다. 이 두 개의 프로그램은 향후 시리자의 정치 실천을 평가하는데 잣대가 될 것이다.

이번 2월 20일 [합의문]을 보면 시리자 철학과 정책의 기본틀을 구성하고 있는 두 가지 문건들에 적시된 시리자 노선을 관철시키지는 못했다. 독일의 초강경 자세와 유로그룹의 비협조적인 대응을 고려해야겠지만. 또한 바루파키스가 유로그룹에 제출한 [개혁안]에도 [테살로니키] 프로그램에 제시된 부채탕감, 채무 지불 일시 중단(모라토리움) 허용, 유럽 투자 은행 (EIB)의 투자 기금 형성 등 주요한 공약들이 빠져있다.

3. 2월 20일 시리자와 유로그룹 [합의문]에 대한 평가들과 이후 협상에서 대안 제시들

[2월 20일 합의문]에 대해서 시리자 내부 평가는 어떠한지, 시리자 내부 주요 정책 입안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기로 하자.

1) 밀리오스 – 치프라스와 바루파키스 협상팀은 테살로니키 공약을 더 관철시켜야한다

(밀리오스 : John Milios :아테네 기술 국립대학에서 경제사와 정치경제학, 마르크스를 가르치고 있다. 시리자 경제 정책 상임 자문 위원이기도 하다.)

밀리오스

밀리오스

밀리오스는 라파치오라스(Spiros Lapatsioras), 소티푸루스(Dimitris Sotirpoulos) 두 사람과 함께 2월 20일 [합의문]에 대한 평가서를 제출했다.(13) 밀리오스는 이번 합의문에 대해서 시리자 정부의 ‘첫발이 미끄러져버렸다’고 전체적인 평가를 했다.

밀리오스 <제안서>의 평가와 주문사항은 다음과 같다. 그리스 시리자 정부가 이번 유로그룹과의 협상에서 너무 많이 양보했고 특히 경제 주권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앞으로 남은 4개월 동안 시리자 정부가 <유럽그룹>를 비롯한 트로이카와의 협상에서 2014년 9월 채택한 <테살로니키> 프로그램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협상 원칙과 전술 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밀리오스 등 3인의 제안서에서는 재무장관 바루파키스의 미진한 부분들을 지적하면서 대안을 제시하는데, 그 부분은 눈여겨 볼만하다.

밀리오스는 <제안서> 결론에서 이번 합의문에 대해서 치프라스와 바루파키스의 ‘승리적 평가’를 비판한다. 치프라스는 [합의문]의 성과를 2010년 긴축통치 [메모랜덤]과 대부 조건들을 분리시킨 것이라고 자평한 바 있다.(14) 재무장관 바루파키스는 [합의문] 이후 기자회견에서 [합의문] 성과는 외부 세력에 일방적으로 굴복한 과거 그리스 정부와는 사뭇 달리, 시리자 정부가 트로이카와의 공동-저자로 참여했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15)

하지만 밀리오스는 이번 [합의문]은 2014년 9월 시리자 <테살로니키> 공약의 후퇴이지 승리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왜 그러한가? 밀리오스의 [합의문] 분석과 평가를 따라가 보자.

첫 번째, 밀리오스의 핵심 비판은 시리자 정부가 경제주권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트로이카는 그리스 정부가 공공 기업을 민간 기업에 팔아서 (사유화) 국가 채무를 갚으라고 했는데, 이에 대해서 시리자 정부의 ‘사유화 반대’ 입장을 관철시키지 못했다.

그리고 트로이카가 제안한 기초재정흑자(primary surplus)를 통해서 채무 이자를 갚도록 한 조항을 시리자 정부 협상팀이 바꾸지 못했다는 점이다. 테살로니키 공약대로 기초재정흑자를 채무 변제가 아닌 정부 공공 투자나 사회복지 지출에 사용할 권한을 시리자 정부가 가질 수 있도록 트로이카를 설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왜 이런 약점이 발생했는가? 밀리오스는 협상팀의 바루파키스 재무 장관이 유로그룹과 토론에서 시리자 공약을 관철시킬 수 있도록 구체적인 수치와 분석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협상 파트너 <유로 그룹>이 그리스 시리자 정부 협상팀의 제안이 ‘피상적’이라고 얕잡아 봤다고 지적한다.

두 번째 밀리오스의 바루파키스 비판은 협상 기술에 대한 것이다. 재무 장관 바루파키스가 유럽중앙은행(ECB)를 협상 전에 직접 만나지 않은 채, 유로존 회원도 아닌 영국 런던에서 [빚 탕감] 기자회견을 해버렸는데, 이것은 협상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유로존 회원국 금융 대출 우산 건설이나 그리스 채무 변제를 경제성장과 연계시키는 제안들은 제2차 협상에서 시도하는 게 더 좋았을 것이라고 밀리오스는 지적한다.

세 번째로는 밀리오스는 시리자 정부 협상팀이 실속보다는 오히려 트로이카와 협상과 소통 결과에 너무 비중을 많이 두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유로그룹과 협상 전에 예룬 데이셀블룸 (Dijsselbloem)과 접촉했는데, 이는 일관성 있는 협상 전술이 아니었다고 평가한다.(16) 데이셀블룸이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의 ‘브릿지 프로그램’을 거부하자, 오히려 그리스 국내에서 민족 감정만 자극하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것이다.

또한 그리스 협상팀이 바루파키스 재무장관 이외에 그와 동일한 비중을 차지하는 협상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유로그룹>에게 줌으로써, 그리스 협상팀 실력을 얕잡아 보도록 허용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그렇다면 밀리오스의 대안은 무엇인가? 지금 그리스 시리자 정부에게 트로이카와의 협상 시한이 빠듯하지만,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의 “메모랜덤의 70%를 우리가 이행할 것이다”와 같은 소극적인 발언은 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정직한 공격’을 하라고 그는 제안한다.

왜냐하면 그리스 국민들이 시리자를 선택한 이유는 2010년 <메모랜덤>의 70%를 이행하라는데 있지 않고, 테살로니키 공약을 실천하라는 데 있기 때문이다. 만약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의 말래도 <메모랜덤>의 70% 약속 이행 발언은 시리자가 대변하는 지지층과 사회연대 세력들을 바꾸는 꼴이 된다고 밀리오스는 주장한다.

따라서 밀리오스의 대안은 시리자 정부 협상팀이 ‘정직한 공격’을 하라는 것이다. 시리자 정부가 다시 노동자 편에 서서 ‘소득과 권력’을 민중에게 나눠주고, 사회복지 국가를 재건하고, 참여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리스는 지금 실업의 증가로 인해, 노동 조건이 중세시대 회귀했기 때문에, 시리자 정부가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고 노동하는 대다수 대중들의 이해관계를 확실히 대변하라고 주문한다.

밀리오스는 마지막으로 유로존 탈퇴(그렉시트)에 대해서는, 시리자의 좌파적 관점에는 ‘그리스’를 지키느냐 혹은 ‘유럽’을 지키느냐 양자 택일하는 ‘민족-애국주의적’ 정치가 들어설 여지가 없다고 밝히면서, 그렉시트와 디폴트는 시리자의 선택이 아니라는 점을 밝혔다.

밀리오스, 라파치오라스, 소티푸루스 3인의 제안서는 그 동안 시리자의 주요 노선을 다시 원칙적으로 환기시켜준 것이고, 구체적인 협상 전술에 대한 능력을 높일 것을 제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협상에서 구체적인 자료와 수치에 근거한 대안 제시, 협상팀의 팀워크 등을 높일 것 등을 요구했다고 볼 수 있다.

다음은 시리자 내부에서 유로존 탈퇴(그렉시트)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라파비차스와 쿠벨라키스의 평가를 들어보기로 하자.

2) 유로존 탈퇴를 전략적 대안으로 제시하는 이들

(1) 라파비차스

라파비차스(Costas Lapavitsas)는 영국 런던대학 ‘동양 아프리카 연구 대학 (SOAS) 경제학과 교수이자, 시리자 국회의원이다. 그리스 재정위기 탈출법으로 유로존 탈퇴, 드라크마 평가절하로 가격 경쟁력을 높여 수출을 증대해야 한다고 제안한 루비니(Roubini)(17)와 더불어 라파비차스는 오래전부터 그렉시트를 주장해오고 있다.

라파비차스

라파비차스

우선 라파비차스는 2월 20일 [합의문] 평가글 “5가지 질문들”에서 30억 유로 기금이 발생한다고 해도, 그 사용처 감독과 권한은 트로이카에 있지 그리스 시리자 정부에 속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다.(18)

이러한 주권 제약은 그리스가 불균등 경제발전을 구조화시킨 유로존에 남아 있는 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는 이러한 유럽연합 내부 불평등 불공평이 존재하더라도 독일 프랑스 등 핵심 국가들이 손실을 봐가면서까지 그 문제들을 고치려 들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3월 2일자 영국 가디언지에 기고한 그의 글에 댓글 토론이 1200개가 넘을 정도로 “유로존 탈퇴: 그렉시트”에 대한 그의 전략적 암시는 뜨거운 논쟁으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19)

그의 핵심 논지는 다음과 같다. 시리자가 유로존에 잔류하면서 트로이카의 긴축통치를 변혁할 수 있다는 공약을 내걸고 총선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시리자의 전략이 더 이상 희망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시리자 정부가 [합의문]을 통해서 4개월 동안 시간을 벌었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동성 공급에 의존해야 하고, 트로이카의 관리 감독 하에 있는 시리자 정부는 여전히 채무 변제에 필요한 돈을 구하느라 전전긍긍할 것이고, 그리스 경제는 물가와 고용이 동시에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이런 경제 성장 둔화로 세금 납부 역시 저조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의 대안은 무엇인가? 라파비차스는 다가올 6월말에 예정된 트로이카와 시리자 정부와의 협상에서는 2월과 같은 ‘유로존 개혁’ 전략과 다른 방법을 쓸 것을 제안한다. 왜냐하면 그리스 정부가 유로존을 개혁할 수 없고 유로존 역시 친-노동자 노선을 걷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라파비차스의 제안은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와 2014년 9월 [테살로니키] 시리자의 공약이 현실정치에서 양립할 수 없다는 판단에 기초해 있다.

라파비차스의 해법은 그의 지난 5년간 주장을 고려해볼 때, 지금 시리자 정부가 주력해야 할 일은 트로이카로부터 경제 주권을 되찾아오는 것이고, 테살로니키 공약을 실천해서 대중의 신뢰를 받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2) 쿠벨라키스

스타티스 쿠벨라키스(Stathis Kouvelakis)는 영국 킹스 칼리지에서 정치이론을 가르치고 있고 현재 시리자의 중앙위원이다. [자코뱅]지에 “그리스의 대안”이라는 제목으로 합의문에 대한 평가서를 제출했다.(20) 그는 이번 [합의문]은 애초 시리자 목표인 긴축통치 <메모랜덤>을 종식시키는 방향은 아니었다고 박한 점수를 줬다.

쿠벨라치스

쿠벨라키스

쿠벨라키스 역시 라파비차스와 마찬가지로 그리스 정부의 권한이 트로이카 (합의문에서 트로이카를 제도 institution로 부르기로 함) 하에 종속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이번 합의문에서 적시된, “유럽 재정안정기구(EFSF) 기금과 그리스 국채로부터 발생한 2014년 증권시장프로그램(SMP)이전 수익 몫 19억 유로를 그리스 정부가 사용하고자 할 때는 유로그룹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을 그 예로 제시한다.

쿠벨라키스는 이번 2월 협상은 성공한 게 별로 없다고 평가한다. 치프라스와 바루파키스 시리자 협상단은 트로이카의 감독과 회계감사를 포함한 평가를 받지 않고, 그 대신 유동성확보와 균형 예산을 통해서 트로이카와의 <메모랜덤> 을 이행하기 위해서 4개월 ‘브릿지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그러나 트로이카는 이러한 제안들을 다 거부했다. 오히려 [합의문]에서 “그리스 정부가 채권자에 대한 재정적 의무를 기일을 넘기지 않고 제 때에 충실히 준수할 것을 재차 다짐한다”는 조항은, 트로이카의 <2010 메모랜덤>이 그대로 반복되고 있고, 시리자의 목소리, 즉 부채 탕감 부채 감소는 사라지고 없어졌다는 것이다.

쿠벨라키스는 결국 이번 2월 20일 <합의문>은 “2016년 GDP의 4.5%에 해당하는 기초재정 흑자를 통해서 빚을 갚을 것, 공공 재산의 사유화 촉진할 것, 채무 변제를 위한 특별위원회 설치할 것” 등을 골짜로 한 2012년 11월 신민주당 (ND) 사라마스 정부와 트로이카 사이에 맺은 합의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결론을 내린다.

2015년 2월 20일 합의문은 위 3가지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고, 다만 다른 점은 기초재정흑자(PS) 기준을 2015년 그리스 경제 상황을 참작해서 트로이카가 조정할 수도 있다는 문장을 삽입한 대목이다.

쿠벨라키스뿐만 아니라, 이번 [합의문]에서 그리스 시리자 정부에게 가장 불리한 조항이라고 지적되고 있는 조항은 다음과 같다. “트로이카(제도들)가 이미 평가해놓은 재정목표, 경제 회복, 재정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는 어떠한 정책이나 구조 개혁을 그리스 정부가 일방적으로 바꿔서도 안되고, 또한 트로이카의 지침을 따르지 않고 원상복귀시켜서도 안 된다.”

쿠벨카키스는 결론적으로 이러한 불공평하고, 본질적으로 2010년 구제금융 시 맸었던 <메모랜덤>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는 [합의문]을 비판하면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첫 번째, 그리스 정부가 채무 변제를 중단할 것, 두 번째 유로존 탈퇴(그렉시트)를 전략적으로 고려할 것, 세 번째 독일과 승전국 사이에 맺었던 [1953년 런던 협약]와 같은 방식으로 그리스 국가 채무를 해결 할 것 등이다.

“그리스의 대안” 기고문에서 쿠벨라키스가 지적하고 있는 또 한 가지는, 2014년 9월 시리자의 테살로니키 프로그램 실현을 위한 재원의 50%는 유로존에서 빌린 돈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는 시리자 정부가 유로존에 잔류하면서 동시에 긴축통치를 철회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치프라스 등 시리자 지도부는 이제 그러한 시리자의 전략적 오류를 은폐하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제안한다. 따라서 2월 [합의문]이 승리나 성공이라고 치프라스가 평가한다면, 그것은 그리스 속담처럼 “육류를 물고기라고 속이는” 꼴이라는 것이다. 지록위마(사슴을 말이라고 부르다)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쿠벨라키스의 적극적인 대안은 무엇인가?

쿠벨라키스는 2월 26일 [자코뱅]지에 실은 “철수의 현실”라는(21) 기고문에서는, 2월 [합의문]이 성공이 아니라 실패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유로존 탈퇴 (전략적 그렉시트)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사고할 때라고 주장한다.

그는 시리자 다수파의 세 가지 궤변들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첫 번째 잘못된 논리는 “그렉시트는 대안이 아니다”, 두 번째 잘못된 논리는 “유로존에 잔류하면서 긴축통치에서 해방될 수 있다”, 세 번째 잘못된 논리는 “에티엔 발리바르(Étienne Balibar)나 산드로 메자드라(Sandro Mezzadra)가 주장하는 것처럼 보편적 유럽주의가 그리스 주권보다 더 중요하다” 등이다.

그는 시리자 다수파가 희망을 걸고 있는 긴축반대 데모의 유럽 전역으로 확산, 그리고 12월에 있을 스페인 선거에서 포데모스의 승리도 지금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오히려 지금은 그리스 한 국가 단위에서 변혁 전략도 중요하다고 전제하고, 그리스 주권에 기초한 국제연대를 지향해 나가는 것이 보편적 유럽주의보다 더 바람직하다고 쿠벨라키스는 주장한다.

시리자의 총선 승리 이후 2월 25일까지는 트로이카와 협상 마라톤이었다면, 그 이후 2주간은 시리자 내부 토론이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과연 시리자는 자신들이 비판했던 신민주당, 범 그리스 사회주의자 운동(PASOK), 그리스 공산당(KKE) 등의 당 관료주의를 극복하면서 동시에 내부 이견을 조정해내는 민주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

바루파키스의 시리자 내부 토론의 특성인, ‘왁자지껄 시끄러운 카카포니’ 가족은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 것인가? 그 내부 토론을 잠시 들여다 보자.

3) 시리자 내부 토론 소개, 시리자 의원 총회와 중앙위원회에서 [합의문] 평가

2월 25일 치프라스는 [합의문]에 대한 경과 보고와 토론을 위해 시리자 의원 총회를 소집했다. 총회는 격렬했고, 12시간 동안 열렸다.

시리자 중앙위원인 마탈리스 (Sotiris Martalis)에 따르면, 이날 시리자 의원 총회에서 총 149명 중 140명이 [합의문]에 대한 정견발표를 했으며, 26일까지 진행된 회의에 끝까지 자리를 지킨 120명 중에 30명 넘는 의원이 합의문에 대한 반대 혹은 기권을 했다고 한다.(22)

이날 의원 총회에서는 [생산재건 환경 에너지] 장관인 라파나지니스(Panagiotis Lafanazis)는 [합의문]에 기권표를 던졌다. 또한 그리스 정치사에서 두 번째 여성 국회의장인 콘스탄토푸루 (Zoe Konstantopoulou)가 [합의문]에 반대했다.(23)

치프라스와

콘스탄토푸루 (오른쪽)와 시리자 대표 치프라스 (왼쪽)

특히 시리자 내부 30%~35%를 차지하는 [레프트 플랫폼]이라는 정파의 대표격인 라파자니스는 2월 유로그룹과 협상 과정에서 유로그룹에 앞서 시리자 내부에 먼저 협상 결과를 보고하지 않는 점을 비판하기도 했다. 치프라스와 바루파키스의 민주적 소통능력에 대해서 문제 삼은 것이다.

시리자 의원총회에 연이어 시리자 중앙위원회은 2월 28일과 3월 1일 이틀간에 걸쳐 개최되었고 [합의문]에 대한 평가와 향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라파자니스는 [합의문]에 반대하는 수정안을 제출했다. 그는 2월 25일 치프라스가 소집한 시리자 의원 회의에서 [합의문]이 테살로니키 공약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가 있다.(24)

라파나치스

라파나지스

또한 라파자니스는 치프라스가 임명승인한 대통령 파블로푸로스(Prokopis Pavlopoulos)의 정치노선에 찬성하지 않지만, 치프라스의 결정에는 동의한다면서 찬성표를 던지기도 했다.(25) 그러나 시리자 중앙위원회에서 [레프트 플랫폼] 대표격인 라파자니스의 수정안은, 표결 결과 찬성 68표, 반대 92표, 기권 5표로 부결되었다.

이날 시리자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유로그룹-시리자 [합의문]에 대한 비판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현재 그리스가 처한 경제적 어려움을 고려하고, 6월 말까지 남은 4개월 동안 최대한 시리자 정부의 공약이 유로그룹과의 협상에서 관철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시리자 중앙위원회는 의견을 모았다.

다음은 2월 20일 합의문 발표 이후, 그리스 언론에 많이 회자된 두 노익장의 평가를 들어보자. 이들의 평가는 그리스 대중들의 인식의 주요한 부분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4) 2차 세계 대전 반-나치 투쟁, 군사 독재 타도 운동에 참가한 노익장들의 평가

세계적인 작곡가로 알려진 올해 90세인 테오도라키스 (Mikis Theodorakis)는 시리자 정부 출범 이후 치프라스와 바루파키스가 유로그룹과의 협상에서 그리스인으로서 자긍심을 보여달라고 한껏 기대를 표명했다.(26)

그러나 2월 20일 [합의문]에 대해서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시리자 협상팀이 트로이카의 목죄기 전략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스 민중의 힘을 최대한 동원해서 동독일 재무장관 쇼이블레의 ‘거부’를 더 강력하게 ‘거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27)

또한 2차 세계대전 독일 침공 시,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광장에 그리스 깃발을 게양해 그리스 영웅으로 추앙받은 글레조스 (Manolis Glezos) 역시 [합의문]은 ‘트로이카’를 ‘제도들 institutions’라고 이름만 둔갑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올해 92세의 나이로 201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2위와 43만표 차이로 압도적으로 시리자 의원으로 당선된 글레조스는 유로그룹과의 [합의문]은 사실상 시리자 공약의 후퇴인데 승리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그리스 대중에게 환상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28)

이러한 시리자 내부 평가들과 별도로 그리스 공산당 (KKE)은 유로그룹과 시리자 정부의 [합의문]은 그리스 대중의 우롱이라고 폄하했다.(29) 쿠춤바스 (Dimitris Koutsoumbas) 그리스 공산당 총서기는 이번 [합의문]은 긴축통치 2010 <메모랜덤>과 동일하기 때문에, 그리스 의회에서 이 <메모랜덤>과 이행 합의문 폐지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시리자 안팎으로 유로그룹과의 [합의문]에 대한 평가와 비판들은 쏟아지고 있지만, 그리스 대중들은 아직 시리자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 않고 여전히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그들도 그리스 현 정부가 처한 쫄쫄 굶을 만큼 재정난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4. 시리자 정부가 처한 긴박한 재정 현실에 대한 치프라스-바루파키스 협상팀의 대응

1) 그리스 시리자 정부, 돈줄이 마르다

이러한 시리자 안팎의 평가와 비판에 대해서 시리자 정부 재무장관 바루파키스는 3월 9일 월요일 브뤼셀에 있을 유로그룹 회의에 제출할 6개 개혁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유로존 탈퇴 그렉시트를 주장하는 라파비차스의 입장에 대해서, 바루파키스는 그리스가 트라크마로 회귀하는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한 시리자 협상팀은 유로그룹과의 협상에서 유로존을 개혁할 ‘신 유럽 뉴딜’을 제안할 것이라고 재차 다짐했다.(30)

또한 유로그룹과의 합의문에서 가장 큰 이슈로 등장한 조세 제도에 대해서도, 부가가치세 (VAT)는 현행 23%에서 15~16%로 낮춰 국내 내수를 진작시키겠다고 발표했다.(31)그리스 대중들에게 오스만투르크 점령 당시 그리스 민중들의 공공의 적이었던 ‘하라치 haratsi’(32)라고 불리고 있는 단일 부동산 재산세(ENFIA)를 2~3개월 안에 폐지하고, 그 대신 부자들에게 재산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시리자 내부 [레프트 플랫폼]의 합의문 비판, 그리고 다시 언급되고 있는 유로존 탈퇴 그렉시트 전략에도 불구하고, 시리자 중앙위원회에서 6월 말까지 트로이카와 협상에서 시리자 노선을 관철시키자고 의견을 잠정적으로 모은 데에는 그리스 정부가 처한 재정 위기의 심각성 때문이다.

당장 그리스 정부는 3월에 70억 유로가 필요하다. 지난 금요일 3월 6일까지 국제통화기금(IMF)에 16억 유로, 1년 미만 단기 국채 (T-bills) 갱신 비용으로 30억 유로, 그리스 국채 이자 7억 5천만 유로, 공무원 임금, 연금, 기타 정부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70억 유로가 긴급히 필요하다. 재무부 실무자들은 시간 촉박을 호소하고 있다.

2) 시리자 정부의 새로운 협상안들은 무엇인가?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시리자 정부는 유럽중앙은행(EBC)에 그리스 국채 수익 19억 유로를 국제통화기금(IMF)에 직접 갚아 달라고 요청한 상태이다. 또한 유로그룹과의 협상 이전부터 재무장관 바루파키스는 시리자 정부의 재정 마련을 위해서 단기국채(T-bills) 1년 발행 한도를 현행 150억 유로에서 250억 유로를 80~100억 유로 정도를 더 늘려줄 것을 트로이카에 요구해오고 있다.(33) 3월 9일 월요일 브뤼셀 유로그룹과의 협상을 앞두고 독일 슈피겔지와의 인터뷰에서도 치프라스는 단기 국채 (T-bills) 발행해서 그리스 정부가 재정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고 답변했다.(34)

바루파키스는 “돌멩이에서 피를 뽑아서라도 빚을 갚겠다”(35)고 했지만, 그리스 정부는 돈이 빠듯한 게 현실이다. 2015년 1월 세수 수입 목표액은 45억 유로를 예상했지만 실제 정부 세수 수입은 34억 유로에 그쳤다. 1월 정부 재정 수입도 당초 목표액은 13억 7천만 유로였으나 4억 4300만 유로만 걷혔다. 재무부 차관 발라바니(Nadia Valavani)는 1월 세금 미납자는 2월까지 납부해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36) 심지어는 바루파키스도 2~3개월 후에 폐지하겠다던 단일 부동산 재산세 (ENFIA)에 대해서도 시민들이 애국주의적인 생각으로 폐지 직전까지는 납세를 해달라고 요청할 정도이다.(37)

그렇다면 3월 9일 이후 유로그룹과의 제 2 라운드 협상에서 치프라스-바루파키스는 어떠한 대안을 가지고 임할 것인가?

바루파키스는 오는 6월과 8월 사이에 그리스 정부가 유럽중앙은행(ECB)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을 포함해서 채무 변제를 위해서는 115억 유로가 필요하기 때문에, 새로운 채무 동의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유로그룹 등 파트너들도 그리스로부터 ‘트로이카’를 듣기 싫어하고, 채권자들도 ‘빚탕감(헤어컷)’이라는 말을 싫어하기 때문에 이 단어들을 쓰지 말자고 제안한다.

그 대신에 만기 1년 미만 국채(T-bills) 수익률을 그리스 명목 GDP와 연계하는 “스왑”을 바루파키스는 제안한다. 그 이유로 지금 그리스 경제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명목 GDP를 끌어올리는 것이고 그래야 빚을 갚을 수 있고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그리스처럼 임금(소득)과 물가가 동시에 하락하는 것은 경기침체의 신호라고 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명목 GDP를 증가시켜야 한다고 제안한다.(38)

이러한 단기국채(T-bills)와 명목 GDP와의 연계하는 “스왑” 이외에, 바루파키스는 현재 유럽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그리스 국채를 ‘영구 채권’으로 전환시켜, 원금은 갚지 않고 이자만을 100년 이후에도 갚아나가는 방식을 제안한다. 시리자 정부의 기초재정 흑자를 높이기 위한 방책인 것이다. 시리자는 총선에서도 유럽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600억 유로 상당의 국채를 양적 완화 (QE) 방식으로 구조 조정을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우파에 가까운 파파니코스 (Gregory Papanikos) 교수는 바루파키스의 “스왑” 채택 시, 2014년의 경우 그리스 정부는 75억 유로의 이자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한다. 왜냐하면 2014년 그리스의 실질 GDP는 0.6% 증가했지만, 명목 GDP는 0.9% 감소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그리스 정부는 “스왑” 계약에 따라 단기국채(T-bills)의 이자를 채권자들에게 지급할 필요가 없게 된다.(39)

이처럼 시리자에게 관건은 정부가 자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런데 3월 9일 이후 유로그룹과의 협상에서 이러한 새로운 시리자 정부의 채무 구조 조정안이 수용될 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이런 스왑 제안을 하게 된 배경에는 2월 20일 유로그룹과의 [합의문]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바루파키스가 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한 대로, 탈세 탈루와의 전쟁에서 성과가 단기간에 달성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다.

일례로 스위스 은행에 그리스인의 예금 총액은 600억 유로에 육박하고 이 3만명 계좌 중, 2천명은 금융 소득에 대한 탈세를 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러나 일차적으로 2014년 2월 스위스 재무장관 에펠린 비트메 쉬룸프는 2천명에 대한 탈세 조사에 협조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시리자는 이에 대해 향후 더 강경하고 적극적으로 탈세를 추적할 계획이다. 하지만 탈세 방지와 조세 정의 실현에는 시간이 걸린다.

시리자가 내세운 민주주의 실천의 핵심들 중에 하나는 시민들을 시리자 이념으로 ‘지도’하려 하지 않고, 참여 통로를 열고 그들의 목쇠를 낼 공간들을 열어주는 도우미 역할이다. 또 다른 시리자 방침은 행정 고객주의에 대한 반대이다.

다시 말해서 군부 타도 이후 지난 40년간 그리스 정치를 지배해온 양당 체제, 범그리스 사회주의자 운동(PASOK)과 신민주당 (ND)의 정치 행태는 유권자를 ‘행정 고객’으로 간주하면서 수동적 시민으로 전락시켰다고 시리자는 비판한다.

시리자 치프라스와 바루파키스 협상팀을 찬성하건 비판하는 입장이건 모두 동일하게 주장하는 것은 시리자가 대중의 힘을 믿고 테살로니키 프로그램을 실천하라는 것이다. 그리스 여론은 어떠한가? 또한 그리스 시리자 정부가 주요하게 설득시키고 연대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독일 여론은 어떠한가를 관찰해보자.

5. 독일과 그리스의 여론 동향, 2월 20일 [합의문]에 대한 여론조사

우선 독일 여론을 살펴보자. 2월 27일 독일 여론조사 결과를 체데에프(ZDF) 방송에서 발표했다.(40)

“2월 20일 [합의문]을 그리스가 잘 이행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설문에 응답한 독일인들 중 26%는 예, 71%는 아니오라고 답함으로써 전체적으로는 부정적인 미래 예측을 했다. 독일 정당 지지자별로는 보수파인 기민련/기사련 지지자는 75%가 ‘아니오’, 사민당(SPD) 지지자의 65%, 좌파당 지지자는 47%, 녹색당 지지자는 67%, 그리스 금융지원에 가장 부정적인 정당인 대안독일(AFD) 지지자는 91%가 ‘아니오’라고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

독일 여론조사

독일 여론조사

두 번째 질문 “[합의문]에서 그리스에게 요구한 긴축 지침 가이드 라인은 어떻게 평가하는가?”에 대해서, ‘요구 내용이 너무 많다’는 24%, ‘너무 적다’는 13%, ‘적절하다’는 54%, ‘모르겠다’는 9%로 나타났다. 진보적인 독일인의 경우 ‘너무 많다’고 답변하고 민족주의적 태도를 취한 독일인의 경우 ‘너무 적다’고 답한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여론조사2

독일 여론조사2

한편 2월 20일 [합의문] 이후, 그리스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시리자에 대한 지지는 42.1%로 2월 14일 여론조사에서 획득한 45.3%보다 대략 3% 정도 하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2위인 신민주당은 이번 3월 1일 조사에서 18.3%를 기록, 2월 14일 18.4%와도 거의 변동이 없었다.

시리자 지지율

그리스 정당들의 지지율.

시리자 정부가 유로그룹과의 협상에서 보여준 기술적인 실수, 2014년 테살로니키 프로그램에는 미치지 못하는 [합의문] 결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인들은 여전히 시리자 정부에 큰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이번 여론조사에서 드러났다

쿠벨라키스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여론조사 자료에 따르면(41), 여론조사 응답자의 70%가 2월 20일 유로그룹과의 [합의문]에 대해서 그 이전 사마라스 정부와 비교해서 ‘매우 좋아졌다’ 혹은 ‘더 낫다’고 답했고, 39%는 과거 <2010 메모랜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답했다.

그리스 여론조사

그리스 여론조사 : 2월 20일 유로그룹과의 협상 결과에 대해서

응답자 44%는 시리자 정부가 유럽연합(트로이카)와의 협상할 때, 자본 통제라는 측면에서 보다 더 강경하게 협상을 해야 한다고 답했고, 반면 52%는 자본 통제에 반대했다. 응답자의 38%는 유로존 탈퇴(그렉시트)를 각오하고서라도 유럽연합과 협상을 더 강경해야 한다고 답했고, 60%는 유로존 탈퇴(그렉시트)를 반대했다.

이러한 그리스인의 여론 동향을 고려할 때, 앞으로 6월말까지 계속될 시리자 정부와 트로이카와의 협상 라운드에서, 시리자 정부가 협상 테이블에서 보다 더 많은 성과를 가져와서 현재 그리스가 처한 경제 위기를 타결해 줄 것을 그리스인들은 바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6. 결어 : 시리자는 정치적 실험대 위에 올라 있다.

시리자의 가장 큰 숙제는 주어진 시간 안에 빈곤선으로 전락한 인구 3분의 1을 자립 자활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일례로 사하라 사막 이남 가난한 아프리카 난민을 돌봐야 할 자원봉사 의사들 일부가 지금 그리스에 들어와서 봉사활동을 펼칠 정도로 공중 보건 제도가 파괴되었다. 동네 마을 의사 협동조합이 생겨나고 있지만, 시리자 정부가 이러한 시민들의 자립 자활 노력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복구해 낼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이처럼 시민들의 ‘기대-결과’ 사이의 격차를 최소화시키는 정책적 효과를 단기 중기적으로 만들어 내야 시리자의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시리자 내부의 이견들, 대표적으로 유로존 탈퇴(그렉시트)를 전략적으로 주장하는 그룹과 유로존 안에서 개혁을 추구해야 한다는 그룹들 간의 생산적인 합의를 내올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시리자 내부 민주적 리더십과 통일성을 높여야 트로이카와의 협상에서도 시리자의 프로그램을 관철시킬 수 있다.

세 번째는 3월 7일 시리자 외무부 차관 차칼로토스가 아일랜드 신페인 (Sinn Fein)을 방문해 스페인 포데모스와 같이 연대해 세상을 바꾸자고 연설을 했고,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이처럼 시리자 정부는 유럽 내 다른 국가들의 시민들의 지지를 얻어내고 연대를 형성해야 한다.

그리스 시리자 정치 노선에 대한 평가는 무지개처럼 다양할 수 있지만, 시리자의 정치적 실험이 좌초하게 되고 트로이카의 긴축통치가 연장된다면, 그리스에서는 과거보다 더 혹한의 신자유주의 광풍이 황금여명처럼 몰려올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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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채무구성

그리스 국가 채무 구성

[그림설명] 그리스 국가 채무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그리스 국채 발행이고, 다른 한 구성은 대출이다. 그리스 국채는 유럽중앙은행이 550억 유로를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2050억 유로는 투자 펀드, 국부 펀드, 헤지 펀드, 그리스 은행, 타 유럽 국가 은행들, 그리스 사회 보험 펀드, 유럽 보험사 등이 소유하고 있다. 950억 유로에 해당하는 대출 부문은 유럽 국가들 530억 유로 (이 중에 독일이 150억 유로를 대출해 최대 채권국가이다), 국제통화기금 (IMF)가 200억 유로, 기타 220억 유로로 구성되어 있다 

<단어 보충 설명>

1. 그리스 제 1차, 2차 구제금융 내역은?

그리스는 2010년 트로이카와의 <메모랜덤>을 통해서 1100억 유로를 금융지원 받았고, 2012년 그리스는 유럽재정안정기금 (EFSF) 1447억 유로와 IMF로부터 198억 유로, 총 1645억 유로(208조)를 추가로 제 2차 구제금융을 받았다.

2. 유로그룹(eurogroup)이란?

유로존에 가입한 19개국 재무장관들의 회의를 가리킨다.

네덜란드 노동당 소속 재무장관 예룬 데이셀블룸이 유로그룹 의장이다. 유럽위원회를 대표해 현재 그리스와 채무 협상을 벌이고 있다.

3. 유럽 재정 안정 기금 (EFSF:European Financial Stability Facility)이란?

출처: http://www.efsf.europa.eu/about/index.htm

프랑스는 유럽재정안정기금 (EFSF)를 은행으로 전환하고, 유럽중앙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서 그리스 구제금융을 제안한 바 있지만, 메르켈이 다른 나라와의 형평성 문제가 있고 불공정을 이유로 반대했다.

아일랜드, 포르투갈, 그리스 재정 지원을 위해 2010년 6월 창립되었다. 경제 위기 해결을 위한 재원 마련은, 유럽 국가들 국채 발행 및 자본 시장에서 채무증권 (담보 증권 debt instruments)발행하는 것이다. 2012년 10월 8일부터는 항구 구제 메커니즘 (제도), 유럽 안정 기구 (ESM: European stability Mechanism)를 가동시켜 사이프러스와 스페인을 금융지원하기로 했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는 2015년 2월말까지만 연장 운영하고, 다른 국가 지원은 없다. 그 이후는 채무 국가로부터 상환받기 위해서만, 즉 채권 원금과 이자 상환이 만기 연장될 때 한시 운영한다.

시리자 주요공약

시리자의 주요 선거 공약 :최저임금 751 유로로 복귀와 30만개 일자리 창출

4. 시리자가 2014년 9월에 발표한 <테살로니키 프로그램> 기조 틀 부분 번역

협상의 맥락과 내용 요약

1) 공공 부채 탕감. 1953년 독일과 2차세계대전 승전국들 사이에 맺었던 런던 협정에 의거해서 그리스 국가 채무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를 재건시킨다.

2) 빚 탕감 이후, 나머지 빚을 갚아 나가갈 때, <성장 조항>에 의거해서 나머지 채무 변제를 해결한다. 다시 말해서 그리스 경제가 회복되고 성장하는 것에 비례해서 빚을 순차적으로 갚아나갈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3) 모라토리움 (빚 채무 지불 일시 중단) 기간을 허용해서, 이 기간 동안에 경제 성장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한다.

4) 안정과 성장 협약 (the stability and growth pact) 제한 조건들에서 공공투자 부문은 삭제할 것.

배경 설명: 2010년 그리스가 <메모랜덤>, 그리스 정부 채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트로이카[Troika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EC), 유럽중앙은행 (ECB), 국제통화기금(IMF]가 그리스에 긴급 구제금융을 해주고 그 대신 그리스 경제 구조 조정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5) 유럽 투자 은행 (EIB) 이 재정 지원을 하는 공공 투자의 <유럽형 뉴딜>을 실시하자.

6) 유럽중앙 은행이 양적 완화 (QE)을 통해서, 그리스를 비롯한 채무국가들의 국채를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하자.

7)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그리스 은행으로부터 강제로 빌려간 돈을 되돌려 달라. 시리자가 집권하면 독일 나치 강제 대부금의 상환을 주요한 현안으로 다룰 것이다.

1)~7) 해법들은 그리스인들 전체를 살릴 수 있는 방법들이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그리스 채무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한다. 경제 성장을 이룩함과 동시에 이를 기반삼아 빚을 갚아나갈 수 있는 것이다. 정부가 기초재정 흑자(primary surplus)를 통해서 빚을 갚아나갈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 후자 방법은 그리스인들의 소득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1)~7)과 같은 계획을 실천하면서, 우리 시리자는 그리스 경제를 회생시키고 생산적 재건을 수행하고자 한다. 경제 회생과 국가 재건의 방법들을 다음과 같다.

(1) 최소한 40억 유로를 공공 부문에 투자한다.

(2) 2010년 <메모랜덤>이 가져온 사회적 부정의들을 점진적으로 원상회복시킨다

(3) 소득과 연금을 점차적으로 원상회복시켜 소비와 수요를 진작시킨다.

(4) 중소기업들에 고용 창출을 지원하고, 그들이 고용과 친환경적 생산을 실천하면 정부는 그 중소기업들에 에너지 비용을 보조할 것이다.

(5) 지식, 연구와 개발, 신 기술 분야 투자를 늘리고 젊은 과학자들을 지원할 것이다. 이를 통해서 그리스 두뇌유출을 막고, 해외에서 일하고 있는 그리스 젊은 과학자들이 그리스 국내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한다.

(6) 복지국가를 다시 건설해 나가고, 법치를 복원시키고, 능력주의 국가를 만들어 나가도록 한다.

우리 시리자(Syriza)는 위와 같은 지향과 방법을 가지고 트로이카와 협상을 해 나갈 것이고, 가능한 최대한도로 유럽인들과 정치적으로 연대할 것이다.








Posted by NJ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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