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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비교/여성

정의당 당대표 성추행 관련, 배복주 부대표의 기자회견

by 원시 2021. 1. 26.

배복주 부대표가 애써 참으려 해도 터져나오는 흐느낌은 어제 하루 종일 우리들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우리의 현주소를 응시하고 직시하는 게 비통 그 자체입니다. 이러한 응시와 직시가 어려워서 썼다 지웠다, 또 마음을 꾹 누르는 당원들이 더 많을 것입니다. 



진보정당을 하는 이유는, 타인의 노동, 또 노동 뿐만 아니라 타인의 감정에 힘입어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자각 때문이 아닐까요? 정치적 농담이 되어버린 ‘노동 존중’이라는 단어, 노동 해방도, 타인의 감정에 대한 적극적인 사회적 승인도 아닌, ‘그래 내가 존중해줄게’ 정도로 가벼운 농담이 되어 버린 시절을 우리가 보내고 있습니다. 


배부대표의 울음에, 우리들 얼굴이 들어있고, 우리들이 나가야 할 길도 들어 있었습니다. 우리의 한계에 대한 직시 때문에, 다 말하지 못하는 당원들 마음이 아픈 하루였습니다. 진실어린 사과, 책임있는 행동이 용서와 화해의 전제조건일 것입니다. 


몸과 마음의 치유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더디더라도 꾸준하게 그 마음을 헤아렸으면 합니다. 우리가 지금 ‘이런 모습’이 아니라, 우리가 만나고 싶은 ‘저 모습’에 대한 희망과 도전을 위해서라도 고통이 따르더라도 ‘직시’와 ‘응시’의 시간을 견뎌냈으면 합니다.


https://youtu.be/lZKxscKMldQ


고통스럽게 기자회견을 봤습니다. 배복주 부대표가 고개를 들지 못한 채 흐느낄 때 울지 않은 당원은 없었을 것입니다. 김종철 대표가 이런 기자회견의 대상으로, 당 징계 대상으로 될 것이라고 상상한 당원은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실망을 뒤로하고 용기 내어 의견을 내는 당원들이나, 썼다가 지웠다를 반복하고 있는 당원들이나, 우리가 무엇이 부족한가를 직시하는 게 아팠을 것입니다.  


진보는 한 사람에 대한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세심한 배려인데, 국민의힘,민주당 논평보다, 우리 스스로 우리 정치적 내용을 실천하지 못한 게 더 아픕니다. 


좋은 정책들의 나열에 그치지 않고, 당원들의 삶에 녹아 들어가야만 그게 진실의 힘이 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정의당의 페미니즘이 한국정치 관행에 비추어 과도하고 불편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전 반대합니다. 정의당의 페미니즘 발표내용들은 네거리 교통 신호등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마저 지키지 않는다면, 교통사고가 발생하게 되니까요.



정의당이 말하는 성평등은, 남녀 모두가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더 고양될 수 있는 ‘자리’와 ‘공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다고 전 생각합니다. 사람에 대한 정서를 억압하고, 사회적 체면과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개인적인 조신함’을 강조하는 게 정의당 페미니즘의 궁극 목표는 아닐 것입니다. 감정의 발산은 지배자와 기득권자들이 만들어놓은 사회적 인식틀이라는 창문을 통해 타인에게 전달되는 것이지, 순수 감정 그 자체가 타인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진보정당의 페미니즘이 저항적 성격을 띠는 건, 이미 만들어진 기득권과 지배자들의 ‘감정 표현 양식들’이 여성의 신체적 정신적 자율적 공간들을 축소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인 관계나 친밀한 가족 관계에서도, 직장에서도 그 ‘감정 표현 양식들’ 자체를 고쳐나가야 할 필요성이 생깁니다. 



여성의 신체와 정신의 자율성을 가로막는 모든 정치적 사회적 의식적 굴레들을 타파하자고 외치고 실천해온 수많은 사람들이 진보정당인 정의당에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가?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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