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관련, 산안법 위반 대법원 판결문 분석,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 제출 자료와 경향신문 취재 기사 후기.
1.산업안전보건법 이름은 자본가와 기득권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법안 이름이다. '일터 안전과 노동자 건강법'이라고 법률안 이름을 바꿔야 한다.
2. 경향신문 시리즈 기사에서, 일터 '치명적 죽음', 위험물질 노출로 인한 질병 사망에 대한 한국의 현실을 가장 잘 보여준 것은, 외국인 노동자의 죽음 보고서였다.
어디에서 누가 일하다가 죽고 다치는가? 일터 사망자들 중 12.5%가 외국인이었다. 이들은 아파트,빌딩, 공공기관 건물을 짓다가, 위험작업 기피 직종 제조업에서 일하다가 사망햇다. 300인 미만, 자본금 80억 이하 중소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비율이 가장 많았다. 국내 노동자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3. 경향신문 기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대법원 판례 전수조사> 분석 결과에서 내가 주목해서 본 점은, 현재 경총과 자본가, 민주당,국힘이 정의당과 민주노총에서 제안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과잉입법이라고 비난하는 지점이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 분석, 경향신문 취재에 따르면, 원청-하청-재하청 등 3~5단계 구조에서 직간접적으로 '노동 과정'을 통제하는 주체가 '발주처'라는 사실이다.
정의당과 민주노총은 이 발주처가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의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반해, 경총과 자본측 대변자가 된 국힘과 민주당은 '과잉입법'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발주처가 누구냐? 지자체 공공기관, 민간 주택조합, 민간 부동산 개발사 등이다.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목표가 '처벌 만능' 아니라, 예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반드시 발주처도 공동 책임주체가 되어야 한다.
4. 산안법 위반 대법원 판례 분석 기사. 요약
개인과 기관이 낸 벌금 평균액은 518만원이었다. 그러니까 176명 사망자 분석 결과, 1명 사망자에 대한 벌금액이 518만원이라는 셈이다. 이 중 5명만 구속되고, 149명은 석방되었다. 솜방망이에 다름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안타까운 것은, 176건 중 50% 이상 사망자가 건설업에서 발생했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 공무원들이 일하는 공공기관, 식당 등 상가 빌딩을 짓다가 다 건설노동자들이 사망한 것이다.
5. 건설업계 현실 고발- 원청-하청 다단계구조가 낳은 무책임과 횡령 속에서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 제출 자료, 2020년 710건의 사고로, 754명이 사망함.
원청 하청 체계가 심지어 5단계까지 내려간다는 것을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5단계 구조를 거치면서, 돈 횡령 액수도 14억 3329만원된 사례도 있었다고 함.
산안법 위반으로 하청은 57%가 징역과 금고형, 원청은 52%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참고기사 아래.
[2020년 산안법 위반 1심 판결 전수조사](상)한 노동자 죽음에 사측 책임은 ‘869만원’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 2021.01.04 06:01
사망 185명에 내려진 벌금 총 16억여원…“기업범죄 인식” 목소리
‘김용균법’ 시행 1년…징역 기간 1개월 늘었으나 대부분 선처 받아
16억800만원.
2020년 법원이 185명의 산업재해 사망사고에 대해 부과한 벌금이다. 지난해 법원은 산업현장에서 벌어진 노동자 등의 죽음에 대해 피고인 1명당 평균 518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사망자 1명당 869만원이 국가로 귀속됐다.
사망 노동자의 고용주·상사 154명이 징역·금고형을 선고받았고, 이들 중 149명이 재판 직후 풀려났다. 5명만 구속당하는 처벌을 받았다.
한국은 일터에서의 죽음에 이렇게 죗값을 치르게 한다. 경향신문은 3일 사망자가 발생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 사건 중 지난해 대법원 열람시스템에 게시된 1심 판결문 178건을 전수조사했다.
판결문에 나타난 사망자는 총 185명이었다. 대부분 ‘한 번 사고에 사람 한 명’이 죽었다. 176번의 사고로 176명이 죽었다. 질식·폭발 등으로 2명 이상이 동시에 죽기도 했다.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건설업에 종사하면서 아파트·상가·공공시설 등을 짓다가 추락사로 생을 마감했다.
287명이 재판정에 섰다. 법원은 이들의 산안법 위반·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벌금형 또는 평균 7.3개월의 징역·금고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개는 ‘징역 4개월·집행유예 1년’이나 ‘6개월·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2020년 산안법 위반 1심 판결 전수조사]
(상)한 노동자 죽음에 사측 책임은 ‘869만원’사진 크게보기
법인 165곳도 함께 책임을 졌다. 개인과 법인이 납부한 벌금 총액은 16억800만원이다. 사망자 숫자로 나누면 1명당 869만원이 지불된 셈이다.
개인은 평균 518만원, 법인은 평균 553만원을 냈다.
고용노동부 과거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산안법 위반(상해·단순위반도 포함)으로 기소된 개인·법인은 각각 420만원·524만원을 벌금으로 냈다.
보고서는 “과연 이 정도 벌금액으로 적정한 위하력(억제력)이 작동할지 의문”이라고 했는데, 3년이 흐른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1967년 제정된 산안법은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씨 사망을 계기로 한 차례 전면 개정됐다.
이른바 ‘김용균법’이 지난해 1월16일 시행된 지 1년, 개정 산안법을 적용받은 판례를 보면 징역기간은 평균 8.3개월로 소폭 늘었으나 모두 선처받아 구속을 면했다. 개인·법인들은 옛 산안법을 적용한 판례보다 100만원 이상 적은 평균 422만원을 벌금으로 냈다.
경영계는 이를 두고 “세계 최고 수준의 처벌”이라고 부른다.
지난해 9월 기준 산재사고 사망자는 66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7명 줄어드는 데 그쳤다.
죽음에 대한 ‘비용’을 획기적으로 높이라는 요구가 나온다.
매출액에 비례하는 과징금·벌금, ‘나도 감옥에 갈 수 있다’는 경영자들의 위기의식, 수사기관·법원이 산재를 ‘기업범죄’로 받아들이는 제도적 혁신. 이 같은 토양은 기업이 ‘안전’에 투자할 인센티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그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여야가 논의를 차일피일하면서 오는 8일까지인 임시국회 기간 내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2020년 산안법 위반 1심 판결 전수조사](
중)죽어나가도 원청은 벌금형, ‘진짜 책임자’ 발주처는 비켜 가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5차 하도급’ 철골 노동자 A씨의 죽음
외국인 노동자
다단계 후 14억 → 1천만원 공사
안전비용 절감 ‘꼼수’에 추락사
일감 준 회사는 아무 책임 안 져
178건 중 원·하청 다 처벌 52건
판결 중 발주처 확인 78건 그쳐
공공기관 발주 14건 등 기소 ‘0’
2019년 5월25일 전남 순천의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 공사현장에서 소규모 철골설치업체 직원 A씨(48)가 숨졌다.
아침 일찍 작업을 위해 철골 기둥을 오르던 중, 근처에 세워져 있던 다른 기둥이 무너지면서 A씨가 서 있던 자리를 덮쳤다. 그 충격에 A씨는 균형을 잃고 5.8m 아래 바닥으로 떨어졌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이 지난해 2월14일 내린 해당 사건 판결에는 A씨가 죽음에 이른 과정이 상세히 담겨 있다.
사건 약 열흘 전, 해당 현장에서는 또 다른 철골업체 B사 직원들이 기초작업을 진행했다. B사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꼼수’를 썼다.
철골을 땅에 박을 때 70㎝ 이상의 앵커볼트(철근과 콘크리트를 연결하는 볼트)를 쓰도록 돼 있는데, 볼트가 잘 들어가지 않자 25~30㎝가량 잘라내도록 지시했다. 이후 B사가 작업 일부를 위탁한 A씨 업체가 현장에 들어왔고 A씨는 출근 3일째 되던 날 죽었다.
[2020년 산안법 위반 1심 판결 전수조사](중)
죽어나가도 원청은 벌금형, ‘진짜 책임자’ 발주처는 비켜 가
산업재해 사망자 대다수는 떨어져 죽었다. 수십년 동안 그래왔다. 경향신문이 4일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고용노동부의 ‘사업장 안전사고 발생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710건의 산재 사고로 754명이 숨졌다.
‘떨어짐’이 324건(45.6%)으로 절반에 육박했고 건설업에서 398건(56%)이 발생했다. 건설업과 추락사. A씨 죽음에는 산재의 두 가지 전형성이 모두 담겨 있다.
A씨 사건에서 드러나는 또 하나의 특징이 있다. 다단계 하도급 문제다.
A씨가 일했던 신축공사는 순천에서 300㎞ 넘게 떨어진 경기 안양의 한 업체가 ○○주식회사에서 14억4400만원을 받고 수주한 계약이었다.
이 원청(원도급자)은 철골 공정을 한 제작업체에 2차 도급을 줬고, 2차 도급업체는 이를 또 다른 회사로 넘겼다.
3차 도급업체는 이를 받아 ‘부실 기초작업’ 장본인인 B사에 3100만원에 4차 하청을 줬고, B사는 일감 일부를 잘라내 1071만원에 A씨 회사로 넘겼다. 무려 5단계에 이르는 도급망 속에서 14억3329만원이 여러 사람 손으로 사라졌다.
심지어 2·3차 도급업체는 중개에 따른 마진만 챙기고 실제 시공에는 참여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A씨를 살릴 수도 있었던 안전벨트·안전로프·추락방호망 등을 넉넉하게 구비할 비용들마저 덩달아 증발했는지 모른다.
처벌마저 전형적이었다. 원청(원도급자) 법인은 500만원을, A씨 회사와 B사는 각각 250만원을 벌금으로 냈다.
일감을 준 ○○주식회사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 도급 단계의 일부 관계자들만 미미한 형량을 치르는 구조가 온존하는 한 A씨 같은 죽음은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경향신문이 지난해 산재 사망을 다룬 1심 판결 178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54명이 숨진 52개의 사건에서 도급계약의 양측, 즉 원청과 하청이 나란히 법정에 섰다.
하청 측 관계자들은 71명 중 41명(57%)이 징역·금고형을 선고받았고 드물게 법정구속된 사례도 있었다. 원청 쪽은 52명이 처벌받았는데 징역형 대신 주로 벌금형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숫자는 현실을 일부만 드러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판결문에서의 원·하청은 단순히 업무계약상 수급·도급 관계를 나타낼 뿐이고 ‘진짜 결정권자’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업무를 발주하고 돈을 대는 ‘발주처’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공기(공사기간)·예산·공정에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고 설계 변경까지 할 수 있는 발주처가 사실상 현장의 분위기를 좌우한다”며 “공기 단축 결정으로 현장에서 혼재 작업이나 공정 변경 등 사고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판결문 178건 가운데 발주처 존재가 확인된 사례는 78건이었다.
부동산개발 시행사나 재건축조합 같은 민간단체가 64곳이었다.
공사기한이 빡빡하거나 공사금액이 쪼그라들어 안전을 등한시했던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2019년 6월 75세 노동자가 추락사한 사건에서 재판부는 “업체의 공사대금 규모에 비춰 충분한 안전조치를 취하기 곤란한 구조적 문제가 영향을 끼쳤다”고 판시했다.
그해 10월 56세 노동자가 추락사한 사건에서도 재판부는 “공사대금 200만원으로 근로자 3명의 노무비를 충당해야 하는 열악한 조건에서 안전조치를 소홀히 했다”며 그 사정을 참작해줬다.
지자체·공공기관이 발주처로 확인된 사례도 14건이었다. 한국수자원공사·인천 연수구·국토교통부·국군재정관리단 등에서 발주한 공사들에서 14명이 매몰·익사·끼임·추락 등으로 사망했다. 이 기관들도 기소되지 않았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골간은 노동자의 안전을 희생해 이익을 보는 쪽에게 더 많은 책임을 지우는 것이다. 2019년 전면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발주처에도 안전보건계획 수립을 의무화하는 등 개선이 이뤄졌지만 강제수단이 과태료밖에 없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중대재해법은 처벌 범위를 ‘사업을 발주한 자’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노동부는 정부 수정안에서 “발주만으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과잉”이므로 발주처는 처벌 대상에서 뺄 것을 제시한 바 있다.
[2020년 산안법 위반 1심 판결 전수조사
](하)“정부안 반대” “입법 반대”…노사, 막판까지 ‘총력전’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입력 : 2021.01.05 21:20
■중대재해법 5대 쟁점
①중대산업재해 정의
②경영책임자의 의무
③경영책임자 처벌 수위
④손해배상 수위
⑤시행시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새해 들어 처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 논의를 시작한 5일 노동계와 재계는 각자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중대산업재해 정의, 경영책임자의 의무, 경영책임자 처벌 수위, 손해배상 수위, 시행시기 등 주요 쟁점별로 노사 주장이 팽팽히 맞서 있다.
노사는 중대산업재해의 정의부터 다르다. 정부안은 ‘1명 이상 사망한 재해’ 혹은 ‘동일한 원인으로 또는 동시에 2명 이상 사망한 재해’를 처벌 대상인 중대재해로 규정한다. 재계는 중대재해 정의를 좁히고 싶어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다수의 사망자가 반복적으로 발생했을 때만 중대재해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중대재해를 ‘동시에 2명 이상 사망’으로 한정하면 붕괴·화재사고 외에는 적용대상을 찾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반박한다.
1명 이상 사망하면 중대재해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2020년 산안법 위반 1심 판결 전수조사](하)“정부안 반대” “입법 반대”…노사, 막판까지 ‘총력전’사진 크게보기
경영책임자와 원청의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두고도 입장이 엇갈린다.
정부안은 사고 위험이 높은 작업의 재해 예방을 위한 계획수립과 이행조치를 의무로 규정한다.
재계는 “경영책임자와 원청이 이행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의무를 구체적·명시적으로 규정해야 한다”며 의무 축소를 주장한다.
반면 노동계는 당초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포함돼 있던 발주처 책임을 비롯한 ‘위험의 외주화’ 관련 조항이 법안에 포함돼야 한다고 요구한다.
정부안은 중대재해 발생 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한 경영책임자에게 2년 이상 징역이나 5000만~10억원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을 막으려면 처벌 조항에 하한선을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재계는 경영책임자가 관리자로서 의무를 다했거나 의무 위반의 고의·중과실이 없으면 면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형벌 하한선도 반대한다. 손해배상 범위도 손해액의 3배 이내로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 시행시기도 첨예한 쟁점이다.
정부안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법 적용을 4년 유예하기로 한 데 더해 50~100인 사업장도 2년 유예토록 했다.
재계는 아예 대기업에 대해서도 시행을 2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노동계는 사업장 규모에 관계없이 즉시 시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산재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유예기간 부여는 법 취지를 무력화한다”는 것이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이날 법사위 소속 의원들을 만나 중대재해법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지난달 29일에 이어 두번째다. 경총은 “정부안은 헌법상 책임주의 원칙, 과잉금지 원칙 등에 크게 위배되며 기업경영에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국회 앞에서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정부안은 입법 취지를 부정하고 법을 누더기로 만드는 것”이라며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법 제정 취지를 온전히 살려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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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안보다 후퇴한 ‘중대재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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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안보다 후퇴한 ‘중대재해법’
김형규·심진용 기자 fidelio@kyunghyang.com
입력 : 2021.01.05 21:01 수정 :
여야, 사망사고 처벌 수위 ‘징역 1년 이상 또는 벌금 10억 이하’로 낮춰
‘고의 땐 매출액 10% 벌금 가중’도 삭제…법사위, 6일 최종 확정 방침
여야가 5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쟁점인 사업주·경영책임자 처벌 수위를 낮추기로 했다. 사망사고를 낸 경우 ‘징역 1년 이상 또는 벌금 10억원 이하’로 처벌 조항을 합의했다. 이미 후퇴했다고 비판받은 정부안보다도 완화된 내용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여야는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중대재해법의 처벌 수위를 확정했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형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을 선고하도록 했다
. 정부가 제시한 ‘2년 이상 징역 또는 5000만~10억원 벌금’보다 징역형의 하한선을 낮추고 벌금형의 하한을 아예 없애는 쪽으로 처벌 수위가 완화됐다. 다만 징역과 벌금을 함께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징역 2년 이상, 5억원 이상 벌금’이었다. ‘징역 3년 이상’이라고 명시한 정의당 법안과 비교하면 후퇴 폭이 더 크다. 법인에 부과하는 벌금의 경우 고의가 인정됐을 때 매출액의 10%를 벌금에 가중한다는 조항도 삭제됐다.
법안소위 위원장인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중대재해법의 적용 범위가 넓고 다양한 형태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형의 하한은 낮추는 대신 상한은 높였다”며 “임의적 병과(동시에 둘 이상의 형벌에 처하는 것)를 가능하게 해 피해자 보호를 두텁게 했다”고 설명했다.
책임의 정도에 따라 부과할 수 있는 형벌의 폭을 넓혔다는 것이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법인 벌금 상한액 50억원은 대기업의 경우 법의 효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대단히 미약한 액수”라며 “벌금에 매출액 10%를 가중하는 내용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쟁점인 공무원 처벌 조항과 식당·노래방 등 다중이용시설 포함 여부, 50인 미만 사업장 법 적용 유예 등은 결론을 내지 못했다.
여야는 6일 다시 법사위 법안소위를 열어 최종안을 확정·의결한다는 방침이다.
김태년 민주당·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을 갖고 오는 8일 본회의를 개최해 중대재해법을 포함한 주요 민생법안 중 여야가 합의하는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다만 국민의힘이 “중대재해법의 독소조항을 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법안 내용이 더 후퇴하거나 본회의 처리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주 원내대표는 “과잉 금지 원칙이나 형사법 책임원칙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면서 “이런 부분들이 걸러져서 합의가 돼야 (8일 처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성일종 비대위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입법적으로 무조건 강하게 20년씩 형을 내리는 것이 옳은가 봐야 한다”면서 “산업계 요구와 지금 내놓은 입법들이 상당히 괴리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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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산업재해로 숨진 사람들 가운데 약 13%가 외국인으로 드러났다. 소규모 건설·제조업 사업장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면서 사망자 비율도 해마다 늘고 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이 4일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사업장 안전사고 발생 현황’을 보면, 지난 한 해 전국에서 710건의 산재 사고로 총 754명이 사망했다.
이 가운데 외국인은 95명(12.5%)이었다.
업종별로는 47명(49.4%)이 건설업에서, 35명(36.8%)이 제조업에서 일하다 사망했다. 제조업 분야 외국인 사망자 비율은 전체 사망사고에서의 제조업 비율인 26.4%보다 10.4%포인트 높았다.
고용허가제로 300인 미만·자본금 80억원 이하 중소 제조업체에 취직하는 외국인 비율이 높고, 이들이 주로 공장에서 가장 기피되는 위험작업에 투입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외국인 노동자의 사망 원인은 떨어짐 33.6%(32명), 끼임 18.9%(18명) 등이었다.
작년 754명 중 95명…건설 절반
위험작업 투입 늘며 매년 증가
세농·어업 등 사망은 통계도 없어
외국인 노동자가 동시에 3명 이상 사망하는 다중 참사도 빈번했다.
지난해 12월20일 경기 평택의 한 물류창고 공사 현장에서 중국 동포 5명이 슬래브덱(발판)이 무너지면서 3명이 사망하고 2명이 크게 다쳤다.
지난해 4월 38명이 숨진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에도 중국인 2명, 카자흐스탄인 1명이 포함돼 있었다.
외국인 산재 비중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전체 사망사고에서 외국인 사망자 비율은 2017년 9.3%에서 2019년 12.0%, 지난해 12.5%로 늘었다.
농업·어업 등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죽음은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12월20일 경기 포천의 한 농장에서 캄보디아 출신 외국인 노동자가 난방장치가 고장난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자다가 사망했지만 이번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경우 언어 문제로 작업장 위험요소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가 어려운 데다, 불법체류·고용허가제 등으로 신분이 자유롭지 않아 열악한 상황에 쉽게 노출된다.
강정주 민주노총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제조업 사업장의 경우 유해 화학물질을 다루는 일처럼 국내 노동자들이 꺼리는 힘든 작업에 이주노동자들이 주로 투입된다”고 말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산업안전 관련법 논의 과정에서 이 같은 ‘사각지대’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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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처 ‘공기 단축 강요’ 책임 못 물어…이천 화재 참사, 언제든 반복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입력 : 2021.01.06 20:42
발주 팀장 이례적 처벌 불구
설계변경 책임만 물어 ‘집유’
여야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합의 내용에는 공기 단축 등을 강요한 건설공사 발주처의 책임을 묻는 조항이 빠져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이천 물류창고 화재처럼 대형 인명 사고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8명의 사망자를 낸 이천 물류창고 화재는 발주처의 공기 단축 요구가 발단이 됐지만 발주처는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을 통해 6일 확보한 이천 화재 1심 판결문을 보면,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발주처 (주)한익스프레스 경영기획팀장 A씨에게 지난달 29일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산재 사망 사고로는 이례적으로 발주처 관계자가 처벌을 받았지만, 법원은 공기 단축이 아니라 설계 변경만 유죄로 봤다. 당초 설계에는 작업자들의 대피로가 있었지만 A씨는 냉동창고의 결로 위험을 고려해 이 대피로의 폐쇄를 결정했다.
이로 인해 피신하지 못한 지하 2층 작업자 4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친 데 대해서만 책임을 물은 것이다.
하지만 화재는 가연성 소재인 우레탄폼 설치 작업과 배관을 연결하는 용접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다 용접 불티가 우레탄폼에 옮겨 붙어 발생했다.
발주처가 목표로 한 준공 날짜를 맞추기 위해 평소보다 많은 작업자가 현장에서 일하는 바람에 대형 참사로 번졌다. 공기 단축이 화근이었던 셈이다.
1심 법원도 발주처의 공기 단축 지시를 일부 인정했다. 다만 화재경보설비 미설치, 대피훈련 미실시 등 시공사나 감리담당자의 안전조치의무 위반이 대량 인명 피해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고 판단했다.
또 2019년까지는 발주처의 공기 단축 지시가 있었으나 2020년 들어서는 지시 증거가 명확지 않다고 봤다. 기존 법과 판례를 따른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건설공사 발주자의 무리한 공기 단축과 공법 변경을 금하고 있지만, 이를 사망 사고와 연결지어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이에 정의당 등은 건설공사 및 선박제조업 발주자의 공기 단축 강요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규정은 정부안에서 삭제된 데 이어 여야 협의에서도 빠졌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발주처의 공기 단축 지시 등이 사고의 근본 원인임에도 공기를 단축할 때 사망 발생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은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