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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비교/노동

[언론 보도] 샌드위치 패널에 검은 천막집. 겨울 동사, 화재 취약. 23일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속헹씨 사망.

by 원시 2020. 12. 30.

캄보디아 이주 여성 노동자, 속헹, 사망. 

 

1) 샌드위치 패널에 검은 천막집. 겨울에 난방효과 적어, 불량주택임.

농지법 위반. (채소 재배하는 비닐하우스에 지은 천막집)

2) 고용노동부가 2017년 진행한 별도 조사. 한국 1만7000여명의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중 약 30%(5100여명)가 비닐하우스와 컨테이너에서 거주.

 

화재에 취약,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주거환경임.

(인화성이 높은 비닐이나 판자, 부직포로 만들어진 비닐하우스)

 

 

 

 

 

 

사람이 산다, 사람이 죽는다…‘집’이 아닌 그곳에서

 

윤지원 기자

 

2020.12.30 06:00

 

 

생존 위협하는 ‘비닐하우스 주거’

 

지난 23일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A씨가 숨진 경기 포천시의 비닐하우스 숙소.  전현진 기자

 

 

생활 시설 미비에 퇴거 위협 상존

판자·부직포로 덧대 화재도 빈번

살면서 가장 고통스러운 건 “추위”

 

 

2018년에 조사된 것만 ‘6601가구’

그나마 내국인엔 지원 정책 있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은 그대로 방치

공동 기숙사 등 대안 주거 마련해야

 

 

집이 아닌 곳에서 사람이 살았다. 집이 아닌 곳에서 사람이 죽었다. 지난 20일 귀국을 20일 남기고 세상을 떠난 캄보디아 국적 이주노동자 A씨(30)는 4년 동안 일터이자 숙소인 비닐하우스에서 살았고, 거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한파 경보에도 난방 장치는 고장났고, 화장실 겸 욕실 바닥은 애당초 타일 공사가 되지 않은 냉골 시멘트였다. A씨의 사인은 간경화였다. 

 

 

이주민 권익 단체들은 건강권을 침해하는 주거와 일터가 그의 질환을 악화했다고 보고 정부에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비닐하우스는 농촌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는 숙소라고 한다. 소수이지만 내국인 중에도 비닐하우스에 사는 사람이 있다.

 

 ‘부동산 불패 신화’의 나라에 다주택을 보유한 사람들과 집이 아닌 곳에서 사는 사람들이 공존한다.

 

지난 8일 인터뷰를 위해 한국인 B씨의 경기 고양시 덕양구 집을 방문했다. 

주소를 입력하자 내비게이션이 가리킨 곳은 고속도로 갓길 옆 나대지 한복판이었다. 찾는 데는 시간이 한참 걸렸다.

 

10년 전 B씨는 생후 20개월도 안 된 아들을 데리고 남편과 함께 지금의 비닐하우스로 쫓기듯 입주했다. 

 

사업 실패로 가진 돈이라곤 100만원이 전부였던 부부가 보증금 없이 머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 B씨는 비닐하우스만의 새로운 생존규칙을 터득했다.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탓에 매달 ‘기름 아저씨’를 불러 보일러에 등유를 채워야 한다.

 전기요금 폭탄을 맞기 쉽기 때문에 전기 사용은 최소화한다. 

 

아이는 절대 나가서 놀지 못한다. 비닐하우스 주변에 큰 차들이 수시로 다니고, 철사나 먼지 등이 사방에 널려있기 때문이다.

 

 겨울철 목욕은 최대 열흘까지 참는 것을 각오한다. 현관과 붙어있는 욕실 겸 화장실에서 목욕을 하고 나면 감기에 걸리기 일쑤다

 

. 세탁을 할 땐 세제가 잘 녹지 않는 점을 각별히 유의한다….

 

 비닐하우스 생존규칙은 끝없이 이어진다. 비닐하우스 생활은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돈이 많이 든다.

 보증금 없이 월세 40만원에 전기세·난방비 40만원 등이 고정 지출로 나간다.

 

 

 부부는 10년 동안 다른 곳으로 이사갈 비용을 모으기 힘들었다. 

 

B씨는 “월급을 받아도 생활비가 늘 빠듯했고 주거 관련해선 정부 지원을 받지 못했다”며 “비닐하우스에서 우울증도 앓았지만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오래 버텼다”고 했다. B씨는 10년의 비닐하우스 생활을 조만간 끝낸다. 

 

비정부기구(NGO) 희망친구 기아대책의 도움을 받아 내년 초 인근 주택으로 옮길 예정이다.

 

 

■ 내국인 비닐하우스 거주 여전히 존재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 있는 내국인 B씨 가족이 사는 주거용 비닐하우스 욕실 입구.

주거형 비닐하우스는 주로 검정 차양막을 두른 비닐하우스 안에 샌드위치 패널로 가건물을 지은 형태를 말한다. 

 

이주노동자 A씨와 한국인 B씨가 거주한 비닐하우스도 각각 농지와 나대지에 세워진 비닐하우스 가건물이다. 여전히 비닐하우스에 거주하는 사람은 적지 않다. 

 

 

국토교통부가 2018년 10월 발표한 주거 실태조사(2017년 5월~2018년 6월)에 보면 

 

‘주택 이외의 거처’ 37만가구 중 판잣집·비닐하우스는 고시원(15만1553가구, 41%),

 일터의 외부 공간 및 PC방(14만4130가구, 39%), 

기타(3만6806가구, 10%)

, 숙박업소의 객실(3만411가구, 8.2%)에 이은 총 6601가구(1.8%)로 조사됐다. 

 

 

실상은 6601가구보다 훨씬 더 많을 수 있다. 당시 조사를 수행한 한국도시연구소 최은영 소장은 “농촌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비닐하우스 숙소가 ‘일터의 외부 공간’ 통계로 잡혔다”며 “ ‘일터의 외부 공간’ 비율이 높은 것을 놓고 농촌 거주 외국인 노동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란 내부 분석이 있었다”고 했다. 

 

 

판잣집·비닐하우스 거주자로 통계에 잡힌 6601가구는 대부분 일터와 무관한 내국인으로 추정됐다. 

 

고용노동부가 2017년 진행한 별도 조사에서는 국내 1만7000여명의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중 약 30%(5100여명)가 비닐하우스와 컨테이너에서 사는 것으로 나왔다.

 

 

주거용 비닐하우스는 생존과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가 많다.

 

 국공유지에 지어진 무허가 거처인 경우엔 강제 퇴거의 위협이 늘 존재한다.

 

 이주노동자들이 사는 비닐하우스는 주로 농장주 소유 땅에 채소 등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와 붙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모두 농지법 위반이다. 

 

인화성이 높은 비닐이나 판자, 부직포로 만들어진 좁은 비닐하우스에선 화재도 잘 일어난다.

 

 

지난 10일 새벽엔 경기 용인시의 주거용 비닐하우스에서 불이 나 60대 남성이 사망했고 지난 3월에도 경기 시흥시 비닐하우스 화재 사고로 이곳에 살던 60대 부부가 숨졌다. 

 

상하수도와 같은 기반 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거주 환경도 열악하다. 이주노동자들은 난방 문제를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경기 이천시의 한 농장 비닐하우스에서 5년간 숙박과 재배 노동을 한 이주노동자 C씨는 “가장 고통스러운 건 추위였다. 

작은 전기난로로 겨울을 지내야 했다”고 말했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는 비닐하우스를 숙박업소 객실·기숙사·판잣집 등과 나란히 ‘주택 이외의 거처’로 분류한다. 방과 화장실을 갖췄더라도 주거 기준에 미달한다는 의미다.

 

 

 

■ 불법 방치하다 이주민 사망 후 움직여

 

 

B씨 가족이 사는 주거용 비닐하우스 내 욕실. 희망친구 기아대책 제공

 

전문가들은 내국인의 비닐하우스 주거 문제는 정부의 적극적 주거 지원 정책과 함께 상당 부분 해결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쪽방·비닐하우스 거주 가구 2009년까지 해소’ 계획을 수립하면서 서울 일대의 비닐하우스 거주 가구들은 임대주택과 저리의 전세자금 지원 혜택을 받았다.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위원은 “과거 행정적으로 비닐하우스 주거민 파악을 못한 상태에서 많은 사람들이 서울에서 주거 공간을 마련하지 못하고 비닐하우스에 거주했다”며 “비닐하우스 전입신고가 허용되고 공공임대아파트 입주 등 관련 지원 정책이 나오면서 송파나 강남 일대의 비닐하우스 주거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됐다”고 말했다.

 

 현재 국토부는 취약계층 주거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비닐하우스, 쪽방·고시원 등에 사는 최저 주거 기준 미달 가구에 보증금 50만원선의 매입이나 전세 임대 자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B씨는 주거 지원 정보나 절차 이행의 어려움을 겪어 지원을 받지 못했을 수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비닐하우스, 고시원 등 현장을 방문해 공공임대주택으로의 이주 의사를 확인한 뒤 이주 작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비닐하우스에 사는 이주노동자는 별다른 대안 없이 방치했다.

 

 노동부는 지난 23일 이주노동자가 숨진 것을 계기로 비닐하우스 내 가건물을 이주노동자 숙소로 제공하는 신규 사업자에겐 고용허가를 내주지 않기로 했다. 비닐하우스는 숙소로 제공해선 안 되지만, 비닐하우스 안에 가건물을 설치하면 기숙사 사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뒤늦게 바꾼 것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비닐하우스뿐만 아니라 농촌 이주노동자 임시숙소 실태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단, 이미 비닐하우스에 거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즉각적인 혜택을 받지 못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유선 조사를 실시해 기숙사 기준을 위반한 문제 사업장 발견 시 시정명령을 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고용허가를 취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허가를 취소하더라도 당장 비닐하우스를 대신할 주거 공간이 농촌 지역에 마련돼 있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 사망 사건 대책위원회와 일부 농민들은 지방자치단체나 정부 차원에서 농촌 지역 이주노동자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공동 기숙사를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외국인들의 주거권은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한다. 

 

주거권을 명시한 현행 주거기본법은 이 법이 보호하는 대상을 ‘국민’으로 제한한다. 정부가 이주노동자의 주거권 문제를 정책 대상에서 배제해도 법상으론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유엔 주거권 특보인 레일라니 파르하는 2018년 5월 공식 방한 후 발표한 한국 주거권 실태조사 정리 보고서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주거급여, 공공주택, 기초생활보장에서 전반적으로 제외한 한국 정부의 정책에 대해 “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조 2항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며 개선을 촉구했다.

 

주요기사

 

 

 

 

 

 

MBC 뉴스 보도.

 

 

 

3주 뒤면 고향 가는데…한파에 홀로 숨졌다
입력 2020-12-23 20:32 | 

 

 



강추위로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던 지난 주말, 경기도의 한 농장 숙소에서 캄보디아 이주 노동자 여성이 홀로 숨진 채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가건물 숙소는 난방이 되지 않는 상태였고, 경찰은 동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조사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방엔 3주 뒤 출발하는 귀국 비행기 예약증이 남아 있었습니다.

 



김건휘 기자입니다.

리포트

경기도 포천의 한 채소 농장 한켠에 검은 천으로 쌓인 비닐하우스 한 동.

지난 20일 오후, 휴가를 갔다 돌아온 2명의 여성 캄보디아 노동자가 31살 속헹씨가 방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상하의를 모두 입고 이불 속에서 숨져 있었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타살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고, 시신 근처에서 각혈 흔적을 확인했습니다.



숨진 속헹씨는 이곳 비닐하우스 농장에서 4년 넘게 일을 했는데, 저기 보이는 샌드위치 패널에 검은 천막을 둘러놓은 곳이 숙소였습니다.

 



원래 캄보디아 여성 이주노동자 5명이 함께 살던 숙소인데, 4명은 지난 18일과 19일 다른 곳으로 갔고, 속헹 씨 혼자 주말 내내 숙소에 머물렀습니다.



다른 4명은 숙소에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강추위를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고 합니다.

 

 

 



[김이찬/지구인의 정류장 대표]

 


"그 전에도 자주 누전차단기가 내려갔고, 꺼져가지고 고생을 한 적이 있었는데…"

숨진 속헹 씨가 지병이 있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었고, 동사한 것 같다는 게 동료들의 주장입니다.

[김이찬/지구인의 정류장 대표]

 

 

 


"왜 사망한거 같냐, 라고 물었을 때는 ‘몰라요 왜죽었는진 그런데 추워서 죽은 것 같다고 얘기했어요."

 



농장주를 찾아가 봤습니다.

 



[농장주]

 


"(난방이 좀 안됐다는 말이 있던데요.) 예, 알겠습니다. 빨리 가세요. 야! 말하지 마세요."

농장주의 아들은 동사일리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농장주 아들]
"여자들 방은 더 좋게 해줘요. 여자들만 쓰는 방이라. 반대로 저희집이 지금 전기가 안들어와서 저희가 춥게 자고 있지…"

 



과연 그럴까.

숙소는 비닐하우스 문 하나만 열면 곧바로 거실과 방이 나옵니다.

건축대장에도 등록돼 있지 않은 샌드위치 패널로 만들어진 가건물로, 찬 바람이 그대로 들어오고 바닥도 냉골이었습니다.

 



[김달성 목사/포천 이주민지원센터]
"정말 동물들이 살아도 추워할 만한, 참 그런 주거 환경입니다. 저는 흔히 움막이고 짐승 우리 같다고 얘기를 합니다."

 



숨진 속헹씨가 발견되기 전날밤 포천은 영하 18도까지 내려가 한파 주의보가 내려졌습니다.

속헹씨는 내년 2월이면 취업비자가 만료되는데, 그녀가 쓰던 방에선 1월 10일자 캄보디아 프놈펜행 항공권 예약증이 남아있었습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내일 부검을 진행하는 한편 농장주의 관리 소홀 여부도 조사 중입니다.



사업주가 외국인을 고용하려면 숙소를 제공해야 하는데, 농촌에선 이처럼 비닐하우스를 '기숙사'라고 부르며 사용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은 한 달에 수십만원씩 돈을 내고 살고 있지만, 지원단체들은 숙소들이 대부분 매우 열악하다며 근본적인 개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건휘입니다.

(영상취재 : 이준하 / 영상편집 : 김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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