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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_리더십/민주적 정당운영

온라인 글쓰기, 대화가 잘 안되는 이유와 해법들

by 원시 2012. 6. 26.

게시판이 지쳐보여요


원시


http://www.newjinbo.org/xe/1285942008.07.14 17:08:2866711


촛불데모가 너무 길어져서 그럴까요? 칼라tv 조피디님도 "신경이 저절로 날카로와집니다" 그러던데요. 


60일 넘게 저 아스팔트 바닥에서 뛰어다니다 보면, 정상인이면 누구나 다 "신경 쇠약"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터넷 공간이라도 조금이나마 현실과 연결고리를 찾아보고, 촛불의 땔감을 제공해보려고 했습니다만, 그게 쉽지 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시청 앞 광장 뺏겨서 (가족단위로 나와서 정치+소풍을 결합시키지 못하고, 진보신당과 칼라tv 천막 근거지도 없어지고) 그게 참 큰 손실이 아닌가 싶습니다. 


토론을 하더라도, 정치정당에서는 직접 사람들을 만나보고 이야기하는 게 효과적이고, 또 타인이 뭔가 마음으로부터 깨달아서, 자기 행동을 바꿀 수 있게 만드는 것도 큰 정치적 능력인데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멀리서 느끼는 추상적인 느낌이 들어서, <게시판이 지쳐보입니다>라고 썼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왜 대화가 잘 안될까?> 그런 질문도 던져보고 그랬습니다. 대화의 기술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글이나 말은 다 사람의 마음과 정신의 표현이니까요. 강아지도 표정을 지어 표현하는데, 사람이 하물며...



제가 아래 던진 질문에, 한 친구가 답한 내용 소개드립니다. 당원 여러분들의 의견도 듣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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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의 질문(아래)이 상당히 복잡다단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주제입니다.

 

인터넷에서 왜 대화가 잘 안될까? [5] 원시 2008-07-08


물론 제가 인터넷에서 주로 만나는 집단들과 원시가 말하는 '상당히 정치적 집단'은 분명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십대 빠순이, 아니메 오다쿠, 타로 점성 매니아, 고양이 학대자 등을 만나서도 항상 기회가 생기면 (소크라테스적으로) 토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저로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그점을 염두에 두시고 저의 답을 봐주시길.


1. 왜 인터넷 여론장에서 대화가 잘 안되는가 ? 


굳이 인터넷이 아니라도 일상 샐활에서도 '대화' 자체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죠. 저는 그게 기본적으로 '토론하는 문화'가 없이 자라서라고 생각합니다.


(1) 논리학의 부재


어떤 주장의 옳고그름을 판단하는 방법이 뭔지 모릅니다. 아주 기초적인 형식논리의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아주 허다합니다. '합리적 사고'를 주장하면 '과학 만능 주의'라고 말하면서 다른 진리 검증의 방법을 제안하지는 못하죠.


(2)  비유의 범람과 증거의 부족 


왠지 뭔가에 갖다붙여 비유를 하지 않으면 못 견디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야 '논객'처럼 멋져 보인다고 생각하나 봐요. 요즘 신문 기자들이 수사적 픽션적 글쓰기를 하는 걸 보면 무척 당혹스럽습니다.


(3) 익명의 문제


사이버 공간이 주는 익명성의 매력은 인정하는 바이지만, 토론의 무책임함을 만들어내는 아주 중요한 요소죠.  굳이 실명일 필요는 없지만 토론 공간 내에서 그 사람의 '정체성'은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지켜지면 앞의 두 문제는 오히려 현실 공간의 토론보다 인터넷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자기기 한 말이 고스람히 남아 있기 때문에 조목조목 비판 할 수 있죠.(이게 말꼬리 잡는 수단도 되지만)


(4) 감정 과잉 -> 잘못 불인정


익명성과도 연관이 되겠지만, 앞에 사람 없다고 할 소리 못 할 소리 하기 시작하면 상대방도 감정이 끓기 때문에, 결국 어느 쪽도 잘못 인정 -> 패배 -> 바보가 되는 과격한 상황이 되어 버립니다. 토론에서 중요한 건 '자기 주장의 승리'가 아니라 '진리'임을 누구나 알지만 쉽게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죠.


(5) 좋은 게 좋다


바로 위에서 나오는 문제지만, 제 3자가 나타나 '좋은 게 좋다'라고 대충 무마시키려는 겁니다. '진리'보다는 '친목'이 우선이라는 커뮤니티적인 생각이죠. 토론자의 주장의 타당성보다는 인간 관계가 더 큰 역할을 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봅니다.


(6) 카테고리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상대방의 주장을 상세히 검토하기도 전에, 쟤는 민노당파, 쟤는 진보신당파, 쟤는 일류대생, 쟤는 영어 잘하잖아, 라고 카테고리 짓길 좋아합니다. 물론 상대방의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생각을 구성하는 배경 조건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걸 상대에 대한 공격 방법으로 쓰면 안 되겠죠?


(7)  비겁한 리플들 


원시가 선거 4대 원칙을 이야기 했는데, 이건 약간 좀 복잡한 방식으로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토론자의 게시판 글쓰기 회수가 정해지지 않았으니 1인 1표는 아니죠. 많이 글쓰는 사람이 더 많은 주장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꼭 이렇게 글 많이 쓴다고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평소엔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자기가 반대하는 사람의 글에 '그건 좀 말이 안 되는 것 같네요.' '너 바보냐?'라고 한줄 리플을 답니다. 근데 이것이 마치 침묵하는 다수의 대표적 발언처럼 큰 힘을 줍니다.  물론 이것도 발언의 한 방법이지만, 한번도 자기 주장의 근거를 펼치지 않으면서, 이렇게 리플로만 힘을 발휘하는 비겁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내 말이 왜 틀렸다는지 이유를 좀 들어봅시다' '그걸 말해야 아냐? 이 바보'

 

 

2. 대화체로 글쓰기 방식의 전환의 문제의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 


저는 논술체보다는 대화체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익명이라는 게 언제든지 감정을 상하게 만들기 좋기 때문에, 오히려 실제 공간보다 더 예의발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평상시에는 반말 하는 상대도 토론이다 싶으면 존대말을 합니다. 개인적으로 딴지 일보투, 디씨 하오체, 우리 사회의 마초적 속성을 드러내는 것 같아 불쾌할 때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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