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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집 소유자와 세입자 간의 벽, 정책적으로 허문다
기자명 이병우·유경종 기자 입력 2017.09.05 11:01 수정 2017.09.14 16:07 댓글 1
①아파트의 역사와 문제점, 그리고 일산신도시의 탄생
②일신신도시 아파트 정책 평가
③떠오르는 대안, 사회주택의 국내현황
④사회주택의 선진국 - 오스트리아에서 배우다1
⑤사회주택의 선진국 - 오스트리아에서 배우다2
⑥일산신도시를 통해본 한국 주택 정책의 문제점과 대안
집권당인 사민당, 사회주택 번영에 큰 역할
월세 상승률 제한 등 세입자중심 정책 펼쳐
비엔나시가 주택시장을 조정·통제
[고양신문] 오스트리아에서는 1차 세계대전이 막 끝나가던 1918년부터 1934년까지가 ‘붉은 비엔나’의 시기로 불렸다. 이 시기부터 사회주의자들이 의회에 다수당으로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지금 오스트리아의 제1당인 사회민주당으로 발전한다.
사회민주당은 세입자를 보호하고 월세 인상을 제한하는 제도를 두고 노동자들에게 대규모 주거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사회주택을 지었다. 그러나 오스트리아의 사회주택 정착은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주택을 사적 이익 수단으로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사회주택이 달갑지 않았고 이들은 사회주택을 반대했다. 이러한 갈등은 급기야 유혈사태를 불러왔고 그 이후에야 주택이 ‘공적 영역’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사회주택이 정착되던 초기부터 ‘세입자보호야말로 사적 자본주의에 반하는 가장 큰 투쟁’이라고 말할 정도의 사회분위기가 조성됐다. 사민당은 주택정책을 비롯한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실시했고 노동자들은 사민당의 가장 든든한 지지세력이 되어왔다. 오스트리아의 사회주택 확산은 이러한 정치적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번 호에는 네덜란드와 함께 유럽에서 가장 사회주택이 번성한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사회주택 현황을 살펴보고 사회주택이 사회적으로환영받을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은 어떤지 알아본다.
비엔나시 주택형태 중에서 사회주택 비율은 약 45%에 이른다. 건설비 약 3분의 1의 진흥기금 지원에 의해 지어지고 이로 인해 월세 부담이 적기 때문에 사회주택은 시장에서도 수요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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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중립국 오스트리아 비엔나 월세의 상당부분이 공공임대주택인 사회주택이다. 오스트리아에서 1920년대부터 짓기 시작한 사회주택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의 토지주택공사 격인 비엔나시 산하의 공사가 짓는 사회주택인 게마인데 보눙(gemeinde Wohnung)과 민간 시행사가 시에서 제공하는 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짓는 게표르데테 보눙(geforderte Wohnung)으로 나뉜다. 이 둘을 합친 비엔나시의 사회주택 비율은 45%에 이른다. 전체가구의 나머지 33%는 사회주택에 포함되지 않는 월세를 내는 주택에 산다. 비엔나 가정의 78%가 월세로 사는 셈이다. 비엔나시에서 자가 비율은 18%대에 머물고 있다.
건축비의 3분 1, 시에서 진흥기금 지원
1990년대 들어와서는 비엔나시가 진흥기금을 제공해 지원하는 방식인 게표르데테 보눙(geforderte Wohnung, 이하 진흥기금 사회주택)이 게마인데 보눙(gemeinde Wohnung)보다 월등히 많아졌다. 공사가 짓는 사회주택은 현재 비엔나시에서 2~3개 프로젝트에 불과하다. 진흥기금 사회주택의 경우, 비엔나시가 융자형태로 민간 시행사에 제공하는 진흥기금의 규모는 각 건축비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비엔나시는 또한 진흥기금 사회주택 분양권의 3분의 1을 가지고 나머지 3분의 2에 대한 분양권은 민간 시행사가 가진다. 민간 시행사가 3분의 2에 대한 분양권을 행사함에 있어서도 시에서 규정한 각종 분양에 관한 규칙을 지켜야 한다. 대부분의 진흥기금 사회주택의 분양권은 민간시행사와 비엔나시가 나눠가지고 관리는 비엔나시가 맡아서 한다.
진흥기금 사회주택을 지으려면 우선 민간 시행사에서 설계한 사회주택이 공모에서 당선되어야 한다. 민간 시행사는 대부문 공모에 당선되기 위해서 뛰어난 주택 설계자를 프로젝트에 참여시킨다. 또한 당선된 사회주택 설계가 진흥기금을 받으려면 비엔나 시의회의 동의가 얻어야 한다. 비엔나시 산하에는 사회주택 설계공모를 하고 공모작을 심사하며 진흥기금을 운용하는 기관인 본폰스(wohnfonds)를 두고 있다.
이렇게 비엔나시는 주택시장을 조정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하면서 주택을 사적 영역이 아닌 공적 영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비엔나에서 사회주택 관련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병훈 예아 아키텍츠(yeaarchitects)대표는 “진흥기금을 받은 주택이 시장에서 경쟁력이 높다. 왜냐하면 건축비가 적게 들어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월세를 부담해도 주거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비엔나시가 진흥기금지원을 통해 시장까지 조정하는 기능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있는 칼 막스 호프. 사회주택의 상징적 건물로 칼 엔(Karl Ehn)이 설계해 1930년에 완공한 칼 막스 호프는 길이가 1100m에 이르며 현재에도 1382세대가 거주한다. 초기에는 비엔나에 몰려든 노동자들의 대규모 주거공간으로 활용됐으며 지금도 비엔나 시민들이 주거하고 있다
‘마치 내 집처럼’ 2세에게 양도 가능
비엔나의 사회주택은 우리나라 아파트 단지와 비슷한 형태지만 입주하는 임차인들의 거주조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19년째 비엔나시의 동일한 사회주택에 살고 있는 우로세비치씨는 ““집을 내가 소유한 것처럼 여기면서 살고 있고 자녀가 원한다면 자녀에게 집을 양도하고 싶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비엔나시는 정책적으로 사회주택의 월세상승률에 대한 제한을 두기 때문에 임차인이 오래 머물수록 실질적인 월세는 동일하거나 오히려 낮아진다. 팔 수는 없지만 월세를 내는 한 자기집처럼 이용할 수 있고 자녀에게 양도까지 할 수 있다. 비엔나시에서 19년째 동일한 사회주택에 살고 있는 우로세비치 네나트 니키(Urosevic Nenad Niki)씨는 “조용한 곳인데다가 주위에 도나우강이 흐르기 때문에 살기에 편안하다”며 “집을 내가 소유한 것처럼 여기면서 살고 있고 자녀가 원한다면 자녀에게 집을 양도하고 싶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우로세비치씨가 살고 있는, 5~8층으로 이뤄진 약 200세대 규모의 사회주택 관리 업무는 비엔나시가 임명하는 하우스마이스터(Hausemeister)가 맡는데 원래 4명이었다. 이 4명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한 명이 바로 우로세비치씨의 아내다. 아내는 하루에 2시간만 일하지만 우로세비치씨 본인보다 월급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우로세비치씨는 현재 75㎡ 규모의 사회주택에 살고 있는데 700유로(환화 약 94만원) 정도의 월세를 내야 하지만 아내가 하우스마이스터로 일하기 때문에 월세 혜택을 받고 있다.
24년째 비엔나시의 동일한 사회주택에 살고 있는 유재철(65세)씨는 “계약서를 빼고 나면 마치 내집 같다”며 사회주택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국에서 태어나 1993년부터 24년째 비엔나시의 70㎡ 규모의 사회주택에 살고 있는 유재철(65세)씨는 “월세를 내게하는 계약서만 빼고 나면 마치 내집처럼 살고 있다”며 “내가 처음 1993년에 이 집에 들어올 때 110유로의 월세를 냈는데 지금은 3배 정도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 한국에서 연극 연출가로 활동하다가 유럽으로 이주한 유씨가 살고 있는 사회주택은 1932년에 만들어진 집이다. 유씨는 아내 박혜옥(62세)씨와 아들과 함께 이곳 사회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비엔나의 사회주택은 1920년대부터 자리잡기 시작했기 때문에 현재 비엔나 시민들이 살고 있는 사회주택의 상당수가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시가 단열과 난방공사를 해 거주 환경이 좋아지면 늘어난 공사 비용을 월세에 포함시켜 충당한다. 유씨는 “윗집에서 물이새 아래층으로 내려온 것 외에는 단 한번도 시에서 이 집과 관련해 간섭을 하지 않았다”며 “내가 살고 있는 80년된 집이지만 워낙 튼튼하게 지어서 별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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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내 여러 형태 주택, 의도적 혼합… 사회통합 실현 꾀해
비엔나 현지에서 이병훈 예아 아키텍츠(yea-architects) 대표<사진>와 인터뷰를 가졌다. 이 대표는 1997년부터 비엔나에 거주해 국립 비엔나 공과대 건축학과 석사과정을 마치고 비엔나에서 건축관련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현재 ‘젊은 건축’을 지원하는 아키텍투어 인 프로그래스(Architektur in Prograss)의 운영위원이면서 유럽과 아시아 사이의 건축연대를 꾀하는 단체인 예 아키텍츠(Yea Architeks()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이병훈 대표에게 비엔나 사회주택 전반에 대해 물어봤다.
- 현재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진행되는 사회주택에서 진흥기금 아파트와 공사가 짓는 아파트의 비율은 어떠한가.
현재 비엔나 대부분의 사회주택은 진흥기금에 의해 지어지는 사회주택이다. 시로부터 지원받는 진흥기금은 이자율이나 상환기간에 있어 일반은행보다 부담이 적기 때문에 민간 시행자들이 선호한다. 시가 진흥기금에 대한 상환기간을 늘리고 이자율을 낮춤으로써 주택시장에 개입하는 측면이 있다. 건축비가 적게 들어가니 사회주택 임차인들은 저렴한 입주비나 월세를 내고 살 수 있다. 반면 시산하의 공사가 짓는 사회주택 아파트는 1990년 이후에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 비엔나에는 사회주택과 관련해 정책을 실행하는 기관은 무엇이 있는가.
크게 3개로 볼 수 있다. 사회주택을 짓는 비엔나시 산하의 공사를 관리·감독하는 기관이 있다. 비너 보넨(Wiener Wohnen)이라고 한다. 또한 민간 시행사가 사회주택을 설계한 작품을 공모해 심사·선정하면서 또한 진흥기금을 운영하는 기관인 본폰스(wohnfonds)가 있다. 본폰스는 도시재생과 관련한 정책을 실행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사회주택이 어떠한 방향으로 발전되어야 할지 연구하는 본바우포어슝(Wohnbauforschung)이라는 연구기관도 있다. 이 3개 기관이 비엔나 사회주택을 지탱하는 기관들이다.
- 사회주택 설계 공모작을 선정는 기준은.
지금 짓고 있는 사회주택은 거의 진흥기금 지원을 받은 사회주택이다. 보통 500세대 이상의 사회주택을 지을 때는 현상설계 공모를 통한다. 본폰스(wohnfonds)가 민간 시행사가 공모한 현상설계를 심사하는 기준은 크게 4가지다. 비용 대비 주택의 질을 보는 경제성, 친환경성, 효율과 미적 측면을 보는 건축성,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본다.
- 최근 사회주택의 트렌드는 어떠한가.
최근 연구기관인 본바우 포오슝(Wohnbauforschung)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이 ‘스마트 보눙(Smart Wohnung)’이다. 스마트 보눙의 한 예로, 비엔나 각 가정의 수입과 주거비용을 전수조사해서 평균수입과 평균 거주면적을 구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회주택의 크기와 비용을 설정한다. 말하자면 적극적인 주거정책을 실행하는 것이다. 요즈음에는 한 단지 안에 진흥기금으로 지어진 주택과 그렇지 않은 않은 주택을 정책적으로 섞어놓는다. 또한 한 단지 안에 평수와 월세의 수준도 섞어놓는다. 또한 한 건물 안에 각기 다른 평수와 월세의 수군도 섞어놓는다. 사회통합이라는 가치관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시 차원에서 다양한 수준의 가정을 섞어놓는다. 또한 코하우징 형태로 각 가정의 주거공간 외에 공동시설, 이를테면 체육시설, 세탁시설, 공동텃밭, 공연장 등을 단지 내 각 가정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
세입자 보호’ 위해 비엔나시가 주택시장 규제
기자명 이병우·유경종 기자 입력 2017.09.09 17:19
①아파트의 역사와 문제점, 그리고 일산신도시의 탄생
②일신신도시 아파트 정책 평가
③떠오르는 대안, 사회주택의 국내현황
④사회주택의 선진국 - 오스트리아에서 배우다1
⑤사회주택의 선진국 - 오스트리아에서 배우다2
⑥일산신도시를 통해본 한국 주택 정책의 문제점과 대안
사회주택과 일반시행사가 지은 주택 주거비용 ‘큰차’
국가세금으로 지원하는 사회주택, 시장에서 선호
비엔나시, 시행사에 건축비와 이윤 상한선 강제
오스트리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민당(사회민주당)이 집권해왔고, 사민당의 주요정책이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1920년대부터 노동자들을 위한 시정부 소유의 공공임대주택인 사회주택(social housing)이 지어졌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시정부는 주택을 투자(혹은 투기) 대상으로 전락하게 놔두지 않는다. 주택을 시장에만 맡겨 거주공간 이외의 투자대상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차단한다.
이러한 정책적 장치로는 국가로부터 나오는 진흥기금으로 사회주택 건설비의 3분의 1을 지원하고, 3분의 1만큼의 분양권을 비엔나시가 가지게 되며,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월세 상한선을 두고, 시행사의 이윤을 제한하며, 시행사의 일정부분 이윤을 공공목적을 위해 재투자하도록 강제하는 제도 등을 두고 있다. 또한 하나의 단지 내에 다양한 사회적·경제적 계층이 함께 살게해 사회통합을 꾀하는 점도 인상적이다. 이렇게 비엔나시가 주택시장에 개입함으로써, 그리고 자기집 소유자와 세입자 간의 벽을 정책적으로 허물어버림으로써 결국 오스트리아의 주택은 공공 복지개념의 범주 안에 자리잡게 됐다. 그 결과적 수치로 드러난 것이 비엔나시의 자가주택 보유율 18%다. 월세 세입자들은 비록 월세를 지불하지만 사회주택에 살면서 “계약서만 빼고 나면 마치 내집처럼 살고 있다”라고 말한다.
이번 호에서는 주택시장을 조정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하면서 주택을 사적 영역이 아닌 공적 영역으로 자리매김시키는 데 중심축 역할을 하는 비엔나시 산하 본퐁스(wohnfonds)와 주거 공동체를 지향하는 비엔나의 대표적 코하우징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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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개의 사회주택 시행사 정해져 있어
본퐁스는 비엔나 시의회에서 결정해 만든 30년 이상된 공사다. 본폰즈는 크게 2가지 역할을 한다. 하나는 비엔나시에서 진흥기금 지원을 받아 짓는 사회주택인 게표르데테 보눙(gefoederte Wohnung)이 노후화됐을 때, 이를 개·보수하고 재생하는 역할을 한다. 다른 하나는 현재의 신축사회주택을 일컫는 게표르데테 보눙(진흥기금 지원주거)을 위한 현상설계를 공모한 후 이를 심사하고 선정하는 한편, 주거 건축 진흥기금(이하 진흥기금)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진흥기금은 사회주택을 짓는 데 지원되는 국가로부터 나오는 공적자금으로 통상 건축비의 3분의 1 규모다.
본퐁스 예산의 90% 이상이 국가가 거둔 국민의 세금으로 채워진다. 본폰즈의 1년 예산 규모는 5억7700만 유로(7630억원)다. 이 중에서 신규 건물에 소요되는 예산이 2억7000만 유로(3614억원), 주택 개·보수와 재생 비용에 1억9000만 유로(2543억원)이다. 또한 세입자가 사회주택에 주거할 때 월세를 낼 경제적 형편이 되지 못할 때 지원해주는 예산도 따로 두고 있다.
하나의 사회주택 프로젝트에 소요되는 진흥기금 규모와 이 프로젝트에 대한 본폰즈의 의견은 비엔나 시의회로부터 심사를 받게 된다. 시의회를 통과해야만 사회주택 진흥기금 예산이 집행된다. 사회주택을 현상설계하고 시공하는 시행사를 게마인누찌게 바우트레거(gemeinnutzige Bautraeger)라고 부르는데, 이 시행사는 건축비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진흥기금의 지원을 받고 나머지 3분의 2는 은행에서 사업자금을 빌리거나 자기 자본으로 사회주택을 짓는다.
비엔나시에는 현재 현상설계에 참여하는 시행사, 즉 게마인누찌게 바우트레거(gemeinnutzige Bautraeger)가 62개 있다. 이 62개의 시행사는 법률에 근거해 지정됐다. 62개 시행사 중에 실제로 현상설계에 참여하는 시행사는 25개 정도다.
사회주택, 일반주택 보다 건설비 저렴
본퐁스는 시행사에 대한 각종 규제를 하면서 비엔나시 전체 주택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본폰즈의 디이터 그로쇼프(Dieter Groschopf) 부대표는 “시행사가 현상설계에 당선돼 사회주택을 지을 때 건축비에 대한 상한선을 반드시 지켜야한다. 시행사는 또한 법률이 정한, 사회주택을 짓는데 따른 이윤의 상한선도 반드시 지켜야한다”고 말했다.
시행사가 이익을 재투자함에 있어서도 법률적으로 제한을 둔다. 건축비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진흥기금을 받으려면 이러한 법률적 규제를 지켜야 한다. 이렇게 규제를 두는 이유는 결국 세입자 보호로 수렴되기 때문이다. 사회주택을 지을 때 시행사가 높은 비용을 들여 많은 이윤을 얻는다면 세입자는 비싼 월세를 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디이터 그로쇼프(Dieter Groschopf) 부대표에 따르면, 진흥기금 지원을 받아 사회주택을 지을 경우 땅값을 포함한 건축비가 1㎡당 2300유로(308만원) 수준이다. 반면 게마인누찌게 바우트레거(gemeinnutzige Bautraeger)가 아닌 일반시행사가 주택을 지을 경우에는 건축비가 1㎡당 4000~1만 유로(536만~1339만원)수준이다. 따라서 10~15% 내의 일부 부자들만이 일반시행사가 지은 주택에 살 수 있다. 주택 시장에서도 일반시행사가 지은 주택보다 게마이누치그 바우트레거가 지은 사회주택에서 훨씬 선호도가 높다.
비엔나시에 있는 대표적인 코하우징 싸륵파브릭(Sargfabrik)의 세입자들은 각 세대별 주거공간을 제외한 세탁실, 공중정원, 공연장 등의 공동이용시설을 함께 사용한다. 이런 코하우징은 협동 주거 형태를 지향하며 공동체성을 확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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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건축비 3분의 1 지원하고, 시가 그만큼 분양권 가져”
본폰즈의 디테로 고르쵸프·니콜레 뷔흘
지난 16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시에 있는 본퐁스의 부대표(vice managing director)인 디이터 그로쇼프 (Dieter Groschopf) 씨와 대회협력부장인 니콜 뷔흘(Nichole Buechl)씨를 만났다.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시에 있는 본폰즈의 부대표(vice managing director)격인 디테로 그로쇼프(dieter groschopf, 왼쪽)씨와 홍보 책임자인 니콜레 뷔흘(nichole buchl)씨를
-사회주택 세입자의 요건은.
세입자의 소득수준, 세대원 수, 집의 크기에 따라 입주할 수 있는 사회주택은 조금씩 차이가 난다. 세금 공제 전1인 연봉이 4만4000유로(5889만원) 이하인 사람만이 사회주택 세입자가 될 수 있다. 참고로 세금 공제전 오스트리아 전체 평균 연봉이 2만1000유로 (2811만원) 수준이다. 세대원 수가 4인일 경우는 세금공제 전 총 소득이 8만4000유로(1억1237만원) 이하인 세대가 사회주택에 입주할 수 있다. 사회주택 세입자를 저소득층 위주로 하려는 것은 아니다.
사회주택 세입자 요건을 넓혀 사회적·경제적 배경이 다른 다양한 계층을 사회주택을 통해 통합하려고 한다.
-진흥기금은 어디로부터 생성되는가.
비엔나를 비롯한 오스트리아의 모든 시는 사회주택 진흥기금을 국가로부터지원 받는다. 비엔나시는 사회주택을 짓기 위해 시 산하에 특별히 본폰즈를 두고 있지만 다른 시는 산하에 공사를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비엔나 시의 주거의 질을 높이기 위한 예산은 대부분 국가 예산으로부터 나온다.
-시행사가 내놓은 설계공모가 선정되는 과정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본폰즈는 건축가, 사회학자, 마을의 대표자로 이뤄진 10~15명의 위원회를 꾸리고 이 위원회는 사회주택을 짓기 위해 시행사들이 내놓은 현상설계 공모 작품을 심사한다. 위원회는 시행사가 짓고자하는 사회주택 정보가 담긴 서류를 심사하는 한편 건축설계자들이 직접 하는 프리젠테이션도 심사하게 된다. 현상설계 공모 작품을 심사하는 중요한 4개의 심사기준이 있다. ▲경제성 ▲사회적 지속 가능성 ▲건축성 ▲친환경성이다. 이중 한 가지가 월등히 뛰어난데 다른 한 가지가 현저히 떨어진다면 공모된 작품은 당선될 수가 없다. 4가지 기준에 골고루 부합해야 당선된다.
-각종 규제를 받는 시행사, 즉 게마인누찌게 바우트레거(gemeinnutzige Bautraeger)는 어떻게 이윤을 얻을 수 있나.
국가가 건축비의 3분의 1에 대해 진흥기금을 지원하면서 시정부가 3분의 1에 대한 분양권을 갖는다. 시행사는 진흥기금에 대해 연 2%정도의 이자율로 35년 동안 상환하는 해택을 받고,나머지 3분의 2에 대한 분양권을 가지고 전체 월세를 관리할 수 있다. 사회주택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진행비 같은 수익을 시행사가 가질 수 있다.
-사회주택의 월세는 어떻게 결정되는가.
비엔나시 전체 주거형태의 3분의 2가 월세다. 또 월세의 65%가 사회주택이다. 법률에 의해 주거 규모와 관리비가 반영된 사회주택 월세가 지정되어 있다. 최근에 개발된 사회주택상품인 스마트 보눙(Smart Wohnung) 의 경우는 1㎡당 7.5유로(9900원)의 월세를 내게 된다. 40㎡는 300유로(39만9000원), 55㎡는 412.5유로(54만8400원), 75㎡는 562.5유로(74만7800원), 100㎡는 750유로(99만원)를 내는 셈이다.
사회주택 세입자는 월세 외에 처음 입주할 때 ㎡당 120유로 이상(16만원)의 돈을 지불해야한다. 이에 비해 최근 사회주택의 새로운 상품인 스마트 보눙은 입주시 지불해야 할 비용을 ㎡당 60유로(7만9700원)으로 더 낮추었다. 스마트보눙의 경우 100㎡의 집에 입주하려면 월세 외에 처음에 약 800만원의 돈을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처음 입주할 때 받는 돈은 집을 나갈 때 되돌려 받는다. 다만 거주한 지 1년 지날 때마다 처음 지불한 돈의 1%씩 감액돼 되돌려 받게 된다.
최근 경제사정이 좋지 않고 실업률이 높아져서 사회주택에도 입주할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이 생겨나게되고 이들을 위해 4~5년 전부터 스마트 보눙이라는 새로운 프로그램도 마련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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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별 단절된 생활 ‘지양’, 공동체적 주거패턴 ‘지향’
비엔나의 코하우징
진흥기금으로 짓는 사회주택이나 공사가 짓는 사회주택은 아니지만, 넓은 의미에서 사회주택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는 비엔나시의 한 코하우징(Co-Housing)을 지난 16일 방문했다.
코하우징은 세입자들이 사생활을 누리면서도 공용 공간에선 공동체 생활을 하는 협동 주거 형태를 일컫으며, ‘같이 또 따로’ 정신을 주택에 구현한 주거형태다. 한국에서는 2011년 4월 입주한 서울 망원동 성미산 마을에 있는 ‘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 일명 ‘소행주’가 대표적 코하우징이다.
코하우징 옥상에 있는 ‘옥상정원’. 이곳은 쉼터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세입자들이 개인적으로 포도, 키위, 각종 허브 식물들을 재배할 수 있다.
이날 방문한 약 40세대의 비엔나시의 ‘싸륵파브릭’(sargfabrik)이라는 이 코하우징은 프란츠 쑴니츠(Franz Sumnitsch)라는 건축가의 설계로 2010년 완공됐다. 이곳은 부지면적 850㎡, 건축면적 608㎡으로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에다 지붕층 2층이 더한 규모로 지어졌다.
원래 죽은 자들을 위한 관을 만드는 공장이었다는 이곳은 설계부터 건축과 운영까지 협동조합 조합원이자 세입자들의 의사결정에 의해 이뤄졌다. 세입자들은 각 세대가 단절된 생활보다 철저히 공동체적 주거패턴을 지향하고 있다. 특히 세입자들은 각 세대별 주거공간을 제외한 세탁실, 독서실, 미디어실, 공중정원, 공연장, 전시 공간, 수영장, 카페 등의 공동이용시설을 함께 사용한다.
코하우징 저층에 마련된 최대 250석의 공연장은 비엔나에서도 상당히 지명도 있는 공연장으로 1년 공연 스케줄이 이미 정해져 있다.
코어하우징을 운영하는 ‘BKK-3’의 직원인 카트린 딜라혀씨.
이러한 공동이용시설은 비엔나시가 제공하는 진흥기금 지원을 받아 조성됐다. 공동이용시설은 세입자들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외부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다. 이곳의 공간적 특징은 몇개의 건물군이 복도와 다리로 연결이 되어 있고 층고도 일률적으로 같은 높이가 아니라 다르게 조성해서 공간의 다양성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20여 명의 대표 조합원들이 이 싸륵 파브릭코하우징을 운영하는하고 있고, 건축가 프란츠 쑴니츠도 이곳의 거주민이자 조합원이다. 싸륵 파브릭 이후 두번째로 완공한 코하우징 프로젝트인 미스 싸륵파브릭’(Miss Sargfabrik)에 건축가 프란츠 쑴니츠는BKK-3라는 건축사무소를 설립해 근무하고 있다. ‘BKK-3’에서 근무하는 카트린 딜라혀(Katrin Dielacher)씨는 “특히 미스 싸륵파브릭에는 플렉시 박스라는 임대주거 몇 개 있는데, 이곳의 입주기간은 3년으로 정해져 있다. 한 번의 연장이 가능해 최대 6년 정도 거주할 수 있다”며“1㎡당 7.5유로(약 9900원)의 월세 외에 공동이용시설 이용 비용을 따로 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