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탐색]금융자본주의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
2011 12/06ㅣ주간경향 953호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한 금융기관들은 천문학적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고 겨우 살아남았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는 올해 유로존 국가들의 국가채무 위기로 번지면서 오히려 여진이 증폭되고 있다.
캐나다 요크대학 정치학 교수인 데이비드 맥낼리는 <글로벌 슬럼프>를 두 가지 목적에서 썼다고 밝힌다. 먼저 저자는 “(2008년) 위기의 원인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해명하고자” 이 책을 썼다. 동시에 이 책은 “이러한 위기 국면에서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저항운동들, 전 지구적 정의를 위한 투쟁들, 반자본주의 정치를 통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의 산물이기도 하다. 요컨대 이 책은 금융위기를 분석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금융자본주의에 저항하기 위한 실천적 이론의 근거를 마련하려고 집필된 것이다.
책의 영문판은 2010년에 나왔지만 2008년 금융위기의 진행 양상에 대한 저자의 통찰은 2011년 세계가 겪고 있는 위기의 본질을 정확하게 응시한다. 2008년 위기의 핵심에 있었던 것은 금융기관의 악성 은행 채무였다. 2011년 위기의 핵심은 국가채무다. 형태는 달라졌지만 본질은 같다. 저자는 “위기가 새로운 형태로 변이되었다”고 말한다.
2008년 금융위기는 어떻게 국가채무 위기로 변이됐을까. 2008년 빈사상태에 빠진 은행을 구출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수조 달러를 금융기관에 쏟아부었다. 동시에 경기부양을 위해 수조 달러의 경기부양 자금을 시장에 풀었다. 각국 정부는 이 비용을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했다. 국채는 나중에 이자와 함께 돌려줘야 하는 채무다. 국채 발행 규모의 증가는 곧 국가채무의 증가인 것이다.
저자는 이런 맥락에서 “2008년의 위기를 촉발시킨 악성 은행 채무는 결코 사라진 게 아니다. 다만 그 악성 채무가 정부의 공공 부채로 이전된 것뿐”이라고 말한다. 은행권의 위기가 주권국가의 채무 위기로 변이됐다는 것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유로존 국가들의 채무 위기가 여실히 입증하고 있다. 이처럼 서로 연결된 위기들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상황을 저자는 ‘글로벌 슬럼프’라고 표현한다.
글로벌 슬럼프의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것은 가난한 노동자들이다. 자본주의 국가는 국가채무의 증가를 공공 서비스의 대폭 삭감을 통해 해결하려 하기 때문이다. 공공 서비스 약화는 1% 강자들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서민·노동자들에게는 생존이 달린 문제다. 이 때문에 금융위기는 세계 각국에서 강력한 대중투쟁의 파도를 몰고왔다. 그러나 저항은 쉽지 않다. 저자는 “노골적인 이윤 추구의 용병이 되어버린 정치풍토, 권력자를 지키기 위한 무자비한 폭력의 사용 등이 오늘날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고 말한다. 민주주의와는 정반대로 움직이는 신자유주의 권력에 대항해 진보좌파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저자는 말한다. “좌파는 그 열린 공간에서 정치에 대한 급진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고, 빼앗긴 민주주의를 다시 찾아와야 한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http://bit.ly/ryMwz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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