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2019. 1. 26. 17:23

2011.02.17 18:08


(잠시 떠오르다) 어떤 한 표어


원시 조회 수 999



구로공단역은 늘 복잡했다. 지하철에다 그 밑으로는 차들이 많이 다녔다. “다음 정차할 역은 구로공단 구로공단역입니다. 띠로로록”  지금도 이 목소리가 그대로인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어딜 가나 자기가 만난 사람들을 가장 많이 기억한다. 그런데 가끔 공간이나 팻말 이런 것들도 기억에 지워지지 않을 때가 있다. 회사에서 나와 집으로 가는 길목에, 왼편에 큰 회사가 하나 있었다. 그  공장 겉벽은 색바랜 녹색 칠이었는데, 그 위에 커다랗게, 표어가 이렇게 씌여져 있었다. 


내가 흘린 땀 한 방울, 조국 근대화 초석된다. 


처음 그 표어를 보고 놀랬다. 아니 의분이 동시에 일었다. 표어는 학교 건물에나 <반공> <방첩> 혹은 <조국 통일> 이렇게 씌여져 있는 것인 줄로 알았다. 굴뚝 위로 연기가 치솟고 있는 공장 건물에 “내가 흘린 땀 한 방울, 조국 근대화 초석된다” 이런 구호가 있을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분노 그 자체였다. '이렇게 처박아 놓고서'  


회사에서 가장 일 잘 하는 손주임, 삼성전자 수원공장을 그렇게 부러워했던 전문대 나온 이대리도 조국 근대화를 위해서 일한다고 말한 적은 없다. 회사 어느 누구도. 이런 사실보다는, 실은 아침 7시에 일어나서 8시 30분까지 출근하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거의 밤 9시, 10시까지 잔업을 하고, 토요일도 격주로 오후 6시까지 일하고, 일요일도 200% 수당 때문에 한 달에 2회는 일하는 현실이고, 그야말로 여기 회사 사람들은 다 일하는 기계들인데, 이 사람들더러 조국 근대화 초석을 만드는 사람들이라고 찬양하고 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 동네에서 보고 같이 자란 친구들, 선후배들, 삼촌 고모뻘되는 사람들이 1공단, 2공단, 3공단을 꽉 채우고 있었다. 8시 56분, 57분 출근표 촬콱 굉음과 더불어. ‘서울가서 돈 벌어 온다더니’, 그들이 다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실은 그 표어를 보고,  속으로 ‘여기다 다 처 몰아넣어 놨구나’ 이렇게 중얼거렸다. 서울에 오게 된 동기 자체가 계급적인 것인데, 표어는 애국주의였다. 


매일 출퇴근 길에, “내가 흘린 땀 한 방울, 조국 근대화 초석된다” 표어와 마주쳤다. 이 표어는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 왜 여기에 있는지를 일깨워주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르게 해석도 해보게 되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내가 흘린 땀 한 방울, 조국 근대화 초석된다” ‘그러니까, 구로공단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산업역군이고 수출 일꾼이다. 그 힘으로 조국의 근대화를 이뤄냈다. 그러니까 그걸 한국의 자본이나 경영자들도 인정하는 것이다.’ 이게 애국주의 고취, 전시 자본주의 선전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그냥 진실을 그들도 엉겹결에 이야기해버린 것이다. 동원의 수단이었는데, 진실을 말해 버린 셈이다. 


여기에 있는 중소기업 자본가들도, 경영자들도, 국가도, 또 그렇게 땀을 많이 흘리는데도 샤워기 시설도 없는 (우리회사 같은 경우)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어느 누구도 박수치면서 아 ‘저 말, 내가 흘린 땀 한 방울, 조국 근대화 초석된다’는 말을 하지도 믿지도 해석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객관적으로 볼 때, 그게 진실이라는 것이다. 마치 성경에 나오는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윤리적인 명령어나,  “인간 역사 발전의 원동력은 인간노동이다” 이런 문장처럼, 부인하기 힘든 그런 말이 되었다. 


 일당 16800원(시급 2400), 복만이형 같은 기술자는 3만원까지도 받았다. 복만 형이 참 부러웠다. 선반기술이 있어서 나보다 땀을 덜 흘리고 돈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땀은 많이 흘렸는데, 씻는 곳은 좁다란 부엌, 세수대야 놓고, 비누 하나에 그 많은 사람들이 퇴근 전에 손만 씻었다. 샤워실도 없었다. 땀 방울들을 씻어낼. 


그 때나 지금이나, 내가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축구를 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그럴 때, 엄청 큰 이야기 “조국 근대화”, 심지어 “민주화” “ OO화”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많지 않다. 그런데, 그 후로는, 그 표어를 문자 그대로 믿고 있다. 그 표어에 물음표를 붙였다가, 느낌표를 붙여보기도 했다가, 이렇게 여기까지 오고 있다.  


“내가 흘린 땀 한 방울, 조국 근대화 초석된다”

Posted by NJ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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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2015. 8. 4. 21:15

김수행 선생님이 마르크스의  <자본:정치경제학 비판>을 번역하고 대학 교재로 강의를 했던 그 사회적 의미는 무엇인가? 


 1980년~1990년대  그 <자본> 책은 번역서 이상이었다. 사람들 가치관을 흔들어놨고 그 초점을 이동시켰다.  한국에서 직업 차별을 당하고, 장시간 잔업과 철야 노동을 하는데도 그 사회적 공로를 인정받지 못했던 이름없는 노동자들을 ‘정치적 시민’으로 복권시켰고, 박정희 말대로 “조국 근대화의 초석”을 깔았던 한국시민임을 선언한 것이었다. (서울 구로공단 한 회사 굴뚝에 "내가 흘린 땀방울, 조국 근대화 초석이 된다"라고 써져 있었다)


 당시 한강의 기적의 상징 수도 서울, 구로공단의 노동자들은 1주일에 평균 50~60시간 넘게 일했다.  자고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시간을 공장과 회사에서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수행 선생의 <자본> 강의와 연구는, 이러한 한국 노동자들이 자기 생존에 필요한 ‘필요노동시간’과 회사의 이윤을 위한 “잉여노동시간” 비율 문제가 공정한가 사회정의 원칙인가를 따져묻게 만드는데 혁혁한 공헌을 했다. 


 사회적 신분 차별을 받았던 노동자들이 ‘누구를 위한 노동’을 하고 있고, ‘무엇을 위한 노동을 하고 있는가?’를 스스로 묻고 저항할 때, 마르크스의 ‘필요노동시간’과 ‘잉여노동시간’의 비율이라는 비판틀은 노동자가 ‘조국 근대화의 진정한 초석’임을 확신하게 만들었다. 


한국 노동자들이 외친 것은 단순한 ‘임금을 올려달라’만은 아니었다. 그것을 넘어서 사농공상이라는 뿌리깊은 신분차별 타파 선언이었고, 불공정한 노동계약관계 법을 폐지하고, 궁극적으로는 필요노동시간과 잉여노동시간의 비율을 자기들 스스로 결정할 정치적 권한을 외친 것이다. 


마르크스 <자본>은  자본주의를 인류가 만들어낸 사회진화의 산물이고,  봉건 신분제보다 더 우월하지만 아직은 ‘미성숙한’ 사회경제정치제도일 뿐이다. 누군가가 이 ‘미성숙한’ ‘불공정한’ 자본주의를 바꿔야 한다. 이러한 인류 보편사 과정에서, 한국은1948년 이후 남한에서 20세기 정치적 이념들 중 한 축을 담당한 사회주의가 불법화되면서, 그 자본주의 대안운동과 담론은 단절되었다. 김수행 선생의 <자본> 완간 번역은 이러한 강제로 단절된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반성과 대안 제시를 다시 본궤도에 올리는 출발점이었던 것이다.

  

2015년 한국 자본주의는 97년 IMF 긴축 통치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살벌한 ‘경쟁’ ‘시민 내전 전쟁터’로 돌변했다.  마르크스 <자본>에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은 사회적 현상들, 즉 세계최고 고학력, 노동소득의 종말과 빌딩 땅 등 자산소득 계층의 대물림, 선진자본주의화 속에 강고하게 자리잡은 ‘봉건제적 신분 차별화’, 가처분소득이 감소하는데 동네 치킨집 자영업은 증가하는 비합리적인 경쟁의 구조화, 자산소득(빌딩,땅소유주)계층을 위한 사적 서비스업종 증가, 시중 400조이라는 자본파업 현상 등을 새로운 <정치경제학 비판: 자본>은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정치적 시민권을 상실해버린, 노동시간 주권을 상실해버린 청년을 비롯한 노동 안과 바깥 사람들의 정치적 시민권을 다시 복구해야 한다. 


이러한 새로운 과제 완수가  15년 넘게 준비하고, 6년 넘게 땀흘려 마르크스 <자본 1, 2,3>을 번역한 김수행 선생님, 그리고 20년 넘게 제자들을 친조카, 동생들처럼, 친구처럼 허물없이 도와준 멘토에 대한, 우리의 존경심 표현일 것이다.  


그런데, 왜 이리도 서둘러 가셨습니까? 마르크스가 그렇게 가보고 싶었던, 그러나 끝내 밟지 못했던 미국 땅, 조금 더 천천히 둘러보시고 미국 자본주의 특성에 대해서 공부해보자고 하셔야죠?  2008년 미국 금융공황 이후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당신들 말이야, 뭐하고 있어? 그렇게 공부해서 언제 다 할라고” 카랑카랑한 죽비가 그립습니다. 김수행 선생님이 즐겨 썼던,  “당신들 말이야~”, 이 말은 스스로 ‘주체’와 ‘주인’ 이 되어 달라는 선생님식 주문인데, 선생님 걸어온 길보다 더 좋은 조건에 있는데도, 그 성과는 미미한 이 현주소가 부끄럽습니다.

.




1992년 11월 26일. 경향신문 기사 중에서. 

난 이때까지만 해도, 학생운동이나 노동운동 선배들과 동료들과 함께 움직였다. 

사람은 때가 되어야 만나는 것 같다. 가까운 거리건 먼 거리건 간에 '마음'이 중요하다.

92년 당시 구로공단 하루 급료가 16000원 ~ 19000원 정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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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J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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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철학2011. 9. 21. 11:05

(잠시 떠오르다) 어떤 한 표어

원시

http://www.newjinbo.org/xe/1053033


2011.02.17 18:08:092913


<은평지역 노동생활 실태조사>를 읽다가 잠시 뒤를 돌아보게 되다. 


구로공단역은 늘 복잡했다. 지하철에다 그 밑으로는 차들이 많이 다녔다. “다음 정차할 역은 구로공단 구로공단역입니다. 띠로로록”  지금도 이 목소리가 그대로인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어딜 가나 자기가 만난 사람들을 가장 많이 기억한다. 그런데 가끔 공간이나 팻말 이런 것들도 기억에 지워지지 않을 때가 있다. 회사에서 나와 집으로 가는 길목에, 왼편에 큰 회사가 하나 있었다. 그  공장 겉벽은 색바랜 녹색 칠이었는데, 그 위에 커다랗게, 표어가 이렇게 씌여져 있었다. 


내가 흘린 땀 한 방울, 조국 근대화 초석된다. 


처음 그 표어를 보고 놀랬다. 아니 의분이 동시에 일었다. 표어는 학교 건물에나 <반공> <방첩> 혹은 <조국 통일> 이렇게 씌여져 있는 것인 줄로 알았다. 

굴뚝 위로 연기가 치솟고 있는 공장 건물에 “내가 흘린 땀 한 방울, 조국 근대화 초석된다” 이런 구호가 있을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분노 그 자체였다.


 '이렇게 처박아 놓고서'  


회사에서 가장 일 잘 하는 손주임, 삼성전자 수원공장을 그렇게 부러워했던 전문대 나온 이대리도 조국 근대화를 위해서 일한다고 말한 적은 없다. 

회사 어느 누구도. 이런 사실보다는, 실은 아침 7시에 일어나서 8시 30분까지 출근하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거의 밤 9시, 10시까지 잔업을 하고, 토요일도 격주로 오후 6시까지 일하고, 일요일도 200% 수당 때문에 한 달에 2회는 일하는 현실이고, 그야말로 여기 회사 사람들은 다 일하는 기계들인데, 이 사람들더러 조국 근대화 초석을 만드는 사람들이라고 찬양하고 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 동네에서 보고 같이 자란 친구들, 선후배들, 삼촌 고모뻘되는 사람들이 1공단, 2공단, 3공단을 꽉 채우고 있었다.

 8시 56분, 57분 출근표 촬콱 굉음과 더불어. ‘서울가서 돈 벌어 온다더니’, 그들이 다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실은 그 표어를 보고,  속으로 ‘여기다 다 처 몰아넣어 놨구나’ 이렇게 중얼거렸다. 서울에 오게 된 동기 자체가 계급적인 것인데, 표어는 애국주의였다. 


매일 출퇴근 길에, “내가 흘린 땀 한 방울, 조국 근대화 초석된다” 표어와 마주쳤다. 이 표어는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 왜 여기에 있는지를 일깨워주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르게 해석도 해보게 되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내가 흘린 땀 한 방울, 조국 근대화 초석된다”

 ‘그러니까, 구로공단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산업역군이고 수출 일꾼이다. 그 힘으로 조국의 근대화를 이뤄냈다. 그러니까 그걸 한국의 자본이나 경영자들도 인정하는 것이다.’

 이게 애국주의 고취, 전시 자본주의 선전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그냥 진실을 그들도 엉겹결에 이야기해버린 것이다. 동원의 수단이었는데, 진실을 말해 버린 셈이다. 


여기에 있는 중소기업 자본가들도, 경영자들도, 국가도, 또 그렇게 땀을 많이 흘리는데도 샤워기 시설도 없는 (우리회사 같은 경우)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어느 누구도 박수치면서 아 ‘저 말, 내가 흘린 땀 한 방울, 조국 근대화 초석된다’는 말을 하지도 믿지도 해석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객관적으로 볼 때, 그게 진실이라는 것이다. 

마치 성경에 나오는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윤리적인 명령어나,  “인간 역사 발전의 원동력은 인간노동이다” 이런 문장처럼, 부인하기 힘든 그런 말이 되었다. 


 일당 16800원(시급 2400), 복만이형 같은 기술자는 3만원까지도 받았다. 만이 형이 참 부러웠다. 선반기술이 있어서 나보다 땀을 덜 흘리고 돈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땀은 많이 흘렸는데, 씻는 곳은 좁다란 부엌, 세수대야 놓고, 비누 하나에 그 많은 사람들이 퇴근 전에 손만 씻었다. 샤워실도 없었다. 땀 방울들을 씻어낼. 


그 때나 지금이나, 내가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축구를 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그럴 때, 엄청 큰 이야기 “조국 근대화”, 심지어 “민주화” “ OO화”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많지 않다.


 그런데, 그 후로는, 그 표어를 문자 그대로 믿고 있다. 그 표어에 물음표를 붙였다가, 느낌표를 붙여보기도 했다가, 이렇게 여기까지 오고 있다.  


“내가 흘린 땀 한 방울, 조국 근대화 초석된다”



Posted by NJ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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