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비교/국제정치2015. 3. 22. 14:03


그리스 시리자,

독일에 ‘역사적 빚’ 갚으라 요구

[시리자 Syriza 특집 ②] 부각된 '나치 전쟁범죄'의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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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자 특집-1 링크 ’그리스 시리자, 신자유주의 폭풍 뚫을 수 있나’


1. 독일은 과거를 지우려 했지만, 그리스의 ‘현재’ 빚보다 독일의 ‘역사적’ 빚이 더 크게 재조명되었다.


그리스에게 독일 나치가 진 ‘역사적 빚’

기민당 “다 끝난 문제다,” 
좌파당 “그리스 은행으로부터 강제 대출 상환금, 이자까지 합쳐, 그리스에 110억 유로 지급해야,” 
그리스 나치범죄 연구소 “독일은 그리스에게 3320억 유로 보상하라 !”


지난 10일 동안 그리스와 트로이카와의 공방전은 때론 시니컬했고 반칙도 있었고 때론 뜨거웠다. 그런데 그리스 개혁안 논의는 언론에서 희미해지고 오히려 독일 나치 전쟁 범죄가 핵심 문제로 부각되었다. 양 국가 간 아직 침전되지 않은 역사의 진실과 화해라는 주제가 정치적 이슈로 재점화된 것이다.


그 중 두 가지 역사적 사건들이 수면 위로 다시 떠올랐다. 하나는 1942년 독일이 북-아프리카를 침략하기 위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그리스 은행으로부터 4억 7600만 마르크를 강제로 대출한 사건이다. 다른 하나는 1944년 6월 10일 독일 나치 군대가 디스토모 (Distomo) 주민 218명을 학살한 사건이다.(1)


지난 2주는 2015년 그리스 채무위기 논의가 2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리면서 독일의 역사적 ‘빚’ 문제가 독일과 그리스 언론과 정치권을 휩쓸었다.


2월 한 달 내내 좌파연합 시리자가 유럽 정치의 중심에 섰다면, 3월은 ‘그리스-독일 시소,’ 그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나치 전쟁 범죄 보상을 둘러싸고, 독일 메르켈-쇼이블레가 정치적 시험대에 오르게 된 셈이다.


(참고) [그리스 리포터]가 설명하는 디스토모 학살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1944년 6월 10일 그리스 인민 해방군(ELAS) 게릴라가 테스프로티아 마을 카타보트라에 주둔한 독일 나치군대를 습격했다. 이 기습에 대한 보복으로 한스 짬펠 (Hans Zampel)의 지휘 하에 나치 군대는 218명의 디스토모 마을 주민들을 학살했는데, 그 희생자들 가운데는 여성, 노인, 어린이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여성들은 총살당하기 전에 강간당했고, 집들은 불태워졌고 마을 전체가 쑥대밭이 되었다.”(2)


디스토모 학살자 유골 보관소

디스토모 희생자들 유골이 보관된 장소


나치 전쟁범죄의 보상 문제와 양 국가 재무장관의 신경전 때문에, 2월 20일 시리자 정부와 유로그룹과의 합의문 발표 이후 그리스와 독일 관계는 오히려 더 악화되었다.


[합의문] 이후 정작 가장 중요한 뜨거운 문제로 다뤄져야 할 유로존 탈퇴 (그렉시트) 가능성이나 시리자 개혁안에 대한 보도량은 상대적으로 줄었다. 바루파키스가 제출한 제 2차 그리스 개혁안 내용들도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리스 재무장관 개인에 대한 비난과 상호공방이 아테네와 베를린의 얼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독일 재무장관 쇼이블레와의 언쟁, 바루파키스의 개인 생활 보도 사진, 급기야 맥락은 싹둑 잘린 채 바루파키스 가운데 손가락만 보도된 2013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강연에 이르기까지.


시리자 특집 3편 주제인 그리스 유로존 탈퇴(그렉시트)를 둘러싼 주제에 앞서 이번 글에서는 지난 10일 동안 가장 뜨거운 주제로 떠오른 독일의 2차 세계대전 ‘역사적’ 채무, 그 내용이 무엇이고, 그리스 시리자와 독일이 내놓은 해법은 무엇인가를 살펴보기로 하겠다.

그에 앞서 먼저 그리스 국가 채무 해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유로그룹 내부 최대 채권국가인 독일의 여론조사, 그리고 독일 여론의 그리스 재무장관 바루파키스에 대한 근거 없는 공격를 비롯한 몇 가지 ‘협박들’에 대해 잠시 들여다보기로 하자.


2. 그리스 시리자 정부에 대한 독일 여론 변화


독일 공영방송 체.데.에프(ZDF)가 방송한 3월 13일 여론조사 결과이다.


독일1




(그림1) 첫 번째 질문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답변은, 2월에는 여론조사 응답자 52%가 “예“라고 답변했으나 3월 13일에는 40%만이 ”예“라고 답변함으로써 12%가 감소했다.




독일2



(그림 2) 두 번째 질문 “그리스 시리자 정부의 유로존과의 협상 태도가 진지한가?”에는 11%만이 “예“라고 답변하고, 80%는 “아니오“라고 답함으로써, 2월 20일 그리스와 유로그룹과의 합의 이후, 오히려 독일인들이 시리자 정부를 바라보는 여론이 부정적으로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 번째 질문 “그리스 시리자 정부가 2월 20일 합의문에 의거해서 <긴축개혁안>을 잘 실행할 것 같은가?”에 대해서는 14%가 “예“라고 답하고, 82%는 “아니오“라고 답했다.






3. 독일 미디어의 그리스 시리자 정부에 대한 협박과 엄포


1) 재무장관 바루파키스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


그리스 시리자 정부에 대한 독일 내부 여론 악화와 더불어 가장 극단적인 비난의 화살은 재무장관 바루파키스를 향했다. 2013년 자그레브 강연 도중 그의 ‘손가락질’에 대한 보도가 바로 그것이다. 독일 언론들은 바루파키스의 ‘손가락질’을 일제히 보도하면서 여론을 자극했고, 기민당, 기사련 정치가들은 바루파키스에게 일제히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필자는 그 문제의 바루파키스 강연(2013년 바루파키스의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일부를 살펴봤더니, 독일 언론들은 그가 가리키는 달은 보지 않고 가운데 손가락만을 본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작 중요한 그의 핵심 발언 요지는 잘려 나갔다. 바루파키스의 노선에 대한 찬성 여부와 무관하게, 그 동영상에 담긴 그의 핵심 주장들을 간단히 언급하고 넘어가겠다. 왜냐하면 이 동영상 부분은 현재 시리자 치프라스 정부의 정치적 노선이기 때문이다.(3) 바루파키스의 손가락이 지시하는 달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유로존이 붕괴하면 1930년 공황 이전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2010년 그리스 채무 위기 당시, 바루파키스가 제안한 위기 탈출 해법은 그리스가 유로존에 머무르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서 독일에게, ‘이제 당신들이 당신들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겠소’라고 말해라 and then stick to finger Germany, say well, ‘you can now slove your problem by yourself.” 그리스가 유로존을 제 발로 걸어 나올 필요 없다. 오히려 유로존 국가들에 ‘유로존이 결함이 많다’, 그 모순을 솔직하게 문제 제기를 하고 ‘디폴트’ 선언을 해야 한다.



두 번째는 그리스 과거 통화인 드라크마로 회귀는 어렵다. 아르헨티나처럼 ‘디폴트’ 선언 전략은 수용하지만, ‘페소’화처럼 그리스 과거 화폐 드라크마로 다시 복귀하는 것은 찬성하지 않는다. 현재 그리스는 자국 화폐 ‘페소’화를 보유한 아르헨티나와는 다르다. 왜냐하면 그리스는 유로를 사용하기 때문에 아르헨티나처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평가 절하’를 할 수 없다 등이다.

몇몇 독일 언론의 바루파키스에 대한 비난에 대해서, 영국 <가디언>에서는 자그레브 강연을 녹화한 사람의 증언을 바탕으로 독일의 ‘맥락 자르기’를 비판하기도 하는 등, 해프닝이 이어지기도 했다.(4)



2) 독일 미디어와 쇼이블레의 비난, 그리고 독일연방은행장의 엄포 놓기


독일 보수 언론의 시리자 정부에 대한 시각을 가장 명료하게 보여준 것은 벨트(Welt)지 부편집장 울프 포샤트의 발언이다. 그는 2월 23일 인터뷰에서 “시리자 정부가 쇼를 하고 있다“고 치프라스와 바루파키스를 비난했다.(5) 이러한 비난 흐름을 이어받아 독일 재무장관 쇼이블레도 바루파키스를 가리켜 ‘미련할 정도로 순진한 사람이다’고 손사래를 쳐서, 그리스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항의를 받기도 했다.(6)

분데스방크라고 불리우는 독일연방은행장 바이트만(Weidman)은 유럽중앙은행에 특별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그는 바루파키스의 ‘빚 탕감’ 발언 이후 그리스는 유로존 국가들에게 신뢰를 많이 잃어버리고 있다고 불평하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 은행과 시리자 정부를 더욱더 잘 감시할 것을 요구했다.


3월 12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바이트만은 유럽중앙은행은 그리스 은행들이 정부 채무를 청산해줌으로써 유동성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주문했다. 게다가 그는 그리스 정부는 6월 말까지는 돈을 빌리기 힘들 것이라는 경고까지 덧붙였다.(7)




3) 그리스 개혁안 논의는 뒷전으로 밀리다.

3월 9일 바루파키스는 유로그룹과의 회의에서 그리스 시리자 정부의 그리스 경제개혁안을 토론하기 위해서 제 2차 세부 개혁안을 제출했다.(8) 그는 2월 20일 유로그룹과의 합의문 이후, 밀리오스(Milios)를 비롯한 시리자 내부 경제정책 자문단의 제안대로 2차 세부 개혁안에서 정부 세수입을 늘이기 위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몇 가지 주목할 만한 것을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지금까지 미납 세수 760억 유로 중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조세 수입은 89억 유로이다. 또한 정부 세수를 증가시키기 위한 특별 대책으로 ‘선 조세 납부’를 수용한 납세자들에게는 ‘할인’ 혜택을 주는 등 세금 납부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자. 온라인 게임 면허증 발급과 불법 온라인 게임 베팅 등에 대한 규제 강화로 증액 가능한 세수액은 1년에 5억 유로이다. 빈곤구제책으로는 시민들에게 스마트 카드(Citizens’ Smart Card)를 나눠줌으로써 낙인효과도 줄이고, 재산 가압류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정부 경비를 절약해 1년에 6천만 유로, 공개 경쟁 입찰 도입으로 1억 4천만 유로를 정부 재정으로 확충할 수 있다 등이다.


그러나 정작 언론에 보도된 것은 탈세 탈루자를 막기 위해 그리스 정부가 학생, 주부, 여행객 등을 임시직으로 고용할 계획이라는 것과 그에 대한 풍자 기사로 제한되고 말았다.



4. 독일의 전쟁 범죄와 그 보상


- 나치 군대의 디스토모 양민 218명 학살, 그리스 은행으로부터 강제 대출


1) 시리자 정부의 전쟁범죄 보상에 대한 의지 표명

1월 25일 총선 승리 직후 시리자 정부 치프라스 총리가 카이사리아니(Kaisariani)에 있는 반-나치 전사들의 묘역을 방문하면서, 독일 나치 전쟁 범죄 문제를 다시 언급했다.(9)

1942년 독일 나치 군대가 북아프리카를 침공하는 데 드는 돈을 조달하기 위해서 그리스 은행으로부터 나치가 강제로 대출해간 4억 7600만 마르크의 상환, 그리고 디스토모(Distomo)와 카라브라타(Kalavryta) 마을 주민 학살에 대한 보상책을 독일에게 요구했다.


이전부터 시리자는 독일 나치군대가 그리스에서 저지른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2차 세계대전의 그리스 전쟁 영웅 마놀리스 글레조스(Glezos)를 2014년 유럽의회 선거에 출마시키고 당선시키는 데 성공했다.


파르테논

나치가 점령한 파르테논 Parthenon 신전, 깃발이 올라간 곳은 아크로폴리스 광장


또한 그리스 대통령 파블로푸로스는 그리스의 나치 전쟁 범죄에 대한 보상 요구는 예나 지금이나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독일로부터 보상을 받아내기 위한 모든 합당한 수단을 다 강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10)


실제로 국방부 차관 이시코스 (Isichos)에 따르면, 1941년과 1944년 사이 3년간 독일의 범죄 기록이 40만 페이지에 달한다고 한다.(11) 법정 소송을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 40만 페이지 역사기록은 독일 나치군이 저지른 범죄들, 즉 그리스 유물 도굴, 불법 광산 채굴, 금은 불법 채굴, 그리스 기념비 파괴, 노략질, 공항 항구 교량 도로 주택 파괴 등을 상세히 담고 있다.(12)



2) 독일 언론의 나치 전쟁 범죄에 대한 보도


3월 2일 독일 텔레비전 ZDF <포론탈 21>에서 “그리스에 갚아야 할 독일의 빚“(13)이라는 제목 하에, 독일 나치 군대가 그리스 디스토모에서 저지른 양민 학살과 그 생존자 아르기리스 스푼투리스(Argyris Sfountouris)를 조명했다. 아르기르스 스푼투리스는 당시 부모들을 다 잃고 혼자 살아남았다고 한다. 지난 10일 동안 독일의 거의 모든 언론에서 독일의 전쟁 범죄 보상 문제를 일제히 보도하기 시작했다. 독일 정당들도 좌우를 막론하고 그리스 ‘보상’에 대한 입장들을 발표했다.




나치 침략, 그리스 어린이들 기아에 허덕이게 하다



“아르기리스를 위한 노래”에도 등장하는, 올해 90세인 그리스 작곡가 테오도라키스(Mikis Theodorakis)의 증언에 따르면, 1941년 독일이 그리스를 점령한 이후 6개월 이내에 30만명이 기아로 사망하고, 전쟁 기간 동안 100만명이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한다.(14) 한국 전쟁 기간 동안에 인구 10%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과 비슷한 정도로 그리스 역시 참혹한 상처를 입은 것이다.


3) “디스토모” 학살 범죄에 대한 법적 해결과 보상 문제


디스토모 주민 희생자 가족들과 친척들은 1997년 이후 그리스 대법원, 독일, 국제 사법 재판소에 소송을 했다. 현재 독일 내부에서도 나치 그리스 침공과 디스토모 학살 보상 문제를 둘러싸고 논쟁 중이다.



메르켈 정부는 1960년 서독 정부가 1억 1150만 마르크를 그리스에 전달했기 때문에, “이미 다 끝난 문제다”라는 입장을 발표했다.(15) 디스토모 희생자 친척들이 독일 정부를 상대로 ‘보상’ 소송을 냈지만, 2003년 6월 26일 독일 대법원은 디스토모 학살에 대한 판결에서, 독일이 보상 책임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거절 이유 중 하나는 개별 희생자들은 ‘법적 원고’ 자격이 없고, 그 희생자들이 속한 국가만이 전쟁 법률 위반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가해 국가에 법률 소송을 할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2003년 독일 대법원 디스토모 학살 보상 거부 판결

2003년 독일 대법원 디스토모 학살 보상 거부 판결


그렇다면 그리스 시리자 정부의 입장은 어떠한가?


그리스 법무장관 파라스케보푸로스 (Paraskevopoulos)는 디스토모 양민 학살 보상비 마련을 위해서 그리스에 있는 독일 재산을 몰수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16) 이러한 주장은 단지 좌파연합 시리자 정부만의 입장이 아니라, 그 이전 정부도 이와 유사한 입장을 취했다.



1997년 그리스 대법원은 디스토모 (Distomo) 학살 희생자 218명에 대한 보상비로 2800만 유로를 책정했다. 그리고 2000년에는 당시 집권당 범그리스 사회주의 운동(PASOK) 정부는 그리스에 있는 독일 문화원인 괴테 인스티투트 건물, 독일 학교들, 독일 고고학 연구소 등 독일 재산을 몰수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며칠 후 그리스의 유로존 가입이 승인되자, 그리스 정부는 독일 재산 몰수 계획을 철회한 적이 있다.(17)




하우프트 (Stephen Haupt) 감독의 2006년도 작품
“(아르기리스를 위한 노래: Ein Lied für Argyris) 포스터


4) 독일 정당들의 전쟁범죄 보상에 대한 입장들이 양분되다

지난 10일 동안 독일 언론 보도와 더불어 각 정당들도 ‘보상’ 문제에 대한 입장을 앞다퉈 발표하기 시작했다. 좌파연합 시리자가 집권하자, 그리스와 유럽의 민주주의와 ‘이윤보다 인간존중’ 정치의 새로운 출발이라고 평가한 독일 좌파당의 입장은 단호했다.

좌파당 원내총무 기지(Gysi)는 메르켈 정부가 그리스의 보상 요구를 공평하게 다루지 않고 있다고 비난의 화살을 날렸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가 그리스 은행으로부터 4억 7600만 마르크를 강제 대출했고, 그 돈은 아직 갚지도 않았음을 지적한다. 기지는 만약 1942년 이후 지금까지 독일이 갚지 않은 이자까지 감안하면 적게는 80억 유로, 많게는 110억 유로를 독일이 갚아야 한다고 주장한다.(18)



가운데 치프라스 오른쪽 Gysi

치프라스 (가운데) 와 기지 Gysi (오른쪽)



메르켈의 연정 파트너 사민당(SPD)의 입장은 기민당/기사련과는 이 보상 문제에 있어서만은 사뭇 다르다. 사민당 쉬테그너(Stegner) 입장은 이렇다. 독일 나치 전쟁 범죄에 대한 보상과 그리스 재정위기와는 성질이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서로 분리시켜야 하지만, 그리스 희생자와 가족들에 대한 보상은 독일이 지금 당장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19) 녹색당 원내 총무 호프라이터 역시 ‘보상’ 문제를 토론 테이블에서 치워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좌파당, 녹색당, 사민당과 달리, 보수당인 기사련 소속 하젤펠트는 이러한 그리스 보상요구를 ‘값싼 딴짓 피우기 전략’이라고 폄하했고, 기민당 소속 유럽위원회 의장인 키리히바움은 그리스의 보상 요구에 대해서 짜증섞인 비난을 가했다. 독일이 1960년에 그리스에 충분히 보상해줬기 때문에 2015년 요구는 ‘경우가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에도 이러한 종류의 회피는 있었다. <슈피겔>지는 역사적으로도 독일이 전쟁 범죄 보상 문제를 회피했다는 것을 보도하고 있다. <슈피켈>지는 1990년 독일 통일 당시 헬무트 콜 수상은 그리스와 다른 나라들에 대한 보상을 교묘하게 피해나갔다고 지적한다.


콜 수상과 한스 디트리히 겐셔(Genscher) 외무부 장관은 동독 서독, 그리고 2차 대전 승전국인 영국 미국 프랑스 소련으로 구성된 “2+4 조약” 논의 과정에서 그리스와 같은 피해 국가 보상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서 다루지 않았고, 어떻게 보상을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산법도 의도적으로 회피해버렸다는 것이다.(20)


(*참고: “2+4 협정” 정식 명칭은 “독일 문제 최종 종결을 위한 협정”이다. 2개 국가는 당시 서독과 동독 그리고 4개 국가는 2차 세계대전 승전국들인 프랑스, 소련, 영국, 미국 등이다. “2+4 협정” 내용 핵심은 아래와 같다. 1945년 8월 2일 포츠담 ‘협약’을 통해 2차 세계대전 승전국이 오더-나이세 국경선과 독일을 통치하기로 했다.1990년 10월 3일 동독과 서독이 통일함으로써 포츠담 ‘협약’에 따른 승전국의 독일 통치는 법률적으로 공식적으로 종식된다. 그 결과 통일 독일은 베를린을 수도로 지정할 수 있게 되었고, 1991년 3월 15일 완전한 자주 국가가 되었다)



5) 그리스 시리자 정부의 ‘보상’에 대한 입장



“이제 다 종결된 문제이다”라는 독일 기민당/기사련 주장에 대해 시리자 치프라스는 1960년 당시 독일 보상은 전쟁 당시 파괴된 그리스 인프라, 전쟁 범죄, 1942년 나치가 그리스 은행으로부터 강제로 대출해간 돈은 포함하지 않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시리자 정부는 나치의 그리스 침공 및 전쟁 범죄에 대한 ‘보상’을 어떻게 책정하고 있는가? 시리자 외무부 장관인 니코스 코치아스(Kotzias)에 따르면 2013년 3월부터 그리스 한 연구 기관이 조사를 해왔고 지난 3월 8일 아테네 신문 “To Vima”에 이러한 내용을 발표했다.(21)


이에 따르면 그리스 나치 전쟁 범죄 보상비 추정 액수는 최소 2690억에서 최대 3320억 유로이다. 이 최고 보상비 액수는 우연찮게 현재 그리스 정부의 채무액의 근사치이다. 물론 이 3320억 유로 안에는 ”디스토모“ 양민 희생자 보상 뿐만 아니라, 전쟁 당시 그리스 인프라 파괴, 인명 피해, 1942년 그리스 은행으로부터 강제 대출해간 4억 7600만 마르크에 대한 상환 (35억 유로로 추정) 등도 포함되어 있다.


6) 독일에서 제출되고 있는 디스토모 양민 학살 희생자들에 대한 보상 방법 – 재단 설립



독일 <슈피겔>지에서 국제법 교수인 프랑크 쇼코프(Schorkopf)와 인터뷰를 했다.(22)그의 대안은 다음과 같다.

“독일 메르켈 정부 주장대로 법적 정치적으로 이미 끝난 문제라고 해도, 앞으로 논의는 지속될 것이다. 왜냐하면 독일 나치 전쟁 범죄에 대한 보상 문제는 단순히 형식적인 국제법의 문제가 아니라 도덕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쇼코프는 독일 역시 1953년 런던 협약으로 채무도 탕감 받고 그것을 발판삼아 경제 부흥에 성공한 사례를 제시하면서, 그리스 보상 문제 역시 단순히 형식적인 법이 아니라 경제적 정치적 도덕적 요소를 다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두 번째 해법으로는, 재단을 설립하자는 사민당 가치 위원회 의장 쉬반 (Gesine Schwan)의 제안이다. 현재 그리스 재정위기와 별로도 나치 전쟁 범죄와 그 보상을 해결하자는 입장이다.(23)


쉬반은 부자 나라 독일이 가난한 나라 그리스에 보상을 연기하고 있는 것은 창피한 일이라고 말하고,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 의해 강제 노동에 동원된 폴란드인들을 위해 슈뢰더 정부가 수립한 재단이 그리스 보상 문제의 좋은 본보기라고 제안한다. 적녹 연정 당시 슈뢰더는 민간 기업들의 협조를 얻어 그 재단을 창립한 바 있다.(24) 재단의 장점에 대해서는, 전쟁 범죄 희생자들에게 돈을 나눠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쟁 범죄에 대해 사회적으로 인정해주는 심리적인 측면이 더 중요하다고 쉬반은 말한다.


다비트 뵈킹(David Böcking) 역시 나치(NS)재단 건립을 대안으로 제시한다.(25) 그는 특히 그리스 시리자 정부가 그리스 재정위기와 독일 나치 전쟁범죄와 연계시키는 것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독일 정부는 ‘보상’ 문제를 두고 그리스와 갈등을 일으키지 말라고 충고한다. 요하임 가욱(Joachim Gauck) 독일 대통령도 작년에 디스토모 양민 학살에 대한 보상비로 2800만 유로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바가 있다.


뵈킹은 현재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메르켈 정부와 시리자 정부 양 측에도 이 재단은 나쁠 것이 없다고 본다. 재단 건립을 통해 독일은 과거와 현재를 분리시킬 수 있고, 재단을 통해 보상비는 오직 희생자와 가족들에게 지급된다. 이에 비해 사회복지 (보험)비용을 정부 재원으로 차용해야 할 형편에 있는 시리자 정부는 현재 재정 위기에 대한 책임을 감면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7) 1942년 그리스 은행으로부터 4억 7600만 마르크의 강제 대출과 그 상환



독일 메르켈 정부나 기민당/기사련은 제 2차 세계대전 전쟁 범죄 보상 문제는 그 시효가 종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독일 의회 과학 서비스 조사 문건에 따르면, 그리스는 최소한 1942년 독일 나치가 북아프리카 침공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그리스 은행으로부터 강제로 대출해간 4억 7600만 마르크에 대해서는 상환 청구를 할 수 있다. 그 핵심적 내용을 잠시 살펴보자.(26)


1942년 그리스 은행 강제 대출 법률 문제 zdf

1942년 그리스 은행 강제 대출 법률 문제


- 2차 세계 대전 종식 이후 독일이 그리스 은행에 갚아야 할 4억 7600만 마르크에 대해서 그리스는 독일 법원에 정식으로 소송하지 않았다.


- 국제법 진술 효력이 발생하는가에 대해서도 독일과 그리스간의 상호 합의가 없는 상태이다.


- 또한 1942년에 발생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재판에서도, 계약법과 형사법 재판과 마찬가지로 그 타당성 심사를 위해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가 남는다. 그런데 이에 대한 결론은 아직 나지 않았다.

독일 의회 자료 강제 대출시 시효는 문제되지 않는다

독일 의회 자료 강제 대출시 시효는 문제되지 않는다


- 독일이 그리스 은행으로부터 강제 대출을 자행했기 때문에 재판 청구의 ‘시효 마감’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그리스는 독일에 강제 대출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왜 메르켈 정부는 그리스 보상 문제는 “이미 다 끝난 문제다”라고 주장하고 있는가? 그 이유는 그리스 출신 아네스티스 네소우(Nessou) 변호사가 언급한대로, 만약 메르켈 정부가 시리자의 전쟁 보상비용 요구를 수용하게 되면, 다른 국가들도 독일에게 보상을 요구하는 도미노 현상을 메르켈 정부는 매우 우려하기 때문이다.(27)


5. 결어


그리스의 독일 나치 전쟁 범죄 보상 요구를 보면서, 아시아에서 일본의 전쟁 범죄, 한국 전쟁, 베트남 전쟁 보상 문제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얼마 전 독일 메르켈이 일본 아베 정권에게 전쟁 범죄 사죄와 보상에 대해서 충고를 했다고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독일과 일본은 아직도 역사적 ‘빚’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시리자는 왜 이 시점에서 독일의 가장 아픈 지점을 건드렸는가? 아니면 우발적인 상호 공방 속에서 터져 나온 것인가?


시리자의 정치노선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2012년 시리자 경제 프로그램]과 [2014년 테살로니키 프로그램]에서 제시된 그리스 채무 위기 해법은 1953년 런던 협정 모델(부채 탕감과 빚 상환을 경제성장과 연계시킴)이 주가 이루지, 나치 전쟁 범죄 보상 문제는 핵심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다. 또한 나치 범죄 보상 문제는 시리자 뿐만 아니라 그리스의 모든 정당들의 ‘민족적’ 혹은 ‘공동체적’ 관심사, 그리고 인도주의적 평화 이슈에 더 가깝다.


물론 현재 그리스 연정 상황도 고려해야겠다. 시리자는 민족주의 노선을 표방하고 있는 그리스 독립당 아넬(ANEL)과 연정을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나치 전쟁 범죄 이슈가 2월 20일 [합의문] 이후에 급속하게 터져 나온 것일 수 있다.

[시리자 2012년 경제 프로그램]의 노선 중에는, 트로이카(유럽위원회/유로그룹, 유럽중앙은행, IMF)가 그리스의 민주주의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그리스인들에게 집단 죄의식을 주입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시리자는 그리스인이 더 이상 채무위기 때문에 집단 죄의식을 가져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시리자의 이러한 방침을 고려한다면, 지난 2월 20일 유로존과의 합의과정에서 시리자 프로그램 상당 부분이 거부당하고, 그로 인해 그리스인들의 자존심이 상처받았다는 사실을 시리자 역시 감안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치 전쟁 범죄는 독일에게는 지우고 싶은 가장 아픈 역사이기 때문에, 이번 그리스의 보상 요구에 대해서도 독일 언론들은 2주간 연일 그와 관련된 기사들을 쏟아냈다. 그리고 독일의 모든 정당들은 좌우를 막론하고 자기 입장들과 해법들을 제시했다.


독일 나치 전쟁 범죄에 대한 해법들은 놓고 앞으로도 더 많은 토론과 공방이 전개될 것이다. 재단(foundation), 사법 재판소의 판결, 희생자와 관련자에 대한 현금 지원, 그리스 국가에 대한 직접 보상, 혹은 현 그리스 채무 위기의 해소책과의 연계, 그 향방은 지금 정해진 바가 없다.

하지만 나치 전쟁 범죄 보상 문제는 이번 2주간 독일과 그리스 언론과 정치권의 핵으로 떠올랐다. 이로 인해 시리자는 독일 메르켈과 쇼이블레가 그리스 대신 정치적 시험대로 올라가게 만든 데까지는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또한 그리스 채무위기와 해법은 경제 영역을 넘어 정체성, 민주주의, 전쟁과 평화, 역사 의식, 국제법, 그리고 피부색깔과 언어를 뛰어넘어 우리 이웃에 대한 태도까지도 총체적으로 포괄하고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있다.



[예고] <시리자 특집> 제 3편은 유로존 탈퇴 (그렉시트)에 대한 시리자 내부 토론에 대한 소개와 그 향방이다.




Posted by NJ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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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비교/국제정치2015. 3. 17. 10:07

그리스 시리자,
신자유주의 폭풍 뚫을 수 있나?

[시리자 특집 ①] 유로그룹과의 2월 20일 '합의안' 평가 전망.



By   /   2015년 3월 11일, 10:39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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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집권정당, 급진좌파연합 시리자에 대한 지구적 관심이 높다. 한국의 진보진영에서도 관심이 뜨거운 편이다. 3% 지지율에서 출발한 시리자가 집권당이 되는 과정, 구제금융과 긴축정책으로 민중들의 삶이 피폐해지고 극한의 고통에 내몰릴 때 시리자는 어떻게 그들과 함께 하면서 성장했는지, 또 야당에서 집권정당이 된 이후 독일과 초국적자본에 맞서 어떻게 자신의 공약을 지켰는지 혹은 좌절되었는지, 그 이후의 미래는 어떠한지, 이 모든 과정이 그들의 얘기만이 아니라 지구에서 신자유주의의 대안을 고민하는 모두의 과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레디앙>은 캐나다 요크대학에서 비교 정치와 정치경제학, 정치철학을 전공하고 있는 원시님에게 요청하여 <시리자 특집>편을 구성하고 4회 전후의 연재글을 시작한다. 이번 편에는 특히 시리자의 집권 후 한 분기점이 되었던 지난 2월 20일 유로그룹과의 협상안에 대한 여러 시각과 평가 내용을 정리했다. 상당히 긴 글이지만 한국의 좌파, 진보진영에도 많은 고민꺼리를 던져주고 있기에 일독을 권한다. 이후 시리자 10년과 그리스 사회운동, 그리스 좌파 정치세력의 특징, 경제위기 이후의 대안적 해법을 둘러싼 입장들, 그렉시트와 유럽개혁 등 이어지는 연재에도 많은 관심과 토론을 부탁드린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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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시리자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IMF 긴축통치에 굴복한 한국정치와 다른 정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필자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그리스 시리자에 주목해오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일하는 직장이 달라도 차별받지 않고 사회적 인정을 받는 것이 우리가 믿는 민주주의이다. 그런데 1997년 IMF 긴축통치 이후, 같은 일을 하고도 차별받는 게 일상이 되었고, 우리 사회는 그렇게 더 퇴보해버렸다.

같은 종류의 일을 똑같이 하고도 차별받는 비정규직이라는 비정상이 정상처럼 군림해버린 그 계기는 바로 1997년 IMF 긴축통치였다. 순정한 국민들은 금반지를 녹여 달러로 바꿨지만 그 금덩어리는 소수 대기업과 해외 투기 자본을 키우는 데 사용되었고, 정작 그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산층 대열에서 이탈했다.

그리스도 국가채무 위기로 인해, 2010년 긴축통치안을 트로이카라고 명명된 유럽위원회,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리스인들은 트로이카가 빌려준 구제금융의 90%는 뢰비(Μichael Löwy)(1)가 말한 대로 신성동맹원들인 대형 은행, 정치가, 보수파, 사민파, 벌처 투기 자본손으로 들어가 그들만을 살찌운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스는 유럽에서 자살률이 가장 낮은 지중해 나라였지만, 트로이카 긴축통치 [2010 메모랜덤] 이후 자살율이 최고로 폭등했고 살인사건도 2배로 증가하는 등 민심은 파괴되었다.

하지만 긴축통치 1년 만에 그리스 시민들은 ‘정의의 분노’를 뜻하는 ‘아가낙티스메노이’를 외치기 시작했고, 아테네 신탁마 광장에 모여, “긴축통치 트로이카 독재는 물러가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이들은 특정 정당에 소속된 전통적인 정당 지지자들은 아니었다. 기존 사회운동에 이러한 무당파 비당파 시민들의 지지와 저항에 힘입어 2004년 3% 지지율로 출발한 급진좌파연합 시리자(Syriza)는 2015년 1월 25일 조기총선에서 집권당으로 떠올랐다.

시리자는 과연 신자유주의가 몰고 온 중세 겨울의 폭풍을 뚫고, 그리스와 유럽 전역으로 ‘시리자 봄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을 것인가? 이 글은 우선 1월 26일 시리자 당선 이후 유로그룹과의 협상 국면 2월 25일까지 온라인 취재기이다. 이를 바탕으로 시리자와 관련된 주요한 정치적 경제적 논쟁점들과 주제들을 향후 다루기로 하겠다.

아테네 집회 모습

우리는 독일 메르켈의 식민지가 아니다 (아네테 시위 현장)

1. 협상 평가 : 그리스는 독일의 과거 상기시키려 했고, 독일은 과거를 지우려 했다.

그리스 시리자 정부가 국가채무를 해결하기 위해서 채택한 방법은 1953년 런던협약, 즉 [독일 국가채무 동의서] 해법이다.

런던 협약을 통해 당시 독일은 채무 총액 388억 마르크의 62.6%를 탕감받았다.(2) 투쌍의 “마샬 플랜과 독일 채무 합의서”(3)에 따르면, 채권자들이 독일이 수출로 벌어들인 돈의 5% 이하로 채무를 변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한다.

핵심 요지는 독일 경제성장와 빚 갚기를 연계시킨 점이다. 런던협약이라는 호조건 속에서 당시 서독은 급속히 경제를 부흥시켰고, 마침내 2010년 10월 3일에 6천 990만 유로를 최후 상환함으로써 1953년 런던 협약의 마침표를 찍었다.

시리자 정부 총리 치프라스와 재무장관 바루파키스가 2월 20일 유로그룹과의 협상문 발표 전과 후에도 채무 탕감(헤어컷)을 제안했지만, 독일 총리 메르켈과 재무장관 쇼이블레는 그리스 제안을 거부했다.

바르 재무장관

독일 쇼이블레 재무장관(왼쪽)과 그리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

독일 보수 정부의 벽은 높았다. 높았을 뿐만 아니라, 쇼이블레는 바루파키스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빚탕감을 다시 언급하자 이에 벌쩍 뛰며 격노했다.(4) 이러한 강경 제스처는 시리자 정부가 독일 나치 침공 시 그리스에 입힌 피해액(4억7600만 마르크: 약 140억 달러)에 대한 배상을 입막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치프라스는 총선 직전 1월 13일 “독일인들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에서 독일인들이 우려하고 있는 그리스에 만연한 클렙토크라시 부정부패를 종식하겠으니 그리스에게 숨쉴 여유를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5) 그러나 그리스 정부의 최대 채권국인 독일 메르켈과 쇼이블레는 2월 협상 기간 내내 치프라스와 바루파키스에게 숨 쉴 틈을 주지 않았다.

독일 좌파당 원내총무인 기지(Gysi)는 이러한 강경한 메르켈 정부 입장을 가리켜 ‘카미카제 정치’라고 비판할 정도였다.(6) 독일 녹색당 원내 총무 토니 호프라이터 역시 메르켈 긴축통치는 완전히 실패했다고 평가했다.(7)

시리자는 유로존의 핵심부와 주변부의 불평등과 불균형 발전을 타개할 방법으로 독일에게 1953년 런던협약의 혜택을 상기시키려고 했지만, 메르켈과 쇼이블레는 과거를 떠올리고 싶지 않았고 않으려 할 것이다. 그리스 국가 채무는 현재 ‘돈’의 위기만이 아니라 역사적 사회적 ‘빚’임에 불구하고 말이다.

2. 그리스 시리자 정부와 19개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 유로그룹과의 2월 20일 협상안

[참고: 2015년 그리스 정부 구성은 149석을 얻은 시리자와 13석의 그리스 독립당 아넬(ANEL)로 이뤄졌다. 원칙적으로는 시리자-아넬 연립정부라고 써야하나 좌파연합 시리자의 대표성을 감안해 시리자 정부라고 쓰겠다]

1월 26일 그리스 총선 이후 시리자 정부와 트로이카(유럽위원회 EC/유로그룹, 유럽중앙은행 ECB, 국제통화기금 IMF)와의 공식적 비공식적인 협상은 1개월 내내 지속되었고, 2월 20일에 1차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시리자 정부와 “제도”라고 이름을 바꾼 트로이카 사이의 공방전은 6월 말까지 계속될 것이다.

이번 2월 20일 협상안의 얼개는(8) 다음과 같다.

첫 번째 2010년 트로이카와 그리스 사이 맺은 <2010 메모랜덤: 그리스 경제 구조조정 프로그램>(9) 틀을 유지한 채, 그리스 금융지원을 위한 마스터 재정지원기구(MFFA) 협약 기간을 4개월 더 연장한다. 이에 따라 그리스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돈을 6월 말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두 번째, 트로이카가 감독 평가한 재정 목표, 경제 회복 혹은 재정 안정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책이나 구조개혁을 그리스 정부가 단행해서는 안된다. <2010 메모랜덤>의 경제 조정 프로그램 처방을 무시하고 원상복귀해서는 안 된다.

세 번째, 그리스 정부가 4월 말까지 경제구조개혁안 완결판을 트로이카에 제출해야 하고, 그 이후 그리스와 유로그룹은 새 협상에 돌입한다.

그리고 2월 24일에 바루파키스가 유로그룹에 제출한 [개혁안]은(10) 크게 4가지 주제로 나뉘어져 있다. (1) 재정 구조 정책 (세금, 재무 관리, 조세 행정, 국세청 GSPR 독립 신설, 공공 지출, 사회 안전망 개혁, 행정과 부패와의 전쟁) (2) 재정 안정화 (미납 세수 해결, 은행, 부실채권 해법) (3) 경제 성장 (사유와 공공 재산 관리, 노동 시장 개혁, 생산 시장 개혁, 비즈니스 환경 개선, 사법 개혁, 통계청 ELSTAT 독립 신설) (4) 인도주의적 위기 극복 등이다.

시리자 정부의 철학과 정책은 다음 두 가지 문건들에 기초해 있다. 하나는 2012년에 발표한 [시리자 경제 프로그램](11)이고 다른 하나는 2014년 9월에 공표한 [테살로니키 공약](12)이다. 이 두 개의 프로그램은 향후 시리자의 정치 실천을 평가하는데 잣대가 될 것이다.

이번 2월 20일 [합의문]을 보면 시리자 철학과 정책의 기본틀을 구성하고 있는 두 가지 문건들에 적시된 시리자 노선을 관철시키지는 못했다. 독일의 초강경 자세와 유로그룹의 비협조적인 대응을 고려해야겠지만. 또한 바루파키스가 유로그룹에 제출한 [개혁안]에도 [테살로니키] 프로그램에 제시된 부채탕감, 채무 지불 일시 중단(모라토리움) 허용, 유럽 투자 은행 (EIB)의 투자 기금 형성 등 주요한 공약들이 빠져있다.

3. 2월 20일 시리자와 유로그룹 [합의문]에 대한 평가들과 이후 협상에서 대안 제시들

[2월 20일 합의문]에 대해서 시리자 내부 평가는 어떠한지, 시리자 내부 주요 정책 입안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기로 하자.

1) 밀리오스 – 치프라스와 바루파키스 협상팀은 테살로니키 공약을 더 관철시켜야한다

(밀리오스 : John Milios :아테네 기술 국립대학에서 경제사와 정치경제학, 마르크스를 가르치고 있다. 시리자 경제 정책 상임 자문 위원이기도 하다.)

밀리오스

밀리오스

밀리오스는 라파치오라스(Spiros Lapatsioras), 소티푸루스(Dimitris Sotirpoulos) 두 사람과 함께 2월 20일 [합의문]에 대한 평가서를 제출했다.(13) 밀리오스는 이번 합의문에 대해서 시리자 정부의 ‘첫발이 미끄러져버렸다’고 전체적인 평가를 했다.

밀리오스 <제안서>의 평가와 주문사항은 다음과 같다. 그리스 시리자 정부가 이번 유로그룹과의 협상에서 너무 많이 양보했고 특히 경제 주권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앞으로 남은 4개월 동안 시리자 정부가 <유럽그룹>를 비롯한 트로이카와의 협상에서 2014년 9월 채택한 <테살로니키> 프로그램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협상 원칙과 전술 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밀리오스 등 3인의 제안서에서는 재무장관 바루파키스의 미진한 부분들을 지적하면서 대안을 제시하는데, 그 부분은 눈여겨 볼만하다.

밀리오스는 <제안서> 결론에서 이번 합의문에 대해서 치프라스와 바루파키스의 ‘승리적 평가’를 비판한다. 치프라스는 [합의문]의 성과를 2010년 긴축통치 [메모랜덤]과 대부 조건들을 분리시킨 것이라고 자평한 바 있다.(14) 재무장관 바루파키스는 [합의문] 이후 기자회견에서 [합의문] 성과는 외부 세력에 일방적으로 굴복한 과거 그리스 정부와는 사뭇 달리, 시리자 정부가 트로이카와의 공동-저자로 참여했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15)

하지만 밀리오스는 이번 [합의문]은 2014년 9월 시리자 <테살로니키> 공약의 후퇴이지 승리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왜 그러한가? 밀리오스의 [합의문] 분석과 평가를 따라가 보자.

첫 번째, 밀리오스의 핵심 비판은 시리자 정부가 경제주권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트로이카는 그리스 정부가 공공 기업을 민간 기업에 팔아서 (사유화) 국가 채무를 갚으라고 했는데, 이에 대해서 시리자 정부의 ‘사유화 반대’ 입장을 관철시키지 못했다.

그리고 트로이카가 제안한 기초재정흑자(primary surplus)를 통해서 채무 이자를 갚도록 한 조항을 시리자 정부 협상팀이 바꾸지 못했다는 점이다. 테살로니키 공약대로 기초재정흑자를 채무 변제가 아닌 정부 공공 투자나 사회복지 지출에 사용할 권한을 시리자 정부가 가질 수 있도록 트로이카를 설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왜 이런 약점이 발생했는가? 밀리오스는 협상팀의 바루파키스 재무 장관이 유로그룹과 토론에서 시리자 공약을 관철시킬 수 있도록 구체적인 수치와 분석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협상 파트너 <유로 그룹>이 그리스 시리자 정부 협상팀의 제안이 ‘피상적’이라고 얕잡아 봤다고 지적한다.

두 번째 밀리오스의 바루파키스 비판은 협상 기술에 대한 것이다. 재무 장관 바루파키스가 유럽중앙은행(ECB)를 협상 전에 직접 만나지 않은 채, 유로존 회원도 아닌 영국 런던에서 [빚 탕감] 기자회견을 해버렸는데, 이것은 협상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유로존 회원국 금융 대출 우산 건설이나 그리스 채무 변제를 경제성장과 연계시키는 제안들은 제2차 협상에서 시도하는 게 더 좋았을 것이라고 밀리오스는 지적한다.

세 번째로는 밀리오스는 시리자 정부 협상팀이 실속보다는 오히려 트로이카와 협상과 소통 결과에 너무 비중을 많이 두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유로그룹과 협상 전에 예룬 데이셀블룸 (Dijsselbloem)과 접촉했는데, 이는 일관성 있는 협상 전술이 아니었다고 평가한다.(16) 데이셀블룸이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의 ‘브릿지 프로그램’을 거부하자, 오히려 그리스 국내에서 민족 감정만 자극하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것이다.

또한 그리스 협상팀이 바루파키스 재무장관 이외에 그와 동일한 비중을 차지하는 협상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유로그룹>에게 줌으로써, 그리스 협상팀 실력을 얕잡아 보도록 허용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그렇다면 밀리오스의 대안은 무엇인가? 지금 그리스 시리자 정부에게 트로이카와의 협상 시한이 빠듯하지만,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의 “메모랜덤의 70%를 우리가 이행할 것이다”와 같은 소극적인 발언은 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정직한 공격’을 하라고 그는 제안한다.

왜냐하면 그리스 국민들이 시리자를 선택한 이유는 2010년 <메모랜덤>의 70%를 이행하라는데 있지 않고, 테살로니키 공약을 실천하라는 데 있기 때문이다. 만약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의 말래도 <메모랜덤>의 70% 약속 이행 발언은 시리자가 대변하는 지지층과 사회연대 세력들을 바꾸는 꼴이 된다고 밀리오스는 주장한다.

따라서 밀리오스의 대안은 시리자 정부 협상팀이 ‘정직한 공격’을 하라는 것이다. 시리자 정부가 다시 노동자 편에 서서 ‘소득과 권력’을 민중에게 나눠주고, 사회복지 국가를 재건하고, 참여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리스는 지금 실업의 증가로 인해, 노동 조건이 중세시대 회귀했기 때문에, 시리자 정부가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고 노동하는 대다수 대중들의 이해관계를 확실히 대변하라고 주문한다.

밀리오스는 마지막으로 유로존 탈퇴(그렉시트)에 대해서는, 시리자의 좌파적 관점에는 ‘그리스’를 지키느냐 혹은 ‘유럽’을 지키느냐 양자 택일하는 ‘민족-애국주의적’ 정치가 들어설 여지가 없다고 밝히면서, 그렉시트와 디폴트는 시리자의 선택이 아니라는 점을 밝혔다.

밀리오스, 라파치오라스, 소티푸루스 3인의 제안서는 그 동안 시리자의 주요 노선을 다시 원칙적으로 환기시켜준 것이고, 구체적인 협상 전술에 대한 능력을 높일 것을 제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협상에서 구체적인 자료와 수치에 근거한 대안 제시, 협상팀의 팀워크 등을 높일 것 등을 요구했다고 볼 수 있다.

다음은 시리자 내부에서 유로존 탈퇴(그렉시트)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라파비차스와 쿠벨라키스의 평가를 들어보기로 하자.

2) 유로존 탈퇴를 전략적 대안으로 제시하는 이들

(1) 라파비차스

라파비차스(Costas Lapavitsas)는 영국 런던대학 ‘동양 아프리카 연구 대학 (SOAS) 경제학과 교수이자, 시리자 국회의원이다. 그리스 재정위기 탈출법으로 유로존 탈퇴, 드라크마 평가절하로 가격 경쟁력을 높여 수출을 증대해야 한다고 제안한 루비니(Roubini)(17)와 더불어 라파비차스는 오래전부터 그렉시트를 주장해오고 있다.

라파비차스

라파비차스

우선 라파비차스는 2월 20일 [합의문] 평가글 “5가지 질문들”에서 30억 유로 기금이 발생한다고 해도, 그 사용처 감독과 권한은 트로이카에 있지 그리스 시리자 정부에 속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다.(18)

이러한 주권 제약은 그리스가 불균등 경제발전을 구조화시킨 유로존에 남아 있는 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는 이러한 유럽연합 내부 불평등 불공평이 존재하더라도 독일 프랑스 등 핵심 국가들이 손실을 봐가면서까지 그 문제들을 고치려 들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3월 2일자 영국 가디언지에 기고한 그의 글에 댓글 토론이 1200개가 넘을 정도로 “유로존 탈퇴: 그렉시트”에 대한 그의 전략적 암시는 뜨거운 논쟁으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19)

그의 핵심 논지는 다음과 같다. 시리자가 유로존에 잔류하면서 트로이카의 긴축통치를 변혁할 수 있다는 공약을 내걸고 총선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시리자의 전략이 더 이상 희망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시리자 정부가 [합의문]을 통해서 4개월 동안 시간을 벌었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동성 공급에 의존해야 하고, 트로이카의 관리 감독 하에 있는 시리자 정부는 여전히 채무 변제에 필요한 돈을 구하느라 전전긍긍할 것이고, 그리스 경제는 물가와 고용이 동시에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이런 경제 성장 둔화로 세금 납부 역시 저조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의 대안은 무엇인가? 라파비차스는 다가올 6월말에 예정된 트로이카와 시리자 정부와의 협상에서는 2월과 같은 ‘유로존 개혁’ 전략과 다른 방법을 쓸 것을 제안한다. 왜냐하면 그리스 정부가 유로존을 개혁할 수 없고 유로존 역시 친-노동자 노선을 걷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라파비차스의 제안은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와 2014년 9월 [테살로니키] 시리자의 공약이 현실정치에서 양립할 수 없다는 판단에 기초해 있다.

라파비차스의 해법은 그의 지난 5년간 주장을 고려해볼 때, 지금 시리자 정부가 주력해야 할 일은 트로이카로부터 경제 주권을 되찾아오는 것이고, 테살로니키 공약을 실천해서 대중의 신뢰를 받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2) 쿠벨라키스

스타티스 쿠벨라키스(Stathis Kouvelakis)는 영국 킹스 칼리지에서 정치이론을 가르치고 있고 현재 시리자의 중앙위원이다. [자코뱅]지에 “그리스의 대안”이라는 제목으로 합의문에 대한 평가서를 제출했다.(20) 그는 이번 [합의문]은 애초 시리자 목표인 긴축통치 <메모랜덤>을 종식시키는 방향은 아니었다고 박한 점수를 줬다.

쿠벨라치스

쿠벨라키스

쿠벨라키스 역시 라파비차스와 마찬가지로 그리스 정부의 권한이 트로이카 (합의문에서 트로이카를 제도 institution로 부르기로 함) 하에 종속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이번 합의문에서 적시된, “유럽 재정안정기구(EFSF) 기금과 그리스 국채로부터 발생한 2014년 증권시장프로그램(SMP)이전 수익 몫 19억 유로를 그리스 정부가 사용하고자 할 때는 유로그룹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을 그 예로 제시한다.

쿠벨라키스는 이번 2월 협상은 성공한 게 별로 없다고 평가한다. 치프라스와 바루파키스 시리자 협상단은 트로이카의 감독과 회계감사를 포함한 평가를 받지 않고, 그 대신 유동성확보와 균형 예산을 통해서 트로이카와의 <메모랜덤> 을 이행하기 위해서 4개월 ‘브릿지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그러나 트로이카는 이러한 제안들을 다 거부했다. 오히려 [합의문]에서 “그리스 정부가 채권자에 대한 재정적 의무를 기일을 넘기지 않고 제 때에 충실히 준수할 것을 재차 다짐한다”는 조항은, 트로이카의 <2010 메모랜덤>이 그대로 반복되고 있고, 시리자의 목소리, 즉 부채 탕감 부채 감소는 사라지고 없어졌다는 것이다.

쿠벨라키스는 결국 이번 2월 20일 <합의문>은 “2016년 GDP의 4.5%에 해당하는 기초재정 흑자를 통해서 빚을 갚을 것, 공공 재산의 사유화 촉진할 것, 채무 변제를 위한 특별위원회 설치할 것” 등을 골짜로 한 2012년 11월 신민주당 (ND) 사라마스 정부와 트로이카 사이에 맺은 합의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결론을 내린다.

2015년 2월 20일 합의문은 위 3가지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고, 다만 다른 점은 기초재정흑자(PS) 기준을 2015년 그리스 경제 상황을 참작해서 트로이카가 조정할 수도 있다는 문장을 삽입한 대목이다.

쿠벨라키스뿐만 아니라, 이번 [합의문]에서 그리스 시리자 정부에게 가장 불리한 조항이라고 지적되고 있는 조항은 다음과 같다. “트로이카(제도들)가 이미 평가해놓은 재정목표, 경제 회복, 재정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는 어떠한 정책이나 구조 개혁을 그리스 정부가 일방적으로 바꿔서도 안되고, 또한 트로이카의 지침을 따르지 않고 원상복귀시켜서도 안 된다.”

쿠벨카키스는 결론적으로 이러한 불공평하고, 본질적으로 2010년 구제금융 시 맸었던 <메모랜덤>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는 [합의문]을 비판하면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첫 번째, 그리스 정부가 채무 변제를 중단할 것, 두 번째 유로존 탈퇴(그렉시트)를 전략적으로 고려할 것, 세 번째 독일과 승전국 사이에 맺었던 [1953년 런던 협약]와 같은 방식으로 그리스 국가 채무를 해결 할 것 등이다.

“그리스의 대안” 기고문에서 쿠벨라키스가 지적하고 있는 또 한 가지는, 2014년 9월 시리자의 테살로니키 프로그램 실현을 위한 재원의 50%는 유로존에서 빌린 돈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는 시리자 정부가 유로존에 잔류하면서 동시에 긴축통치를 철회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치프라스 등 시리자 지도부는 이제 그러한 시리자의 전략적 오류를 은폐하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제안한다. 따라서 2월 [합의문]이 승리나 성공이라고 치프라스가 평가한다면, 그것은 그리스 속담처럼 “육류를 물고기라고 속이는” 꼴이라는 것이다. 지록위마(사슴을 말이라고 부르다)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쿠벨라키스의 적극적인 대안은 무엇인가?

쿠벨라키스는 2월 26일 [자코뱅]지에 실은 “철수의 현실”라는(21) 기고문에서는, 2월 [합의문]이 성공이 아니라 실패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유로존 탈퇴 (전략적 그렉시트)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사고할 때라고 주장한다.

그는 시리자 다수파의 세 가지 궤변들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첫 번째 잘못된 논리는 “그렉시트는 대안이 아니다”, 두 번째 잘못된 논리는 “유로존에 잔류하면서 긴축통치에서 해방될 수 있다”, 세 번째 잘못된 논리는 “에티엔 발리바르(Étienne Balibar)나 산드로 메자드라(Sandro Mezzadra)가 주장하는 것처럼 보편적 유럽주의가 그리스 주권보다 더 중요하다” 등이다.

그는 시리자 다수파가 희망을 걸고 있는 긴축반대 데모의 유럽 전역으로 확산, 그리고 12월에 있을 스페인 선거에서 포데모스의 승리도 지금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오히려 지금은 그리스 한 국가 단위에서 변혁 전략도 중요하다고 전제하고, 그리스 주권에 기초한 국제연대를 지향해 나가는 것이 보편적 유럽주의보다 더 바람직하다고 쿠벨라키스는 주장한다.

시리자의 총선 승리 이후 2월 25일까지는 트로이카와 협상 마라톤이었다면, 그 이후 2주간은 시리자 내부 토론이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과연 시리자는 자신들이 비판했던 신민주당, 범 그리스 사회주의자 운동(PASOK), 그리스 공산당(KKE) 등의 당 관료주의를 극복하면서 동시에 내부 이견을 조정해내는 민주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

바루파키스의 시리자 내부 토론의 특성인, ‘왁자지껄 시끄러운 카카포니’ 가족은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 것인가? 그 내부 토론을 잠시 들여다 보자.

3) 시리자 내부 토론 소개, 시리자 의원 총회와 중앙위원회에서 [합의문] 평가

2월 25일 치프라스는 [합의문]에 대한 경과 보고와 토론을 위해 시리자 의원 총회를 소집했다. 총회는 격렬했고, 12시간 동안 열렸다.

시리자 중앙위원인 마탈리스 (Sotiris Martalis)에 따르면, 이날 시리자 의원 총회에서 총 149명 중 140명이 [합의문]에 대한 정견발표를 했으며, 26일까지 진행된 회의에 끝까지 자리를 지킨 120명 중에 30명 넘는 의원이 합의문에 대한 반대 혹은 기권을 했다고 한다.(22)

이날 의원 총회에서는 [생산재건 환경 에너지] 장관인 라파나지니스(Panagiotis Lafanazis)는 [합의문]에 기권표를 던졌다. 또한 그리스 정치사에서 두 번째 여성 국회의장인 콘스탄토푸루 (Zoe Konstantopoulou)가 [합의문]에 반대했다.(23)

치프라스와

콘스탄토푸루 (오른쪽)와 시리자 대표 치프라스 (왼쪽)

특히 시리자 내부 30%~35%를 차지하는 [레프트 플랫폼]이라는 정파의 대표격인 라파자니스는 2월 유로그룹과 협상 과정에서 유로그룹에 앞서 시리자 내부에 먼저 협상 결과를 보고하지 않는 점을 비판하기도 했다. 치프라스와 바루파키스의 민주적 소통능력에 대해서 문제 삼은 것이다.

시리자 의원총회에 연이어 시리자 중앙위원회은 2월 28일과 3월 1일 이틀간에 걸쳐 개최되었고 [합의문]에 대한 평가와 향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라파자니스는 [합의문]에 반대하는 수정안을 제출했다. 그는 2월 25일 치프라스가 소집한 시리자 의원 회의에서 [합의문]이 테살로니키 공약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가 있다.(24)

라파나치스

라파나지스

또한 라파자니스는 치프라스가 임명승인한 대통령 파블로푸로스(Prokopis Pavlopoulos)의 정치노선에 찬성하지 않지만, 치프라스의 결정에는 동의한다면서 찬성표를 던지기도 했다.(25) 그러나 시리자 중앙위원회에서 [레프트 플랫폼] 대표격인 라파자니스의 수정안은, 표결 결과 찬성 68표, 반대 92표, 기권 5표로 부결되었다.

이날 시리자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유로그룹-시리자 [합의문]에 대한 비판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현재 그리스가 처한 경제적 어려움을 고려하고, 6월 말까지 남은 4개월 동안 최대한 시리자 정부의 공약이 유로그룹과의 협상에서 관철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시리자 중앙위원회는 의견을 모았다.

다음은 2월 20일 합의문 발표 이후, 그리스 언론에 많이 회자된 두 노익장의 평가를 들어보자. 이들의 평가는 그리스 대중들의 인식의 주요한 부분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4) 2차 세계 대전 반-나치 투쟁, 군사 독재 타도 운동에 참가한 노익장들의 평가

세계적인 작곡가로 알려진 올해 90세인 테오도라키스 (Mikis Theodorakis)는 시리자 정부 출범 이후 치프라스와 바루파키스가 유로그룹과의 협상에서 그리스인으로서 자긍심을 보여달라고 한껏 기대를 표명했다.(26)

그러나 2월 20일 [합의문]에 대해서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시리자 협상팀이 트로이카의 목죄기 전략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스 민중의 힘을 최대한 동원해서 동독일 재무장관 쇼이블레의 ‘거부’를 더 강력하게 ‘거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27)

또한 2차 세계대전 독일 침공 시,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광장에 그리스 깃발을 게양해 그리스 영웅으로 추앙받은 글레조스 (Manolis Glezos) 역시 [합의문]은 ‘트로이카’를 ‘제도들 institutions’라고 이름만 둔갑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올해 92세의 나이로 201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2위와 43만표 차이로 압도적으로 시리자 의원으로 당선된 글레조스는 유로그룹과의 [합의문]은 사실상 시리자 공약의 후퇴인데 승리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그리스 대중에게 환상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28)

이러한 시리자 내부 평가들과 별도로 그리스 공산당 (KKE)은 유로그룹과 시리자 정부의 [합의문]은 그리스 대중의 우롱이라고 폄하했다.(29) 쿠춤바스 (Dimitris Koutsoumbas) 그리스 공산당 총서기는 이번 [합의문]은 긴축통치 2010 <메모랜덤>과 동일하기 때문에, 그리스 의회에서 이 <메모랜덤>과 이행 합의문 폐지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시리자 안팎으로 유로그룹과의 [합의문]에 대한 평가와 비판들은 쏟아지고 있지만, 그리스 대중들은 아직 시리자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 않고 여전히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그들도 그리스 현 정부가 처한 쫄쫄 굶을 만큼 재정난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4. 시리자 정부가 처한 긴박한 재정 현실에 대한 치프라스-바루파키스 협상팀의 대응

1) 그리스 시리자 정부, 돈줄이 마르다

이러한 시리자 안팎의 평가와 비판에 대해서 시리자 정부 재무장관 바루파키스는 3월 9일 월요일 브뤼셀에 있을 유로그룹 회의에 제출할 6개 개혁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유로존 탈퇴 그렉시트를 주장하는 라파비차스의 입장에 대해서, 바루파키스는 그리스가 트라크마로 회귀하는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한 시리자 협상팀은 유로그룹과의 협상에서 유로존을 개혁할 ‘신 유럽 뉴딜’을 제안할 것이라고 재차 다짐했다.(30)

또한 유로그룹과의 합의문에서 가장 큰 이슈로 등장한 조세 제도에 대해서도, 부가가치세 (VAT)는 현행 23%에서 15~16%로 낮춰 국내 내수를 진작시키겠다고 발표했다.(31)그리스 대중들에게 오스만투르크 점령 당시 그리스 민중들의 공공의 적이었던 ‘하라치 haratsi’(32)라고 불리고 있는 단일 부동산 재산세(ENFIA)를 2~3개월 안에 폐지하고, 그 대신 부자들에게 재산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시리자 내부 [레프트 플랫폼]의 합의문 비판, 그리고 다시 언급되고 있는 유로존 탈퇴 그렉시트 전략에도 불구하고, 시리자 중앙위원회에서 6월 말까지 트로이카와 협상에서 시리자 노선을 관철시키자고 의견을 잠정적으로 모은 데에는 그리스 정부가 처한 재정 위기의 심각성 때문이다.

당장 그리스 정부는 3월에 70억 유로가 필요하다. 지난 금요일 3월 6일까지 국제통화기금(IMF)에 16억 유로, 1년 미만 단기 국채 (T-bills) 갱신 비용으로 30억 유로, 그리스 국채 이자 7억 5천만 유로, 공무원 임금, 연금, 기타 정부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70억 유로가 긴급히 필요하다. 재무부 실무자들은 시간 촉박을 호소하고 있다.

2) 시리자 정부의 새로운 협상안들은 무엇인가?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시리자 정부는 유럽중앙은행(EBC)에 그리스 국채 수익 19억 유로를 국제통화기금(IMF)에 직접 갚아 달라고 요청한 상태이다. 또한 유로그룹과의 협상 이전부터 재무장관 바루파키스는 시리자 정부의 재정 마련을 위해서 단기국채(T-bills) 1년 발행 한도를 현행 150억 유로에서 250억 유로를 80~100억 유로 정도를 더 늘려줄 것을 트로이카에 요구해오고 있다.(33) 3월 9일 월요일 브뤼셀 유로그룹과의 협상을 앞두고 독일 슈피겔지와의 인터뷰에서도 치프라스는 단기 국채 (T-bills) 발행해서 그리스 정부가 재정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고 답변했다.(34)

바루파키스는 “돌멩이에서 피를 뽑아서라도 빚을 갚겠다”(35)고 했지만, 그리스 정부는 돈이 빠듯한 게 현실이다. 2015년 1월 세수 수입 목표액은 45억 유로를 예상했지만 실제 정부 세수 수입은 34억 유로에 그쳤다. 1월 정부 재정 수입도 당초 목표액은 13억 7천만 유로였으나 4억 4300만 유로만 걷혔다. 재무부 차관 발라바니(Nadia Valavani)는 1월 세금 미납자는 2월까지 납부해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36) 심지어는 바루파키스도 2~3개월 후에 폐지하겠다던 단일 부동산 재산세 (ENFIA)에 대해서도 시민들이 애국주의적인 생각으로 폐지 직전까지는 납세를 해달라고 요청할 정도이다.(37)

그렇다면 3월 9일 이후 유로그룹과의 제 2 라운드 협상에서 치프라스-바루파키스는 어떠한 대안을 가지고 임할 것인가?

바루파키스는 오는 6월과 8월 사이에 그리스 정부가 유럽중앙은행(ECB)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을 포함해서 채무 변제를 위해서는 115억 유로가 필요하기 때문에, 새로운 채무 동의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유로그룹 등 파트너들도 그리스로부터 ‘트로이카’를 듣기 싫어하고, 채권자들도 ‘빚탕감(헤어컷)’이라는 말을 싫어하기 때문에 이 단어들을 쓰지 말자고 제안한다.

그 대신에 만기 1년 미만 국채(T-bills) 수익률을 그리스 명목 GDP와 연계하는 “스왑”을 바루파키스는 제안한다. 그 이유로 지금 그리스 경제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명목 GDP를 끌어올리는 것이고 그래야 빚을 갚을 수 있고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그리스처럼 임금(소득)과 물가가 동시에 하락하는 것은 경기침체의 신호라고 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명목 GDP를 증가시켜야 한다고 제안한다.(38)

이러한 단기국채(T-bills)와 명목 GDP와의 연계하는 “스왑” 이외에, 바루파키스는 현재 유럽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그리스 국채를 ‘영구 채권’으로 전환시켜, 원금은 갚지 않고 이자만을 100년 이후에도 갚아나가는 방식을 제안한다. 시리자 정부의 기초재정 흑자를 높이기 위한 방책인 것이다. 시리자는 총선에서도 유럽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600억 유로 상당의 국채를 양적 완화 (QE) 방식으로 구조 조정을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우파에 가까운 파파니코스 (Gregory Papanikos) 교수는 바루파키스의 “스왑” 채택 시, 2014년의 경우 그리스 정부는 75억 유로의 이자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한다. 왜냐하면 2014년 그리스의 실질 GDP는 0.6% 증가했지만, 명목 GDP는 0.9% 감소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그리스 정부는 “스왑” 계약에 따라 단기국채(T-bills)의 이자를 채권자들에게 지급할 필요가 없게 된다.(39)

이처럼 시리자에게 관건은 정부가 자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런데 3월 9일 이후 유로그룹과의 협상에서 이러한 새로운 시리자 정부의 채무 구조 조정안이 수용될 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이런 스왑 제안을 하게 된 배경에는 2월 20일 유로그룹과의 [합의문]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바루파키스가 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한 대로, 탈세 탈루와의 전쟁에서 성과가 단기간에 달성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다.

일례로 스위스 은행에 그리스인의 예금 총액은 600억 유로에 육박하고 이 3만명 계좌 중, 2천명은 금융 소득에 대한 탈세를 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러나 일차적으로 2014년 2월 스위스 재무장관 에펠린 비트메 쉬룸프는 2천명에 대한 탈세 조사에 협조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시리자는 이에 대해 향후 더 강경하고 적극적으로 탈세를 추적할 계획이다. 하지만 탈세 방지와 조세 정의 실현에는 시간이 걸린다.

시리자가 내세운 민주주의 실천의 핵심들 중에 하나는 시민들을 시리자 이념으로 ‘지도’하려 하지 않고, 참여 통로를 열고 그들의 목쇠를 낼 공간들을 열어주는 도우미 역할이다. 또 다른 시리자 방침은 행정 고객주의에 대한 반대이다.

다시 말해서 군부 타도 이후 지난 40년간 그리스 정치를 지배해온 양당 체제, 범그리스 사회주의자 운동(PASOK)과 신민주당 (ND)의 정치 행태는 유권자를 ‘행정 고객’으로 간주하면서 수동적 시민으로 전락시켰다고 시리자는 비판한다.

시리자 치프라스와 바루파키스 협상팀을 찬성하건 비판하는 입장이건 모두 동일하게 주장하는 것은 시리자가 대중의 힘을 믿고 테살로니키 프로그램을 실천하라는 것이다. 그리스 여론은 어떠한가? 또한 그리스 시리자 정부가 주요하게 설득시키고 연대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독일 여론은 어떠한가를 관찰해보자.

5. 독일과 그리스의 여론 동향, 2월 20일 [합의문]에 대한 여론조사

우선 독일 여론을 살펴보자. 2월 27일 독일 여론조사 결과를 체데에프(ZDF) 방송에서 발표했다.(40)

“2월 20일 [합의문]을 그리스가 잘 이행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설문에 응답한 독일인들 중 26%는 예, 71%는 아니오라고 답함으로써 전체적으로는 부정적인 미래 예측을 했다. 독일 정당 지지자별로는 보수파인 기민련/기사련 지지자는 75%가 ‘아니오’, 사민당(SPD) 지지자의 65%, 좌파당 지지자는 47%, 녹색당 지지자는 67%, 그리스 금융지원에 가장 부정적인 정당인 대안독일(AFD) 지지자는 91%가 ‘아니오’라고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

독일 여론조사

독일 여론조사

두 번째 질문 “[합의문]에서 그리스에게 요구한 긴축 지침 가이드 라인은 어떻게 평가하는가?”에 대해서, ‘요구 내용이 너무 많다’는 24%, ‘너무 적다’는 13%, ‘적절하다’는 54%, ‘모르겠다’는 9%로 나타났다. 진보적인 독일인의 경우 ‘너무 많다’고 답변하고 민족주의적 태도를 취한 독일인의 경우 ‘너무 적다’고 답한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여론조사2

독일 여론조사2

한편 2월 20일 [합의문] 이후, 그리스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시리자에 대한 지지는 42.1%로 2월 14일 여론조사에서 획득한 45.3%보다 대략 3% 정도 하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2위인 신민주당은 이번 3월 1일 조사에서 18.3%를 기록, 2월 14일 18.4%와도 거의 변동이 없었다.

시리자 지지율

그리스 정당들의 지지율.

시리자 정부가 유로그룹과의 협상에서 보여준 기술적인 실수, 2014년 테살로니키 프로그램에는 미치지 못하는 [합의문] 결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인들은 여전히 시리자 정부에 큰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이번 여론조사에서 드러났다

쿠벨라키스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여론조사 자료에 따르면(41), 여론조사 응답자의 70%가 2월 20일 유로그룹과의 [합의문]에 대해서 그 이전 사마라스 정부와 비교해서 ‘매우 좋아졌다’ 혹은 ‘더 낫다’고 답했고, 39%는 과거 <2010 메모랜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답했다.

그리스 여론조사

그리스 여론조사 : 2월 20일 유로그룹과의 협상 결과에 대해서

응답자 44%는 시리자 정부가 유럽연합(트로이카)와의 협상할 때, 자본 통제라는 측면에서 보다 더 강경하게 협상을 해야 한다고 답했고, 반면 52%는 자본 통제에 반대했다. 응답자의 38%는 유로존 탈퇴(그렉시트)를 각오하고서라도 유럽연합과 협상을 더 강경해야 한다고 답했고, 60%는 유로존 탈퇴(그렉시트)를 반대했다.

이러한 그리스인의 여론 동향을 고려할 때, 앞으로 6월말까지 계속될 시리자 정부와 트로이카와의 협상 라운드에서, 시리자 정부가 협상 테이블에서 보다 더 많은 성과를 가져와서 현재 그리스가 처한 경제 위기를 타결해 줄 것을 그리스인들은 바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6. 결어 : 시리자는 정치적 실험대 위에 올라 있다.

시리자의 가장 큰 숙제는 주어진 시간 안에 빈곤선으로 전락한 인구 3분의 1을 자립 자활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일례로 사하라 사막 이남 가난한 아프리카 난민을 돌봐야 할 자원봉사 의사들 일부가 지금 그리스에 들어와서 봉사활동을 펼칠 정도로 공중 보건 제도가 파괴되었다. 동네 마을 의사 협동조합이 생겨나고 있지만, 시리자 정부가 이러한 시민들의 자립 자활 노력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복구해 낼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이처럼 시민들의 ‘기대-결과’ 사이의 격차를 최소화시키는 정책적 효과를 단기 중기적으로 만들어 내야 시리자의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시리자 내부의 이견들, 대표적으로 유로존 탈퇴(그렉시트)를 전략적으로 주장하는 그룹과 유로존 안에서 개혁을 추구해야 한다는 그룹들 간의 생산적인 합의를 내올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시리자 내부 민주적 리더십과 통일성을 높여야 트로이카와의 협상에서도 시리자의 프로그램을 관철시킬 수 있다.

세 번째는 3월 7일 시리자 외무부 차관 차칼로토스가 아일랜드 신페인 (Sinn Fein)을 방문해 스페인 포데모스와 같이 연대해 세상을 바꾸자고 연설을 했고,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이처럼 시리자 정부는 유럽 내 다른 국가들의 시민들의 지지를 얻어내고 연대를 형성해야 한다.

그리스 시리자 정치 노선에 대한 평가는 무지개처럼 다양할 수 있지만, 시리자의 정치적 실험이 좌초하게 되고 트로이카의 긴축통치가 연장된다면, 그리스에서는 과거보다 더 혹한의 신자유주의 광풍이 황금여명처럼 몰려올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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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채무구성

그리스 국가 채무 구성

[그림설명] 그리스 국가 채무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그리스 국채 발행이고, 다른 한 구성은 대출이다. 그리스 국채는 유럽중앙은행이 550억 유로를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2050억 유로는 투자 펀드, 국부 펀드, 헤지 펀드, 그리스 은행, 타 유럽 국가 은행들, 그리스 사회 보험 펀드, 유럽 보험사 등이 소유하고 있다. 950억 유로에 해당하는 대출 부문은 유럽 국가들 530억 유로 (이 중에 독일이 150억 유로를 대출해 최대 채권국가이다), 국제통화기금 (IMF)가 200억 유로, 기타 220억 유로로 구성되어 있다 

<단어 보충 설명>

1. 그리스 제 1차, 2차 구제금융 내역은?

그리스는 2010년 트로이카와의 <메모랜덤>을 통해서 1100억 유로를 금융지원 받았고, 2012년 그리스는 유럽재정안정기금 (EFSF) 1447억 유로와 IMF로부터 198억 유로, 총 1645억 유로(208조)를 추가로 제 2차 구제금융을 받았다.

2. 유로그룹(eurogroup)이란?

유로존에 가입한 19개국 재무장관들의 회의를 가리킨다.

네덜란드 노동당 소속 재무장관 예룬 데이셀블룸이 유로그룹 의장이다. 유럽위원회를 대표해 현재 그리스와 채무 협상을 벌이고 있다.

3. 유럽 재정 안정 기금 (EFSF:European Financial Stability Facility)이란?

출처: http://www.efsf.europa.eu/about/index.htm

프랑스는 유럽재정안정기금 (EFSF)를 은행으로 전환하고, 유럽중앙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서 그리스 구제금융을 제안한 바 있지만, 메르켈이 다른 나라와의 형평성 문제가 있고 불공정을 이유로 반대했다.

아일랜드, 포르투갈, 그리스 재정 지원을 위해 2010년 6월 창립되었다. 경제 위기 해결을 위한 재원 마련은, 유럽 국가들 국채 발행 및 자본 시장에서 채무증권 (담보 증권 debt instruments)발행하는 것이다. 2012년 10월 8일부터는 항구 구제 메커니즘 (제도), 유럽 안정 기구 (ESM: European stability Mechanism)를 가동시켜 사이프러스와 스페인을 금융지원하기로 했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는 2015년 2월말까지만 연장 운영하고, 다른 국가 지원은 없다. 그 이후는 채무 국가로부터 상환받기 위해서만, 즉 채권 원금과 이자 상환이 만기 연장될 때 한시 운영한다.

시리자 주요공약

시리자의 주요 선거 공약 :최저임금 751 유로로 복귀와 30만개 일자리 창출

4. 시리자가 2014년 9월에 발표한 <테살로니키 프로그램> 기조 틀 부분 번역

협상의 맥락과 내용 요약

1) 공공 부채 탕감. 1953년 독일과 2차세계대전 승전국들 사이에 맺었던 런던 협정에 의거해서 그리스 국가 채무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를 재건시킨다.

2) 빚 탕감 이후, 나머지 빚을 갚아 나가갈 때, <성장 조항>에 의거해서 나머지 채무 변제를 해결한다. 다시 말해서 그리스 경제가 회복되고 성장하는 것에 비례해서 빚을 순차적으로 갚아나갈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3) 모라토리움 (빚 채무 지불 일시 중단) 기간을 허용해서, 이 기간 동안에 경제 성장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한다.

4) 안정과 성장 협약 (the stability and growth pact) 제한 조건들에서 공공투자 부문은 삭제할 것.

배경 설명: 2010년 그리스가 <메모랜덤>, 그리스 정부 채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트로이카[Troika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EC), 유럽중앙은행 (ECB), 국제통화기금(IMF]가 그리스에 긴급 구제금융을 해주고 그 대신 그리스 경제 구조 조정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5) 유럽 투자 은행 (EIB) 이 재정 지원을 하는 공공 투자의 <유럽형 뉴딜>을 실시하자.

6) 유럽중앙 은행이 양적 완화 (QE)을 통해서, 그리스를 비롯한 채무국가들의 국채를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하자.

7)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그리스 은행으로부터 강제로 빌려간 돈을 되돌려 달라. 시리자가 집권하면 독일 나치 강제 대부금의 상환을 주요한 현안으로 다룰 것이다.

1)~7) 해법들은 그리스인들 전체를 살릴 수 있는 방법들이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그리스 채무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한다. 경제 성장을 이룩함과 동시에 이를 기반삼아 빚을 갚아나갈 수 있는 것이다. 정부가 기초재정 흑자(primary surplus)를 통해서 빚을 갚아나갈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 후자 방법은 그리스인들의 소득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1)~7)과 같은 계획을 실천하면서, 우리 시리자는 그리스 경제를 회생시키고 생산적 재건을 수행하고자 한다. 경제 회생과 국가 재건의 방법들을 다음과 같다.

(1) 최소한 40억 유로를 공공 부문에 투자한다.

(2) 2010년 <메모랜덤>이 가져온 사회적 부정의들을 점진적으로 원상회복시킨다

(3) 소득과 연금을 점차적으로 원상회복시켜 소비와 수요를 진작시킨다.

(4) 중소기업들에 고용 창출을 지원하고, 그들이 고용과 친환경적 생산을 실천하면 정부는 그 중소기업들에 에너지 비용을 보조할 것이다.

(5) 지식, 연구와 개발, 신 기술 분야 투자를 늘리고 젊은 과학자들을 지원할 것이다. 이를 통해서 그리스 두뇌유출을 막고, 해외에서 일하고 있는 그리스 젊은 과학자들이 그리스 국내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한다.

(6) 복지국가를 다시 건설해 나가고, 법치를 복원시키고, 능력주의 국가를 만들어 나가도록 한다.

우리 시리자(Syriza)는 위와 같은 지향과 방법을 가지고 트로이카와 협상을 해 나갈 것이고, 가능한 최대한도로 유럽인들과 정치적으로 연대할 것이다.








Posted by NJ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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