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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별 갈등 요인, 청년 ‘性’ 장년 ‘빈부’ 노인 ‘이념’ 꼽아
[공동체 복원 ‘나 혼자 아닌 우리’] 국민 1018명에게 물었더니
입력 2018-12-10 17:13-
한국사회의 갈등에 대한 연령대별 체감이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세대는 성(性) 갈등을 가장 심각하다고 보는 데 비해 장년층은 빈부갈등이 제일 큰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노인들은 이념갈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국민일보는 비영리 조사 네트워크 ‘공공의창’과 함께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2~3일 한국사회 갈등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 응한 19세 이상 1018명 가운데 35.4%는 가장 심각한 한국사회 갈등으로 ‘빈부갈등’을 꼽았다. 응답자의 22.4%는 이념갈등을, 20.4%는 성 갈등을 골랐다. 조사는 지난 2~3일 전화(20%) 및 휴대전화(80%)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으로 실시됐다. 1만2644명에게 전화를 걸어 응답률 8.0%를 기록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다.
흥미로운 건 연령대별로 생각하는 ‘가장 심각한 갈등’이 달랐다는 점이다. 20대는 성 갈등(56.5%)이 가장 문제라고 답했다. 20대 응답 가운데 빈부갈등이 심각하다는 비율은 22.2%였고 이념갈등을 택한 건 9.3%였다. 세대갈등이 가장 심각하다는 20대는 1.6%뿐이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20대 여성의 시각이다. 이들의 62.0%가 성 갈등을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답했다. 빈부갈등(18.7%)과 이념갈등(6.9%) 응답을 압도적으로 제쳤다. 이와 달리 30대와 40대는 빈부갈등이 가장 심각하다고 답했다. 각각 35.6%와 48.4%가 이에 동의했다. 30, 40대는 한창 경제 활동을 하는 연령대여서 현실에서 느낀 상대적 박탈감이 대답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50대도 가장 많은 44.8%가 빈부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50대에서 성 갈등이 심각하다는 의견은 6.7%에 불과해 20대와 큰 대조를 이뤘다. 60대 이상은 이념갈등(28.1%)이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세대갈등(13.4%)을 고른 응답자도 적지 않았다.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와 남북 대화 국면 등을 둘러싼 젊은 세대와의 시각차를 갈등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표적 갈등이던 지역갈등이 가장 심각하다는 의견은 많지 않았다. 60대 이상 응답자의 9.1%만 지역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다른 연령대에서는 2~5%대로 이보다 채택 비율이 낮았다. 과거 여론조사에서 지역갈등을 문제로 꼽은 비율이 높았던 호남 지역에서도 이 응답은 7.0%뿐이었다.
우리 사회의 갈등 정도가 10년 전에 비해 어떻게 변했느냐는 질문에는 ‘심해졌다’가 57.9%, ‘비슷하다’ 18.0%, ‘약해졌다’ 11.8%를 기록했다.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현재 상황을 과거보다 나쁘게 보는 응답이 더 많았다. ‘갈등이 심해졌다’를 고른 비율이 20대는 67.0%인 반면 60대 이상은 55.7%로 10% 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젊은 세대의 현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실장은 “취업난 등으로 사회경제적 조건이 어려운 20대가 사회적으로 보수적 성향을 보이는 점이 조사결과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사회적 이슈인 페미니즘 운동을 향한 시각도 물었다. 전체적으로 ‘지지한다’가 41.5%, ‘반대한다’가 40.2%로 팽팽했다. 성별로는 예상대로 여성(48.7%)이 남성(34.2%)보다 지지 응답이 높았다. 반대 의견은 남성(52.1%)이 여성(28.5%)보다 배 가까이 많았다.
특히 20대에서 남녀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렸다. 20대 여성은 64.0%가 페미니즘을 지지했다. 반면 20대 남성 가운데 지지 의견은 14.1%에 불과했다. 20대 남성은 75.9%가 페미니즘을 반대한다고 답했다.
페미니즘을 지지한다는 응답자에게 지지 이유를 물었을 때 ‘남성 중심의 사회를 개혁해야 하므로’(39.9%) 응답이 가장 많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아서’(37.2%), ‘남성을 혐오하기 때문에’(3.1%) 순이었다. 페미니즘을 가장 강력히 지지하는 20대 여성은 ‘남성 중심 사회 개혁해야’ 응답이 50.1%,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아서’는 38.9%였다. ‘남성을 혐오하기 때문에’ 페미니즘을 지지한다는 20, 30대 여성 응답자는 1명도 없었다. 젊은 여성의 페미니즘 지지가 단지 남성이 싫어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페미니즘에 반대한다는 응답자에게 반대 이유를 물었을 때는 ‘페미니즘은 사실상 일방적인 남성혐오이기 때문에’ 응답이 38.2%로 가장 많았다. 특히 20대 남성의 78.1%와 30대 남성의 47.6%가 이런 이유로 페미니즘에 반대했다. 젊은 여성은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이유가 남성을 혐오하기 때문이 아니라는데 상당수 젊은 남성은 페미니즘을 일방적 남성 혐오로 생각하는 모양새다. 성 갈등의 바탕에는 서로 간 오해가 있을 수 있음을 뜻하는 대목이다.
‘공공의창’은 리얼미터 리서치뷰 우리리서치 리서치DNA 조원씨앤아이 코리아스픽스 타임리서치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한국여론연구소 피플네트웍스리서치 서던포스트 세종리서치 소상공인연구소 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 등 14개 여론조사 및 데이터 분석 기관이 모인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다. ‘우리 사회를 투명하게 반영하고 공동체를 강화할 수 있는 조사를 하자’는 취지로 2016년 출범했다. 십시일반으로 비용을 모아 공익성이 높은 조사를 실시한다. 14곳이 돌아가며 매달 한 차례 ‘의뢰자 없는’ 공공조사를 실시해 발표하고 있다.
권기석 권중혁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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