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 Nov.18.2021.
1997년 11월 19일. 수요일. 24년 전 오늘. 난 개인적으로 이상하게도 11월이 되면, 1997년 11월 외환위기 및 IMF 구제금융 캉드쉬, 김대중-김영삼이 전두환-노태우를 사면해주는 것을 떠올린다. 으슬으슬해진다.
공황(경제적 위기)의 원인은 20세기, 좌파나 칼 맑스를 공부한 사람들은 1) 과잉생산 (자본의 과잉투자) 2) 이윤율 저하 경향 3) 산업부문간 불균형 (제조,농업,소비 부문등)으로 설명한다. 자본주의 소유관계를 보호하고 적극적인 방어를 목표로 했던 케인지안은 유효수효 문제, 그리고 경제의 '불투명성,불확실성 uncertainty'로 1929년 대공황을 설명했다.
- 위 패러다임도 다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아주 구체적인 정치상황이 IMF 독재가 들어오기 개입했다. 그 중심에 선 사람이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골드만 삭스' 회장 출신, 로버트 루빈 Rubin 이다.
- 당시 난 공부가 부족했고, 주로 정치철학 쪽으로 하버마스와 맑스를 비교하는 정도에 머물러서, 로버트 루빈와 연계된 미국 자본주의, 월스트리트 금융자본체제, 한국의 제 2 금융권의 양적 규모, 한-일 경제관계 등에서는 자세히 공부하지 않았고, 한마디로 '무식'했다.
- 1997년 11월은, 한국 지식계, 특히 진보를 자칭한 모든 사회과학,정치,경제,사회학를 포함, 철학, 법학,역사학자들, 진보단체들의 '이론적 실천적' 파산을 선고했다.
- IMF 긴축통치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혹독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논리가 한국 경제와 국민의 삶을 장악해버렸다.
- 사회현상을 설명할 때, 정치경제학 비판은 기본이고, 정치정세 (constellation) 와 대중들의 의식까지 10단계는 우리가 설명하고, 주체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한국인은 지금까지 살았던 삶의 양식을 바꿔라"고 로버트 루빈이 당시 컬럼을 썼다. "정부,기업,개인들은 합리적으로 살아라. 과거에 흥청망청했던 허리띠를 졸라매라"는 충고를 했다.
골드만 삭스 회장 -로버트 루빈이 마치 자기 회사 아침조회에서나 하던 이야기를 한국 대통령과 재벌, 국민들에게 해댄 것이다.
- 아니러니다. 2008년 미국 골드만 삭스 등, 리먼 브러더스 , 대형 은행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B급 주택금융) 사태로 파산했으니, 과연 로버트 루빈이 한국인들에게 가했던 채찍은 범죄조직이나 다름없던 뉴욕 월스트리트 금융자본가들에게 가했어야 했다.
97년 IMF 이후 정확히 10년 후에, 주택융자를 '금융파생상품', 주택담보-증권 (MBs)로 만들고,이것을 변형해, CDO, CDs, 등을 만들어 엄청난 수익을 올리다가, 주택융자를 갚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이 늘어나자, '주택융자'에 기초해 있던 파생상품들이 다 휴지조각이 되어버렸다.
- 오바마가 2008년 금융위기 덕택에 당선되었으나, 미국 민주당은 금융자본가들을 0명 감옥으로 보냈고, 오히려 구제금융을 국가돈으로 주고 대형은행들을 회생시켰다. 8년간 오바마가 금융자본에 굴종한 시발점이었다. 미국 서민들과 노동자들의 삶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트럼프의 '우익 포퓰리즘과 인종주의, 미국 우선주의'가 나오게 된 배경에는 미국 민주당 오바마의 '금융자본주의'에 굴종, 노동자 경제에 등한시 정책이 깔려있다.
흑인이나 여성이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 불평등의 원천들을 얼마나 제거하려는 노력을 했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이것 때문에, 할배, Bernie Sanders가 미국 10대-20대에게 지지를 받게 되었다.
그러나 미국은 민주당 개조에는 실패했다. 아직도 희망이 없는건 아니지만, 그 미국 민주당 개혁을 가로막은 건, 미국 남부 민주당 기성 조직, 특히 흑인조직 때문이다. 미국 민주당 내부에는 과거에는 진보적인 흑인 민권운동 흐름이 있지만, 30년 지나고 나서, 민주당 기득권이 되었다.
버니 샌더스가 힐러리 클린턴과의 경선에서 진 이유가, 아니러니하게도 민주당 흑인들의 표를 더 많이 얻지 못해서이다.
정치의식과 권력투쟁은 단선적인 계급 class, 정체성 (identity: 여성, 성소수자 등) 정치, 생태운동, 민족해방운동, 반전평화 운동, 기후위기 저항운동 등..어떤 한가지로 설명되지도 해결되지도 않는다.
1997년 11월, 12월 대선을 앞두고, 한국인 어느 누구도, 그 이후 30년을 가장 혹독한 자본주의 화폐와 이윤추구 논리가, 우리들 영혼과 일상 생활, 언어, 친구와의 우정, 연인과의 사랑, 가족의 기초적인 정까지 다 깡끄리 갈아뭉개고 왜곡시킬 줄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 역시 부끄럽게도 무지와 무식으로 점철된 채 살고 있었다.
- 1997년 11월 민주당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했던 로버트 루빈이, 일본 대장성 미쓰즈카 히로시에게 편지를 줬다고 한다. 당시 미-일 역학관계에서, 루빈이 히로시에게 '명령'을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
일본은 1986년 플라자합의 (미국이 대일 무역적자를 해결하기 위해서 일본 엔화 가치를 강제로 높임)를 받아들일 정도로, 그리고 그 이후 일본 경제는 국제적 경쟁력을 잃게 되고, 일본사람들은 부동산에 목매게 되었을 정도로, 미국의 일본 영향력은 대단했다.
로버트 루빈 편지 내용이 아직 다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 요지는, 일본은행이 한국의 채무 상환 기일을 연장해주지 말 것을 포함하고 있었다.
고려대 최장집 등, 정치학과 개혁교수들이나, 한상진 등 김대중 브레인을 자처하는 경제-무지 학자들이, 'IMF와 로버트 루빈의 채찍질'을 맞고, 한국 사람들이 계몽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조 장하성 등도 이런 기조에 충실했던 인물들인데, 한 가지 브랜드를 창출했다 "재벌 총수 타도". 그게 경제개혁의 아젠다였고, 그거 하나로 20년을 버텼다. 재벌 총수 전횡만 바꾼다고 한국 자본주의를 개혁할 수 있다는 순진한 착각이었다.
이러한 좁다란 시야를 가지고, 정치를 해석하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 시절에, 집권 행정의 기회가 와도, '블라인드 사모펀드'는 합법이라는 넌센스나 나열하다가, 결국, 조국 교수와 더불어, 국민의힘 지지율을 35%, 30% 하드코어를 복권시키고 정계를 떠났다.
그래서 패러다임과 기초적인 가치관, 학문의 태도가 정치에서는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2004년 민주노동당 10석 의원 이후, 잘못된 병이 진보정당 안에도 생겼는데, 전문가주의 (professionalism)에 빠져, 무슨 '명함'보고 당 정책을 맡기거나, 세금 주고 보고서를 맡겨왔다. 그것도 선거 때 반짝 이용하다가 말았다.
진보정당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당원들의 직업에 기초해서, 정책을 반드시 그들의 '머리' 속을 '여과'시켜, 창의적이고 더 구체적인 정책으로 승화발전시켜야 한다. 이게 '실천 praxis'개념이자 정의이다.
철학적인 개념이 머리 속에 장착되어 있지 않거나, '진리 truth'란 무엇인가에 대한 기초적인 인식이 부족하면, 선거 때 반짝 장사되는 구호 어디서 10박자, 5박자, 3박자 빌려와서, 장터에서 '이것을 잡수면, 자다가도 요강이 깨져' 식의 약장사에 그치고 만다.
진보정당의 정책은 당원들의 머리와 허벅지 모세혈관에 기초할 필요가 있다. 2004년 이후, 17년간 진보정당이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는 이유중에 하나다.
이것을 해내는 사람이 뭐가 되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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