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수지 suzy 씨가 영화 <26년>을 추천했다. 그리고 가수 이승환씨도 제작비가 없어서 4년이나 완성이 연기된 <26년>의 투자자라고 한다. 이제 이런 분들이 과거와 현재 운동권들보다 시대를 더 앞서 나가는 것 같다.
역사를 늘 재해석하지 않는 정치세력들은 퇴보하게 되어 있다. 현재 진보파나 정치적 좌파들이 한국정치에서 퇴보하거나 썩는 이유들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역사에 대한 재해석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모든 정치적 운동은 지적 운동이다. 조야한 민중주의도 서유럽 파리 베를린 런던 좌파 흉내나 복사는 우리의 대안이 아니다.
2010년 하나의 에피소드. 80년 광주 항쟁 당시, 마지막까지 민주주의의 성지였던 전라남도 도청을 사수하다가 계엄군의 총에 맞고 사망한 분이 윤상원 선생이다. 그 아버지가 윤석동옹인데, 대학시절 맺은 인연으로 가끔 전화통화를 하는데, 올해는 하지 못했다. 돌아가시기 전에 다큐멘트로 남겨야 하는데 마음 뿐이다.
2010년 윤상원 선생 여동생(막내), 남자 동생 분과 전화연결이 되었다. 윤상원 선생 살아온 이야기를 물어보았다. 그런데 최근 가족들이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했다. 대구에 살고 있는 여동생분이 이런 말을 했다 "큰 오빠가 지금 살아있었다면, 다른 사람들처럼 변절을 했을까? (국회의원되거나 518운동정신을 망각한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 같음) 차라리 그 때 도청에서 나오시지 않고 그렇게 가신 게 어쩌면 그 분 명예를 위해서 더 나을 수도 있겠다"
명절이면 윤상원선생 가족들이 모여서 이런 이야기도 이제 한다는 것이다. 30년이 지났기 때문에 이렇게 한 숨 돌리고 고인에 대해서, 가족의 슬픔을 초월해서 이렇게 저렇게도 이야기해본다는 것이다.
우리의 게으름, 내 자신이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는 광주 연구. 80년 광주 문제가 어찌 윤상원선생 가족들만의 문제이겠는가. 대구 살고 있는 윤상원 열사 막내 동생은 20여년 전 윤상원 생가에서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큰 오빠를 생각하면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세월의 무게,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이제는 농담아닌 농담도 그 가족들이 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이 말이 이렇게 어려운 줄을 새삼 깨닫는다.
[5.18 이야기] 큰 오빠 그리고 큰 아들 윤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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