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진실과 주제들
성남시 공공개발과 민간 사업자들 (PF 돈주들과 시행사, 자산운용사, 남욱-정영학 개발자)이 시민의 공공 행복과 배치된 정책들을 만들었는가?
1. 대장동 불법 카르텔이 알려진 계기.
이낙연 측의 제보
2. 성남시장 이재명의 이익관계가 있었는가, 유동규(성남도시개발)와 대장동 투기꾼(남욱, 김만배, 정영학)과의 관계
3. 박영수 전 특검과 남욱 등 대장동 지분
4. 남욱과 김만배 간의 갈등
5. 대장동 초기 자본 출저는 부산저축은행 1155억원, 그 책임자는 조우형(박연호 회장 처남), 이 불법대출 수사를 무마한 검사가 윤석열 중수2과장. 김만배가 박영수 전특검에게 로비, 박영수와 윤석열과의 특수관계인가.
언론보도.
뉴스타파 수사, 문제는 ‘커피 누가 타줬냐’가 아니다
입력2023.09.16. 오후 1:09 기사원문
김양진 기자
김만배·신학림의 금전 거래와 대화 일부 명분 삼아 ‘대선개입 여론조작’ 몰아가는 검찰 수사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이 2023년 9월7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대장동 개발업자 김만배씨와 나눈 대화 관련 의혹을 조사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 목전에 유력 후보 관련 허위사실을 공표해 헌법상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제도를 농단한 ‘대선개입 조작사건’으로 보고 있다.”
2023년 9월7일 서울중앙지검 관계자가 기자들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수사결과 발표 때와 같이 단정적인 표현을 동원했다. 그러면서도 수사 대상과 구체적인 적용 혐의에 대해선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이날 검찰은 제20대 대통령선거(2022년 3월9일)를 앞두고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의 검사 시절 ‘수사 무마 의혹’을 제기한 <뉴스타파>, JTBC 등 언론의 보도 경위를 수사하겠다며 서울중앙지검에 수사팀을 꾸리고, 9월14일 이 두 언론사와 관련 기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름은 ‘대선개입 조작사건 특별수사팀’. 명예훼손 등에 전문성을 갖춘 검사 10여 명이 투입됐다. 앞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듯 “대장동 사건 몸통을 이재명에서 윤석열로 뒤바꾸려 한 희대의 정치 공작적 행태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고 성명을 발표(9월5일)한 지 이틀 만이다.
대장동 개발업자 김만배씨와 신학림 당시 <뉴스타파> 전문위원 간의 ‘수사 무마 의혹’ 관련 대화(2021년 9월15일)는 ‘거짓’이었으며, 대선에 영향을 미칠 의도를 가진 배후세력이 개입해 이런 거짓된 내용이 <뉴스타파> 등에 보도(2022년 3월6일)되도록 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것이 검찰 주장의 뼈대다. 검찰 관계자는 “(2011년 저축은행 부실대출 사건을 수사 중이던)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2과장이 김만배 청탁에 따라 (‘저축은행 대출 브로커’였던) 조우형(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을 입건하지 않고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건 허위로 밝혀졌다. 조우형은 당시 수사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봐줄 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2021년 12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도 “‘대장동 불법 대출’은 (2011년) 수사 대상이 아니었고 단서도 없었다”고 말했다.
조우형이 ‘형식상’ 수사 대상이었는지만 부각
하지만 2011년 ‘조우형’이 ‘수사 대상’인지로 이 사안의 쟁점을 집중시키는 건, 검찰만이 쓸 수 있는 일종의 ‘트릭’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판사 출신 변호사 ㄱ씨는 “사건 인지보고서나 고소·고발이 있어야 수사라고 하는 게 ‘수사 형식설’이고, 기록은 남기지 않고 내사하는 것까지 수사로 봐야 한다는 게 ‘수사 실질설’인데, ‘수사 대상이 아니니 봐주기도 없다’는 건 ‘형식설’을 따른 주장으로 일종의 말장난 같은 겁니다. 대법원 판례는 실질설을 따릅니다. 조우형을 실제로 수사했는지는 특검이든 누가 와도 확인 못한다는 자신이 있는 거죠. 검찰에서 절대로 협조를 안 하니, 지금까지 엉터리 수사 의혹들이 제기됐지만 수사했던 검사가 처벌받은 적은 없잖아요”라고 설명했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의 검찰권 남용 조사활동(2017년 12월∼2019년 5월)은 검찰 수사 과정의 문제점 입증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과거사위 조사로 ‘김학의 성접대 사건’ 등에 대한 재수사가 이뤄졌지만, 검찰의 조사 비협조가 논란이 된 가운데 검사 등 당시 사건 담당자들은 아무런 징계나 처벌을 받지 않았다.
“검찰은 언론플레이로, 입증이 불가능한 ‘수사 봐주기가 있냐 없냐’로 쟁점을 바꿔가려 하지만 사실 이런 사건은 신학림이나 <뉴스타파>가 이 수사 무마가 있었다고 진짜로 믿을 만한 구체적인 내용이나 정황이 있었는지가 쟁점이 되는 게 판례에도 맞죠. 그런데 녹취록을 보면 구체적이고 사실에 부합한 게 많았잖아요.”(ㄱ변호사)
실제로 <뉴스타파>가 제공한 녹취록을 보면 김만배는 △조우형에게 윤석열 당시 중수2과장과 각별한 사이였던 박영수 변호사(전 대검 중수부장)를 소개했고 △박영수 변호사가 김만배에게 조우형더러 “커피 한잔 마시고 오라 그래”라고 했으며 △조우형이 박길배 당시 중수2과 검사를 만났고, 그 결과 △조우형은 무혐의 처분을 받는다는 등의 수사 무마 정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이 가운데 김만배 소개로 박영수 쪽 변호사를 선임한 일이나 대검 중수2과 참고인 조사를 받은 일 등은 정확한 사실이었다. 특히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토론회에서 ‘저축은행 수사 때 박영수 변호사의 전화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기억이 전혀 없다. 모르겠다”고 애매하게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 말대로 “단서가 확보되지 않아 몰랐”을 수 있다. 하지만 2011년 대검에선 두 차례 참고인 조사를 했음에도 입건조차 하지 않았던 브로커 조우형이 2015년 수원지검 수사로 징역 2년6개월형을 선고받았다는 사실은 의구심을 갖게 한다. 2009∼2010년 재직했던 부산저축은행 임원의 차명 회사(SPC)를 통해 대장동 개발 시행사(씨세븐)가 부산저축은행에서 1155억원을 불법대출 받도록 알선하고 10억3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알선수재)였다. 법조팀장을 지낸 일간지 기자 ㄴ씨는 “수사 무마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부실수사로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책값은 책값이고, 커피는 커피다
검찰은 김만배씨가 신학림 전 위원에게 ‘책값’ 1억6500만원을 건넨 일에 주목한다. 이 돈을 ‘허위 인터뷰(대화)의 대가’로 본다. 또 <뉴스타파>가 김만배·신학림 대화 일부를 편집해 보도(2022년 3월6일)하고, JTBC가 조우형에게 커피를 준 사람이 윤석열 당시 중수2과장이었던 것처럼 보도(같은 해 2월28일)한 것 등을 꼬집어 ‘대선 국면에서의 여론을 조작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근거’라고 의심한다. 이에 대해 여권에선 격앙된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사형에 처해야 할 만큼의 국가반역죄”(2023년 9월7일)라고,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중대 범죄 국기 문란 행위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도입해야 한다”(9월5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수사 상황을 보면 김만배·신학림 돈거래와 여론조작 의도의 연결고리는 확인되지 않았다. 당사자인 두 사람은 모두 이 대화가 “신학림이 몰래 녹음했다”고 말한다. 대화 도중 김만배씨는 “이거 기사 나가면 나도 큰일 나”(<뉴스타파> 녹취록)라며 경계하기도 한다. 돈을 건넨 방식도 ‘계좌이체’였다. 여론조작이라는 ‘범죄’에 쓰일 검은돈이라고 볼 수 있을까. 대화가 이뤄진 시기도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결정되기 51일 전인 2021년 9월15일이었다. 당시는 ‘김만배’라는 이름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을 때다. 윤석열 후보를 떨어뜨릴 목적이라고 보기엔 김만배씨가 곽상도 전 의원, 원유철 전 의원, 이경재 변호사 등등 현 여권 인사들과 가깝게 지냈던 점이 걸린다.
“박길배가 얽어 넣지 않고 그냥 봐줬지”를 “그냥 봐줬지”라고 앞의 말을 잘라낸 ‘대화 편집’ 건에 대해 <뉴스타파>는 “말하고자 하는 취지를 훼손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녹취록을 보면 ‘윤석열·박영수 특수 관계’를 이용해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것이 ‘김만배 발언’의 행간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뉴스타파>가 신학림 전 위원으로부터 녹음파일을 건네받고 이틀 만에 보도했다는 점에서 뭔가 기획했다고 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커피를 타준 사람이 윤석열 중수2과장인지, 박길배 검사인지를 따지는 건 ‘수사 무마’라는 본질을 가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사를 작성한 봉지욱 현 <뉴스타파> 기자는 “‘주임검사가 커피를 타줬다’는 내용은 2021년 11월 남욱(대장동 개발업자)이 검찰에서 한 진술을 전한 것이다. 검찰에 ‘윤석열·조우형이 만났으면 수사 무마가 있던 것이고, 안 만났으면 수사 무마하지 않았다고 하는 건 프레임이다. 커피를 누가 타줬다는 것도 사건의 본질은 아니다.”(3월6일 <미디어오늘> 인터뷰)라고 설명한다.
김만배·신학림 대화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압수수색하려, 2023년 9월14일 이른 아침 서울 중구 <뉴스타파> 사무실에 들이닥쳤다. <뉴스타파> 기자들은 “언론자유 탄압하는 공안검찰 물러가라”며 항의했다. 한겨레 윤운식 선임기자
청와대가 던지고 국힘이 부풀리고 검찰이 끌고 가는
이재근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대화 시점 등으로 볼 때 김만배와 언론인의 부적절한 금전관계가 사안의 본질이죠. 대선 여론조작이라고 보기 어려운 일인데, 이걸 연결해서 인용보도를 한 언론사까지 보도 경위를 샅샅이 살피겠다고 하는 건 너무 과하죠. ‘원스트라이크아웃’ ‘사형’ 운운하면서 ‘바이든-날리면 사태’ 때 비판적이었던 언론사들 겁주는 거로 보여요.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수사가 오래돼 약발이 떨어지니까 새 아이템을 들고나온 것 같습니다. 청와대가 던지고, 국민의힘이 부풀리고, 검찰이 끌고 가는 ‘기획수사’ ‘짜맞추기 수사’로 보입니다. 폭넓게 인정돼야 함에도 대통령을 비판했다고 이렇게 명예훼손이라며 대대적인 수사를 하는 걸 보면 군부독재 때처럼 국가모독제가 되살아나는 거 아닌가 우려됩니다”라고 지적했다. 군부독재 때 대통령 비판을 막으려 도입한 국가모독죄는 민주화 이후 1988년 폐지됐다.
“김만배가 언론인(신학림)을 거액으로 매수해 대장동 개발 비리 본질을 호도하는 허위 인터뷰가 대선 직전에 언론에 유포된 게 사안의 본질이다. 보도 내용·시점·민감성·중요성에 비춰 관련자 개입이 치밀하게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9월7일 검찰 관계자)
재판에 넘겨지지도 않은 증거수집 단계지만, 검찰은 다른 가능성을 차단하고 ‘대선개입 여론조작’ 한 곳만 보고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최영승 한양대 로스쿨 겸임교수는 “공소 제기를 하면 공개재판주의로 들어갑니다. 수사 단계에선 속은 어떨지 몰라도 겉으로라도 가능성을 열어놓고 최소한 중립적이어야 하는 거죠. 자기들이 말하기 싫을 땐 ‘수사 기밀이라 확인 못해준다’ 하고, 어떤 사건을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고 싶을 땐 적극적으로 얘기해서 국민감정에 호소하고 여론전을 벌입니다. 대체 수사 기밀 기준이 뭡니까? (대검에 조사받으러 온 조우형에게) 커피를 준 사람이 ‘윤석열이 아니고 박길배’인데 거짓말했다고 하는 것도, 본질이 아닌 ‘커피’를 소재로 국민에게 이 대화가 거짓이라고 호소하는 거거든요”라고 말했다.
검찰의 이런 격앙된 반응은 그간 검찰 특수활동비 공개 소송 등으로 검찰과 대립각을 세운 <뉴스타파>에 대한 사적인 감정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2023년 7월 <뉴스타파>는 3년에 걸친 정보공개 소송을 통해 2017년 5월부터 2019년 9월까지 29개월 동안 검찰이 사용한 특수활동비는 모두 292억원이라는 것을 공개했다. “검찰총장의 권위는 인사권과 돈봉투 두 곳에서 나와요. 그간 당연하게 누려온 건데 문제 삼고 공개한다고 하니까 화가 많이 났을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따르는 검사들 입장에서는 ‘왜 이렇게 훌륭한 우리 대통령이 대선에서 0.7%밖에 차이 나지 않았을까? 조작이 있었구나’ 생각하고 있을 거예요. 그런 생각이 틀리지 않았나 조심하는 친구들이 아니에요. 검찰이 이렇게 오래 이재명 수사에만 ‘올인’하는 것도 조심성이 사라진 지 오래이기 때문이죠.”(ㄹ 현직 검사)
대장동 특검 거부권의 명분 마련용
이런 검찰 수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특검 거부권 행사의 명분 마련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2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김만배가 대선을 조작할 만큼 대단한 인물이 아니죠. 또 민주당보다는 국민의힘 쪽과 더 가까웠던 사람이었고요. 대통령이라는 공적인 인물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폭넓게 인정돼야 하고요. 그런데 4년 전 수사에서는 입건도 안 된 사람이 2년6개월 형을 받았다? 이런 사건을 의심하는 게 자연스럽지 않나요? 당시 박길배는 중수2과의 딱 한 명뿐인 정식 직제 선임연구관이었어요. 다른 연구관들은 다 파견이었죠. 선임연구관은 (윤석열 당시) 중수2과장의 대리로 보는 게 합당합니다. 뭐가 허위인지도 불분명하고 연결고리도 허술한데, 대선 여론조작이라고 하면서 수사를 막 펼치는 걸 보면 노골적인 기획수사로 보여요. ‘김건희 특검’은 인륜에 호소해서 거부할 수 있겠지만, ‘대장동 특검’은 거부 명분이 없거든요. 거부하면 여론이 안 좋아질 테니까. 그런데 이제 ‘이게 다 공작이니까 거부한다’는 명분이 생긴 거죠.”(검사장 출신 ㄷ변호사)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