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전특검 구속의 의미
한국일보 보도.
부패 사냥꾼에서 개인비리로 구속된 박영수 전 특검
입력 2023.08.05 04:30 23면 6 0
‘대장동 로비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특정경제가중처벌법(수재 등)·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와 관련,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을 받아온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그제 구속수감됐다. 법원이 6월 30일 첫 번째 구속영장을 기각한 지 34일 만이다. 영장 재청구 끝에 신병 확보에 성공했으니 검찰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을 받는 ‘50억 클럽’의 다른 법조인 수사에도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박 전 특검의 구속은 공교롭게 전 국민적 지지를 받던 특검 시절에 딸이 민간업자들로부터 받은 돈이 결정타가 됐다. 검찰이 딸 박모씨가 김만배씨의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받은 25억 원의 성격 규명에 최근 수사력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가족에 대한 압수수색과 보강수사로 박씨가 2019년 9월~2021년 2월 다섯 차례에 걸쳐 대여금조로 11억 원을 받은 사실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추가했다.
공직자 신분이던 박 전 특검과 딸이 공모해 ‘50억 약속’의 일부로 11억 원을 받았다고 본 것이다. 이로써 박 전 특검이 실제 수수한 액수는 8억 원에서 19억 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강골 검사 출신으로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특검에 임명돼 국민적 인기를 얻었던 그의 추락은 특히 씁쓸하다. 박 전 특검은 정권실세를 비롯해 30여 명을 재판에 넘겨 ‘국민특검’으로 불렸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정작 올해 초 자신의 휴대폰을 망치로 부수는 등 증거인멸 행각을 벌인 사실마저 이번에 드러났다.
더욱 심각한 건 검찰의 행태다. 2021년 11월 박 전 특검을 처음 불러 조사한 지 무려 1년 10개월 만에 구속된 것만 봐도 50억 클럽 의혹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것도 지난 3월 야당에 의해 ‘50억 클럽 특검법’이 상정되자 마지못해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시작된 수사였다. 검찰은 박 전 특검 외에도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곽상도 전 의원은 물론, 권순일 전 대법관 등 나머지 50억 클럽 등장인물들에 대한 전면 재수사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의도적인 부실 수사와 재판이 이어진다면 국민은 법조계 전관들의 ‘카르텔’을 의심하지 않을 방도가 없다.
‘50억 클럽’ 박영수 구속…한달 전 기각 때와 차이점은?
등록 2023-08-04 15:05
전광준 기자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두번째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한차례 기각했던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구속영장이 3일 발부됐다. 박 전 특검은 대장동 민간사업자로부터 로비를 받았다는 ‘50억 클럽’ 중 한명으로 꼽히고 있다. 검찰이 보강수사 과정에서 추가 적용한 혐의 등이 결과를 가른 것으로 보인다.
윤재남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3일 밤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박 전 특검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통상 구속영장은 혐의가 일정 부분 소명됐다는 전제하에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 등 구속 사유를 따져 발부된다. 앞서 지난 6월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사실적·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혐의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바 있다.
검찰은 보강수사를 통해 적용한 새 혐의가 결과를 뒤집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받기로 한 금품 가운데 11억원이 특검 시절 대여금 형식으로 딸 박아무개씨에게 갔다며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추가했다. 검찰은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이 박 전 특검에게 금품 지급을 약속했는데, 그 약속이 딸 박씨에게 건너간 11억원으로 실현됐다고 주장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특검이 올해 초 휴대전화를 폐기한 것도 법원의 “증거인멸 우려”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보강수사 때 확보한 새 증거도 같은 역할을 했다고 한다. 검찰은 보강수사 과정에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박 전 특검에게 5억원을 빌렸는데, 이 돈을 박 전 특검이 주식으로 돌려받는다는 내용이 적힌 자금차용약정서를 확보했다고 한다. 해당 문서가 ‘박 전 특검이 금품을 받기로 약정했다’는 혐의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영장 기각 사유를 면밀히 분석한 뒤 탄탄하게 증거를 보강해 법원에 상세히 설명드렸다”고 밝혔다. 박 전 특검은 과거 “대장동 개발 사업에 참여하거나 금융 알선 등을 대가로 금품을 받거나 약속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 전 특검 구속으로 나머지 ‘50억 클럽’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본인이 받을 금품을 자녀를 통해 실현했다’는 구조가 유사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수사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지난달 27일에 이어 이번주 초에도 화천대유에서 퇴직금 50억원(실수령액 25억원)을 받은 곽 전 의원 아들 곽씨를 불러 조사한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3일 “제기된 ‘50억 클럽’ 의혹에 대해서 순차적으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판거래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 등도 다음 수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2.
[속보] 법원, '50억 클럽' 박영수 구속영장 기각
입력
2023.06.30 00:43
이정원 기자
'50억 클럽'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2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구속을 면했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혐의를 받는 박 전 특검에 대해 "구속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유 부장판사는 "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에 비춰 피의자를 구속하는 것은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 전 특검의 최측근 양재식 변호사의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박 전 특검은 2014~2015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200억 원 상당의 금품 및 부동산을 약속받고, 실제 8억 원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입건됐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의 대장동 사업 컨소시엄 참여 및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용 서류 발급 등과 관련된 로비를 부탁받았고, 이후 우리은행의 컨소시엄 참여가 무산되면서 약정액이 5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이정원 기자 hanako@hankookilbo.com
박영수에 두번째 영장 청구... 딸 11억 수수 혐의 추가
최동순 기자 입력 2023.07.31 11:49 6 4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이른바 '가짜 수산업자 금품수수' 사건 공판기일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박영수 전 특별검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지난달 말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약 한 달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3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수재, 청탁금지법위반 혐의 등로 박 전 특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이던 2014년 11월부터 2015년 4월가지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등 청탁을 받은 뒤, 남욱 변호사 등 민간사업자로부터 200억 원과 단독주택 제공을 약속 받고 3억원을 실제 받은 혐의를 받는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으로부터 5억원을 수수하고 50억원을 약속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번에 박 전 특검의 딸 관련 혐의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전 특검이 특검으로 활동하던 기간 동안 딸 박모씨가 김씨에게 11억원을 수수한 것이 청탁금지법위반이라고 보아, 박 전 특검을 공범으로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