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촛불데모에서도 그렇지만, 늘 "민주주의"가 문제였다. 노무현 패망사는, 자기 정체성, 리버벌 데모크라시 (자유-민주주의)를 내실있게 채워나가지도 못한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름      원시  (2003-11-24 18:25:45, Hit : 107, 추천 : 3) 
 
제목    민주노동당 진단 2 : 문성근 "경마장 민주주의론" 
 

요새 노무현이 '막 나가자는 것이지요.' '민주화된 개명천지에 무슨 쌍것들이 질서를 안지키고 말이지?' 그랬다죠? 언제부터 쌍것들, 상것들, 상고나온 것들을 지칭함이더냐?  민주주의 하자는데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메말랐더냐?  갑자기 문성근이가 미워질라고 하네. 


지금 유념해야 할 것은, 한국 사회가 IMF 겪으면서 경제적으로, DJ 겪으면서 정치적으로도 상당히 보수화되고 있고, 민주주의 자체가 움츠러들고 있다는 여러가지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민주노동당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정치적-심리적-문화적 여건이다. 

사회민주주의/사회주의 이런 용어를 안쓰더라도, 노무현의 자유민주주의가 얼마나 부실한가를 리버벌 데모크라시 입장에서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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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노무현과 리버벌 데모크라시.


민주주의 연구하는 한 분파 중에, 민주주의 성격 강화 (consolidation)을 주된 요소로 보는 리버벌 데모크라시 주창자들이 있다. 이 사람들이 '민주주의' 이상형을 어디로 보고 있는지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1987년 형식적 절차적 민주주의를 쟁취한 한국이 '실질적 민주주의'와 '책임있고, 더욱더 효과적이고, 대의제를 잘 살리는 리버벌 liberal' 민주주의로 발전해야 한다고 믿는다. 미국내에서 한국민주주의를 비교정치 분야에서 연구하는 '민주주의자'들, 즉 성숙된 리버벌 민주주의론자들의 주창이다.
 
이들이 말하는 '민주주의를 확고하게 그 성격의 강화 consolidate'라는 게 뭔가? 일반시민들의 신념체계가 민주주의 원리에 맞는가, 유교적 생활방식, 지역주의, 보스 중심 정당체제, 법치가 아닌 인치 등, 이런 것들이 민주주의 원리에 맞게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한국 민주주의가 그 실제 모습을 찾는 것이고, 성숙한 '리버벌 민주주의', 서구 유럽이나 다른 OECD국가들 정도의 '리버벌 민주주의' 수준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무슨 사회민주주의 입장도 아니고, 이런 서구의 자기들 나름대로 정한 기준에 따라 '성숙한 리버벌 민주주의'를 주창하는 이들도, 이미 김대중 정부 시절 (시장과 민주주의의 원리를 상충시키지 않고 조화시킨다고 1998년 2월 대통령 취임사에서 말함) 한국 민주주의를, "허리가 삔 민주주의 broken-back democracy" 라고 규정했다. 한마디로 미드 필드 진영, 민주주의를 떠받쳐야 할 미드필드진영이 휑하니 뚫렸다는 것이다. 이들 조사에 따르면, 2001년에 이미 한국 사람들이 '권위주의 정부' 선호도가, 1996년 12%에서, 44%로까지 급상승했다는 것이다.


문성근 이야기로 가본다. 2002년, 노무현 후보 지지 연설에서, 감동의 눈물 흘리면서, 87년에 쟁취한 '민주주의'를 한나라당에서, 군부독재 잔당이 뺏어간다고 했다. 난 그 말을 들으면서, 그럼 1987년부터 2002년까지, 문성근 아저씨를 비롯한 386들, 그리고 김대중-김영삼, 노무현-김근태류는 '민주주의'를 위해서 뭣을 했는데? 그런 의구심이 들었다. 87년 직선제 쟁취 독재타도, 이거 천년 1만년 써먹을 작정인가? 자기 밥그릇 챙기는데 '우아하게' 해보자는 뮤지컬 아닌가?


두가지이다.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나 소위 서구적 시각의 '리버벌 데모크라시' 입장에서 (사회주의나 사민주의도 아닌)도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민주주의' 성숙도가 떨어지고 후퇴하고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두번째, 민주노동당에서 정치적 아젠다 설정에서, 자꾸 밀리고 뺏기고 그런 분야가 바로 '민주주의'와 관련된 것이다. 계급적 기반이 노동자라는 것, 그것만 내세운다고, 민주노총만 내세운다고 진보정당이 성장하고, 계급적 기반이 다져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 민주주의 역사 (실질적 substantial  민주주의 쟁취 수준이건 어쨌건 간에)에서 진보정당이 그 적자임을, 그리고 아직까지도 그 실질적 민주주의 정치 아젠다를 계발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이게 노무현 정부와 싸우는, 즉 게임하는 방법이고, 열린 우리당,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끌어오는 방법이다. 노빠니, 무슨 이런 시덥지 않는 이야기하면서, 유시민 때리고 인터넷에서 지랄옆차기 해봐야, 절대로 그들은 민주노동당으로 쉽게 맘주지 않는다.

 

문성근이 '경마장 가는 길'에서, 강수연더러, "야 내가 너 빠리에서 공부할 때, 박사학위 논문 써줬잖아" 그 대목이 생각난다. 노무현 대선 후보할 때, 문성근이 강수연이 아닌 노무현에게 '민주주의' 박사학위, 아니 후보 연설문 대신 써줬다. 아무래도 그게 '경마장 민주주의론'이라고, 대박 터지면 좋은 것이고, 안 그러면 본전도 없이 날리고 오는 것이다. 될대로 돼라 민주주의인 것이다. 그러니까, 노무현이 함부로 '민주주의'라는 말을 남용하고 오용하는 것이다. 읍소정치나 계속 할 일이지. 참 그 읍소정치의 이중적 매력을 본인도 모르고 있다니. 민주주의를 하자는데는,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없다. 노무현은 초심을 잃으면 그 씨가 마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