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의 페이스북 정치 내용은 빈곤하다. 한 두 단어, 문장으로 '언론용 자극 문구'를 보여주는 식이다.
윤석열과 윤핵관을 비난하지만, 실제 이준석의 행보는 유약하고 유연하다. 박근혜 키드로 정치를 시작했고, 보수정당 특권과 특혜의 길을 걸었고, 주로 언론 플레이를 통해 정치를 해왔기 때문에, 정당 조직가로서 면모는 거의 없다.
이준석이 선택할 경우의 수는 많았다.
윤핵관과 윤석열의 '이준석 토사구팽' 시나리오가 나오기 전에, 미리 해외로 가버리거나 , 유방 집권 이후, 동방삭이 36계 전술로 떠나버렸듯이, 미래를 도모하는 정치전술을 구사할 수 있었으나, 기회를 놓쳤다.
윤핵관과 윤석열에 정면 도전하면서, '국민의힘의 한나라당, 새누리당으로 반동적 복귀'를 비판하는 여론전을 수행했어야 했는데, 전혀 이런 행보를 취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성상납 건, 윤리위 결정 등으로 발목이 잡힌 상황도 있었지만, 이준석 캐릭터 자체가 '여론 쇼' 형 정치가이기 때문에 정치 세력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은 서툴다.
비대위위원장, 새 대표 선출 등 '절차적 문제'를 가지고 투쟁하고, 법원에 효력정치 가처분 소송을 낸다고 하지만, 이는 실질적으로 큰 정치적 의미는 없을 것이다. 법원이 정당 내부 일에 대해서 강력한 주문을 하기 힘들다. 그런데다, 정당은 정치적 결사체이지, 행정부 같은 공무원 조직이나 이윤창출을 목표로 하는 사적 기업이 아니다.
정당 내부 갈등은 토론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 여기에서 이준석 역시 실패했다.
국민의힘 당원이 아니더라도, 유권자들은 국민의힘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고도, 윤석열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책임을 당권파 윤핵관 뿐만 아니라 이준석에게도 묻고 있기 때문이다.
이준석 "가처분 신청합니다. 신당 창당 안합니다"라는 페이스북 글.
이준석 스스로 선택지가 별로 없음을 인정했다. 국민의힘의 혁신은 흐지부지되고, 당분간 도로 새누리당 당권파가 당을 장악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이준석은 장기적으로 보수의 상징으로 될 기회를 몇 차례 상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