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재명 후보 대선 공약은 일관성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기본소득' 정책이 이재명을 구원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토론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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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스승' 강남훈 "기본소득 띄웠다면 선거 결과 달랐을 것"
민주당 대선 패인 논쟁에 "국토보유세 전면에 안 내세운 게 문제"... 5년 후 기본소득 전망은?
최경준(235jun)
등록 2022.06.17 11:02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기본소득 스승'으로 불리는 강남훈 한신대(경제학, 전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 교수가 16일 오후 서울 청년문화공간 JU동교동 1층 카페에서 퇴임 기념강연을 했다. ⓒ 최경준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의) 대선 패배만큼 아쉬운 것은 정치적인 사정으로 기본소득 공약이 선거 전면에 떠오르지 못한 것이다."
강남훈 한신대 교수(경제학, 전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가 16일 퇴임 기념강연에서 "(지난 대선에서) 한국이 세계 최초로 기본소득을 실현하는 나라가 될 기회를 놓쳐서 너무나 안타깝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교수는 특히 "(선거 기간에) 토지배당 국토보유세 정책을 전면에 내세워서 무주택자와 유주택자를 포함해 (전체 유권자의) 90%가 재산이 늘어난다라는 점을 확실하게 알리지 못한 게 대선 패배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기본소득 스승', '경제 멘토'로 불리는 강남훈 교수는 국내 기본소득 연구의 선구자다. 지난 대선 당시 이 후보 직속 기본사회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기본소득 공약의 설계도를 그렸다.
실종된 '이재명 기본소득'... 민주당 대선 패배의 진짜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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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의원은 지난해 7월 자신의 대선 핵심 공약인 기본소득 세부 내용을 발표하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19~29세 청년에게 연 200만 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인당 연 100만 원(4인 가구 40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청년들은 19세부터 11년간 총 2200만 원의 기본소득을 받게 되는 셈이다. 나중에 농어촌 기본소득 공약이 추가되면서 농어민에게도 1인당 연 10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재원 마련 방식은 크게 ▲ 재정구조 개혁, 자연증가분 예산, 세원 관리 강화 ▲ 조세감면분 순차 축소 ▲ 기본소득 토지세와 탄소세 도입 등을 제시했다. 특히 "토지 공개념 실현, 불로소득 차단, 부동산투기 억제를 위해 국토보유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선을 거치면서 재정 부담, 증세 저항에 대한 당 안팎의 반대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공약 우선순위가 변경되는 등 기본소득 속도조절론이 제기됐다. 대선 후반으로 접어들어서는 선거 캠프 홍보 자료에서 기본소득 공약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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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3월 8일 서울시 마포구 홍대 걷고싶은거리 광장무대에서 마지막 유세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이와 관련 강 교수는 대선 기간 내내 기본소득 홍보가 부족해 최대 이슈로 전면에 내세우지 못한 점을 대선 패인 중 하나로 분석했다. 그는 "1년에 (1인당) 100만 원은 얼마 안 되는 돈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가령 농어촌에 사는 4인 가족이라면 전 국민 기본소득 100만 원을 받고 농어촌 기본소득 100만 원을 함께 받으니까, 1년에 800만 원의 기본소득을 받게 된다"며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후보를 반대한 사람들을 유형별로 나누어 보면 기본소득 공약을 잘 알면서 반대한 사람이 있고, 기본소득에 중립적이지만 경제적, 정치적, 도덕적인 이유 등으로 반대한 사람이 있고, 기본소득 공약을 잘 모르거나 오해해서 자기 자신에게 그만한 혜택이 주어진다는 걸 전혀 모른 채로 반대한 사람이 있다. 기본소득 공약이 (선거 전면에) 떠올랐다면 마지막 유형의 사람, 즉 자신한테 주어지는 혜택이 얼마인지 몰라서 반대했던 사람이 입장을 바꿨을 것이고, 이것만으로도 선거 결과가 바뀔 수 있었다."
"종부세 때문? 부동산 폭등이 패배 원인"
강 교수는 민주당 내에서 대선 패배의 원인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쟁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특히 부동산 문제와 관련 "(민주당 내에서 대선 패인을)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보는 견해와 부동산 증세 저항으로 보는 견해로 갈리는 듯한데, 누가 보더라도 가격 폭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거 조사 결과를 보면 소득과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거의 상관이 없지만, 부동산 가치와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정확하게 반비례한다"면서 "주택 가격 폭등은 민주당 지지 계층에서 반대자를 굉장히 많이 만들어냈지만, 반대 계층에서는 지지자를 거의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관련 증세 정책에 대해서도 "가격 안정 효과는 없으면서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1가구 1주택에는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1가구 2주택부터는 투기로 규정해 높은 세율을 적용한 것은 잘못된 증세다. 투기 목적으로 자식에게 집을 사주면서 가구 분리를 안 할 사람이 어디 있겠나. (중간 생략)... 2주택 10억 원에 대해서 1주택 15억 원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하면 누가 공평하다고 생각하겠느냐. 조세 형평성이 어긋나면 진짜 강렬한 반대자를 만들게 된다."
결국 "대선 패배의 주요 요인은 부동산 가격 폭등이고, 기본소득과 결합하지 않은 보유세 인상, 혹은 형평성 없는 증세 등이 부차적인 요인이었다"는 것이다. 강남훈 교수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한 대안은 국토보유세와 결합한 토지배당 정책이다.
"국토부에서 심사해서 일회적으로 한꺼번에 (국토보유세를) 0.5% 정도 올리고, 그 수익을 모두 기본소득으로 나누어 가지면 50%의 무주택자들은 집값이 낮아지는 수혜를 바로 누릴 수 있고, 나머지 50%의 유주택자 중에서도 40%는 내는 돈보다 받는 돈이 많으니까 굳이 크게 반대를 안 할 것이다."
강 교수는 부동산 관련 증세가 대선 패배의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민주당 정치인에 대해서는 '부동산 특권 집단과 유착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분들은 자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이 종부세 때문에 못 살겠다고 얘기하니까 자기도 종부세가 잘못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젊은 시절 민주화 운동을 했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덧 부동산 특권 집단에 속하게 된 것이다.
'어느 날 집에 가니까 아내가 울고 있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집주인이 이사 들어온다고 집을 비우라고 했다는 것이다. 주변 시세를 알아보니까 전셋값이 2억 원이나 올랐다고 한다. 아내의 말을 듣고 나도 부둥켜 안고 함께 울었다.'
친구로부터 이런 말을 듣지 않는 사람들이 바로 특권계급이다. 어떤 학자나 정치인도 부동산 정책을 주장하려면 인구의 절반이 되는 무주택자들을 찾아가서 그들의 고통과 불안과 분노를 듣고 나서 판단해야 한다."
5년 뒤 대선, 기본소득 후보가 집권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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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기본소득 스승'으로 불리는 강남훈 한신대(경제학, 전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 교수가 16일 오후 서울 청년문화공간 JU동교동 1층 카페에서 퇴임 기념강연을 했다. ⓒ 최경준
지난 대선에서는 기본소득을 내세운 후보가 패배했지만, 5년 뒤에는 어떻게 될까?
강남훈 교수는 "다음 대선에서 기본소득을 공약하는 후보를 반드시 당선시키기 위해 5년 동안 할 일이 굉장히 많을 것 같다"면서 지방정부의 기본소득 정책 추진으로 국민 인식 전환, 국토보유세, 탄소세 등 기본소득 실험 확대, 언론개혁, 정치개혁 등의 과제를 꼽았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은 청년기본소득, 농촌기본소득 등 기존의 기본소득 정책을 확대, 계승하면서 문화예술인 기본소득 등을 추가로 실시하는 등 기본소득의 흐름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대중 전남 교육감 당선인은 학생 1인당 월 20만 원의 '교육 기본소득'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다. 이 공약은 '지방소멸 대응기금'을 재원으로 쓸 예정이다. (관련기사 : '이재명 기본소득' 계승한 김동연, 문화예술인 100만 원씩 지원 http://omn.kr/1zets)
충북지역에서는 이상정·박완희(민주당) 충북도의원 당선인이 재난기본소득, 농민기본소득, 청년기본소득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송윤섭(진보당) 옥천군의원 당선인도 농민기본소득에 동의하고 있다. 경남 창원시의회 진형익(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 역시 기본소득 지지자다.
강남훈 교수는 "상당수의 지자체에서 기본소득 정책이 확대되면 주권자들의 의식이 달라지고, 주권자들이 달라지면 (기본소득 실현을 위해) 특정 정치인, 특정 정당에 매달릴 필요가 없어진다"면서 "정치인들은 표가 되는 일이라면 알아서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이어 "주권자 언론배당이나 미디어 바우처를 통해 진보 언론을 지원하고, 선거법 개정을 해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등 정치개혁을 이뤄야 한다"면서 "이런 것들을 5년 내에 도입한다면 다음 선거에서는 기본소득 후보가 집권하는 데 훨씬 용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강남훈 교수의 퇴임 기념강연은 서울 청년문화공간 JU동교동 1층 카페에서 열렸으며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회원 등 기본소득 운동 관련 활동가, 학자 40여 명이 참석했다. 강연이 끝난 뒤, 강 교수의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명예이사장 취임식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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