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민주주의 투명성과 절차의 정당성 훼손. 여론조작 지시.
제보자 강혜경씨는 2021년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과정에서 여론조사를 담당했다. 명태균은 강혜경에게 '여론조사 조작'지시를 내렸다는 보도. 명태균의 지시사항은, 20~30대 젊은층의 응답조사를 조작해서, 윤석열이 홍준표보다 2% 높게 처리하라. 위 여론조사는 비공표조사이지만, 국민의힘 당내와 언론에도 흘러나갈 수 있다.
명태균 - 경남 창원에 주소를 둔 시사경남과 미래한국연구소의 실질적 운영자.
1.
(단독)"윤석열이 홍준표보다 2% 앞서게 해주이소"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 조작 지시 명태균 육성 입수
"명씨 지시대로 표본 작업"…경선 결과와도 전면 배치
2024-10-15 06:00:00 ㅣ 2024-10-15 06:26:37
[뉴스토마토 김기성·박현광 기자] 명태균 씨가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후보 경선 과정에서 여론조사를 조작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여론조사 실무를 담당했던 강혜경 씨의 설명도 명씨의 조작 의혹을 뒷받침합니다. 강씨는 앞서 <뉴스토마토> 단독보도에 계속해서 등장했던 핵심 제보자 E씨로, 오는 21일 대검찰청을 상대로 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모든 진실을 밝힐 예정입니다.
15일 <뉴스토마토>가 확보한 명씨와 강씨 간 통화녹음 파일에 따르면, 명씨는 2021년 9월 강씨에게 전화를 걸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적합도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홍준표 대구시장보다 2~3%포인트 높게 나오도록 여론조사 결과를 만들 것을 지시했습니다.
2021년 9월29일 오후 3시33분(명태균-강혜경씨 간 통화)
강혜경 : 여보세요.
명태균 : 연령별하고 지역별하고 다 맞춰갖고, 여성하고 맞춰갖고, 곱하기 해갖고 한 2000개 만드이소.
강혜경 : 이거 가지고요?
명태균 : 예. 치아불지(치워버리지) 뭐. (그게) 안 나아요?
강혜경 : 네.
명태균 : 돈 얼마 들어갔어요?
강혜경 : 40만 원 정도 들어갔어요.
명태균 : 그럼 됐어요. 보고서 바로 해요.
강혜경 : 아, 지금 바로요? 알겠습니다.
명태균 : 예. 보고서 해갖고 치아불고.
강혜경 : 알겠습니다.
2021년 9월29일 오후 4시50분(명태균-강혜경씨 간 통화)
명태균 : 여보세요.
강혜경 : 네.
명태균 : 이거 그 다른 쪽에 하태경이가 나가는 거니까.
강혜경 : 네.
명태균 : 윤석열이를 좀 올려갖고 홍준표보다 한 2% 앞서게 해주이소.
강혜경 : 알겠습니다.
명태균 : 예예. 그 젊은 아들 있다 아닙니까. 응답하는 그 계수 올려갖고. 2~3% 홍(준표)보다 (윤이) 더 나오게 해야 됩니다.
강혜경 : 알겠습니다.
명태균 : 외부 유출하는 거니까.
강혜경 : 네.
(통화 육성은 15일 <박지훈의 뉴스인사이다>를 통해 공개됩니다.)
대선 관심이 뜨거웠던 때지만, 하루 만에 2000명 이상의 응답자를 추출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강씨 설명을 들어보면, 진행하던 여론조사를 멈추고 응답 표본에 인위적으로 곱하기를 해 가짜 통계를 뽑아내는 조작이었습니다. 그래서 전화 회선 사용비가 40만원에 불과했습니다. 강씨는 "응답이 나왔던 표본을 수정 작업하는 것"이라며 "조작"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젊은 층은 윤 대통령보다 홍 시장을 더 지지했던 터라, 강씨는 부연을 이어갔습니다. 강씨는 "보통 여론조사를 하면 20대와 30대 표본이 잘 안 찬다"면서 "응답했던 그거(표본)를 곱하기로 2라든지 3이라든지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조사에 응답한 20대와 30대 표본 전체가 아니라, 윤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젊은 층 표본만 인위적으로 키워 명씨 의도에 맞췄다는 말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강씨에 따르면, 해당 여론조사는 비공표 자체 조사였다고 합니다. 결과는 명씨 주문대로 나왔습니다. 미래한국연구소가 전국 성인 남녀 2038명을 대상으로 2021년 9월29일 하루 동안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RDD ARS 무선100%)를 보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적합도에서 윤석열 33.0%, 홍준표 29.1%, 유승민 12.4%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윤 대통령과 홍 시장 간 격차는 3.9%포인트로, 명씨가 말했던 2~3%포인트 수준이었습니다.
이는 공교롭게도 PNR(피플네트웍스리서치) 조사 결과와도 매우 흡사합니다.
PNR이 <뉴데일리>와 <시사경남> 의뢰로 2021년 10월1일과 2일 양일 간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RDD ARS 무선 85%, 유선 15%) 결과에서 국민의힘 대선 후보 적합도는 윤석열 31.4%, 홍준표 29.9%, 유승민 12.8% 순이었습니다.
윤 대통령과 홍 시장 간 격차는 1.5%포인트였습니다. 당시 PNR 조사는 '윤석열 1위 여론조사'로 불렸습니다. <조선일보>조차 2021년 7월12일자 ('윤석열 1위' 여론조사, 돌연 중단…"與지지자 항의 전화 쏟아졌다") 기사를 통해 PNR 조사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정도였습니다.
경남 창원에 주소를 둔 시사경남과 미래한국연구소는 명씨가 실질적 운영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명씨는 20대 대통령 취임식에 김건희 여사 초청을 받아 참석했으며, 직함은 미래한국연구소 회장이었습니다. 명씨는 미래한국연구소가 경남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실태 조사를 받는 등 여론조사 조작 의심을 받자, PNR 조사 의뢰 기관에서 미래한국연구소 이름을 뺐다는 게 강씨 설명입니다. <머니투데이>와의 협업도 이를 계기로 중단됐다고 강씨는 말했습니다.
서명원 PNR 대표와 강씨는 일각에서 제기된 공표용 여론조사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습니다. 서 대표는 "불가능하다. 소설"이라고 일축했고, 강씨도 "PNR 조사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공표 조사에서는 그게 아예 안 된다"며 서 대표에 대한 강한 신뢰를 보였습니다. 강씨는 "외부 유출하는 것"이라는 명씨 육성에 대해 "(공표가 아니라) 윤 대통령 보고용"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서 대표는 '튀는' 결과가 계속된 것에 의문을 가졌다며 "하우스 이펙트(여론조사를 의뢰·수행하는 기관의 성향에 따라 결과에 편향성이 생기는 현상)가 굉장히 극렬화 된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미래한국연구소 자체 조사 및 공표용 PNR 조사 결과는 비슷한 시기(2021년 9월27일~29일) 실시된 NBS(전국지표조사) 여론조사 결과와 상당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조사 방식이 달랐다지만, 격차는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었습니다.
한국리서치와 엠브레인퍼블릭이 전국 유권자 1007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을 실시한 결과, 보수진영 대통령 후보 적합도에서 홍준표 25%, 윤석열 19%, 유승민 10%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2021년 11월5일 국민의힘은 대선 후보로 윤 대통령을 선출했습니다. 홍 시장은 치열했던 경선 끝에 민심에서 이겼지만 당심에서 크게 패하면서 후보 자리를 윤 대통령에게 내줘야 했습니다. 당시 경선은 당원 투표 50%와 국민 여론조사 50%를 합산해 결과를 산출하는 방식으로 치러졌습니다. 홍 시장은 국민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을 10.27%포인트 차로 눌렀지만 책임당원 투표에서 무려 22.97%포인트 격차로 크게 뒤졌고, 최종 합산 결과 6.35%포인트 차로 고배를 마셨습니다.
홍 시장은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대선 후보 경선 때 명씨가 운영하는 PNR에서 윤 후보 측에 붙어 여론 조작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문제 삼지 않았다"며 "명씨가 조작해 본들 대세에 지장이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그런데 그 조작된 여론조사가 당원들 투표에 영향이 미칠 줄은 미처 계산하지 못했다"면서 자신의 패착을 되짚은 뒤, "검찰에서 조속히 수사해서 관련자들을 사법처리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홍 시장이 PNR을 명씨가 운영하는 기관으로 본 것은 오류입니다.)
앞서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의 언급을 상기할 필요도 있습니다. 김 전 의원은 지난달 25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명(태균) 박사의 여론조사 관련된 부분들이 나오게 되면 되게 클 거다. 어마어마한 핵폭탄 급의, 정계에 파문을 일으킬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솔직히 이런 형태의 정치, 이런 형태의 선거, 일종의 국민을 속이는 여론조사 같은 경우는 이번 기회에 한 번 정리를 하고 나가는 게 맞지 않을까.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나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해 파문을 낳았습니다.
미래한국연구소는 과거에도 여론조사를 조작해 처벌받은 이력이 있습니다. <KPI뉴스>에 따르면, 미래한국연구소는 성별, 연령, 거주지역 등 조사 대상이 불확실한 전화번호 데이터를 활용해 2020년 총선과 2022년 지방선거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한 혐의로 세 차례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16건의 ‘표본 조작’ 사례가 적발됐습니다. 미래한국연구소 등기이사가 아니었던 명씨는 처벌을 피해 갔습니다. 공직선거법(108조 5항, 256조 1항5호)은 자체 구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거 여론조사 실시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조사 결과를 얻기 위한 '표본 조작'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비공표 자체 여론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명씨는 1997년 드림텔레콤 대구·경북 지사장을 시작으로 2003년 한국114전화번호부와 2006년 좋은날을 창업했습니다. 2010년 대학 명부 발간 사업도 시작했으며 창원대와 경북대, 경성대, 부산대, 신라대 등이 고객이었습니다. 이후 2012년 전화번호부 앱 사이트도 개발하는 등 자체 보유한 전화번호 데이터베이스(DB)가 상당한 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편, 명씨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여론조사 조작 지시를 했느냐는 <뉴스토마토> 물음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김기성 기자 kisung0123@etomato.com
박현광 기자 mua@etomato.com
https://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1242235
2.
‘여론조사 조작’ 했나?…명태균-강혜경 공방 / KBS 2024.10.15.
KBS News
Oct 15, 2024
[앵커]
지난 2021년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당시, 명태균 씨가 윤석열 당시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조작을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당사자인 명 씨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당시 직원이었던 강혜경씨와 진실공방을 벌였습니다.
우정화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2021년 9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때 여론조사 업체 운영자 명태균 씨와 직원 강혜경 씨 사이에 있었다는 대화.
뉴스토마토가 공개한 음성 녹취에 따르면 명 씨는 강 씨에게 "윤석열을 올려서, 홍준표보다 2% 정도 앞서게 해 달라"고 말하고, 강 씨는 "알겠다"고 답합니다.
이어 명 씨는 더 구체적으로 주문합니다.
젊은층을 가리키며 "응답하는 계수를 올려서 홍준표보다 2~3% 포인트 정도 윤석열이 더 나오게 해야 한다"고 재차 당부합니다.
조사 결과는 윤석열 후보가 홍준표 후보를 3.9% 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강 씨는 외부에 공표하지 않는 자체 조사로 윤석열 후보에게 보고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노영희/변호사/강혜경 씨 변호인 ; "강혜경 씨는 당시에 해당 자료는 유출이 안 되는 자료로 알았고요. 조작을 자신에게 지시했을 때 본인이 거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
하지만 명태균 씨는 여론조사 조작 지시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공개된 부분은 강 씨가 일부분만 편집해 왜곡한 것이라며 당시 강 씨가 조사를 잘못한 게 있어 자신이 보정을 지시했던 내용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명태균 : "조작을 해서 뭐 할 건데요? 공표도 안 되는데요. 풀 녹취를 공개하라는 얘기예요."]
홍준표 대구시장은 명 씨가 여론 조작을 하는 걸 당시 알고 있었다면서 경선 여론조사가 공정하기 때문에 명 씨가 조작을 해도 대세엔 지장이 없을 거로 봤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명 씨의 조작이 자신이 졌던 당원 투표 쪽에 영향을 끼쳤을 수는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 책임자였던 강혜경 씨에 대해 경상남도선관위는 지난해 12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검찰은 현재 강 씨와 함께 김 전 의원, 명태균 씨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KBS 뉴스 우정화입니다.
촬영기자:임동수/영상편집:이현모/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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