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회, 삶의 질이 높은 나라의 조건 중에 하나가 바로, 여자들의 운동권이다. 다양한 신체 활동을 통해, 새로운 '자아 발견'이 가능하다. 신체 건강과 발달 뿐만 아니라, 자아 정체성과도 밀접한 신체 활동과 스포츠의 중요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여성의 신체에 대한 개인적 관심 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심과 섬세한 배려가 필요하다.
여학생들에게 '체육'시간은 왜 중요한가? 나이들어 운동, 너무 늦어 5세~15세 사이 좋아하는 운동 2~3가지를 맘껏 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형성해야 한다.
아래 기사에 나온대로, 운동량이 부족한 여학생 비율은 97.2%로, 146개 국가 중 한국이 가장 높다.
나이들어 운동의 중요성을 깨닫기도 하지만, 너무 늦은 경우가 많다. 여자 아이들이 5세~15세 사이에 자기가 좋아하는 운동 2~3가지를 맘껏 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여자가 남자와 똑같은 종목이나 동일하게 운동할 필요도 없다. 자기 몸에 맞는 운동을 스스로 즐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래 한겨레 신문은 좋은 기사임.
https://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1049356.html?_fr=mt3
여학생이 운동장 싫어한다고요? “야구 배트로 깡! 쾌감 최고예요”
등록 :2022-07-02 07:30
장수경 기자 사진
장수경 기자
관중에 머물지 않고 직접 뛰겠다는 선언 “상쾌하고 성취감 있어”
남학생 비해 체육 참여도 낮은 현실…교사들 “경험 부족한 탓”
‘공차소서’ 등 여학생 운동클럽 인기…운동장서 성역할도 파괴
[한겨레S] 커버스토리
여학생에게 운동장을!
지난 18일 서울시교육청이 운영하는 여학생 야구클럽 ‘공치소서’ 학생들이 서울 덕수고등학교 실내야구장에서 연습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올해 1월2일,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서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프로야구팀 멜버른 에이시스가 투수 제너비브 비컴과 계약을 발표한 것. 새삼스러울 것 없는 구단과 선수의 계약이 화제가 된 건 비컴이 여성이기 때문이었다. 여성 선수가 프로야구에 등장한 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비컴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누군가가 (여자이기 때문에) 소프트볼을 하라고 말해도, 원치 않는다면 절대 듣지 말라”며 “열심히 한다면 불가능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여성의 도전에 한계를 긋는 사회 분위기를 지적한 발언이었다. 학교 현장에서도 “여학생은 체육을 싫어해”라는 고정관념에 균열을 내는 이들이 있다. 운동장 한편에서 피구만 하지도, 스포츠 현장에서 자신의 역할을 경기를 바라보는 ‘관중’으로 제한하지도 않겠다는 이들이다.
공차소서, 공치소서, 마음껏 하소서
“띠잉~”
타격 연습용 고정대에 올려져 있던 연식 야구공이 배트에 빗맞아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공은 위로 뜨지 않고 바닥에 내리꽂혔다. 뒤에서 친구들이 “괜찮아” “한번 더”라고 독려했다. 홍소율(덕수고 1)이 다리를 어깨너비보다 좀 더 벌린 뒤 무게중심을 약간 뒤쪽으로 낮추고 다시 타격 자세를 고쳐 잡았다.
이윽고 상체를 비틀며 다시 스윙. “땅!” 배트에 제대로 맞은 공이 경쾌한 소리를 내자, 고정대에 야구공을 놔주던 선생님의 목소리가 덩달아 높아졌다. “잘했어!” 마치 홈런이라도 친 듯 소율이 오른손을 이마에 모로 세우곤 멀리 보는 자세를 취했다. 타격 연습 차례를 기다리던 학생들이 “뭐야” 하며 웃었다. 토요일이던 지난 18일 오전, 김재걸, 류제국, 이용규 등 걸출한 스타 선수를 배출한 야구 명문 서울 덕수고의 실내 야구장을 채운 건, 남학생이 아닌 여학생 20여명이었다. 한번도 배워본 적 없는 낯선 야구를 접하려 인근 중·고교 4곳 학생들이 모였다.
“공을 던질 땐 미는 게 아니라 손목 스냅을 탁 (뿌리듯) 하는 느낌으로 던져야 돼요. 체중(무게중심)은 뒤에 있다가 (던지면서) 앞으로 넘어가야 하고요.” 프로야구 선수 출신인 김현율 덕수고 체육교사가 투구 폼을 설명하며 맞은편으로 공을 던졌다.
‘퍽’ 하고 둔탁한 소리를 내며 공이 글러브에 꽂히는 모습을 지켜보던 학생 몇명이 김 교사가 취한 포즈를 따라 했다. 김예원(덕수고 1)이 “야구공이 글러브에 쏙 들어올 때 느낌이 너무 좋다”고 하자, 옆에 있던 소율은 “초등학교 때 발야구는 해봤지만 야구는 처음 해본다.
학교에서 배워볼 기회가 없었다. 배트에 공이 ‘땅’ 맞았을 때 쾌감은 말도 못한다. 실수해도 친구들이 이해하고 웃어주니까 부담이 적다”고 거들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김홍갑 덕수고 물리교사는 “교사 생활 37년차인데, 예전엔 여학생들이 이런 거(야구) 안 하는 사회 분위기였다.
요즘 여학생들은 스포츠 활동 참여에 적극적이다. 못하는 게 없다”고 말했다.
소율과 친구들이 야구 배트를 들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 건 서울시교육청이다. 여학생 체육 활성화를 위해 시교육청은 올해 ‘공치소서’(공을 치자! 소녀들아! 서울에서!)라는 여학생 야구클럽과 ‘공차소서’(공을 차자! 소녀들아! 서울에서!)라는 여학생 축구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여중고생 56명, 184명이 각각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시작한 ‘공차소서’의 반응이 좋아 올해는 공차소서 인원을 두배로 늘리고, 야구로 종목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축구와 야구는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이면서도 주로 남성들이 하는 스포츠로 인식돼왔다. 특히 야구는 이른바 4대 구기종목(축구, 야구, 배구, 농구) 중 유일하게 여성 프로 리그가 없다. 서울시교육청은 내년엔 ‘공차소서’를 초등학교 5~6학년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공차소서와 공치소서는 올 연말까지 토요일마다 진행한다.
1시간 일찍 등교, 못 말리는 농구 사랑
경인고 2학년 이가은·최하은은 체육교사도 못 말리는 농구 연습벌레다. 이들에게 매주 목요일 점심마다 진행되는 농구 연습 시간은 “너무 적다”. 그래서 최근 자진해서 매일 아침 7시에 등교해 1시간씩 슛과 드리블 등을 연습한다. 얼마 전 하은은 이른 아침 가은과 레이업슛을 쏘는 연습을 하다 오른쪽 발목이 꺾여 인대가 파열됐다. 그래도 괜찮다. “운동하다 보면 다칠 수 있다”고 하은이 말했다.
이 학교 농구클럽엔 ‘남학생은 선수, 여학생은 매니저’ 같은 고정 성역할이 없다. 사실상 농구클럽 매니저 역할을 하는 홍경표(2학년)는 여학생들이 연습을 시작하기 전 점수판을 설치하고 경기 진행 시 점수를 기록한다. 목요일마다 진행되는 여학생 농구 연습에서 남학생들은 관중이다. 심판의 실수로 경기 흐름이 끊어지면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재 뿌리지 말라”며 심판에게 항의하는 모습도 체육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경표는 “체격 차이는 있지만, 스포츠에 진심인 태도는 성별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가은과 하은은 올해 1학기 체육 수업에서 농구공을 처음 잡았다가 학교스포츠클럽 활동까지 하게 된 경우다. 가은은 “코트에서 뛰면 상쾌하고, 성취감도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면서, 체육다운 체육을 하지 못했는데 좋다”고 말했다.
이들을 가르치는 이윤희 교사가 “6월 초 여의도여고한테 30 대 13으로 지더니 애들이 더 열심히 한다”고 눙쳤다. 학교스포츠클럽이란, 운동부 선수를 제외한 초등학교 2학년~고등학교 3학년 재학생 중 체육활동에 취미를 가진 동일 학교의 학생으로 구성되며 주로 수업 전, 방과후, 점심시간에 운영된다.
학교체육진흥법에 따라 전국의 초·중·고교는 학교스포츠클럽을 의무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특히 2011년부터 중학교에서는 1~3학년 정규 교과 과정에서 매 학기 34~68시간(총 136시간) 이상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을 편성하도록 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가은과 하은처럼 학교스포츠클럽에 참여하는 전국 초·중·고 여학생 비율은 2018년 46.6%(203만명)에서 2019년 49.5%(176만명)로 절반 가까이까지 올랐다가 코로나19를 겪으며 2021년 48.1%(122만명)로 조금 줄었다.
체육, 회복 탄력성을 배우는 시간
“체육 수업은 팀 경기를 하며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는 걸 배우는 시간이에요. 또 졌을 땐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컨트롤해야 하는지, 넘어졌을 땐 어떻게 일어나야 하는지 회복 탄력성을 배워요. 그동안 여학생들은 학교라는 안전한 실패의 장에서 이를 배울 기회가 적었던 거죠.”(홍유진 당곡중 교사)
‘여학생 체육 활성화’는 학교체육 활성화를 추진하는 교육당국의 오랜 숙제였다. 오죽하면 ‘여학생만 체육활동에 참여시켜도 학교체육 활성화는 성공’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특히 1990년대 후반부터 혼성학급이 권장되면서, 체격이 좋고 운동에 익숙한 남학생과 상대적으로 체격이 작고 스포츠가 낯선 여학생을 함께 가르쳐야 하는 체육교사들의 고민은 컸다.
주로 체육 수업 시간에 배우는 내용들이 남성 중심인데다, 스포츠 경험이 적은 여학생을 위한 체육활동 프로그램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스포츠를 경험하지 못했던 여학생들이 체육시간에도 소외될 수밖에 없는 악순환 구조였다.
2000년대 중반 성평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며, 여학생 체육활동 활성화는 ‘학교체육 주요 업무 계획’의 주요 정책 과제로 제시됐다. 2016년 교육부는 학교체육 활성화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여학생이 선호하는 종목 중심의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매주 특정 요일을 여학생 체육활동의 날로 운영할 것을 권장하기도 했다.
(‘여학생 체육활동 활성화를 위한 학교체육 정책 분석’, 진연경·이현석, 2016년)
스포츠에 적극적인 여학생이 늘어난 이유로 학교 현장에선 ‘땀 흘리는 여성’에 대한 달라진 사회 인식과 더불어 학교스포츠클럽 활성화와 뉴스포츠 등장을 우선으로 꼽는다.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이 운동을 좋아하는 여학생들의 체육 수업 밖 ‘숨구멍’이었다면, 체육 수업 안에선 2010년대부터 수업 시간에 반영된 뉴스포츠가 여학생이 스포츠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 유인 요소라는 설명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건강·표현·도전·경쟁·안전 등 다섯가지 체육교과 목표에 스포츠 종목을 대입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도 체력과 체격이 우선시됐던 전통 스포츠 위주 체육 수업이 바뀐 계기다.
예를 들어 표현 영역에선 체조나 무용을, 경쟁 영역에선 농구 등을 배우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전통 스포츠의 규칙과 기자재를 간략하게 변형한 뉴스포츠가 반영됐다. 농구와 비슷하지만 몸싸움이 없는 네트볼, 야구를 변형해 투수가 없는 티볼, 핸드볼과 닮았지만 상대 팀과 코트 구분이 없는 추크볼 등이 그것이다. 자신을 ‘뉴스포츠 1세대’라고 소개한 손영지 대전 신계중 교사는 “뉴스포츠를 하면, 여학생 분위기가 달라진다.
남학생과 신체 접촉이 없다 보니까 긴장도가 내려가고, 남학생 여학생 모두 처음 경험해보는 종목이기에 호기심을 가진다. 뉴스포츠를 경험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체육교사가 되면서 여학생들에게 스포츠를 전달하기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윤희 교사도 “성장 시기에 맞춰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는 뉴스포츠로 체육활동의 경험을 쌓고, 이후부턴 (난도가 높은) 전통 스포츠를 배우는 게 좋다”고 말했다.
싫어하는 게 아니라 낯선 것
신체활동의 재미를 느끼고 적극적으로 체육활동에 참여하는 여학생이 늘고 있지만, 체육교사들은 “여학생의 체육 참여도가 아직 남학생에 비해 낮은 게 사실”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중1~고3을 대상으로 한 질병관리청의 ‘2021 청소년건강행태조사’ 결과를 보면, 하루 60분씩 주 5일 이상 신체활동을 한 여학생은 8.1%로, 남학생 20.7%보다 훨씬 적다.
임용 2년차인 한 중학교 체육교사는 “여학생 참여도가 낮아 가르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친구들이 체육에 참여하지 않으면, 벤치에 앉아 있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다수의 교사들은 여학생의 체육 참여도가 낮은 이유에 대해 ‘체육을 싫어해서’라기보다 ‘경험이 적어 낯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소영 서울대동초등학교 교사는 “남학생들은 어렸을 때부터 축구 등 운동을 많이 접하지만, 여학생들은 미술, 음악, 피아노처럼 신체활동이 적은 사교육을 받거나 운동을 하더라도 발레나 무용처럼 여성성이 강조되는 종목을 배워온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유년기에 길러진 ‘운동은 남성의 영역’이라는 왜곡된 인식이 스포츠 경험의 차이를 불러왔고, 결국 체육 참여도 차이를 낳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무엇보다 강제성을 띠는 체육 수업 시간에 여학생들이 다양한 스포츠 경험을 쌓도록 교사와 학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황성룡 방이중 교사는 “체육교사가 체육 수업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여학생 참여도는 달라질 수 있다”며 “우리 학교도 4~5년 전까진 실내 체육 공간이 없어서 체육시간엔 주로 남학생 위주인 축구로 진행했는데, 최근 2~3년 동안 체육관, 무용실 등을 새로 지으면서 여학생뿐 아니라 체육에 관심이 적은 학생들이 다양한 종목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체육 수업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운영하는 스포츠 프로그램들의 학생 참여율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친구 소율과 예원의 등쌀에 못 이겨 올해 ‘공치소서’에 참여한 박윤진(덕수고 1)도 비슷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윤진은 “체육을 싫어한다기보다 잘 못해서 그동안 기피했는데, 막상 해보니 재미있어 계속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체육 경험이 낯선 여학생들을 지도하는 방법도 고민이 필요하다. 지난 6월 초 학교체육진흥회가 진행한 ‘2022 여학생 체육 활성화 실기 자율연수’에서 농구 강사로 나선 이윤희 교사는 “여학생 지도는 세심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못한다고 면박 주기보다는 잘할 수 있다고 독려하는 게 중요하다.
또 수업 시간에 기술만 알려주기보다 경기를 진행하면 참여도가 훨씬 높아진다. 교사가 어떻게 지도하느냐에 따라 학생의 인생 전반에서 신체활동에 대한 태도가 결정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에서 긍정적인 체육 경험을 한 학생이, 성인이 돼서도 운동과 가까운 삶을 살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실제 김빛나(24)씨는 고등학교 때 배운 농구를 성인이 돼서도 놓지 않은 경우다.
김씨는 “처음에 농구를 시작할 땐 아무것도 할 줄 몰랐다. 그런데 연습을 할수록 실력이 느는 걸 보면서 뭐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한 친구는 농구클럽에서 활동하다 자신이 운동을 좋아한다는 걸 깨닫고 체대에 갔다”고 말했다. 2017년부턴 ‘파시온 더블유(W)’라는 여자 농구 동호회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여학생들이 체육과 가까워질 수 없는 장벽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아직도 ‘아나공’(‘여기 있어’를 뜻하는 사투리 ‘아나’와 ‘공’의 합성어로, 학생들에게 공만 던져주고 수업을 방치하는 상황)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도 있다.
이민지(가명·중2)는 1학기 체육 수행평가를 다 마친 현재, 2주째 체육시간에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교사의 방치 속에 남학생들은 축구를 하고, 여학생들은 앉아서 수다를 떤다. 민지는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논다. 1학년 때 배운 탁구나 다른 경기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교사나 학교의 성별 편견도 여전하다. 반유담(잠신고 1)은 “중학교 때 학교에 남자 축구클럽은 있는데 여자 축구클럽은 없는” 이상한 경험을 했다. 유담은 “체육 선생님에게 축구 할 여학생들을 모아 올 테니 여학생 축구클럽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해 결국 개설했다”고 말했다.
오늘도 운동장에서 고군분투
가뜩이나 운동장과의 접점이 적었던 여학생들에게 코로나19 발생 뒤 체육 교육의 필요성은 더 커졌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11월 낸 신체활동 보고서를 보면 한국 청소년(11~17살) 94.2%가 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하는 운동량을 채우지 못한다.
조사 대상 146개국 중 이 비율이 90%를 넘은 나라는 한국, 필리핀(93.4%), 캄보디아(91.6%), 수단(90.3%)뿐이다.
특히 운동량이 부족한 여학생 비율은 97.2%로, 146개 국가 중 한국이 가장 높았다.
코로나19를 겪은 현재 청소년 운동 부족은 이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는 게 교사들의 생각이다.
체육 교육 현실은 여전히 처참하다. 현재 초등학교 1, 2학년은 별도의 체육시간이 없다. ‘즐거운생활’ 과목에서 음악, 미술과 함께 수업을 진행할 뿐이다. 초등 고학년과 중학교에서는 평균 주당 3시간씩 수업하지만, 고등학교는 10단위가 필수다.
10단위로 체육 수업을 꾸린 학교의 1개 학년은 한 학기에 체육시간이 주당 1시간뿐이라는 뜻이다.
게다가 2025년 고교학점제 시행으로 고교 전체 수업 단위가 현재 204단위(학점)에서 192단위(학점)로 줄어 특정 과목 수업 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다. 체육교사들은 체육 과목이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양적 팽창보다는 초·중·고 학교스포츠클럽, 방과후 활동 등을 통해서 질적으로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둘 때”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선 이런 교육부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보현 은광여고 교사는 “우리 학교는 1학년 2시간, 2학년 1시간, 3학년이 2시간 체육시간을 운영한다.
2학년 경우 시험, 수학여행 등으로 한달에 체육 수업을 한번 할 때도 있다. 지금도 땀 흘리면서 운동할 절대적 시간이 적은데 체육 수업 시간이 더 적어질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은 뒤 김 교사의 걱정은 더 크다. “코로나19 2년 동안 학생들이 단체 생활을 안 해서인지 단체 수행평가를 하는 걸 힘들어한다. 심지어 자신이 그룹에 피해를 끼칠까 봐 수행평가 날 학교에 안 나오는 학생도 있다.
학생들이 여러명과 어울려 신체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체육밖에 없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스포츠를 해본 경험도, 스포츠를 해볼 시간도 부족한 학교에서 여학생들은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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