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비교/노동2018. 11. 12. 11:50

국민연금 대체율:

 

국민연금 대체율 인상이 곤란한 이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이 바람직할까? 대체율 인상은 후세대에게 부담을 더 넘기고, 계층 간 역진성을 심화시킨다. 빈곤 노인에게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webmaster@sisain.co.kr  2018 11 10일 토요일 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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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개혁 논의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론이 부상할 모양이다.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2008년부터 대체율이 매년 단계적으로 낮아져 올해는 45%이고 2028년에 40%까지 이를 예정이다. 노동계에서는 이런 대체율로는 노후를 보장할 수 없다며 50%를 주장한다

나는 대체율 인상에 동의하지 않는다. 공적연금의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방안으로 대체율을 올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첫째, 대체율 인상은 후세대의 부담을 더욱 무겁게 한다


국민연금은 40% 대체율에서도 평균 수익비가 2.6배이다. 100원을 내면 나중에 260원을 받는 구조이다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국민연금연구원에 의뢰해 밝혀낸 수치이다. 지금까지 국민연금공단이 발표했던 1.8배보다 높다. 가입자가 얻는 총급여 계산에 가족이 받는 유족연금을 포함하고, 통계청 기대여명을 반영해 수급 기간을 기존 20년에서 25년으로 늘려 분석한 결과로 국민연금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는 수치이다. 이는 수지 균형을 맞춘다면 40% 대체율에서도 현재 9%인 보험료율이 두 배 이상 올라야 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추가로 대체율을 인상하면 어떻게 될까? 노동계에서 대체율은 50%로 올리고 보험료율은 사회적 논의를 통해 정하자고 하지만, 추가 대체율 인상 10%포인트에 필요한 보험료율 인상(4~6%포인트)을 꺼내기도 힘든 상황임을 감안하면 결국 후세대에게 넘기는 부담이 지금보다 더 커진다. 언제까지 국민연금의 수지 불균형 문제에 눈감으면서 우리 세대의 이해만을 말할 것인가?



둘째, 대체율 인상은 국민연금의 역진성을 심화시킬 수 있다. 보통 국민연금은 소득재분배 제도로 소개된다. 국민연금 급여 산식에 비례급여가 절반, 균등급여가 절반씩 존재해 하위 계층일수록 대체율이 높고 수익비도 크다. 이에 40% 대체율은 평균 소득자 기준의 수치이고 계층별로 보면 30~100%의 누진성을 지닌다.

그런데 이는 급여 구조만을 본 설명이다. 가입자가 납부한 기여 총액과 받을 급여 총액의 차이, 즉 순혜택을 보면 오히려 상위 계층일수록 많다. 급여 구조는 누진적이지만 납부한 보험료까지 감안하면 역진적이라는 이야기다. 급여에 비해 기여가 턱없이 낮아서 발생하는 국민연금의 역설이다. 이런 순혜택 구조에서 보험료율을 충분히 올리지 않으면 대체율 인상은 역진성을 악화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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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이명익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셋째, 대체율 인상은 빈곤 노인에게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종종 국민연금은 용돈연금에 비유된다. 지난해 국민연금 평균액이 39만원에 불과하다. 국민연금 역사가 오래되지 않아 가입 기간이 짧은 게 핵심 원인이다. 앞으로는 어떨까? 현재 평균 소득자( 227만원)의 경우 25년을 가입해도 연금액이 57만원에 그칠 전망이다. 노동계가 대체율 인상을 요구하는 이유이다.


‘연금 삼총사’로 시야 확대해 해법을 찾자 

여기서 ‘평균의 착시’에 유의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노동시장의 격차를 반영하는 제도이므로 노후에 받는 연금액도 소득과 가입 기간에 따라 차이가 크다. 예를 들어 미래에 평균 소득자가 25년을 가입하면 57만원을 받지만, 100만원 소득자는 같은 기간을 가입해도 연금액이 41만원에 그치고, 노동시장 현실을 감안해 가입 기간을 15년으로 가정하면 25만원으로 줄어든다. 이러한 구조에서 대체율을 50%로 올려도 연금액이 31만원으로 6만원 오를 뿐이다. 반면 상한 소득자( 468만원) 35년을 가입한다고 가정할 때 139만원에서 156만원으로 17만원 인상된다. 보통 노후 빈곤에 대응하기 위해 대체율을 올려야 한다고 제안하지만, 정작 빈곤에 처한 노인에게는 그 효과가 크지 않다.

더 넓은 곳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기초연금·퇴직연금을 포괄하는 ‘연금 삼총사’로 시야를 확대하자. 국민연금에서는 지속 가능성에 집중하고, 대신 기초연금을 강화하고 퇴직연금을 실질적 연금으로 전환하자는 제안이다. 중하위 계층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중상위 계층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으로 노후를 대비하는 계층별 다층연금 체계이다. 연금 논의의 새판이 요청된다.

 

소득대체율 인상이 국민연금 살린다고?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올리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그리 낮지 않은 데다 인상을 해도 저소득층에게는 큰 이익이 되지 않는다.

이종태 기자 peeker@sisain.co.kr  2018 10 30일 화요일 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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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보험료가 쌓인 것이 적립금이다. 연금 재정으로 ‘들어오는 돈(보험료)’보다 ‘나가는 돈(연금급여)’이 많아지면, 적립금이 어느 순간부터 줄어들기 시작하다가 결국 바닥난다. ‘국민연금 장기재정 추계’는 앞으로 70년 동안 ‘들어올 돈’과 ‘나갈 돈’을 추정·비교하는 작업이다. 2003년부터 5년 간격으로 시행되었는데, 발표할 때마다 난리가 났다. 거의 어김없이 가입자들이 ‘더 내고(보험료 인상)’ ‘덜 받아야(소득대체율 인하)’ 국민연금을 유지할 수 있다는 방안이 제출되기 때문이다. 시중에서는 ‘용돈 수준인 데다’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국민연금 폐지 여론이 활개를 폈다. 지난 8월 중순에 발표된 재정추계에 대해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사실 지금까지의 보험료율(소득 대비 보험료 비율) 인상과 소득대체율(소득 대비 연금급여 비율) 인하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1988년 국민연금이 지나치게 후한 조건으로 출범했기 때문이다. 소득의 3%(보험료율) 40년 동안 내면, 소득의 70%(연금급여)를 퇴직 후 사망할 때까지 대충 20년 동안 지급한다는 조건이었다. 100만원 소득자인 경우, 매월 3만원씩 40년 납입(1440만원)하면, 70만원의 급여를 20년 동안 지급(16800만원)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제도가 지속 가능할 리 없다. 1998년에 ‘보험료 9%, 급여 60%’로 바꿨지만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일단 만들어진 제도는 관성을 가진다. 역대 정부 역시 인기 없는 일에 손대고 싶지 않았다. 이후 ‘조금씩만 더 내고 덜 받는’ 쪽으로 찔끔찔끔 연금 개혁이 이뤄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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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이명익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이에 더해 2000년대 들어 경제·인구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반면(소득 및 가입자 증가 속도가 떨어지면 연금공단의 보험료 수입도 적어진다), 기대수명은 늘어났다(연금급여를 받는 기간 증가). 국민연금공단 처지에서 들어올 돈은 줄고 나갈 돈은 늘어난 셈이다. 공단이 적립금을 늘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기껏해야 보험료를 운용해서 금융수익을 높이는 정도지만 여기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 운용수익률이 수십 퍼센트에 달한다면 모르겠지만, 자금 운용을 잘해도 경제·인구 성장률 하락이라는 거대한 추세를 거스르리라 기대하기는 힘들다. 결국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다. 지난 8월 재정추계 결과와 함께 발표된 연금재정 건전화 방안들도 대체로 그랬다.

당초 정부는 지난 8월에 나온 재정추계 및 건전화 방안을 바탕으로 9월 말까지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마련한 뒤 10월 내에 국회로 넘길 예정이었다. 국회 논의를 거쳐야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확정된다. 그러나 관련 논란이 뜨거워지면서 먼저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한국노총·민주노총·경총·대한상의·정부 참가)의 논의를 거치기로 했다. 10월 하순부터 본격적인 연금 개혁 논의가 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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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917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이 개최한 ‘국민연금 개선, 국민의 의견을 듣습니다’ 토론회.

어떤 제도든 여러 집단의 이해관계가 깔려 있다. 특히 개혁이라는 정세 변곡점에서 집단들은 각자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손실은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쏟는다.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은 드러내고 불리한 사실은 감춘다. 힘센 집단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공공(公共)을 희생시킬 수 있다. 제도 개혁은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제대로 드러내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자료에서 드러난 국민연금의 실태를 <시사IN>이 정리했다.

■ 현세대에게 유리한 ‘금융 상품’이다

재정추계 때마다 적립금 고갈 시점이 당겨진다. 3차 재정추계(2013) 2060년이었는데, 이번의 제4차에선 2057년으로 3년 당겨졌다. 2058년부터는 적립금 없이 그해의 가입자들이 낸 돈만으로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른바 ‘부과 방식’으로의 전환이다.

적립금 고갈 자체는 결코 예외적인 사태가 아니다. 정부의 잘못도 아니다. 가입자들이 국민연금이라는 저금통에 ‘넣는 돈(보험료)’보다 ‘빼는 돈(연금급여)’이 많은 이상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빼는 돈’이 ‘넣는 돈’의 몇 배인지를 나타낸 지표가 바로 수익비다. 최근 국민연금공단이 발간한 <2018 국민연금 바로보기>에 따르면, 평균 소득자의 수익비는 1.8배다. 소득 기준으로 평균에 해당되는 가입자가 40년 동안 1억원을 보험료로 납부했다면 은퇴 후 20년 동안 18000만원을 받아간다는 것. 그런데 윤소하 의원실이 연금공단의 최근 자료로 다시 계산한 바에 따르면 평균 수익비가 1.8배보다 훨씬 높은 2.6배로 나타났다. 1억원 납부하면 대충 26000만원을 받아간다. 이렇게 큰 차이가 나타난 이유는, 연금공단이 ‘빼는 돈’ 중의 일부를 수익비 계산에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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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공단은 ‘보험료를 낸 가입자 자신’이 받을 급여만 ‘빼는 돈’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사실은 가입자가 사망하는 경우, 유족들이 연금을 받는다(유족연금). 공단은 또한 가입자가 은퇴한 뒤 20년 사는 것으로 간주했다(급여 수급 기간). 그런데 지금의 젊은이들이 연금을 받게 되는 2060년대 말이면 기대수명이 90세에 이른다. 급여 수급 기간이 20년에서 25년으로 늘어나고 그만큼 ‘빼는 돈’의 규모 역시 커진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서 재계산하니 수익비가 2.6배로 나타난 것이다. 지금도 ‘용돈 연금’이라는 시비가 있지만, 해당 가입자들이 실제로 낸 보험료와 납부 기간을 따지면 오히려 ‘후한 연금’이란 것을 알게 된다(왼쪽 < 1> 참조).

이윤을 남겨야 하는 민간 연금보험의 수익비는 1배 이하인 것이 보통이다. 수익비가 2.6배라는 것은 국민연금이 민간 보험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입자에게 유리한 ‘금융 상품’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수익비가 높을수록 적립금 고갈이 앞당겨지고 이에 따라 후세대의 부담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현세대에게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것은 후세대에게 지나치게 불리하다는 말도 된다.

■ 부유층에게 더 유리하다

지금까지 거론된 수익비는 평균 개념이다. 연금공단 처지에서 볼 때, 65년에 걸쳐(납입 기간 40+수급 기간 25) 가입자 전체로부터 받을 돈보다 줄 돈이 2.6배 많다. 가입자 측면에서는, 모든 가입자들이 내고 받는 돈을 모두 수익비의 평균을 내면 2.6이 나오게 된다. 평균 소득자가 1억원 내면 26000만원 받게 된다는 것으로 이해해도 좋다. 모든 소득계층이 낸 돈 보단 더 받지만, 개별 가입자들의 수익비는 소득에 따라 들쭉날쭉하다.

그 이유는, 국민연금의 기능 중 하나가 소득분배이기 때문이다. 개별 가입자들이 받는 연금급여의 절반은 자신이 낸 보험료에 비례한다. 소득이 높으면 보험료를 많이 내고 급여도 많이 받는다. 그래서 소득 비례 급여다. 그러나 나머지 절반은 가입자 모두의 소득을 평균한 금액에 연동해서 받는다(균등 급여). 결과적으로 ‘보험료에 비해 연금급여를 더 받는 정도’가 저소득층은 높고 고소득층은 낮다. 저소득층인 월 100만원 소득자의 수익비는 4.2배지만 최고 소득자(2018 6월 현재 449만원 이상) 계층의 수익비는 1.9배다. 그래서 국민연금공단은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유리하다”라고 홍보한다. 기본적으로 사실이다.

이 논리에는 함정이 있다. 예컨대 5만원의 4배는 20만원이지만, 20만원의 2배는 40만원이다. 수익비로만 보면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유리하지만, 순혜택(보험료보다 얼마나 더 연금급여를 받는가)에서는 고소득층이 훨씬 크다. 윤소하 의원실의 계산(가입 기간 40, 25년 수급)에 따르면, 100만원 소득자의 순혜택은 13942만원인데 최고 소득자의 그것은 18594만원이다. 자산은 물론이고 더 많은 노후소득 보장을 지녔을 것으로 추정되는 고소득자의 순혜택이 저소득자보다 오히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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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저소득층의 경우 연금 가입 기간도 짧을 수밖에 없다. 연금급여를 많이 받으려면, 소득이 높고 가입 기간도 길어야 한다. 그러나 낮은 임금을 주는 업체일수록 고용환경도 불안하게 마련이다. 보험료를 장기간 동안 꼬박꼬박 납입할 수 없다. 반면 고임금 기업은 고용환경 역시 안정적이라서 소속 노동자들의 연금 가입 기간도 길게 마련이다. 이런 현실을 고려해서, 100만원 소득자의 가입 기간을 10년으로 잡으면 순혜택이 3236만원에 불과하다. 40년 가입 기간을 온전히 채운 최고 소득자의 순혜택은 18594만원으로 계산된다. 무려 15000만원의 급여 차이가 발생한다. 윤소하 의원실 관계자는 “국민연금으로 노동시장의 격차가 노후에 오히려 15000만원 더 벌어지는 국민연금의 역설”이라고 정리했다(오른쪽 < 2> 참조).

■ 고소득자를 지나치게 배려한다


2018 7월 이후, 국민연금이 보험료를 부과하는 ‘하한 소득’은 월 30만원이다. 월 소득이 그 이하인 28만원이나 10만원이라도 30만원인 것으로 간주해서 그 9% 27000(회사원인 경우, 회사와 본인이 각각 13500원씩)을 매월 내야 한다는 의미다. 상한 소득은 468만원이다. 그 이상의 가입자, 예컨대 월 1000만원이나 월 1억원 소득자들도 현행 제도하에서는 468만원만 버는 것으로 간주해 그 9% 421200원만 내면 된다. 2017년 국민연금 통계에 따르면, 상한 소득 적용자는 전체 가입자의 13.7%. 상당수의 고소득층이 일반 가입자보다 낮은 보험료를 적용받고 있는 셈이다. 월 소득이 1000만원인 가입자가 소득 상한 덕분에 매월 421200원만 내고 있다면 그의 보험료율은 4.2%에 불과하다.

한국 국민연금의 소득 상한은 ‘평균 소득 대비 119%’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많이 낮은 편이다(2016년 기준). OECD 국가의 경우, 핀란드와 포르투갈을 빼면 소득 상한이 존재하는데 이탈리아 327%, 일본 234%, 미국 226%, 독일 156% 등이다.

윤소하 의원실은 상한 소득 기준액을 468만원에서 평균 소득(227만원) 3배인 681만원으로 올리자고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월 468만원 이상 소득자들의 보험료가 지금보다 올라간다. 1000만원 소득자의 경우, 421200원에서 612900원으로 인상된다. 다만 연금급여가 보험료에 비례하므로, 급여 역시 139만원에서 186만원으로 자동적으로 오른다. 급여를 이렇게 올리면, 연금공단 처지에서는 ‘되로 받고 말로 주는’ 격이 될 수 있다. 상한 소득자의 연금급여는 현재 상태(139만원)로 동결하거나 인상 폭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동결해도 최고 소득자 계층의 수익비는 1.3배에 이른다. 고소득자 계층의 대승적 동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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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득대체율이 낮다?

2018년 현재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40년 동안 보험료를 내는 경우의 대체율)’은 45%. 다만 매년 0.5%씩 낮춰 2028년에는 40%로 내린 뒤 그 수준에서 유지하게 되어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928일 기자회견에서 ‘명목소득대체율’을 현행 45%로 유지하고 나아가 50%로 인상하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소득대체율 인상론이다.

소득대체율 인상은 좋은 일이다. 연금급여 액수가 늘어나면서 국민연금의 보장성이 강화된다. 더욱이 한국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다른 선진국보다 현격히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OECD가 낸 <한눈으로 보는 연금제도(Pension at a Glance), 2017>에 따르면, 2016년 현재 OECD 35개국 ‘의무적 연금 총계(Total Mandatory)’의 소득대체율은 52.9%. 한국은 39.3%에 불과하다. 그래서 한국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대폭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연금제도의 국제 비교는 단순한 일이 아니다. OECD의 ‘의무적 연금 총계’는, 기초연금(대다수 노령층에게 일정액을 지급)과 국민연금(소득 비례 보험료 기반)으로 이뤄지는 ‘공적연금’에 ‘의무적 사적연금’을 합친 금액이다. ‘의무적 사적연금’은, 한국의 경우 퇴직연금을 의미한다. 그런데 OECD는 ‘의무적 연금 총계’의 대체율을 집계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경우 퇴직연금을 제외하고 계산해버렸다. 규모가 상당한 퇴직연금을 빼고 계산했으니 한국의 ‘의무적 연금 총계’ 대체율이 실제보다 훨씬 낮게 나올 수 있다. 실제로 ‘의무적 사적연금’을 빼고 계산한 OECD의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은 40.6%로 한국(39.3%)보다 미세하게 높을 뿐이다(왼쪽 < 3> 참조).

소득대체율 인상의 가장 큰 수혜자는, 높은 소득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계층이 될 수밖에 없다. 노동시장 주변부에서 생활하는 불안정 노동자들과 영세 자영업자는 소득이 적을(보험료를 적게 낼) 뿐 아니라 불안정한 고용환경으로 인해 가입 기간도 짧다. 소득대체율 인상의 혜택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민연금공단 자료에 따르면, 앞으로 70년 동안 평균 가입 기간은 18~27년으로 추정된다. 이를 감안해서 계산한 소득대체율도 21~24%에 불과하다. 오래 근무해야 소득대체율의 혜택을 제대로 받는데, 그렇게 할 수 있는 인구 자체가 많지 않다. 국민연금 하나만으로는 노후소득 보장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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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신선영

2017년 현재 연금 형태로 퇴직금을 수령하는 계정은 전체의 1.9%에 불과하다. 위는 탑골공원에서 휴식 중인 노인들.


윤소하 의원실 계산에 따르면, ‘소득대체율 40%, 가입 기간 40년’인 온전한 조건에서 저소득층인 월 100만원 수령자는 매월 65만원, 최고 소득층인 월 468만원 수령자는 139만원을 연금급여로 받게 된다. 그러나 월 100만원 소득자의 대다수가 불안정 노동자로 가입 기간이 짧다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월 100만원 소득자는 15, 300만원 소득자 30, 468만원 소득자 40년으로 추정해봤더니, 계층별로 월 연금급여가 25만원, 79만원, 139만원으로 나왔다.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면 어떻게 될까? 15년 가입한 100만원 소득자는 40% 때보다 6만원 늘어난 월 31만원을 받는다. 30년 가입한 300만원 소득자는 20만원 증가한 월 99만원, 40년 가입한 최고 소득자는 35만원 늘어난 월 174만원을 받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대체율을 인상했을 때 고소득자의 급여가 크게 오르고 저소득자의 인상분이 적다면, 국민연금의 소득분배 기능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 다층연금 체계로 노후소득 보장

한국의 노후소득 보장 대책(법정연금체계)은 사실 국민연금만이 아니다. 2006년에 퇴직연금, 2007년에 기초연금이 도입되었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의 소득 기준 하위 70% 노령층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제도다. 지난 4월부터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기초연금 수령액도 높아졌다. 1인 가구는 매월 209960원을, 부부 가구는 335920원을 받는다.

2005 12월 도입된 퇴직연금은 기본적으로 노동자들의 퇴직금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기업 측은 노동자 연봉 가운데 한 달치(연봉의 8.33%)를 퇴직금으로 쌓아야 하는데, 이 돈을 회사 내부가 아니라 금융기관에 개설된 해당 노동자의 계정에 정기적으로 적립하도록 했다. 회사 자금 사정이 악화되어도 퇴직금에는 손을 대지 못하게 한 조치다. 퇴직하면 해당 노동자가 그 계정의 돈을 일시금으로 받거나 매월 나오는 연금 형태로 전환할 수 있다. 40년 재직하고 은퇴 후 20년 동안 연금으로 받는다면 퇴직연금의 소득대체율 역시 20% 선에 달한다. 금액도 2018년 국민연금 평균 소득자라면 40년 가입 기준으로 월 55만원, 300만원 소득자라면 월 60만원에 이른다. 오는 2022년까지 모든 기업이 퇴직연금제를 시행하도록 되어 있다. 퇴직연금 제도는 노동자들이 퇴직금을 연금 형태로 받는 것을 목표로 한다.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아 창업했다가 폐업하는 경우도 매우 잦다. 2017년 현재 연금 형태로 퇴직금을 수령하는 계정은 전체의 1.9%에 불과하다. 거의 모든 퇴직자가 일시금으로 퇴직금을 수령하고 있는 것이다. OECD, 같은 퇴직금이라도 일시금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일정한 금액을 받아야 ‘의무적 연금’으로 분류한다. 해당 통계에서 한국의 퇴직연금을 제외한 이유다.

윤소하 의원실은 퇴직연금 형태의 수령을 의무화하고 이를 촉진하기 위해 세액공제와 감세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기초연금의 조정을 전제로 다층연금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우리나라 다층연금 체계를 기초연금 15%(소득 연동으로 전환 가정), 국민연금 40%, 퇴직연금 20%로 만들 수 있다. 평균 소득자 기준으로 보면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으로만 소득대체율 60%를 확보하고 이에 기초연금을 얹는 형태다. 

 

 

우리가 알아야 국민연금의 진실

817일 국민연금 자문위원회가 제4차 국민연금 장기재정 추계를 발표했다. 국민연금 적립금 논란이 일고 있다.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의 제도와 구조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종태 기자 peeker@sisain.co.kr  2018 09 09일 일요일 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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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에서 적립금이란 ‘돼지 저금통’과 비슷하다. 일정한 규칙에 따라 매달 돈을 넣고(보험료 수입) 뺀다(연금 지출). 국민연금의 수입이 많고 지출이 적으면 저금통 안에 돈이 쌓인다. 반대의 경우가 지속되면, 돈이 줄어들다가 결국 고갈된다.

2018년 현재 한국의 국민연금 제도는 이 돼지 저금통(적립금)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가입자들은 자신의 소득 중 9% (보험료율)를 저금통에 넣는다. 은퇴 이후에는 가입 기간의 평균소득 가운데 45% (2018년 현재, 소득대체율)를 연금으로 받는다. 소득대체율은 해마다 0.5%포인트씩 내려(2019 44.5%, 2020 44%) 2028년부터 40%로 고정된다. 가입자들이 자기 소득 중 9%를 넣고 노후에는 40~45%를 빼가니, 연금의 액수는 대체로 은퇴 이전의 소득에 비례한다. 부자일수록 연금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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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7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가 국민연금 지급을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빈부와 상관없이 국민연금은 가입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금융상품이다. 가입자 전체를 기준으로 따져보면, 평균적으로는 은퇴 이전에 납부한 금액의 2배 정도를 연금으로 받게 된다. 수십 년에 걸쳐 1억원을 보험료로 내면 은퇴 이후 사망할 때까지 연금 2억원을 수령하게 된다는 의미다. 수익비(납입 보험료 대비 연금 수급액의 비율) 2배다. 다만 국민연금은 소득재분배 기능이 작동하기 때문에 수익비로 보면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이익이다. 20년 가입자 기준으로, 최저 소득층은 보험료의 7~8, 최고 소득층은 1.4배 정도를 노후에 받는다. 가입자의 높은 수익비는, 국민연금의 사업 목표가 이윤이 아니라 복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민간 개인연금 상품의 수익비는 1배를 넘기 어렵다.

‘가입자에게 유리한 상품’이라서 생기는 문제

문제는 국민연금이 가입자에게 유리한 상품이라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가입자의 소득 가운데 9%를 받지만 40~45%를 돌려줘야 한다. 9만원을 아무리 잘 운용해도 40~45만원으로 만들기는 쉽지 않다. 결국 저금통(적립금)에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적립금은 언젠가 반드시 바닥나게 되어 있다. 한국의 국민연금은 1988년에 출범했다. 이제 30세인 ‘젊은 연금’이다. 국민연금의 어린 시절엔 젊은 가입자들이 내는 보험료가 적립금으로 차곡차곡 쌓일 뿐이다. 세월이 흘러 젊은 노동자들이 늙으면서 적립금에서 나가는 돈이 많아지다가 결국 고갈된다. 이때부터는 ‘저금통 없는 국민연금’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 해당 시기의 젊은이들이 보험료를 내서 노인들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부과 방식’. 실제로 한국보다 100년 정도 일찍 국민연금을 출범시킨 독일(1889), 영국(1908) 등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적립금이 고갈되어 부과 방식을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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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7일 ‘국민연금 공청회’에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소속 회원들이 국민연금 지급 보장 명문화 등을 촉구하고 있다.

국민연금 적립금의 고갈 자체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다. 인간이 언젠가 사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적립금도 반드시 고갈된다. 인간은 자신이 필연적으로 죽는다는 것을 알지만 젊은 시절부터 사망 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 다양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 그 계획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조금씩 바뀌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건강한 삶에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은 틀림없다. 국민연금도 마찬가지다. 고갈 시점을 예측하고 가급적 이를 늦추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한국의 경우, 국민연금 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원회)라는 조직이 5년마다 구성되어 연금 재정이 향후 70년 동안 어떻게 될 것인지 전망한다(장기재정 추계). 그런 추정의 바탕 위에서 ‘적어도 70년 내에는 적립금 고갈을 막을 수 있는 방법(제도 개선 방향)’을 도출해서 정부와 국민에게 ‘제안(결정이 아니라)’한다. 무려 70년 뒤를 내다봐야 하는 이유는, 대략 20세에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젊은이가 보험료를 내고 연금을 받다가 사망하기까지 70년 걸린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70년 뒤인 2088년의 기대수명은 남성 90.8, 여성 93.4세다.


자문위원회는 2003년을 시작으로 5년마다 국민연금 장기재정을 추계하면서 제도 개선 방향을 제안해왔다. 지난 817일 공청회에서 발표된 장기재정 추계는 2003년 이후 네 번째(4), 지금부터 2088년까지 70년 동안 국민연금 재정의 흐름을 추정해 발표했다.

국민연금의 장기재정 추계는, 우선 지금의 보험료율(9%)과 소득대체율(45 40%), ‘연금수령 개시 연령’ 등이 2088년까지 지속된다는 전제하에서 들어올 돈과 나갈 돈을 추정한다. 연금을 수령하기 시작하는 나이는 현재 62세인데, 앞으로 5년마다 1세씩 끌어올려 2033년부터 65세로 고정된다.

국민연금으로 들어올 돈과 나갈 돈을 계산하려면, 먼저 향후 70년 동안의 출산율·경제성장률·임금상승률·기대수명 등을 예측해야 한다. 들어올 돈이 증가하려면,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가 늘어나야 한다(출산율). 그들의 소득이 높아야 보험료도 많이 낼 것이다(경제성장률과 임금상승률). 반대로 노인이 많아지고 기대수명이 늘어날수록 나갈 돈이 커진다. 자문위원회는 통계청, 한국개발연구원 등 국책 연구기관의 전망을 기초로 출산율 등 변수를 추정하고,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수입·지출을 예측해서 비교한다. 어느 시기까지 어느 정도 적립금이 쌓였다가 줄어들거나 바닥나는지 윤곽이 드러난다.

자문위원회는 왜 두 개의 안을 만들었나


817일 공청회에서 발표된 장기재정 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적립금은 올해 671조원으로부터 계속 늘어나면서 23년 뒤인 2041년에 1778조원으로 천장을 친다. 이때까지는 국민연금으로 들어오는 돈이 나가는 돈보다 많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2042년부터 지출이 수입을 넘어서기 시작한다. 적립금이 점차 줄어들다가 2057년에 고갈된다. 5년 전의 제3차 재정추계(2013) 당시에는 적립금 고갈 시점이 2060년이었다. 3년 당겨졌다. 이는 출산율·경제성장률 등이 제3차 추계 당시보다 더욱 비관적으로 전망되었기 때문이다.

실질경제성장률은 올해부터 2020년까지 3% 선을 기록한 뒤 계속 내려가 2030년대에는 1%, 그 이후에는 0.5~0.8%일 것으로 예측되었다. 합계출산율(가임 기간 여성이 평생 낳는 자녀의 수) 역시 2020 1.24명을 기록한 뒤 2030년 이후에도 1.32~1.38명에 머물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 수는 2035년의 1894만여 명을 정점으로 줄어들지만, 국민연금 수급자 수는 2018 3669000명에서 2035 8948000, 2065 15548000명으로 급격히 늘어난다. 공청회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13.5%이지만 2020 15.7%, 2040 32.8%, 2060 41.0%로 증가해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할 전망이다.

더욱이 2020년대 이후에는 ‘제대로 된 연금’을 받는 가입자들이 크게 증가한다. 지난 5월 기준으로 국민연금 수급자들이 받는 연금은 월평균 39만원 정도다. 그래서 용돈 연금이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그러나 이들은 평균 납부 기간이 12.6, 월평균 납부액도 98000원에 불과하다. 납부 기간이 짧고 납부액이 적기 때문에 연금 역시 용돈 수준인 것이다. 그럼에도 낸 보험료의 4배에 가까운 돈을 받는다. 앞으로 납부 기한인 40년을 꽉 채운 가입자들이 제대로 된 연금을 받게 되면 국민연금의 지출은 크게 늘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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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립금이 고갈되면, 부과 방식으로 가야 한다. 연금 전액을 고갈 시점(2057) 이후 가입자들의 보험료로 충당하는 방법이다. 문제는, 고갈 이후 시점에는 보험료 납부자보다 연금 수급자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다. 2018년 현재 가입자 21818000명에 수급자 3669000명인데, 2060년에는 가입자 13285000명에 수급자는 17069000명이다. 부과 방식으로 간다면 2060년의 가입자는 소득의 26.8%(2070 29.7%, 2088 28.8%)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 미래의 젊은 가입자들이 감당하기 힘든 일일 터이다.

이제 남은 것은 지금까지의 재정 전망을 바탕으로 ‘70년 내에 적립금이 고갈되지 않는 방법’을 찾아내는 작업이다. 4차 자문위원회는 좀 더 구체적으로 연금 개혁 목표를 정했다. 70년 전망 기간 마지막 해인 2088년의 적립금 규모를 같은 해 연금 지출과 동일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른바 ‘적립배율(적립금을 지출액으로 나누는 수치) 1배’다.

물론 경제성장률·임금상승률·출산율 같은 경제·인구 지표를 개선할 수 있다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 그러나 경제·인구 지표를 움직이는 것은 매우 어렵기도 하거니와 오랜 시간이 걸린다. 현 시점에서 당장 통제 가능한 것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정도다. 가입자들이 더 내고(보험료 인상) 덜 받으면(소득대체율 인하) 된다. 자문위원회는 ‘2088년의 적립배율 1배’를 달성할 수 있는 보험료율을 산정해봤는데 무려 16.02%(2020년 시행하는 경우)였다. 보험료율을 단번에 지금(9%)보다 7.02%포인트 올리면 가입자들은 패닉에 빠질 것이다. 보험료율을 감당할 정도로 높이면서 목표를 달성할 방법은 없을까? 자문위원회에서는 두 가지 대립적인 방안이 제출되었다.
‘가안’과 ‘나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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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안’의 가장 큰 특징은, 소득대체율을 2018년의 45%로 유지하는 것이다. 소득대체율은 2028년까지 40%로 내리게 되어 있다. 사실상의 소득대체율 인상이다. 소득대체율을 올리면 당연히 보험료도 더 받아야 한다. 그래서 내년(2019) 2%를 더 올리자고 제안한다(보험료율 11%). 15년 뒤인 2034년에 다시 1.31%포인트 붙여 보험료율을 12.31%로 인상한다.

장기재정 추계에 따르면, 보험료율을 단번에 7.02%포인트 높여야 2088년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15년의 간극을 두고 각각 2%포인트와 1.31%포인트 올리는 정도로는 이루기 힘들다. ‘가안’의 이런 제안에는 나름의 철학과 방법론이 깔려 있다. 우선 ‘가안’ 제안자들은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신뢰’ 형성”을 중시한다. 재정추계가 나오는 5년마다 보험료 인상 논란이 터지고 먼 장래의 기금 고갈로 여론이 들끓는 상황이라면, 시민들이 국민연금을 신뢰하고 보험료를 지속적으로 납부할 수 있을까? 차라리 보험료율 2% 인상으로 상황을 정리하고 후한 소득대체율을 통해 국민연금에 대한 믿음과 호감을 고조시키는 것이 나은 대안일 수 있다. 더욱이 70년이라는 엄청나게 긴 시간을 대상으로 출산율, 경제성장률 따위를 추정하는 것은 너무 불확실성이 크다. 70년은 어떤 사건이 벌어질지 모르는 시간대다. 비관적 시나리오에 기대어 현재를 희생하는 것(보험료 인상)보다 차라리 출산율과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옳은 태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안’의 제안자들은 미래 추정의 시간대를 30년으로 조정하는 것이 좀 더 현실적이라고 주장한다. 70년이 아니라 30년째 연도의 적립금이 그해 연금 지출보다 많으면 굳이 보험료율을 올릴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또한 일정 시기 이후에는 보험료 외에 정부 재정을 국민연금에 투입할 수도 있다.

정부안 10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해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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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이명익

한국의 국민연금은 1988년에 출범했다.
국민연금 자문위원회가 5년마다 구성되어 연금 재정이 향후 70년 동안 어떻게 될 것인지 전망한다.
위는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나안’은 ‘가안’을 무책임하다고 비판한다. 터무니없이 낙관적인 데다 먼 장래를 애써 눈감으며 당장 달콤한 방안만 제출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이번 제4차 재정추계를 30년 기한으로 시행했다면, 보험료율을 조정할 필요도 없다. 2040년의 경우, 적립금이 1776조원으로 같은 해 지출(163조원)보다 훨씬 많게 추정되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재정이 장기적으로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파탄날 수 있다.

‘나안’은 제4차 재정추계의 결과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또한 출산율·경제성장률 등이 개선될 여지가 크지 않다고 본다. 더욱 엄격한 국민연금 재정 관리를 제안하는 이유다. ‘나안’에 따르면, 소득대체율은 현행(4540%)대로 유지해야 한다. 보험료율은 2019년부터 2029년까지 10년의 이행 기간에 단계적으로 13.5%까지 4.5%포인트 인상한다. 연금 수령 개시 연령이 65세로 오르게 되어 있는 2033년 이후부터 다시 5년마다 1세씩 올린다. 25년 뒤인 2043년부터 수령 개시 연령이 67세로 고정되는데, 이로써 보험료율을 3.7%포인트 추가 인상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가입자들이 이렇게 더 내고 덜 받게 되면, 국민연금이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기능을 충족시킬 수 있을까? ‘나안’은 국민연금 이외의 노후소득 보장 수단으로 이미 시행 중인 기초연금(65세 이상의 소득 기준 하위 70% 노인들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제도)과 퇴직연금의 보장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다층체계를 통한 노후소득 보장’이다. ‘나안’ 제안자들은, 국민연금에 정부 재정을 투입할 수 있다는 ‘가안’의 주장에도 격하게 반발한다. 만약 반드시 재정이 필요하다면 국민연금이 아니라 기초연금에 투입하는 것이 사회적 형평성에 맞는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에서는 소득에 따라 연금액이 정해지지만, 기초연금은 거의 모든 노인들에게 비슷한 금액을 지급한다.

자문위원회가 제출한 ‘가안’과 ‘나안’은 제안일 뿐이지 정책으로 결정된 것이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두 방안을 바탕으로 각계 의견과 여론을 수렴해서 9월 말까지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을 마련한다. 이 계획안은 국민연금심의위원회와 국무회의 등을 거친 뒤 대통령 승인을 통해 최종적 정부안으로 확정된다. 정부안은 10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되어 논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국민연금이 70년을 계산하는 이유

국민연금에서 장기 재정계산은 필수이다. 연금수지의 상태를 진단하고 개혁안을 마련하는 데 유효한 작업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webmaster@sisain.co.kr  2018 08 24일 금요일 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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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국민연금 4차 재정계산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를 접한 사람들의 마음이 무겁다. 2013년 발표에서는 2060년이었던 기금 소진 연도가 2057년으로 앞당겨졌다. 우리가 앞으로 5년 가고(2013년 발표→2018년 발표) 소진 연도는 3년 당겨졌으니 소진까지 기금 존재 기간이 8년 줄어든 셈이다. 이러니 보험료 인상을 포함해서 국민연금 재정안정화 대책도 강해졌다

그래서인지 재정계산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재정계산은 향후 70년 국민연금 재정을 예측하고 제도 개혁안을 마련하는 작업이다. 워낙 장기이다 보니, ‘과연 70년을 어떻게 알 수 있고, 또 그것을 근거로 정책을 결정하는 게 적절한가’라는 질문이 생길 수 있다.

논점은 세 가지다. 첫째, 굳이 70년이나 전망해야 할까? “국민연금 재정이 지닌 특수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른 복지제도는 그해 필요한 지출만큼 재정을 마련하면 된다. 급여 지출과 재정 충당이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다르다. 가입자에게 보험료를 걷고 나중에 연금을 주는 사회보험으로서 수입과 지출 사이에는 시간 차이가 존재한다. 젊었을 때는 보험료를 내기만 하고 은퇴해서는 연금을 받기만 하기에, 신규 가입자가 국민연금 재정과 맺은 결산은 그가 국민연금을 떠날 때 마무리된다. 대략 20세에 가입해서 90세에 사망한다고 가정하면 70년이다. 선진국들도 비슷하다. 핀란드는 우리나라처럼 70년을 계산하고, 스웨덴·미국·캐나다는 75, 장수의 나라 일본은 무려 100년이다

둘째, 70년 추계가 정확할 수 있을까? 당연히 미래를 알아맞힐 수는 없다. 여기서 중요한 건 수치의 정확성보다는 미래 연금재정 수지의 기본 구조를 진단하는 일이다. 연금수지는 전체 보험료 수입과 급여 지출의 관계이다. 두 변수 모두 소득의 몇%로 계산된다. 국민연금은 40년 가입 기준으로 보험료는 소득의 9%, 급여는 소득의 40%이다(2028년 모델). 미래 전망에서 인구·경제 수치가 일부 달라지더라도 연금수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보험료와 급여가 모두 소득 변수에 연동하므로 연금수지의 기본 구조는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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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소속 회원들이 국민연금 재정계산 공청회가 열린 1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앞에서 국민연금 지급 보장 명문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셋째, 그러하더라도 70년 기간의 재정안정화 방안까지 마련해야 하나? 현재 시점에서 먼 미래의 정책까지 정하는 게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는 다소 오해가 존재한다. 재정계산에서 제시한 개혁안이 70년 동안 그대로 실행되는 건 아니다. 이번 4차 재정계산은 국민연금이 달성해야 할 재정 목표를 설정했다. 재정 목표는 ‘미래 수입과 지출의 균형’이고, 이를 보여주는 균형지표는 ‘70년 적립배율 1배’이다. 70년이 되는 시점에 1년치 지출만큼의 적립금을 확보하면 재정 균형 상태라고 정의한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필요보험료율이 16~17%. 이만큼의 인상을 감당하기 어렵다면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추든가 급여를 하향하는 여러 방안들의 조합도 제시되었다

국민연금 진단 결과, 불편하지만 회피하지 말자 

재정계산 작업에서 재정 목표는 현재 정책을 이끄는 미래 좌표의 위상을 지닌다. 재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도출한 필요보험료율을 좌표로 삼아 현재를 잇는 선이 만들어지고, 이 경로가 70년 기간의 개혁안이다. 그리고 5년 후에 다시 70년을 전망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다음 5차에서는 2093년을 기준으로 미래 좌표가 조금 이동할 것이고, 이를 잇는 선의 각도 역시 수정될 것이다. 이처럼 어떤 해의 재정계산에 의한 개혁안이 70년 동안 그대로 이행될 로드맵은 아니다. 재정 목표를 향한 잠정적 경로로서 현재 추진해야 하는 개혁의 각도를 정하는 가이드 구실을 할 뿐이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은 먼 미래를 다루는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이다. 그렇다고 막연히 불신하거나 불가지론으로 흐르는 건 경계하자. 국민연금에서 장기 재정계산은 필수이고, 연금수지의 상태를 진단하고 개혁안을 마련하는 데 유효한 작업이다. 꼼꼼한 검증은 필요하지만 재정 전망 자체를 문제시하는 건 곤란하다는 이야기이다. 불편하지만, 국민연금의 진단 결과를 회피하지 말고 미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해법 마련에 지혜를 모으자.

국민연금 기사에 달린 댓글, 오해와 진실

국민연금 기사에 달린 댓글을 살펴보면 시민들이 국민연금에 분노하는 ‘쟁점’ 다섯 가지를 추출할 수 있다. 연금·경제 전문가에게 ‘댓글 여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2018 09 10일 월요일 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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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의무 가입이다. 지난해 가입자는 21824000, 수급자는 4716000명에 달한다. 그만큼 ‘내 문제’라고 느끼는 이들이 많다. 국민연금은 종종 ‘분노’의 대상이 된다. 5년마다 재정추계 결과가 발표될 때면 더 그렇다. 외국에서도 국민연금은 수백만명을 거리로 나오게 하고, 잘못 건드리면 정권이 날아가는 논쟁적 이슈다.

<시사IN>은 제4차 재정추계 결과가 발표된 817일부터 826일까지 열흘간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정치·경제·사회 분야 ‘댓글 많은 기사’ 5위 안쪽에 든 국민연금 기사를 추렸다. 댓글이 공감순으로 정렬된 8개 기사 가운데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댓글을 10개씩 살펴봤다. 80개 댓글에서 빈번히 발견되는 ‘정서’를 추출했다. 정교하게 표본을 설계한 여론조사와는 다르지만, 국민연금의 어떤 지점이 여론을 건드리는지 ‘날것’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이다.

80개 댓글에 나타난 여론을 살펴본 결과, 시민들이 분노하는 지점을 대략 다섯 갈래로 추출할 수 있었다. 첫째, 의무 가입에 대한 반감이다. <TV조선> 818일 기사 ‘내 노후에 간섭 마라… 국민연금 개편안에 뿔난 민심’의 경우, kimh****가 쓴 “국민연금 폐지해주세요~~~!!!”라는 댓글이 가장 많은 공감(공감 32342)을 기록했다. “내가 알아서 할게. 힘들게 일해서 번 돈 그만 좀 빼앗아가라”(carm****) 11575명의 공감을 받았다. 다른 기사에서도 “하고 싶은 사람만 가입하게 바꾸고 원금만 줘라. 하루 한 끼 라면만 먹는다ㅜㅜ”(zhan****, 공감 3212), “강제로 가입시키고 강제로 돈 걷어가고 강제로 더 가져가겠다는데 어떤 사람이 좋아하겠냐? 칼만 안 들었지 강도하고 뭐가 다르냐?
(toto****, 공감 2453) 같은 댓글이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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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이명익

둘째, 이 같은 폐지론이 나온 배경인 ‘기금 고갈’과 그로 인한 후대의 보험료 ‘폭탄’ 우려다. <뉴시스> 817일 기사 ‘국민연금 2057년 고갈… 보험료율 1113.5%로 올려야’ 기사에 이용자 dyda****는 “더 이상 폭탄 돌리기를 두고 볼 수만 없습니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국민연금을 폐지하고 일시금을 수령하게 해달라는 청와대 청원 링크가 적힌 이 댓글에 9127명이 공감했다. <중앙선데이> 818일 기사 ‘[단독] 국민연금 방치하면 자식 세대 보험료는 소득의 24.6%’에는 “후대에 부담이 크죠. 그러니 폐지하세요. 이건 사기예요. 다단계 피라미드예요. 먼저 가입한 사람만 이익 보는”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3645명이 공감했다

이 같은 국가의 ‘다단계 사기’를 막기 위해 셋째, 설령 폭탄이 터지더라도 국가가 지급을 보장하라는 요구가 나온다. “국가가 망하더라도 보장한다는 문구 명문화해야 된다”(eiss****, 공감 3492)라는 댓글이 대표적이다. 이는 다시 넷째, 국가가 지급을 보장하는 다른 연금과의 형평성으로 이어진다. “공무원만 국민이냐? 국민연금만 개혁? 결사반대한다~(sein****, 공감 18103). 다섯째로 화살은 국민연금 관리 주체인 국민연금공단을 겨냥한다. “국민연금공단은 매년 운영 적자인데 왜 고연봉에 성과급은 지급되는 건가? (jiki****, 공감 707)

국민연금의 기본 성격부터 세대 간 형평성 문제까지 이어지는 이 ‘댓글 여론’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연금·경제 전문가 다섯 명에게 물었다.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사회분과위원장을 맡았던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 이번 국민연금 자문위원회에 참여한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 2013년 제3차 재정추계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IT금융경영학) 등이 답했다.


Q 싫다는데 왜 의무로 가입해야 하나? 자유 가입으로 돌려라. 당장 먹고살기도 힘들다.

윤석명 연구위원은 의무 가입의 취지에 대해 “돈이 많은 사람은 전 재산을 탕진하지 않는 이상 노후 준비에 문제가 없다. 반면 생활이 빠듯한 사람은 노후를 준비하기 어렵다. 이들이 노후 빈곤에 빠지면 국가 재정에도 부담이 된다. 의무 가입이 아닌 경우, 보험료를 내기 어려운 사람들은 빠져나가고, 상대적으로 교육받고 소득이 높은 이들만 제도의 혜택을 누리게 된다. 이러면 근로기간의 소득 양극화가 그대로 노후소득 양극화로 이어진다”라고 설명했다. 김연명 교수는 “국민연금 같은 제도를 시행하면서 의무 가입이 아닌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가장 시장주의적 연금제도를 가진 나라인 칠레의 경우 민간 회사 7곳이 연금을 운영하는데, 이때도 회사를 선택할 수는 있지만 가입하지 않을 자유는 없다. (노후 대비를) 개인 자율에 맡기는 게 공동체에 도움이 되지 않고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검증되었다”라고 말했다.

자유 가입 시 대안이 될 개인연금보다 국민연금이 유리하다는 점도 국민연금 폐지나 자유 가입 전환의 반대 근거가 된다. 국민연금은 수익비(납입 보험료 대비 연급수급액의 비율)가 개인연금보다 훨씬 높을 뿐 아니라 물가 인상에 맞춰 연금액이 조정된다. 2015년 기준 국민연금의 수익비가 1.9인 반면 퇴직연금은 1.01, 개인연금은 1.08에 불과했다(오건호, <내가 만드는 공적 연금>, 2016). 오건호 위원장은 “개인연금에 가입하면 본인이 보험료를 다 내지만, 국민연금은 직장 가입자의 경우 회사가 절반을 내준다. 지역 가입자도 본인이 낸 것에 비해선 후하게 받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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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국민연금은 공무원연금과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여론이 높다.
위는 2015 528일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집회 모습.

 

Q 다단계 사기, 폭탄 돌리기다. 먼저 가입한 사람만 이익을 보고, 젊은 세대는 연금을 못 받거나 쥐꼬리만큼 받는 것 아닌가?


연금을 못 받는 일은 국가가 존재하는 한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세대 간 부담의 형평성 문제에서는 의견이 갈린다. 김연명 교수는 ‘현 세대는 보험료를 적게 내고 연금을 많이 받는데, 후세대는 보험료를 많이 내고 연금을 적게 받을 것이다’는 우려 자체가 ‘프레임’이라고 주장한다. 현 세대는 부모를 사적으로 부양하면서 자신의 보험료도 내는 ‘이중 부담’을 졌다는 것. 또한 현 세대가 낸 보험료로 기금 수익이 만들어져 미래 세대의 부담을 이미 줄인 공헌도 인정해줘야 한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적립기금 고갈을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예전에 적립기금이 고갈되었다. 그러나 그해 수급자에게 줄 급여를 그해 가입자들로부터 받은 보험료로 충당하는 ‘부과 방식’과 함께 재정 투입을 통해 공적연금을 운용하고 있다. 이번 재정추계에 참여한 정세은 교수도 비슷한 시각이다. 정 교수는 “지금처럼 노동소득에만 보험료를 물린다면 (노동자들의) 부담이 현실화하겠지만, 자본소득이나 불로소득으로부터 걷은 세금을 연금에 투입하는 방법도 있다”라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을 둘러싼 ‘다단계 사기’ ‘폭탄 돌리기’ 우려가 근거 없는 게 아니며, 이를 위해선 보험료를 빨리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건호 위원장은 “너무 자극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단지 괴담일 뿐이라고 할 순 없다. 현재의 국민연금은 세대 간 형평성이 훼손돼 있다”라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김연명 교수의 주장에 대해 현 세대의 이중 부담을 고려하더라도 다음 세대가 초고령사회에서 짊어질 부양 부담이 너무 크다고 반박한다. 재정 투입론에 대해서도 오 위원장은 “보험료로 내든 세금으로 내든 후세대 부담이 큰 것은 마찬가지다. 재정을 투입하려면 국민연금이 아니라 재분배 효과가 더 큰 기초연금에 투입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윤석명 연구위원 역시 “지금대로라면 그런(다단계 사기) 성격이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윤 연구위원은 “처음에 제도를 만들 때는 경제성장이 계속됐기에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저부담-고급여 체계가 용인되었다. 지금은 저성장·저출산에 평균수명이 늘어 연금을 받는 기간이 길어졌다. 젊은 세대는 ‘연금이 다단계 사기’라고 외칠 것이 아니라 현 세대에게 추가 부담과 연금 개혁을 요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용하 교수는 ‘다단계 사기’라는 규정에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현재의 급여 수준(4540%)을 보장받으려면 원래 (소득의) 16%를 보험료로 내야 되는데 지금 9%밖에 안 내고 있다. 이 부분만큼 미래에 부담이 전가된다. 지금 보험료를 내는 20~40대 역시 본인 노후에 연금기금이 유지되기를 바란다면 보험료 인상을 감수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Q 국가가 지급 보장을 명문화해야 하는 것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이 827일 국가의 지급보장 의무를 명확히 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 역시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다. 김연명 교수는 “당연히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럴 경우 지급해야 할 연금이 국가부채로 잡혀 국가 신용도를 낮출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전 국민 대상 공적연금제도 잠재부채를 회계상 국가부채로 인정하는 나라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오건호 위원장은 “연금 지급은 재정이 안정돼야 보장되지 법제화한다고 보장되는 게 아니다. 워낙 불신이 크다 보니 생긴 허구적 쟁점이다. 다만 연금 불신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고 연금개혁 논의를 진전시킬 수 있다면 명문화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반면 윤석명 연구위원은 ‘양날의 칼’이라고 표현했다. 윤 연구위원은 “지급 보장 조항이 생기면, 현 세대로서는 (정부가 책임진다고 했으니) 고통을 (후세대와) 분담할 필요가 사라지는 셈이다. 자칫 사회적 대화를 5, 10년씩 끌면서 적립기금만 소진해 젊은 세대의 고통을 가중시킬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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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신선영

‘국민연금은 세대 간 형평성이 훼손돼 있다’는 여론이 높다.
서울 탑골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아래).


Q 왜 공무원연금·사학연금·군인연금 먼저 개혁하지 않나?

국민연금은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 공무원연금은 지금까지 4차례(1995, 2000, 2009, 2015) 개혁되었다.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 군인연금은 설계도가 같아 매번 같이 개혁되었는데, 가장 최근의 2015년 개혁은 군인연금에는 아직 적용되지 않았다. 오건호 위원장은 “민간 노동시장과 공무원 노동시장의 격차가 크다 보니 정서는 이해가 되지만, 국민연금을 개혁하면 그에 맞춰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는 게 관례처럼 되어왔다. (공무원·사학· 군인 등) 특수직역연금은 2015년의 개혁을 일단 완성하는 것으로 하고, 이번에는 국민연금을 개혁한 뒤 이를 토대로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는 게 합리적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김연명 교수는 “공무원연금은 이미 낮출 만큼 낮춰 더 낮추기 힘들다. 공무원들은 퇴직금도 없고, 보험료율이 국민연금보다 2배 높다는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형평성이 안 맞는 이유는 공무원연금이 높아서가 아니라 국민연금이 너무 낮아서다. 상향평준화가 옳은 방향이라 본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군인연금에 대해서도 “남북 분단 상황에서 군인으로서 겪는 어려움이 있으므로, 군인의 직업적 특수성을 양해해주는 쪽으로 가야 한다. 웬만하면 그냥 두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주장했다.


Q 국민연금공단 직원들은 기금 관리도 못하면서 고연봉에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데?

국민연금 기금 운용 수익률 올해 잠정치(6월 말 기준) 0.90%로 지난해(7.26%)에 비해 크게 떨어지면서 기금 운용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기금운용본부장(CIO) 공석이 1년째 이어지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금 운용 자체에는 큰 잘못이 없다고 말한다. 1988년에서 2018년 현재 국민연금기금의 연평균 누적 수익률은 5.45%. 윤석명 연구위원은 “태생적으로 공격적 투자를 못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지만, 안정적이란 것이 장점이다.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기금처럼 공격적 투자를 하는 경우 국민연금보다 수익률이 높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등 경제 상황이 안 좋을 때 리스크가 크다. 시장수익률 정도로 평균적으로 운용하면 되지 과도한 수익률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윤 연구위원은 연봉이나 성과급 논란에 대해서도 “거대 기금을 운용하는 사람들이라는 특수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최근 전북 전주 이전으로 인력 유출이 심화되고 있다. 오건호 위원장은 “기금 운용에 대한 불신은 경청해야 한다. 삼성물산 합병에서 허수아비 역할을 한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기금 운용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개혁이 필요하다. 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화하고 스튜어드십 코드(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의사 결정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지침)를 도입하는 대책이 이에 해당된다”라고 말했다.

 

 

 


Posted by NJ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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