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박유하의 <제국의 위안부> 책은 현재 아베-박근혜 합의 논란에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리고 와싱턴 심포지엄에 박유하가 발표한 글 역시, 전쟁 성노예 근절과 한-일 및 아시아-일본 화해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일본제국주의 군대에서 성노예 및 성노동 착취를 당한 여성들은 조선을 비롯한 아시아 10여개 국가의 문제이기 때문에, 중국 대만 필리핀 등을 포함한 모든 해당 국가들과 일본이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선 박유하의 ‘와싱턴 심포지움’의 기초가 된 그의 <제국의 위안부>의 주장과 결론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축약될 수 있다.
(1)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제국주의 국가(일본 천왕)나 군부가 공식적으로 매춘부를 군대로 차출하라는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 혹은 역사적인 고증 자체가 어렵다.
(2) 전쟁 성노예 매춘부 모집 주체는 조선인 혹은 일본인 ‘포주 업자들’이다.
(3) 그리고 조선여성들은 가난에서 탈출하고자 한 성인 취업자들이었지, 소녀들이 아니었다. 따라서 평화비 ‘소녀상’은 역사적 사실 왜곡이다.
(4) 이렇게 역사적 왜곡에 기초한 ‘정대협’은 ‘민족주의’ 과잉과 냉전적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정치외교적으로도 정대협의 해법은 한-일 화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박유하의 <제국의 위안부>의 전제와 논리에 따르면, 지금 한국사람들이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은 그 당시 ‘포주 업주들’을 찾아내 단죄하던가 사과를 받아내는 일이다. 현재 한국의 희생자들과 정대협이 주장하는 일본 국가와 정부의 법적 사과는 문제해법이 아니라는 게 <제국의 위안부> 해법이다.
이런 논리는 전쟁상황과 군사작전에 대한 무지에 가깝다. 일본제국주의 군부가 ‘성 매춘부’를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모집하라는 공식 문서를 남겼겠는가? 이 문서 존재 여부를 고증해야 하는 책임이 조선인과 아시아 국가들, 네덜란드 전쟁 성노예 여성들에게 있지 않다.
(일본제국주의 군대 성노예 및 성노동 착취당한 조선 여성들이 아래 <일본의 전력> 관점에 따르면 '일본군'과 '낭자군'으로 규정된다.)
이 사진의 여성이 진짜 '왜 웃었는지?'는 역사적으로 규명되어야 할 주제이다. 그런데 박유하의 주장 "망향의 염을 떨쳐버리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가 다 맞다고 가정하자.
조선인 성노예 (박유하 주장대로 위안부, 혹은 자발적 매춘부)들 중에서 1명을 제외하고 이렇게 다 '낭자군'이고 '일본군'의 멤버이고, 이렇게 웃었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한 명의 조선 여성이 전쟁터에 강제로 끌려갔고 성노예 노동을 강요받았다면 <제국의 위안부> 주장은 그래도 설득력이 있는가?
만약 저렇게 웃고 있는 조선 여성들이 당시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혹은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서, 모든 것을 체념하면서 지은 웃음이라면, <제국의 위안부>의 주장은 그래도 타당한가?
다음에 나오는 문단은 <제국의 위안부>의 관점과 연구 방법론에 해당한다. 박유하의 <제국의 위안부>는 사관을 다루는 역사책이라기 보다는 '에세이' 나 신문 사설에 가깝긴 하지만 굳이 연구 방법론과 전제를 따지자면 아래와 같다.
<제국의 위안부> 책의 핵심적인 주장은 37쪽에 나온 다음과 같은 전제와 주장이다.
박유하 <제국의 위안부>는 처음부터 끝까지 조선인 위안부를 강제로 전쟁터로 끌고간 직접적인 주체는 매춘 업자들이었다고 강조한다. '직접적인 주체'는 조선인 혹은 일본인 매춘업자이고, '간접적인 주체는 일본제국주의나 군부가 된다.
이러한 주장이나 전제 모두 순서가 바뀐 것이다.
박유하는 위안부의 본질은 일본인 창녀의 고통과 같다고 주장한다. 또한 "조선인 위안부가 불행한 원인은 민족요인 보다는 가난과 남성우월주의적 가부장제와 국가주의였다"고 주장한다.
박유하의 <제국의 위안부>에서 저자가 사용하고 있는 개념들은 명료하게 정의되지 않았다. 서울 일본 대사관 앞에서 수요집회를 하고 일본정부의 사과를 요구하는 정대협과 조선인 피해자들이 '민족주의'에 경도되고, 냉전적인 사고에 빠져있다고 비판하는 것이 박유하 <제국주의>의 목표라서 그런지, 일본제국주의의 '국가주의'와 식민지 조선의 '국가 주권 상실' 개념의 중요한 차이를 간과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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