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단독] 화천대유 대표 "이재명과 모르는 사이… 부정행위 한 적 없다"
입력 2021.09.19 12:00
[인터뷰-1] 국민정서법 위반 수긍하지만
수익 '제로' 위험 부담 감수하고 사업 시행
부동산 가격 폭등하며 큰 이익 누린 것 뿐
"사업 구조 제대로 이해하면 의혹 풀릴 것 "
공무원·정치인에 금품 준 적 없고 결탁 없어
"수사하면 적극 협조... 모든 자료 제출할 것"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가 18일 경시 성남시 화천대유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회사가 부도덕한 집단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어 나섰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화천대유자산관리'의 이성문(54) 대표가 입을 열었다. 이 대표는 18일 오후 성남의 화천대유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3시간 가까이 하고 싶은 말을 쏟아냈다.
2015년 2월 회사 설립 이후 줄곧 경영을 책임져온 이 대표가 직접 언론 앞에 나서기는 처음이다. 그는 처음에는 "인터뷰는 하되 사진은 찍고 싶지 않다"고 말했지만, "내 사진이 내 말의 신뢰성을 조금이라도 담보한다면 좋다"며 사진 촬영을 허락했다.
정치권과 언론에서 제기하는 화천대유에 대한 의혹은 크게 두 축이다. 먼저 화천대유 대주주인 언론인 출신 김모씨와 김씨가 끌어들인 6명의 투자자들이 거액의 수익을 올린 배경에 석연치 않은 점이 많고,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도 특혜가 있었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화천대유라는 이름도 생소한 자산관리회사(AMC)에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비롯해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 권순일 전 대법관,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 대표 등 유력 인사들이나 그 자녀들이 고문이나 직원으로 재직한 것도 의구심을 키웠다.
이성문 대표는 인터뷰 내내 현재까지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적극 반박했다. 그는 "일각에서 우리가 부도덕한 방법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고 '팩트체크'도 없이 알리고 있다"며 "아무런 리스크(위험부담) 없이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사업했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사업에 대한 리스크는 모두 우리가 부담했다. (돈을 많이 벌었다는) 결과만 보고 평가하면 안 된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특히 "사업을 하면서 공무원이나 정치인과 결탁해 부정한 행위를 한 건 단 하나도 없다. 의혹이 제기됐으니 수사를 예상하고 있다. 수사가 시작되면 모든 자료를 제출해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다만, 소수의 민간 투자자들이 수천억 원의 배당수익을 올린 것에 대해선 "국민정서상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 있다는 건 수긍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이성문 대표와의 인터뷰 기사를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그간 화천대유 쪽 입장이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어 이 대표 입장을 가급적 그대로 싣기로 했다. 이 대표 주장을 검증하는 보도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에 대한 보도는 추후 기사화할 예정이다.
"출자금이 5000만원, 실제 투입 비용은 350억 원"
논란의 중심이 된 땅은 경기 성남시 대장동 일대 96만㎡(29만평)로, 판교 신도시 개발이 마무리된 후 성남 일대에 남은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꼽혔다.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접 개발하려다 개발정보 유출 의혹 등으로 무산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2015년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경지지사가 대장동을 '공영개발'로 추진키로 결정하고, 이를 위해 민관합동특수목적법인인 '성남의뜰'을 설립했다. 공영개발에 들어가는 1조 원 이상의 토지매입비를 성남시가 조달할 수 없자, 성남도시개발공사를 통해 성남시 이익을 보장하면서 자금을 조달할 민간사업자를 공모해 선정키로 한 것이다.
성남의뜰 납입자본금은 50억 원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절반인 25억 원, 은행과 보험사들이 21억5,000만 원을 각각 출자했다. 이어 나머지 3억5,000만 원 가운데 화천대유와 SK증권이 각각 5,000만 원과 3억 원을 출자했다.
성남의뜰 컨소시엄 구성현황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성남의뜰 지분은 우선주와 보통주로 나뉜다.
우선주는 성남도시개발공사(50.0001%)를 비롯해 KEB하나은행(14.0%), KB국민은행·IBK기업은행·동양생명보험(각 8.0%), 하나자산신탁(5.0%) 등 금융사들이 나눠가졌다. 보통주는 SK증권(6%)과 화천대유(0.9999%)에 돌아갔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누적 배당금이 1,822억 원이 될 때까지 1순위로 자신들이 우선적으로 배당받도록 사업 구조를 설계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이어 2순위 우선주를 가진 금융기관도 일정 금액을 배당받고, 그래도 남는 이익금이 있다면 모두 보통주에 배당하도록 했다.
그런데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보통주를 가진 화천대유와 SK증권이 예상보다 많은 배당을 받게 되면서 의혹이 제기됐다. 1% 지분을 가진 화천대유와 6% 지분을 가진 SK증권이 지금까지 배당받은 금액은 각각 577억 원과 3,463억 원이다. SK증권 지분은 화천대유 지분 100%를 보유한 김씨가 모집한 개인투자자 6명으로 구성된 특정금전신탁(고객이 직접 자산운용 방법을 지정하는 신탁상품)이다. 결국 화천대유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소수의 사람들이 4,040억 원의 막대한 배당수익을 거머쥐게 된 것이다.
-자본금 5,000만 원에 불과한 화천대유가 500억 원이 넘는 배당수익을 받은 게 가장 큰 논란이다.
"기업경영을 해본 사람이라면 자본금과 운영 경비는 다르다는 걸 너무 잘 알 거다. 자본금이 5,000만 원일 뿐이고 화천대유가 2015년 5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금융기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7,000억 원이 성사될 때까지 순차적으로 투입한 자금만 약 350억 원이다.(※PF는 대형 부동산 개발 등 위험이 큰 대규모 사업에 주로 사용되는 자금 조달 방법으로, 금융회사는 사업 자체의 경제성을 믿고 돈을 빌려 주고, 사업이 진행되면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대출을 회수한다) 사업협약이행보증금에 약 72억 원, 각종 인허가 용역비 125억 원, 자산관리 및 사업관리 수수료 약 95억 원, 기타 58억 원 등을 썼다. 모두 성남의뜰 계좌에 입금해 사업비로 사용했으므로 정확한 내역이 남아 있다."
-그런데 지분 50%를 가진 쪽은 1,822억 원을 벌고, 7%를 가진 쪽은 4,040억 원을 배당 받았으니 '상식적이지 않다'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닌가.
"성남시는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자기들은 절대 손해 안 보고 사업이 망하든 흥하든 원하는 수익을 다 뽑아가는 구조를 만들어 놨다. 배당금 1,822억 원 전액에 1공단 공원조성비 2,761억 원, 나중에 추가로 920억 원 상당의 도시기반시설(터널 등)도 기부체납 받았다. 이재명 시장이 5,500억 원의 공공 이익금을 귀속시킨 모범 사업이라고 말한 건 바로 이런 의미다. 나중에 성남의뜰을 청산하면 자본금 25억 원도 모두 돌려받도록 했다. 성남시 입장에선 단 1원도 투자하지 않고 5,000억 원 넘는 이익을 가져가는 셈이다.
중요한 건 확정이익을 우선주(성남도시개발공사와 금융권)에 보장하고 남은 이익금을 보통주(화천대유와 SK증권)에 배당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만약 수익이 제대로 나지 않았다면 화천대유는 단 한 푼도 건질 수 없는 위험부담을 안고 시작한 사업이다."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가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의 개발과정을 평면도를 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부동산 개발이나 아파트 분양 사업 리스크는 크게 △인허가 △토지취득 △부동산 지가변동 등 3가지가 꼽힌다. 그런데 이번 사업의 경우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주주이기 때문에, 민간 사업자인 화천대유 입장에선 인허가 리스크나 토지취득 리스크도 적었다는 의견이 있다.
"그건 잘 모르는 이야기다. 통상 신도시 조성사업을 하다보면 사업구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수많은 집단 민원에 직면한다. 토지수용 방식이라 법대로 수용하면 되는데 무슨 리스크가 있냐고 주장하는 사람에겐 이렇게 묻고 싶다. 'LH가 전국에서 신도시 조성사업 할 때 법대로 수용하면 되는데 왜 수많은 집단 민원이 발생해 사업기간이 늘어나고 사회문제가 생기는가.' 대장동 지역에는 4개 종중을 포함해 종중원 토지, 주택, 종중묘를 비롯한 분묘만 280기 이상 존재했다. 법대로 수용이 가능하니 무덤을 강제로 파내고 택지를 조성해도 된다는 건가. 그렇게 하면 아마 칼부림 날 것이다. 무조건 종중 쪽과 합의를 봐야 한다. 토지수용에 대한 리스크도 상당히 컸다."
-판교는 지금 금싸라기 땅이다. 땅값이 올라 사업자에게 고수익을 안겨줄 것으로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2021년이 아니라 2014~2015년 상황에서 바라봐야 한다. 당시 우리나라 국민 중 지금처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것으로 누가 예상했나. 거의 없었을 거다. 모두 폭락한다고 봤다. 또 지금은 대장동이 판교라는 걸 모두 알지만 6년 전만 해도 '듣보잡' 땅이었다. 나만 해도 대장동이 산골 동네인 줄 알았다. 이 사업의 공식 명칭이 원래 '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이었다. 이를 '판교 대장지구'로 바꾼 뒤 1년 간 여기저기 계속 노출시켰더니 '대장동=판교'라는 인식이 생겼다. 이런 브랜드 네이밍이 효과를 봤다."
-2015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개발사업 입찰 공고를 냈을 때 성남의뜰컨소시엄 외에 메리츠증권 컨소시엄(메르츠종합금융증권·외환은행)과 산업은행 컨소시엄(산업은행·부산은행·전북은행·대우증권)도 참여하지 않았나. 성공 가능성이 있어 보이니 금융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뛰어든 것 아닌가.
"신도시 조성 사업은 지금까지 LH만 했었지, 이처럼 민관 합작으로 진행한 전례가 없다. 때문에 이를 굉장히 생소하게 여기는 금융사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 우리가 접촉한 금융사만 30곳이 넘는데 10곳만 PF에 참여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는 당초 사업 시작 후 1조 원을 PF로 채우려고 했지만, 7,000억 원으로 낮춰야 했다."
지난 16일 경기 성남시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구역 모습. 연합뉴스
-그렇다면 부동산 지가 변동 리스크까지 화천대유가 모두 감수했다는 건가.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거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신도시 조성 사업이다. 사업기간이 굉장히 길다. 택지지구에 아파트를 지으면 선분양을 하기 때문에 인허가 난 뒤에 2년이면 바로 돈이 들어온다. 반면 신도시 조성 사업은 통상 5~10년, 길게는 15년 이상도 걸린다. 사업기간이 길기 때문에 경기변동 위험이 크다. 2010년 리먼 사태와 같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많은 부동산 개발회사가 망한 것도 이런 이유다. 대장동 개발 사업은 2015년 시작해 2021년 12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7년이 걸리는 사업이다. 만약 리먼 사태가 2017년이나 2018년에 왔다고 치자. 그래서 사업이 홀딩되면 성남시가 사업자 손실을 책임져 줄 수 있나.
성남시와 위험 부담을 나눠가져갔을 때 우리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수익을 올렸다면 우리를 비난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위험 부담을 떠안은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생각보다 이익이 많이 생긴 것뿐이다."
-화천대유는 배당수익 외에도 대장지구 15개 블록(공동주택 12개, 연립주택 3개) 가운데 5개 블록(공동주택 4개, 연립주택 1개)을 직접 시행해 큰 이득을 올렸다.
"우리가 사업 계획서를 제출할 때 일부 부지는 출자자가 직접 사용하겠다고 제안했고, 이게 받아들여져 계획대로 이행한 것뿐이다. 전용면적 85㎡(25평) 이하는 감정가격, 85㎡ 초과는 경쟁입찰 방식으로 택지를 매각한다. 화천대유는 85㎡ 이하를 감정가격으로 매수했으므로 부당한 특혜를 받은 게 하나도 없다.
오히려 우리는 다른 시행사보다 분양가를 낮게 책정했다. 2018년 12월 대장동 지역 다른 시행사가 분양한 아파트 분양가는 평당 2,430만 원이었지만 우리가 시행한 아파트 분양가는 당시 성남시 저분양가 정책에 호응해 2,030만~2,080만 원으로 책정했다. 우리도 얼마든지 다른 시행사의 분양가와 동일한 수준으로 할 수 있었지만 도시개발 사업의 주주로 참여한 회사인데 고분양가로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분양한 아파트가 1,900세대인데 시세에 비해 평당 400만 원 저렴한 가격이니, 결과적으로 세대당 1억 2,000만 원씩 모두 합하면 2,280억 원을 손해본 것이다. 사실상 성남 시민들한테 2,280억 원을 돌려준 셈이다.
우리와 함께 사업자 선정 입찰에 참여한 다른 컨소시엄의 경우 대장지구 내 공동주택을 모두 직접 시행하겠다고 밝힌 곳도 있다고 한다. 출자자의 사업 시행이 우리에게만 주어진 특혜라고 주장하는 건 사업 전반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전혀 모르고 하는 말이다."
-화천대유가 직접 시행하겠다고 한 5개 블록을 제외한 나머지 블록의 경우 시행사 선정 때 입찰경쟁률이 최대 182대 1에 달했다고 하는데.
"182대 1이라는 경쟁률은 감정평가 금액으로 매각공고가 난 85㎡ 이하에 참여한 업체들의 소위 '제비뽑기' 경쟁률을 말하는 거다. 조금 전에 말했듯 우리는 사업 계획서를 제출할 때 일부 부지는 직접 사용하겠다고 했고 감정가격으로 해당 부지를 산 것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 다른 시행사는 182대 1이라는 경쟁률을 통과했는데 마치 우리만 경쟁 없이 특혜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건 사업 내용을 잘 모르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공무원·정치권 로비 없었다. 수사로 모두 밝혀질 것"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개발사업 당시 우선협상대상자로 성남의뜰을 선정한 과정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메리츠증권 컨소시엄, 성남의뜰 컨소시엄, 산업은행 컨소시엄이 2015년 3월 26일 사업제안서를 냈는데, 다음 날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일각에선 "1조5,000억 원 규모 사업 계획서를 하루 만에 심사한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한다. 성남의뜰이 사전에 사업자로 내정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민간사업자 입찰 마감 하루 만에 초고속으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게 논란이다.
"(심사 당일) 오전 7시에 심사위원들에 전화해서 낮에 모여 심사했다고 들었다. 단기간에 끝낸 건 심사위원 명단이 유출돼 '이상한 로비'가 들어오는 걸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화천대유와 함께 민간 사업자로 참여한 SK증권의 실제 투자자인 천화동인 2∼7호가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씨의 친인척과 지인들이란 사실도 밝혀졌다. 천화동인 1호는 화천대유 소유였고, 천화동인 2·3호는 대주주 김씨의 친인척, 4호는 남모 변호사, 5호는 회계사 A씨, 6호는 조모 변호사, 7호는 전직 언론인 B씨였다. 이 가운데 남 변호사와 조 변호사는 화천대유 고문을 맡았던 박영수 전 특검이 몸담은 법무법인 강남 출신이다. 천화동인 1호는 1,208억 원, 2~7호는 2,255억 원을 배당금으로 나눠 가졌다.
-천화동인 2~7호의 실제 투자자가 드러났다.
"2·3호는 대주주인 김씨의 친인척, 4~7호는 예전에 김씨를 따라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김씨가 사업 진행 과정에서 각자 역할에 따라서 배분해준 것이다. 실제로 남 변호사는 지주 작업, 회계사 A씨는 회계 업무에 도움을 줬다."
-SK증권을 통해 특정금전신탁 형태로 출자한 걸 두고 주주를 숨기기 위한 편법으로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차명 주주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인데 그런 거 없다. 과거에 개발사업 관련해 불미스런 일이 있었으니 그렇게 추정한 것 아닐까 싶다.(※남 변호사는 2009~2010년 LH가 공영개발을 포기하도록 정치권 등에 로비하는 대가로 시행사 대표로부터 8억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주주 김씨는 천화동인 주주들이 절대 경영에 간섭 못하게 했다."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가 한국일보 기자들에게 회사를 둘러싼 여러 여러 의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결과적으로 소수의 사람들에게 수천억 원의 이익이 돌아갔다.
"국민정서상 납득하기 힘들다는 건 어느 정도 수긍한다. 그러나 우리도 이번 사업을 하며 성남시 요구에 따라 당초 사업 계획에 없던 920억 원 상당을 기부체납 명목으로 지출했다. 분양가를 낮춰 성남 시민들에게 2,280억 원의 이익도 돌려줬다. 우리 나름대로는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재명 경기지사와는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인가.
"모른다. 법정에서 딱 한 번 봤다.(※이성문 대표는 이재명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관련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한 적이 있다.)
-화천대유 대표로 일하게 된 계기는.
“2015년 1월쯤 화천대유 대주주 김씨가 '대장동 개발을 준비하고 있는데 대표이사를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
이성문 대표는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한 변호사 출신으로 행담휴게소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행담휴게소 운영사인 행담오션파크 대표이사를 2013년 초까지 맡았다.이후 변호사 일을 하던 중 김씨로부터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김씨 역시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출신으로 이 대표와는 대학 선후배 관계다.
-화천대유 대표이사를 맡아달라는 김씨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는 뭔가.
"김씨는 나와 20년 이상 인연을 맺은 오랜 선배님이다. 김씨는 화천대유 실소유주지만 경영에는 일절 관여하지도 않았다. 회사 경영은 설립 때부터 전적으로 내 몫이었고 내가 가장 잘 안다. 이런 사업을 시작하며 나와 김씨의 생각이 일치한 부분이 있다. 투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절대 비자금 조성하지 말고 뇌물은 주지도 받지도 말고 부정청탁도 금물이라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마치 부도덕하게 돈을 번 것처럼 몰아가니 정말 억울하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 사무실 입구 모습. 연합뉴스
-화천대유이나 천화동인이라는 특이한 회사 이름도 화제다.
"동양철학을 전공한 김씨가 주역에도 관심이 많아 이렇게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두 단어는 중국 고전 주역에 나오는데 화천대유는 '하늘의 도움으로 천하를 얻는다'는 뜻이고 천화동인은 '마음먹은 일을 성취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치권에서 계속 문제를 제기하면서 각종 고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수사 받아도 자신 있다. 장담하는데 어떤 공무원, 정치인에게 금품 준 적 없고 그들과 결탁해 부정 행위하지 않았다. 계좌추적 등 수사가 시작될 걸 각오하고 있다. 수사가 시작되면 모든 자료를 제출해 적극 협조할 것이다. 수사를 통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게 밝혀질 것이다."
-지난 4월 금융정보분석원(FIU)이 화천대유와 관련해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며 경찰에 통보해 현재 이 대표를 내사 중이라고 하는데.
"내가 개인적으로 회사에 돈 빌리고 갚은 채권 채무 관계다. 합법적인 증빙자료를 다 갖고 있고 경찰에 출석해서 다 소명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