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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연 “대장동 ‘그분’ 의혹, 사실무근…김만배와 일면식도 없다”
황형준 기자 | 신희철 기자
입력 2022-02-23 14:28
조재연 대법관이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거론된 ‘그분’ 논란과 관련해 “허위 내용”이라며 “저는 김만배 씨와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단 한번도 만난 일이 없다”고 밝혔다. 현직 대법관이 대선 후보 관련 의혹에 대해 해명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연 것은 사상 처음이다.
조 대법관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직 대법관으로서 대선을 앞둔 미묘한 시기에 이러한 의혹 보도와 관련해 침묵을 지키는 게 옳으냐 아니면 떳떳하게 국민들에게 사실 여부를 밝히는 게 옳으냐 이 문제를 가지고 고민했다”며 “기자회견을 통해서 궁금해하시는 것을 소상하게 밝히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조 대법관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간 녹취록에 나오는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그분’으로 지목이 돼 왔다. 검찰이 확보한 정 회계사의 녹취록에는 김 씨가 조 대법관을 ‘그분’이라고 지칭하며 “50억 원대 빌라를 사줬다”는 취지로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조 대법관은 최근 언론들이 정 회계사 녹취록에 등장하는 그분이 자신이라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직접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는 등 관련 의혹이 증폭된 것이 이날 기자회견을 연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조 대법관은 “이로 인해서 선량한 국민들을 오도할 염려가 있다는 점을 생각했다”며 “국민의 신뢰를 존립의 바탕으로 하고 있는 사법부가 이로 인해서 그 불신의 부채질을 하는 격이 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대통령 선거의 공개 토론에서 그동안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던 대장동 사건의 의혹 실체로 현직 대법관이 직접 거명됐다는 것에 대해서 전국 3000여 명의 법관이 받을 마음의 상처와 이런 보도를 보는 세계의 다른 모든 나라의 시선이, 대한민국의 국격을 보는 시선이 어떨까 이런 점을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조 대법관은 이날 “김 씨와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단 한번도 만난 일이 없다”며 “일면식도 없다. 뿐만 아니라 단 한번도 통화를 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장동 사건에 관련돼 있다는 그 어느 누구와도 일면식도 통화도 없었다”며 “저나 저의 가족이나 저의 친인척중에 대장동 아파트 분양 받은 사람 없다”고 거듭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뉴스룸에서
김만배가 결자해지해야 한다
입력 2022.02.23 04:30
김만배씨가 지난해 11월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는 모습. 서재훈 기자
대통령 선거를 2주 앞둔 상황에서 대선 후보 못지않은 유명 인사가 등장했다.
김만배 : 1966년생. 수원 수성고 출신.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졸업. 머니투데이 법조팀장. 그리고 화천대유 대주주.
대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뉴스를 잠시라도 봤다면, 이제 대한민국에서 김만배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김만배ㆍ정영학 녹취록’으로 단번에 전국에 이름을 알리더니, 최근엔 ‘그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 많게는 수백 번씩 그의 이름이 정치권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3월 9일이 다가올수록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인용 빈도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김씨와는 개인적으로 알고 지냈기에, 그의 현재 상황에 대해선 누구보다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녹취록을 취재하고 보도하면서 인간적 고뇌도 있었다. 그는 언론계 선배일 뿐 아니라, 대법원 기자실에서 2년간 어울려 지낸 사이다. 김씨 캐릭터를 두고 호불호가 있지만, 제법 좋은 기억이 많이 남아 있다. 법조계 인맥이 탄탄했던 그는 종종 ‘기삿거리’를 알려줬으며, 밥을 사주기도 했다.
하지만 김씨와 같은 공간에 머무르면서도 몰랐던 사실이 있었다. 그가 기자 신분으로 부동산 사업을 했고, 화천대유를 설립했으며, 공무원과 국회의원에게 돈을 건넸다는 점이다. 도덕적ㆍ법적 기준을 한참 벗어난 그의 일탈에 선량한 기자들은 허탈함을 느꼈고 분노했다.
그럼에도 김씨는 후배 기자들을 향해 제대로 된 유감 표시 한 번 하지 않았다. 특히 녹취록 관련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대되고 있는데도,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씨 측은 “대장동 사업 비용을 분담하는 과정에서 동업자들과 서로 비용을 부풀리다가 거짓말을 한 것이다. 정영학이 녹음하는 낌새를 알아채고 일부러 엉뚱한 이야기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호탕하고 과시하는 스타일을 알기에, 그의 주장이 전혀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녹취록에 나오는 모든 내용을 그런 식으로 뭉개고 넘어갈 수는 없다. 그가 말했던 내용이 이미 사실로 드러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픽=김문중 기자
‘아들 50억’ 퇴직금 의혹으로 기소된 곽상도 전 의원을 보자. 김씨는 녹취록에서 혐의를 뒷받침하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김씨는 정영학 회계사에게 “병채 아버지(곽 전 의원)는 돈(을) 달라고 그래. 병채 통해서"라고 말했고, "한꺼번에 주면 어떻게 해? 서너 차례 잘라서 너를 통해서 줘야지. 그렇게 주면 되냐"고 자신이 병채씨에게 되물었다는 내용도 나온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김씨에게 5억 원을 건넨 사실도 녹취록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 김씨는 “우리 법인 만들 때 돈 들어온 것도 박영수 고검장 통해서 들어온 돈"이라고 말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김씨에게 30억 원을 빌린 사실도 녹취록이 없었다면 알려지지 않았을 내용이다.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조원태가 홍(선근) 회장 통해 돈 빌려달라고 한 거야”라고 말했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 했다. 일을 저지른 사람이 결국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지금 비록 영어의 몸이 됐지만, 그는 30년 가까이 기자로 살았다. 실체적 진실 보도를 최고의 가치로 여겼다면, 기자 출신답게 결기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지금 이 순간 국민들이 무엇을 가장 원하는지 그가 가장 잘 알 것이다. 진실을 알고 싶을 뿐이다.
강철원 사회부장 strong@hankookilbo.com
[단독] 10년 전 저축은행 부실 대출…'대장동'에도 흘러갔다
[JTBC] 입력 2021-10-22 19:57
남욱, 대장동 땅 담보로 오피스텔 32채 차명 매입
당시 검찰은 '배임 혐의' 뺀 채 변호사법 위반만 기소
키보드 컨트롤 안내
[앵커]
대장동 의혹에 대한 JTBC의 새로운 취재 내용을 지금부터 전해드립니다. 정확히 10년 전, 저축은행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고객들의 소중한 예금을 제멋대로 빌려주다 은행들은 문을 닫았습니다. 수십조원의 공적 자금이 투입됐습니다. 그런데 당시, 부실한 대출 중 일부가 최근 논란인 '대장동 사업'에도 흘러들어 갔습니다. 이 문서는 2014년 예금보험공사가 대장동에 들어간 저축은행 대출을 조사해 검찰에 넘긴 '조사보고서'입니다. 2009년 부산저축은행이 대장동 사업에 빌려준 건 1805억원. 이중 276억 원을 남욱 변호사 등이 조직적으로 빼돌렸다고 나옵니다.남 변호사는 이 돈으로 땅을 샀고, 다시 그 땅을 담보로 오피스텔 32채를 차명으로 사들였다고도 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예금보험공사는 남 변호사 등을 배임과 변호사위반 혐의로 수사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배임 혐의는 쏙 빼고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만 재판에 넘겼습니다. 당시 검찰이 다른 결론을 내렸다면 지금의 사태가 어떻게 됐을까.
먼저, 심층 취재를 맡고 있는 최광일 피디가 보도합니다.
[기자]
서울 강동구의 한 오피스텔입니다 2012년 지상 15층에 260세대가 입주했습니다.
[세입자 : (남욱 씨 보신 적 있으세요?) 저는 그래서 되게 좋으신 분이라고 지금까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네. 월세 저희 보증금 내고 월세 내고 있는데요. 음. 이분. 이분이.]
취재진이 오피스텔들의 등기부등본을 모두 확인해봤습니다.
대장동 개발 사업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남욱 변호사가 11채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남 변호사가 이 오피스텔을 사들인 건 2012년 2월.
부실 대출로 저축은행들이 잇따라 문을 닫고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가 한창일 때입니다.
당시 공적 자금 지원에 나선 예금보험공사가 대장동 개발에 투입된 부산저축은행 돈 1800억원의 현황을 조사해 검찰에 넘긴 조사보고서입니다.
1500억 원 가량은 대장동 땅을 매입하는데 쓰였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300억원 가량은 남 변호사 등 대장동 개발자들이 횡령과 배임 등으로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남 변호사가 사들인 강동구 오피스텔도 마찬가지입니다.
남 변호사는 2009년 나인하우스라는 차명 회사를 세워 저축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대장동 토지를 매입했습니다.
[전모 씨 / 당시 나인하우스 대표 : 우리는 일을 하기 위해서 간 사람들이야. 사실은 얘들이 우리를 뭐 바지사장 이런 거 내세워 가지고.]
저축은행 부실 사태가 터지며 대장동 개발이 무산되자, 남 변호사는 이 토지를 담보로 25억원을 빌립니다.
25억원 중 일부를 강동구 오피스텔 32채를 사들이는데 썼습니다.
남 변호사 부인 정모 씨 등 명의였습니다.
이후 11채는 남 변호사 본인 명의로 돌리고, 나머지 21채는 또 다른 대장동 개발자인 정영학 회계사와 정재창 씨 등의 친인척에게 넘겼습니다.
이후 남 변호사 등은 해당 사무실을 위례 개발 사무실로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예금보험공사는 남 변호사가 32억원 가량의 업무상배임, 13억 원의 변호사법위반 혐의가 있다고 보고 검찰에 수사의뢰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변호사법 위반으로만 기소했고, ' 30억 넘는 배임 혐의는 제외했습니다.
[백주선/변호사 : 금액도 한 32억원으로 특경가법이 적용될 사안인데요. 그런데도 검찰에서 면밀히 수사하지 않은 점은 좀 의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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