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노조법 제2조 제 2호 '고용자(사용자 employer)' 개념이 중요한가?
원청과 하청의 구분으로 인한 간접고용의 증가는, '원청'이 단체협약의 의무를 회피하기 좋은 수단이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최근 중앙노동위원회는 '원청이 고용자'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1)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년 6월, 전국택배노동조합의 '단체교섭' 대상자는 CJ대한통운이라고 판정했다. 6개 단체교섭 조항들을 CJ대한통운이 노조와 협상해야 한다.
2) 2022년 3월, 중앙노동위원회 (Labor Board) 는 현대제철이 하청 노동자들과 산업안전 단체교섭 의무가 있다고 판정하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현대제철 (원청)의 부당노동행위가 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산업안전 의무'조항만을 원청이 직접 교섭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점이다.
캐나다 노동법은 고용자들이 여럿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노동부의 노동위원회가 반드시 '단일 고용주'를 확인하도록 강제했다. 고용주들도 '단체 협상 의무'를 가진 '고용주'를 평가할 관련 서류들을 직접 다 제출해야 한다. 1980년대부터 제정된 노동법이다.
한국 하청회사들은 마치 직업소개소처럼 '노동자를 고용하는 역할'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동작업 통제, 임금과 노동조건 제공, 임금과 노동조건 협상권을 전부 가지고 있지 않다.
또한 원청-하청-재하청-재재하청 단계를 거치더라도, 다음과 같은 기능을 하는 회사는 대부분 '원청'이다.
1)공동 소유 혹은 재정 통제
2)공동경영
3)작업 실행 (회사운영)의 상관연관성
4) 대중들에게 하나의 연관 기업으로 대표되는가, ‘대표성’
5) 노동관계 통제를 중앙집중적으로 실행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원청이 고용자가 되는 것이고, 이 단일 고용자가 원청,하청 노동자들과의 '단체협약 의무'를 가지게 된다.
한겨레 보도대로 "원청기업이 하청기업에 주는 기성금, 도급비, 용역비 수준을 정하고, 이는 하청노동자들의 임금,노동조건을 결정한다"면, 원청이 '고용자 (employer)'가 되고, 이 원청이 '단체협상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이러한 사례들 언론보도.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지회 (신성원 금속노조 지회장) 증언.
하청업체 경영진들은 19년 째, "우리는 권한이 없다. 식당 노동자 청소노동자 노동조건, 조출시간, 특근횟수 등 기아자동차가 결정하지 않는 것이 없다"고 말함. 너무 명확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단체협상' 파트너는 하청업체가 아니라 '단일 고용자' 기아자동차가 되는 것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우체국시설관리단과 '원청' 우정사업본부가 서로 '단체협상 의무'를 서로 회피하고 있어, 우체국 시설관리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8년째 단체협상을 하지 못하고 있음.
1. 간접고용 현황. 76대 기업 588곳 조사.
직접고용 (정규직, 기간제, 단시간)과 간접고용 (파견, 용역, 사내하도급) 분류. 96만명이 간접고용.
이중 70%인 67만 4천명이 대기업의 하청 노동자임.
10대 기업 136만 6천명 노동자들 중에, 간접고용은 41만 7천명으로 30.6%가 넘는다. 10명 중 3명이 10대 대기업의 하청회사 노동자인 셈이다.
2. 특수고용 노동자 사례 (레미콘기사, 학습지교사, 골프장캐디, 보험설계사)는 고용형태 공시 대상이 아니라, 공식 통계보고서는 없다.
3. 민주노총 추산. 간접고용 형태와 특수고용 형태를 합치면, 전국적으로 1000만 명에 육박할 것이다.
<소결> 이 단순한 주제 '누가 고용자인가?' 이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갖가지 꼼수들이 한국 고용세계의 현실이다. 노동력 수요와 공급이라는 주류 경제학 공식은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 노동 3권, 노동자들의 단결권, 단체협상권, 단체 행동권 보장 문제에서 가장 크게 늘 문제가 되는 것은 '단체협상권'인데, '단체협상권' 자체를 무효화시키고 있는 것이 바로 '원청' '하청' 간접고용형태의 증가이다.
한국노총 사무처장 출신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단일 고용자 (사용자)'가 누구냐를 찾자는 취지의 '노란봉투법'은 산업현장을 혼란에 빠드린다고 주장했다. 1986년 이후 지난 37년간 한국노총에서 간부를 지낸 이정식은 '경총'과 윤석열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이들을 갈아 엎어야 한다.
[단독] 툭하면 파견·용역…간접고용 10명 중 7명 ‘원청님’은 대기업
등록 2022-09-28 19:00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이 지난 6월24일 화물창 바닥에 가로·세로·높이 1m의 철 구조물을 안에서 용접해 스스로를 가둔 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금속노조 선전홍보실 제공
우리나라 간접고용 노동자 열의 일곱은 76대 대기업집단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가 원·하청 노동자 간 임금과 노동조건 격차 해소를 ‘노동개혁’ 선결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해소하려면 재벌 기업의 무분별한 외주화를 막고 원·하청 상생 노력을 주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한겨레>가 2022년 3월 말 기준 고용형태공시 의무가 있는 300인 이상 기업 3687곳의 공시자료에서 공정거래위원회 기준 76대 기업집단 소속회사 588곳의 데이터를 추출해 분석했다. 이들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직접고용(정규직·기간제·단시간)과 간접고용(파견·용역·사내하도급)으로 분류한 결과, 전체 간접고용 96만여명 가운데 70.0%인 67만4천명이 대기업집단 소속 588개 기업의 하청 노동자였다. 전체 고용인원 중 대기업집단이 차지하는 비율이 42.7%인데, 간접고용 중 대기업집단이 차지하는 비율은 70.0%로 과도하게 높은 것이다.
대기업집단에 직·간접 고용된 225만여명을 따로 분석해보면, 간접고용 비율은 30.0%(67만4천명)로 전체 공시대상 기업의 간접고용 비율 18.2%(96만여명)의 두배에 가깝다. 10대 기업집단은 136만6천여명 가운데 41만7천여명이 간접고용으로, 그 비율이 30.5%로 좀 더 올라간다. <한겨레>는 고용형태공시 첫 해인 2014년에도 10대 기업집단 현황을 분석했는데, 당시 간접고용 비율은 30.6%였다. 박근혜 정부가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기 위해 제도를 도입한지 8년이 지났지만, 수익성만 좇는 대기업의 외주화 행태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10대 기업집단의 간접고용 노동자수를 보면, 삼성이 13만8천여명(33.4%)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현대차 6만9천여명(28.3%), 현대중공업 4만1천여명(57%), 롯데 3만7천여명(31.6%), 엘지 3만7천여명(19.4%) 순이었다. 다만 2014년 고용형태공시제도가 처음 시작된 이후 지속적으로 제조업과 건설업 간접고용 비중이 높았으나,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유통·서비스업의 간접고용 비율이 증가한 점이 눈에 띈다. 간접고용 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가전제품 점검원을 특수고용노동자로 두는 엘지(LG)전자의 자회사 하이케어솔루션(91.8%·4719명)이었고, 엘지 지분을 지에스로 넘긴 건설사 자이씨앤에이(88.6%·6427명), 택배사업이 주력인 한진(88.6%·1만1763명) 순이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대기업집단이 업종을 가리지 않고 무분별하게 간접고용을 남용해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며 “고용에 대한 대기업집단의 사회적 책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원청기업은 하청기업에 주는 기성금·도급비·용역비 수준을 정하고 이는 하청노동자들의 임금·노동조건을 결정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화 해결의 열쇠는 결국 대기업집단이 쥐고 있는 셈이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060578.html
대기업 비정규직 또 늘었다…기간제 노동자 비중은 1.2% ↑
등록 2023-09-07 19:07
김해정 기자
지난 2019년 1월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4살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3차 범국민 추모제’.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300명 이상 대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 가운데 비정규직 비율이 1년 새 0.5%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는 간접고용 노동자 비율이 줄어드는 추세인데, 상시 노동자 5천명 이상 거대 기업에선 되레 늘었다.
고용노동부가 7일 발표한 ‘2023년 고용형태공시 결과’를 보면, 간접고용·기간제·단시간 고용을 합친 대기업의 비정규직 규모는 40.5%로 한해 전(40.0%)보다 0.5%포인트 늘었다. 2017년 40.3%에서 2021년 37.9%까지 줄어든 대기업의 비정규직 고용 비중은 지난해부터 다시 늘어나기 시작해 2년째 증가 추세를 이어갔다.
비정규직 부문별로 보면, 5천명 이상 기업에서는 간접고용 노동자 비중이 24.9%로, 한해 전(24.3%)보다 0.6%포인트 늘었다. 인원수로는 49만6천명에 이른다. 이는 300명 이상 전체 기업에서 간접고용 노동자 비중이 18.1%(101만1천명)로 한해 전(18.3%)보다 소폭 줄어든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5천명 이상 기업 중 간접고용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업종은 건설업”이라고 말했다. 업종 특성상 간접고용이 많은 건설업이 공시 대상에 대거 포함돼 5천명 이상 기업에서 간접고용이 늘었다는 것이다.
올해 건설업의 공시 대상 기업 수는 지난해보다 33곳 늘었고, 간접고용 건설 노동자도 5만2천명 증가했다. 특히 대기업을 중심으로 간접고용 비중이 높은 데 대해 정경훈 노동부 노동시장정책관은 “대기업일수록 상시로 필요한 인력에 대한 정확한 추계가 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필요한 인력은 인건비 부담이 적은 간접고용을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용형태공시는 매년 3월 기준 상시 노동자 300명 이상 기업이 직접고용 정규직과 기간제, 시간제 노동자와 해당 사업장에서 일은 하지만 간접고용 형태인 파견, 도급 등 노동자 수를 공시 전산망에 직접 입력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올해 공시 대상 기업은 3887곳으로 2022년보다 200곳 늘었다.
고용 기간이 정해진 기간제 노동자 비중은 대기업 전반에서 늘었다. 지난해 24.5%였던 대기업 기간제 비중은 올해 25.7%로 늘었다. 노동부는 이에 대해선 “(기간제 노동자가 많은) 보건복지업의 고용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시간 노동자의 비중 변화는 미미했다. 최근 비정규직 증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특수고용노동자의 경우엔 고용형태공시 대상이 아니라 파악조차 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고용형태공시 결과가 대기업의 비정규직 구조의 고착화 추세를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고용 기간의 제한이 없는 직접고용된 전일제 노동자를 제외하곤 모두 비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며 “대기업 비정규직이 고착화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107624.html
중노위 “현대제철, 하청 노동자들과 ‘산업 안전’ 단체교섭 해야”
등록 2022-03-25 18:44
신다은 기자 사진
지난해 씨제이대한통운 판정 이어
실질권한 원청에 하청노조와 교섭의무 부과
지난 2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도금 포트에서 노동자가 빠져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고인은 사진 오른쪽에 쪼그려 앉아 작업하다 포트에 빠져 숨졌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충남지부 제공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산업 안전’을 실질적으로 확보할 권한을 가졌다면 하청 노동자와 단체교섭해야 한다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이 나왔다. 중노위가 원청의 하청 노동자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한 건 지난해 6월 씨제이(CJ)대한통운 판정 이후 두 번째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4일 “현대제철이 하청 노동자와의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은 것은 부당노동행위이므로 교섭에 응해야 한다”고 판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해 9월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가 현대제철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 거부에 따른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인용한 것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현대제철과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사이에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고용관계가 형성되지 않았다”며 신청을 기각했으나, 중노위는 초심을 뒤집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상 노조와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고의로 게을리)하는 행위는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한다.
중노위는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가 제시한 교섭 사안 가운데 ‘산업 안전 확보 의무’를 현대제철과 하청업체가 함께 진다고 판단했다. 현대제철 공장에서 일하는 하청 노동자의 안전을 확보할 의무는 하청 뿐만 아니라 원청도 져야 할 몫이고 또 그럴 권한도 있다고 본 것이다. 사내 하청 노동자가 형식적으론 하청 소속이어도 실제 일하는 사업장은 원청 소유인데다, 안전 확보에 필요한 각종 설비 개선 투자는 본사 결정 없이 이뤄지기 힘든 구조라는 점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노위는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가 교섭 사안으로 함께 제시한 정규직과의 차별 해소와 불법파견 해소, 자회사 전환 의제는 교섭 의무가 있는 사안이라고 보지 않았다.
원청이 하청 노동자와 단체교섭할 의무가 있다는 노동위원회의 판단은 지난해 6월 중노위가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씨제이대한통운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받아들인 이후 두 번째다. 당시 중노위는 작업 환경 개선 등 택배노조가 제시한 6개 교섭의제 모두에 대해 씨제이대한통운이 교섭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이번 판정에선 산업 안전에 한해서만 교섭 의무를 인정했다는 차이가 있다.
중노위는 씨제이대한통운 판정에 이어 이번에도 원청의 하청 노동자에 대한 단체교섭 의무가 단순히 고용관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명확히 했다. 중노위는 씨제이대한통운 판정 때도 “간접고용 관계일지라도 원청 사용자가 하청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영역이 있다면 그 영역에 대해 원청의 단체교섭 당사자 지위를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냈다.
현대제철은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중앙노동위원회가 초심과 반대되는 판정을 해 매우 안타깝다. 제도적으로 보장받는 모든 절차를 통해 충분히 관련 사실에 대해 소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어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사용자가 아니니 교섭 의무가 없다는 주장은 이제 설 자리가 없다”며 “현대제철은 불필요한 소송과 공방을 이어가지 말고 노동조합과 교섭이라는 법이 보장한 대화의 틀 안에서 갈등을 푸는 지혜를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03632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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