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노벨 평화상 수상자의 페이스북 비판
박은하 기자입력 : 2021.10.10 17:43
“페이스북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필리핀 독립매체 래플러의 창립자 마리아 레사는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은 허위 정보 차단에 실패했고 실체적 진실에 반하는 편향성을 지니고 있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그는 이어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은 사실보다 분노와 증오가 뒤섞인 거짓말 확산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이 증오와 허위사실에 기반한 콘텐츠를 통제하지 않고 영향력 확장에만 몰두해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민주주의를 더욱 취약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정권에 대한 비판 보도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레사는 페이스북의 문제도 꾸준히 비판해왔다. 니나 잔코위츠 우드로윌슨센터 객원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 칼럼에서 그에 대해 “가짜뉴스란 말이 널리 퍼지기 전부터 필리핀에서 두테르테 정권 외 또 다른 거대 권력이었던 페이스북과 싸워왔던 사람”이라고 평했다.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시아는 페이스북이 가장 공을 들여온 해외시장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 지역의 3억명 이상이 페이스북을 이용하며 일부 국가에서는 인터넷 이용과 페이스북 사용이 동의어로 통용될 만큼 페이스북의 영향력이 크다. 동남아는 2010년대 들어 경제가 급성장했지만 소셜미디어(SNS) 시장을 장악한 업체는 없었다.
페이스북은 그 틈을 파고들었다. 페이스북을 이용한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됐고, 뉴스도 페이스북을 통해 읽는 것이 일반화됐다. 페이스북이 2019년 밝힌 자체 가상통화 발행 계획도 동남아 해외 이주 노동자의 송금 수요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페이스북은 그러나 동남아 지역의 민족·인종 갈등과 분열에는 뒷짐지다시피 해왔다. 미얀마의 로힝야 학살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2014년 한 무슬림 남성이 불교 여성을 강간했다는 가짜뉴스가 온라인에 퍼져 대형 충돌이 발생했고 학살로 이어졌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선거 운동 캠페인에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친두테르테 계정이 퍼뜨린 게시물에는 허위정보와 정적에 대한 공격도 포함돼 있었다. 레사가 이끄는 래플러는 페이스북에서 두테르테 지지성향 계정 26개를 찾아냈으며 선거 직전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폭로하기도 했다. 약 10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캄보디아의 훈센 총리는 언론의 비판을 우회할 때 페이스북 계정을 이용한다. 선거는 이뤄지지만 민족, 인종 갈등이 남아 있고 민주주의가 취약한 동남아 지역의 특성과 소셜미디어의 보급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레사는 2016년 8월 마크 저커버그를 비롯한 페이스북 임원진을 직전 만나 페이스북이 권위주의 성향의 지도자들에게 이용당할 가능성을 경고해 왔다. 레사는 이 자리에서 “필리핀인의 97%가 페이스북을 사용한다”며 페이스북의 책임을 촉구했다. 레사는 “이대로 뒀다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페이스북 임원진들은 레사의 경고를 웃어넘기며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8년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동남아 국가들은 온라인 증오에 취약하다. 권위주의 정부는 그들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가져오는 시도를 없애기 위해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의 문제를 지적하는 이는 레사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 5일 미국에서는 페이스북 내부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건이 상원 청문회에서 페이스북이 자사의 이익을 우선시해 정치적 분열이나 10대의 우울증 등 소셜미디어의 부작용에 대한 경고를 계속 무시했다고 공개 증언했다. 그는 “페이스북이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하고 분열을 부추기는 메시지의 확산을 방조하고 오히려 부추겼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이 13세 미만 전용 인스타그램을 출시하려다 중단한 것도 이런 비판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하우건은 페이스북이 자사의 알고리즘 시스템을 공개하지 않고 당국의 어떠한 감독도 받지 않는다는 점을 근본적 문제로 지목하며 “의회가 나서서 페이스북을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미국 반독점 당국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페이스북이 인수합병을 통해 독점적 체제를 구축해 영향력을 휘둘러왔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페이스북 가입자 수는 약 29억명이고 계열 SNS인 인스타그램은 14억명, 와츠앱은 20억명의 가입자를 자랑한다. 세계 인구가 약 79억명임을 감안하면 보수적으로 집계해도 전 세계 3명 중 1명이 페이스북이나 페이스북이 운용하는 메신저를 사용한다.
지난해 말 FTC가 건 소송에서 페이스북은 구글의 유튜브 등과 경쟁하고 있다며 독점이 아니라고 항변했고 법원은 지난 6월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FTC는 지난달 다시 소송을 냈다. FTC는 구글과 애플 등 다른 빅테크 기업의 인수합병도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민주주의 위협과 독점 등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의 그림자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원문보기:
https://www.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110101743001#csidxa1750157123362caf98f75d4f78cb4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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