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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정의당

진보정당간 선거연대 방법 토론. 녹색당과 정의당의 경우. 채효정 녹색당 당원의 9가지 지적. 녹색-정의당 연대 의미와 향후 과제

by 원시 2024. 1. 26.

나 역시 녹색당과의 선거연합을 꾸준히 제안했었다. 특히 2020년 총선을 앞두고는 더 그랬지만 결과적으로 실망이 더 컸던 기억이 난다.  당시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번째  2020년 준연동형 협상안이 문턱조항 3%를 1%라도 더 낮추지 못한 채, 결과적으로 진보정당들 중에 정의당만 의석을 획득하도록 설계되었다. 녹색당이나 노동당은 문턱조항 3%를 넘기 힘들었다. 문턱조항 3% 때문에  각자도생을 결정한 진보정당들은 다시 분열한 셈이고 명분도 실리도 놓쳤다.

 

기본소득당이 진보정당 정체성도 버리고, 위성정당 '홍위병'를 자처하게 된 비극의 출발점이었다.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녹색당이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했다가 합의에 실패하고, 우희종 최배근 등 위성정당 선동가들이 녹색당 지도부가 의석 욕심을 많이 부린다며 비난하고, 녹색당은 위성정당에서 탈퇴했다.   

 

나 역시 2020년, 독일식, 뉴질랜드 연동형을 잘 알고 있는 하승수와  녹색당의 결정과 행동을 보면서 실망이 컸다. 녹색당의 오류만은 아니다. 2020년 준연동형 합의안에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문턱조항 3%와 지역구 5석 조건을 낮추지 못한 이후, 진보정당간 연대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 

 

위와 같은 녹색당과 정의당의 오류들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2024년 녹색당과 선거연대는 정치적으로 의미가 있다. 정의당은 그간 진보정당들 사이에서도 유권자들에게도 '기득권'이었고, 이에 대한 반성은 필요하다. 정의당이 노동당과 녹색당에 1석  양보하는 선심은 아니라고 본다. 

 

늦었지만 2024년 총선에서 노동당이나 녹색당의 의석 몫을 , 민주당 주도 위성정당을 통해서가 아니라, 진보정당들간의 협력을 통해서 획득하는 것은, 향후 선거법 개정 운동이나 진보정당 발전에 도움이 된다.

 

녹색당, 정의당 투표 전에, 채효정 녹색당원이 왜 '정의당-녹색당 선거연합'에 반대하는가 9가지 이유들에 대해서 읽었다. 난 대부분 동의한다. 9가지 중에, 3가지가 중요하다고 보아 간단히 논평한다. 

 

1번. 나 역시 2020년 녹색당 지도부의 오류를 관찰하고 지적했기 때문에, 녹색당의 역사적 오류는 반드시 지적되어야 한다. 채효정님이라도 이렇게 녹색당사를 기록해야 한다. 과거도 현재도 녹색당의 리더십은 취약한 편이다. 대중적 검증절차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3번. 녹색당에 대해서는 2020년 총선 이후, 그 이전보다 관심을 갖지 않게 되었다. 진보정당들 중에서 가장 민주적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는데, 당대표들의 독단적이고 성급한 결정은 과거 민주노동당 주류와 정의당 일부 의원들의 아집과 독선 무능과 동일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채효정님의 지적에 동의한다.

 

6번. 녹색당과 정의당 당론을 지난 4년간 일일이 대조해보지 못했지만, 몇 가지 공통점도 있지만, 차이점들도 존재한다. 녹색정치 실천적 성과에 기초할 때 두 정당간의 정책 차이를 좁힐 수 있는데, 그럴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고 본다.

진보정당들 간의 역할 분담을 위해서라도, 녹색당이 '녹색 정치'에서 더 급진적이고 심층적인, 더 광범위한 대중 참여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면 한다. 기후정치가 중요하지만, 녹색당 정치가 그것으로 한정되어서도 안된다고 본다.

 독일 녹색당이 우경화되어 바닥을 헤맸던 것을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 

일상의 '습관'을 바꾸고, 일터, 집터, 쉼터, 놀이터 공간에서 우리들의 삶의 양식을 직접적으로 변화시키지 않으면, 녹색정치는 고학력 중간층의 계몽운동으로 축소되기도 한다. 

4년 후에도 녹색당과의 총선에서 '선거연대'를 희망한다. 다만 정책과 실천에서 녹색당의 압도적인 우위를 기대해본다. 그래야 9번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 

 

[대안] 이번 총선과정과 총선 이후에 상시적인 '교류와 연대'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 11월 총선을 함께 치른, 네덜란드 녹색-좌파당과 노동당의 사례, 총선 이후 합당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해짐. 한국의 경우, 녹색당의 '독자성'이 필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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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효정님과 녹색당원들이 심사숙고해서 <정의당과의 선거연합당 반대 이유 9가지>를 상세하게 썼는데, 아래는 내가 주제별로 임의적으로 요약한 것이다. 

 

채효정

1.2020년 위성정당 참가결정한 녹색당의 자기 반성없이다시 정의당과 선거연합을 결정했다.

 

2. 진보정당들의 합이 아니라, 정의당과 녹색당만의 결정이다.

 

3. 녹색당과 정의당 대표단의 상층 결정이지, 민주적 절차가 결여되어 있다. 선거연합당에 대한 반대토론 시간이 너무 짧다.

 

4. 원내 진출도 불투명하다. (정의당의 지지율이 문턱조항 3%를 넘지 못할 수도 있다)

 

5. 녹색당이 정의당에 의존하는 구조이다. 선거연합당 대의기구 불균형 (정의당 48%, 녹색당 32%,예비 20%)

 

6. 정의당과 녹색당의 당론이 다르거나 충돌할 경우 대안이 부족하다.

 

예시> 가덕도 신공항 반대 논거가 다르다. 정의당이 반대하는 이유는 가덕도 신공항의 입지가 타당하기 않기 때문이다. 녹색당의 반대 논거는 GDP성장이 아닌 기후위기 시대에 항공 운송을 절대적으로 축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7. 현 녹색당 대표단이 선거연합당으로 이동하면, 위급 발생시 녹색당의 대표성이 모호해진다.

 

8.녹색당 의원 1명 보유가 제2의 용혜인 (의원 1인 = 녹색당 대표) 사태로 퇴보할 것이다. 녹색당의 사회운동과의 연대가 축소될 가능성이 더 크다.

 

9. 선거연합정당은 진보정치의 질적 성장보다는 퇴보다. 정의당을 포함 기존 진보정당의 의원들의 의회정치는체제 모순’과계급 분열’의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 채, 오히려 기득권 양당 정치를 닮아갔기 때문에, 기후정치를 희망하는 대중들은 이번 녹색당과 정의당의 선거연합당에 큰 기대를 하지 않을 것이다.

 

 

<11월 총선을 함께 치른, 네덜란드 녹색-좌파당과 노동당의 사례> 검토 필요성. 

 

 

 

 

 

 

----------- (원 글)

 

인용.


녹색정치의 시간을 만드는 당원들

 

채효정
5 days ago
  · 
[녹색당-정의당 선거연합정당에 반대하는 9가지 이유]


우리는 아래의 이유에서 녹색당과 정의당 간의 선거연합정당 추진을 반대합니다.


하나, ‘기후·녹색운동과 진보정당과의 강력한 선거연합’목표는 준비되지 않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무리한 목표였습니다.
녹색당이 함께 어깨를 걸 기후·녹색운동이 누구인지 토론하고 합의해가는 과정이 없었습니다. 선대위가 임의로 정한 단체들과 진행한 간담회 계획은 간담회 자체가 성사되기 어려울 정도로 녹색당과 사회운동 간에 넘어야할 산이 많음을 확인하는 계기였습니다. 

 

녹색당 역시 준비되지 않았지만 사회운동 단체들 역시 총선 대응 계획이 없거나, 이제 막 정치세력화를 고민하는 단계임을 확인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준비되지 않은 조건에서 그들과 함께 이번 총선 국면에서 정치세력화를 이룰 녹색당만의 구체적인 전략은 도출되기 어렵습니다. 

 

 

지난 2020 민주당 위성 정당 참여 과정에 대한 평가는 ‘민주당만 아니면 된다’는 납작한 주장의 논거로 사용되고 있고, 가깝게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진보4당의 선거연합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이에 대한 평가 결과가 ‘안 되는 정당 빼고 되는 정당들끼리만 합시다’인가요? 또한 진보정당으로서 지칭되는 노동당, 정의당, 진보당에 대한 당내 다양한 평가가 있으나, 그에 대한 명확한 판단 없이 한국사회에서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진보정당 구분법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채로 진보정당과의 강력한 선거연합을 이루겠다는 목표 역시 안일하고 무책임한 목표 설정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선거연합정당 찬반 총투표가 진행되는 지금까지 녹색당의 비례대표 후보가 누구인지조차 우리는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둘, 녹색당의 ‘정의당을 시작’으로 하는 선거연합정당은 정의당으로 끝나고 있습니다.

 


‘기후정치세력화’없이 ‘원내진입 목적’만 남았습니다. 선거연합정당에 응한 정당이 정의당밖에 없었다, 지금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는 등 해명이 있지만 지금의 좁아진 경로에서 기후·녹색운동과 진보정당과의 폭넓고 강력한 연대의 실현은 더 멀어질 것입니다. 목표한 선거 목표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해졌다면, 다함께 힘을 모을 수 있는 다른 선거 연대 방식을 추진하는 것이 선거연합정당에 참여하지 않는/못하는 이들에게 가능성을 열어주고, 더 깊은 신뢰를 구축하는 길일 것입니다.

 


셋, 선거연합정당은 당내 충분한 숙고와 합의 과정 없이 하향 일방으로 강행되고 있습니다. 

 


선대위는 선거연합정당 논의를 지난 1년간 대의원대회, 전국위에서 추진하였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대의원대회에서 제출한 총선 계획은 ‘기후정의운동 및 진보정당 연대를 강화’하는 총선을 치르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지난 8월 전국위 정치캠프에서 진보정당들 간의 선거연합 전략 논의는 당원들에게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비공식 회의에서 논의되었고, 10월 22일 104차 전국위에서 ‘특정정당과의 선거연합정당’ 구상이 당원들에게 공개되었습니다.

 

 그에 앞서 정의당과 녹색당 간의 물밑 협의가 진행되고 있음이 언론을 통해 먼저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11월 26일 임시전국위에서 ‘정의당을 시작’으로 하는 선거연합정당 구상이 본격화되었습니다. 실질적으로 당원들이 지금의 선거연합정당 구상을 알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은 1달 여 기간밖에 되지 않은 것입니다. 판단을 위한 정보도 너무나 부족했습니다. 

 

대부분 당원들에게 녹색당의 총선 방침과 선거연합정당의 내용과 원칙이 무엇인지 제대로 전달되고, 토론이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에서 오로지 찬성과 반대라는 선택지만 주어진 총투표 문안을 우리는 마주하고 있습니다. 선대위는 선거연합을 추진하기 위한 설명회로서 지역 간담회를 추진하였고, 대표는 당원총투표 하루 전 반대 의견과 의혹에 해명하며 선거연합정당 추진에 힘을 실어달라는 호소 메시지를 당원들에게 발신하는 등 지도부의 뜻을 실현시키는 데 권한을 십분 활용하고 있으나, 당원들이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청취할 기회는 만들어주지 않았고, 아주 제한적인 형태로 소개되고 있을 뿐입니다. 정부 정책도 찬반 의견이 대립할 때 공청회를 합니다. 선거연합 전략에 대해 찬반 의견 함께 청취할 수 있는 공개 토론회는 필수적입니다.


넷, 선거연합정당은 당원, 비당원 대중들의 지지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여러 의혹과 비판 속에서 원내진입 가능성조차 불투명해지고 있습니다.


선거연합정당은 당내 지지를 모아내기보다 당내 분열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뚜렷한 반대 의견이 있음에도 무리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당원들은 설득의 대상으로 대상화되고 있고, 최고 의결기구인 당원총투표는 지도부의 총선 목표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입탈당자 수와 당비 납부 그래프가 모든 걸 설명해주진 않지만, 총선국면에도 당세는 점점 약해지고, 모금도 잘 되지 않고 있습니다. 녹색당에 애정이 남아있는 당원, 탈당자들, 비당원 동료 등 녹색당과 가까이 있는 이들의 공개적인 비판들도 SNS에 올라오고 있습니다. 또한 녹색당, 정의당 간의 선거연합정당은 대중들의 이목을 끌지 못하고 있고,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관심 있는 대중들은 녹색당과 정의당의 선거연합정당이 제3지대를 표방하며 이합집산하는 다른 정치세력들과 무엇이 다른지 묻고 있습니다. 

 

녹색당이 자력으로 원내진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당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민들이 모를까요? 이런 식의 선거연합은 한국 정치 전반을 후퇴시키고 대중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만드는 정치공학일 뿐이라는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최근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정의당은 1.5~3.1% 지지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1월에 발표된 3개 기관의 조사에서는 1.5~2%가 나왔습니다. 정의당의 지지율은 작년 12월 이전에 비해 반토막이 나고 있습니다. 녹색당-정의당의  선거연합정당이 3% 봉쇄조항을 못넘을 가능성도 큽니다. 녹색당, 정의당 각 정당이  봉착해있는 난관이 선거연합정당을 통해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이 점점 자명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불투명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는 선거연합정당에 당의 운명을 맡기는 도박은 지금 당장 중단되어야 합니다.


다섯, 선거연합정당에서 녹색당은 정의당에 종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녹색당 선대위는 선거연합정당을 녹색당이 주도하고 있다고 강변하지만, 녹색당이 원내진입을 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선거연합정당에서 정의당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실제 구도 역시 정의당이 녹색당으로 들어와 선거연합정당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고 녹색당이 정의당의 선거용 연합신당으로 들어가 비례의석을 받고, 선거 후 녹색당으로 복귀한다는 구상입니다.

 

 녹색당은 후보와 선대위, 주요당직자들이 탈당 후 정의당 연합신당으로 입당했다 다시 복당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지만 정의당은 이런 과정 없이 선거 후 당명만 개정하면 됩니다. 이것은 호혜적이고 평등한 연합이라고 할 수 없으며, 단순히 기술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뿐만 아니라 선거연합정당의 총선 목표 및 강령과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 공동 대의기구에서 녹색당은 소수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정의당 48%, 녹색당 32%, 예비 20%로 배분)


여섯, 선거연합정당에서 녹색당의 정체성과 원칙을 지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국가 자원안보특별법’에 정의당 국회의원 전원이 기권 표결한 반면 녹색당은 ‘가스 민영화법’이라며 규탄 논평을 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서강대 김상현 교수가 비판하였듯이) 한국 사회에 잠재한 발전민족주의, 추출주의, 성장주의라는 보다 근본적인 층위에서 서로 다른 국가관, 경제관을 갖고 있는 녹색당과 정의당은 합의를 이루기 힘들 것입니다. 

 

가덕도신공항은 입지로서 타당하지 않기에 김해공항을 확장해야한다는 정의당의 당론도 GDP 성장이 아닌 기후위기 시대에 항공 운송을 절대적으로 줄여야한다는 녹색당의 입장과 양립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녹색당은 절대로 민주당과 연대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의당은 선거법 개정을 두고 민주당과 다양한 연대 연합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정의당은 녹색당의 정체성과 원칙에 반하는 정치적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이런 정의당에 대해 녹색당이 어떻게 제동을 걸고 있고, 어떤 토론을 주도하고 있는지는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녹색당 내부에서도 입장 정리가 첨예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앞에서 언급한대로 선거연합정당 내에서 양당의 구도가 결코 평등하거나 호혜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같은 당’이 아니니 의견 차이는 어쩔 수 없다고 치부할 수 없습니다. 대중의 눈에는 ‘같은 당’이 되는 것입니다. 녹색당의 원칙을 고수하기 위한 비타협적인 견제와 토론의 자세가 지금까지 보여지지 않았는데, 선거연합정당이 창당한 이후에는 가능해질까요?

 


일곱, 선거연합정당 추진 과정에서 지도부가 대거 탈당하게 되면서 녹색당은 임시적으로 사고당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정의당 지도부와 맺은 합의서에 따르면 녹색당 대표와 사무처장 등은 녹색당 탈당을 거쳐 선거연합정당에 입당하게 됩니다. 공동 대의기구 구성을 위해 선대위를 포함하여 녹색당의 주요 당직자들이 대거 연합신당으로 파견되면 녹색당 내에서는 대의 결정 기구의 공백이 생기게 됩니다. 

 

총투표 문안에 기재되어 있듯이 ‘선거연합정당의 내용과 녹색당 선거방침 부합 여부’를 녹색당 선대위와 전국위가 함께 결정한다고 되어있지만, 선대위와 전국위 대부분이 탈당하여 연합신당으로 이동한다면, 중대한 결정 사항이 생길 경우, 녹색당은 당의 방침을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 됩니다. 또한 파견된 대의원들이 녹색당의 가치와 명분에 반하는 결정을 할 경우 녹색당은 선거연합정당을 견제할 수 있는 아무런 장치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여덟, 원내에서 어떤 기후정치를 펼쳐낼지가 우선 논의되어야 하나 원내 진입 가능성 자체에 매몰되고 있습니다.

 


녹색당 국회의원 한 명을 고대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오늘날 국회 구조에서 의원 한 명이 할 수 있는 일은 상징적인 행동 외에는 거의 없습니다. 정의당은 의원 6명이 있었지만 탈석탄법 발의조차도 1년 넘게 하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게다가 정의당 의석이 5석 이하로 내려가면 정의당 국고보조금이 왕창 사라져 현재와 같은 사무처 운영이 불가합니다. 

 

원내 ‘진보정당’의 입지와 역량이 지금보다 좁아진 현실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더더욱 없습니다. 녹색당 국회의원이 한 명 생길 경우, 안 그래도 전국당과 지역당 재정과 역량이 강하지 못한 현실에서 당내 권력은 제도적 권한과 경제력을 갖게 되는 국회의원 1인으로 급격하게 쏠릴 위험이 큽니다. 

 

녹색당이 대변하고자 하는 광범위한 사회운동, 기후정의운동과 괴리된 채 추진되는, 독자적인 지지 기반 없이 편법적인 선거공학의 힘을 빌려 원내로 들어게된다면,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의 예처럼 녹색당 역시 ‘의원 1인=녹색당’으로 축소되는 경로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원내 진입 시 의원의 역할과 목표, 의원이 녹색당 당원 중 한 사람으로서 민주적으로 의사 결정에 참여하고 구속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앞서서 논의해야 합니다. 의원 1인이 기후현안을 해결할 수 없는 조건에서 지금 제안되는 상설협의기구를 넘어서 의정활동이 ‘기후정치세력화’를 위한 사회운동 연결과 지원을 어떻게 이룰 수 있을지 폭넓은 논의가 필요합니다. 그리하여 2026 지선, 2027 대선, 2028 총선에서는 지금과 다른 기후정치세력화의 흐름을 만들어낼 계획을 지금부터 준비해야합니다.


아홉, 선거연합정당은 진보정치의 질적 성장이 아닌 후퇴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지난 시기 3만 명이 넘는 대중들이 거리로 나와 기후정의, 체제전환, 불평등, 자본주의 철폐 구호를 내걸고 ‘우리가 길이고 대안’이라고 외쳤습니다. 제도권 정치는 체제 모순과 계급의 분열을 반영하지 못하고 공회전하고 있습니다. 제도 정치가 기능을 상실한 이유는 비단 거대 양당의 패권적 권력 다툼 행태에만 있지 않습니다. 

 

기후정치를 바라는 대중들은 기존의 낡은 정치에 희망을 걸지 않고 있습니다. 녹색당, 정의당이 손 맞잡고 추진하는 선거연합정당은 낡아서 부서지고 있는 제도 정치를 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은 낡은 정치의 모습과 꼭 닮아있습니다. 소수의 의원들이 제도정치의 질서에 어떻게 저항하며 균열을 낼 수 있을지, 뚜렷한 대안이 없다면 이전의 실패를 답습할 뿐입니다. 익숙한 절망에 부딪힐 것인가? 아니면 국회 바깥에서 슬퍼하고 분노하는 이들과 함께 낯선 희망을 만들어낼 것인가? 조금 느리더라도 함께 희망을 꿈꾸면 좋겠습니다. 녹색당의 정치가 제도 정치 안에서 외로운 목소리가 되지 말고 제도 정치를 부수는 망치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2024. 1. 20.
녹색정치의 시간을 만드는 당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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