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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비교/여성

[언론보도]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과 반론

by 원시 2022. 1. 22.

여성가족부 폐지론자 근거.

 

사설] 정권 위해 여성 배신한 여성가족부가 자초한 폐지론
조선일보
입력 2022.01.10 03:22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했다. 윤 후보가 7일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 7글자를 올리자 4시간 만에 찬성 댓글 5000여 개가 붙었다. 상당수가 2030세대 남성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여성이지만 찬성한다’는 댓글도 적지 않았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 역시 최근 성평등가족부 또는 평등가족부로의 변화 필요성을 언급했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성평등부(여성가족부) 강화’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강한 반대 입장이다.

2001년 신설된 여가부는 호주제 폐지, 성폭력·성매매 방지법 제정, 경력 단절 여성 지원, 다문화 가정 정책 수립 등 20여 년간 많은 업적을 남겼다. 김부겸 총리가 9일 방송에서 “여가부가 역사에 분명한 족적이 있다” “양성평등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며 폐지론에 반대한다고 한 근거가 바로 이런 점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가부 폐지론이 대선 쟁점으로 힘을 받고 있는 것은 문재인 정권 5년간 여성보다 진영 보호에 앞장섰던 여가부 행태에 대한 환멸 때문일 것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 등을 거치며 여가부는 스스로 존재 근거를 부정했다. 당시 장관은 국회에서 “두 사건이 권력형 성범죄가 맞느냐”는 질문에 “아직 수사 중인 사건”이라며 세 차례나 답변을 피했다. 민주당이 ‘우리 잘못으로 생긴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을 바꿔가며 서울·부산시장 선거에 참여하기로 하자 “국민 전체가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 집단 학습을 할 기회”라고 감싸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여가부는 공식 입장문에서 ‘피해자’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주저하더니 “2차 피해를 막아달라”는 피해자 측 요청도 묵살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이런 이해하기 힘든 행태가 거듭되면서 여가부 장관은 국회에서 발언 금지 조치를 받기도 했다. 여성운동을 여당 국회의원이나 여가부 고위직으로 진출하는 디딤돌로 이용해 온 일부 인사의 여성 배신 행위가 여가부 폐지 논란을 자초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폐지 논란' 여성가족부... 무슨 일을 할까?
2021년 7월 7일

 



최근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 대선 공약으로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당 대표와 하태경 의원 등도 여가부 폐지론에 가세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이에 반발하며 젠더 갈등을 조장하는 '게으른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사실 여가부 폐지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여가부는 어떤 기관일까? 왜 폐지를 요구받게 된 것일까?

'정준영 단톡방' 피해자가 여전히 가해에 시달리는 이유
디지털성범죄 피해 아동·청소년 2배 늘어... '인터넷 채팅'이 고리
'여가부 폐지하겠다'
유 전 의원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라는 별도의 부처를 만들고 장관, 차관, 국장들을 둘 이유가 없다"며 "여성가족부 장관은 정치인이나 대선캠프 인사에게 전리품으로 주는 자리에 불과하다"라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대신 다른 부처 사업과 중복되는 여가부 예산을 의무 복무를 마친 청년을 위해 쓰겠다고 했다. 그는 2017년 대선 당시도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이준석 당 대표도 같은날 SBS에 "저는 여성가족부 같은 것들이 여성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안 좋은 방식이라 본다"고 말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요즘것들연구소' 시즌2 출범식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여성가족부는 사실상 젠더갈등조장부가 됐다"라고 말했다.

'게으른 정책'... 여성단체 반발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7일 BBC 코리아에 여가부 폐지 주장을 '게으른 정책'이라고 일축했다.

여.세.연 황연주 사무국장은 "공정이나 능력주의 등 이야기를 근거로 여성가족부를 폐지하자고 주장하는데, 이는 실재하는 차별이나 폭력의 구조를 지워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유 전 의원을 포함한 야권이 "징병제 안에 복무하는 착취당하는 남성 청년들을 위한답시고 여성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며 "서로 약자인데 소수자들끼리 칼날을 겨누게 만드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전 의원이 2일 오전 서울 양천구 kt체임버홀에서 열린 'CBS 제30·31대 재단이사장 이·취임 감사 예식'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사진 출처,뉴스1
사진 설명,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전 의원이 2일 오전 서울 양천구 kt체임버홀에서 열린 'CBS 제30·31대 재단이사장 이·취임 감사 예식'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황 사무국장은 또 여가부에 대한 오해나 왜곡된 시각이 재생산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여성가족부가 여성에게만 혜택을 준다는 오해가 있다"며 "여성가족부 폐지론, 페미니즘에 대한 공격이 재생산되는 현실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제 역할을 못 하면 더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논의하는 게 아니라 폐지하자는 발상이 우려된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여.세.연은 이날 논평을 내고 "정부 부처 내에서 일어나는 상급자에 의한 성비위 사건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부처들이 여성가족부보다 젠더 관점에 기초한 정책을 잘 수행할 수 있다고 말하는 근거는 무엇인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경선 여가부 차관은 이날 여가부 폐지론에 대한 질문에 "여가부가 조금 더 분발하라는 취지이신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모든 정책이 사회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지속적으로 저희가 제도개선을 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서 노력해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또 "지난 20년간 여가부는 성평등 가치 확산과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서 다양한 제도와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며 "성폭력과 관련해 2차 피해라는 것은 개념조차도 없었는데 여가부가 이를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을 개정·제정해 2차 피해를 법률에 정의하고 관련 지침도 마련했다"며 여가부 무용 논리에 반박했다.

여가부가 하는 일은?
여가부는 여성뿐만 아니라 청소년, 다문화가족 등도 지원한다.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여가부의 소관 업무는 여성인력의 개발과 활용, 여성정책 기획·종합 및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를 포함해 청소년 활동진흥 및 역량개발, 양육·부양 등 가족기능의 지원, 유해환경으로부터의 청소년 보호 등도 포함된다.

이 외에도 여가부는 성폭력 피해자 상담 및 의료비, 집단 치료 지원 등의 업무도 적극적으로 진행해왔다.


동영상 설명,
정현백 여가부 장관이 생각하는 '페미니즘'

여성가족부는 2013년 피해자가 불리했던 성폭력 관련 법들을 개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성폭력 피해 방지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노력에는 남성 피해자 역시 고려됐다. 한 예로 여성가족부는 2015년 최초로 '성인 남성 성폭력 피해자 지원 안내서'라는 책자를 발행하기도 했다.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한 실태조사와 지원센터 운영실적 평가 등 업무도 진행 중이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여가부
하지만 여가부를 둘러싼 논란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7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여가부 폐지 청원이 올라와 나흘 만에 입장 표명 요건인 서명인 10만 명을 넘긴 바 있다.

당시 청원자는 "여성가족부는 성 평등 정책은 하지 않고 남성 혐오적이고 역차별적인 제도만을 만들어 예산을 낭비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여가부는 "여성가족부 폐지 청원은 여성가족부 정책과 역할에 대한 기대감으로 출발한 것으로 본다"며 "국민들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동성애·동성혼 개헌반대 국민연합 회원들이 2017년 12월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여성가족부 성평등 기반 정부 정책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출처,뉴스1
사진 설명,
동성애·동성혼 개헌반대 국민연합 회원들이 2017년 12월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여성가족부 성평등 기반 정부 정책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여가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여러 차례 나왔다.

한 예로 여가부는 올해 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영문 증언집을 만들었지만 2년 넘게 공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여성 문제인 위안부 문제를 수수방관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청소년들은 여가부가 만든 '셧다운제'(16세 미만 청소년 인터넷 게임 차단)에 반발하며 시대착오적인 정책이라고 비판해왔다.

지난해에는 '걸그룹 외모 지침'이란 논란을 불렀던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를 제작하고, '김치녀'는 혐오 표현이지만 '김치남'은 혐오 표현이 아니라는 내용을 담은 '초·중·고 성평등 지도안'을 발표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또 장자연 사건의 증인인 윤지오 씨의 국내 체류 숙박비 등 일부를 김희경 당시 여성가족부 차관의 기부금으로 냈다는 사실이 추후 밝혀지면서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여가부의 역사
한국의 여성정책은 1948년 정부 수립 직후 시작됐다. 당시 정부는 사회부에 부녀국을 뒀는데, 이후 사회부가 보건사회부로 바뀌면서 부녀국은 부녀아동국으로, 다시 가정복지국으로 바뀌었다.

이들 정부 기관의 당시 여성 관련 업무는 보호를 필요로 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 행정이 대부분이었다.

1980년대 초에는 국가 차원의 첫 여성문제전담기구인 한국여성개발원이 설립됐고, 여성정책 심의·조정을 위하여 국무총리 정책자문기구로 여성정책심의위원회도 설치됐다.

그리고 1988년 여성정책을 전담하는 정부 행정기구인 정무장관 제2실이 신설됐다. 여성분야에 중점을 두며 사회 문화적 문제들을 다뤘던 정무장관 제2실은 1998년까지 이어졌고, 여성장관 8명이 이 자리를 거쳐갔다.

세계여성의 날 시위
사진 출처,뉴스1
사진 설명,
세계여성의 날 시위

이후 한국 정부는 여성부 신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김대중 당시 대통령에 의해 1998년 첫 대통령직속 여성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공약을 지키며 2001년 여성부 신설을 확정 지었다.

오늘날의 여성가족부가 탄생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기였던 2005년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시 보건복지부로부터 영유아 보육에 관한 사무를 여성부로 이관하며 여성부를 여성가족부로 개편했다.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 정권은 2008년 여성가족부를 여성부로 다시 환원하면서 가족·보육 업무를 보건복지가족부로 이관했다. 하지만 2010년 다문화가족과 건강가정사업을 위한 아동 업무를 여성부로 이관하면서 명칭을 다시 여성가족부로 환원했다.

 

 

 

사실은] '여가부 폐지', 그 이후의 시나리오는?
이경원 기자 이메일 보내기 작성 2022.01.19 11:12 수정 2022.01.19 13:10 조회 2,518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크게보기 글자크기 작게보기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은 대선 후보자들의 공약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탈모 보험 적용 공약을 짚었고, 오늘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여가부 폐지 공약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여성가족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여가부 업무와 예산을 다시 조정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7일, 자신의 SNS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7글자를 남겼습니다. 짧고 강렬했습니다.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공약의 파장은 컸습니다. 젠더 이슈를 재점화하면서 막판 대선 정국의 변수가 됐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지금도 온라인에서는 논쟁이 살을 붙여가며 확대,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SBS 사실은팀 역시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과 관련해 여러 차례 팩트체크를 했는데, 이번에는 여성가족부가 폐지될 경우, 그 이후의 시나리오를 정부 조직 개편의 역사에 비춰 차근차근 짚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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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의 업무는?

먼저, 여성가족부 업무부터 정리해 보겠습니다. 사실은팀은 지난해 11월 SBS 8뉴스에서 여가부 예산안을 중심으로 업무를 분석해 전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다만, 당시는 2022년도 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 전 수치라서 국회에서 수정된 부분을 감안해 다시 계산했습니다.

일단, 여가부 업무는 여성 정책, 권익 증진, 가족 정책, 청소년 정책으로 분류됩니다. 2022년 편성된 여가부 예산은 1조 4,650억 원으로 전체 정부 예산의 0.24%입니다.


여가부 예산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업무는 가족 정책으로 9,063억 원, 전체 여가부 예산의 61.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부모 가족 지원이 4,213억 원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아이 돌봄 서비스로 2,015억 원입니다. 

권익 증진 예산은 성폭력·가정폭력·강력범죄 피해자 등을 지원하는 예산입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센터 예산이 대표적입니다. 최근 3년 간 여기서 도움을 받은 피해자는 여성이 79.2%, 남성이 20.8%입니다.

가장 논란이 되는 여성 정책 예산은 그 내역을 따로 정리해 놨습니다. 가장 많은 돈이 경력 단절 여성 지원에 쓰이고 있습니다. 임신과 육아로 경력 단절된 여성들의 고용을 도와 가계 소득을 높이기 위한 취지입니다.

 


여성가족부 업무 이관의 역사

 

 



여성가족부는 2001년 김대중 정부 당시 출범했습니다. 원래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로 출발했는데,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정당들이 앞다퉈 여성 정책 공약을 내놓으면서 논의가 빨라졌습니다.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도 여성부 신설을 적극적으로 주장했습니다. 당시 사회적 분위기로도 이견이 크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보건복지부의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 보호 업무, 고용노동부의 여성 주거 문제 등을 이관 받아 탄생했습니다.

2004년 노무현 정부 당시 여성부 몸집은 커졌습니다. 통합 가족 정책을 위해 가족 및 보육 업무를 보건복지부에서 이관 받았습니다. 2005년에는 이름을 여성부에서 '여성가족부'로 바꿨습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여성가족부 폐지론은 다시 수면 위에 올랐습니다. 그해 1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여성부는 여성 권력을 주장하는 사람들만의 부서"라며 논의가 불붙었습니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조직 개편 기조는 부처 업무를 통합하는 '대부처주의' 원칙이었는데, 여가부가 구조조정 대상이 됐습니다.


2008년 1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인은 민주당 당사를 찾아 협조를 요청하면서 "여성부는 여성 권력을 주장하는 사람들만의 부서"라고 말했다.

사흘 뒤, 한나라당 의원 130명은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여성 정책과 보육 정책을 보건복지부에 이관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비대화, 여성 단체의 반발 등 여러 문제 제기가 나왔고 여야가 여성가족부를 존치시키자고 합의를 봤습니다.
 
이명박 당선자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부처수를 최소화 하여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겠다는 대부처주의 원칙을 표방했고, 이에 근거하여 사회복지분야의 모든 업무들을 보건복지 가족부로 통합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따라서 보육업무가 저출산, 고령화 업무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로 이관되는 것은 애초부터 기정사실화 되어 있었다. 

 


- 원시연, 황인자 <중앙행정기구 조직개편의 정치 : 보육 , 가족정책 담당기구를 중심으로>, 한국정치연구 제19집 제2호, 2010년

 



결국, 여성가족부는 가족 및 보육 업무를 보건복지부에 이관했습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거대 부처가 됐는데, 국가청소년위원회가 담당했던 청소년 업무, 기획예산처의 양극화민생대책본부 업무까지 받았습니다. 여성가족부는 가족 업무가 떼어져 나가면서 이름을 '여성부'로 바꿨습니다.
 
당시 여성가족부는 부처가 존폐위기에 빠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업무량을 논의할 상황에 있지 못했고, 보건복지부는 소관 업무의 범위가 넓고 방대하기 때문에 업무 이관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느슨한 전략으로 임했다. 
- 원시연, 황인자 <중앙행정기구 조직개편의 정치 : 보육 , 가족정책 담당기구를 중심으로>, 한국정치연구 제19집 제2호, 2010년

하지만, 2년 뒤, 보건복지부와 여성부 간의 업무 불균형 문제가 다시 불거졌습니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기존 보건복지부에 이관했던 가족 정책, 나아가 청소년 정책까지 여성부에 다시 이관하겠다는 방안을 내놨습니다.


2009년 11월 제45회 전국여성대회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 이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가족과 청소년 등 여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책을 여성부에 이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듬해, 여성부는 가족 정책, 청소년 정책 업무를 이관 받으면서 '여성가족부'로 간판을 또 바꾸게 됐습니다. 지금 운영되는 여성가족부 업무는 당시의 조직 개편 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 폐지, 그 이후는?

결국, 여가부 조직 개편의 역사를 참고하면, '폐지'라는 말은 사실상 존재하기 어렵다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여성 정책이 아니더라도, 가족 정책이나 청소년 정책, 권익 증진 등의 업무는 어디에서 해야 할 일임은 분명합니다. 당장 맞벌이 부부들이 아이 돌봄 지원을 받고 있는데, 여가부가 폐지된다고 이 사업을 없앨 수는 없습니다. 한부모 가족 지원, 청소년 사회 안전망 구축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세 가지 사업이 여가부 예산의 거의 60%에 달합니다. 업무 담당자를 교체하는 것도 비효율적일 겁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양성 평등, 여성 정책 업무는 7% 정도로 그 비중은 크지 않습니다.

결국, 특정 정부 부처를 '폐지'시키자는 말 보다는, 특정 업무를 '이관'시킨다는 말이 정확할 겁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윤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와 관련해 선명한 대안을 내놔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자신의 SNS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이후 아동, 가족, 인구감소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부처를 신설하겠다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습니다.


이 말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봤습니다. 사실은팀이 가족, 아동, 인구감소, 정확히는 저출산 문제 담당 부서들을 정부 부처 별로 조사했더니, 부처별 칸막이 때문에 통합적인 정책 수립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 업무들이 가족 정책을 담당하는 여성가족부, 복지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심지어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부까지 업무가 분산돼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학계에서도 이런 문제 제기가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연령 기준에 근거하여 보건복지부는 아동대상의 보호 관련 업무를, 여성가족부는 청소년 대상의 보호 정책을 주관하는 이원 체계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 한국의 경우에는 …… 지원 체계들이 모두 분립하여 연계나 통합되지 않고 있으며, 제도구축시부터 민간에 위탁되어 운영되어왔기 때문에 신고와 조사 결정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국가의 공공성과 책무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치명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 류정희 등, <저출산 극복을 위한 아동보호체계 국제비교연구 : 한중일 비교를 중심으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보고서, 2015년 

결국, 가족, 아동, 저출산 문제를 통합적으로 운용할 정부 부처를 신설하겠다는 윤 후보의 공약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다만, 이 시나리오 역시 앞서 살펴본 정부 부처 '업무 이관'의 역사와 맞닿아 있습니다.

이미 가족, 아동, 저출산 문제를 추진해 왔던 부서는 여성가족부였습니다. 관련 전문가들도 여성가족부에 가장 많습니다. 그러면 결국, 윤 후보가 말하는 정부 조직 개편은 기존 여성가족부 조직을 중심으로 다른 업무를 이관 받은 뒤, 부서 이름을 교체하는 식으로 이뤄지는 게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가령, 보건복지부의 아동, 저출산 업무를 이관 받고, 여기에 교육부의 아동 업무를 녹여내는 식입니다.

논란이 되는 여성 정책 업무는 보건 복지부에 떼어 주든, 아니면, 기존 신설 부처가 안고 가든,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사실 여성가족부 내에서 여성 정책의 비중이 7% 정도로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변수가 되지는 못합니다.

즉, 윤 후보의 공약은, 기존 여성가족부라는 회사가 다른 부문을 인수 · 합병한 뒤, 회사 간판을 바꾸는 방식 말고는 다른 경우의 수를 연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시나리오는 '정치적으로' 여성가족부 폐지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름을 바꿔 기존 여가부 조직을 확대 개편하는 안에 가깝습니다. 

여성가족부 폐지로 시작될 정부 조직 개편은, 뭐로 가든, 지금의 여성가족부 조직 기반을 중심으로 풀 수밖에 없다는 뜻일 겁니다. 

물론 공동체 구성원들의 정치적 요구 역시 중요한 문제이며, 필요하다면 정책으로 고려돼야 합니다. 부처 이름도 공동체의 감정선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세심히 살펴봐야 합니다. 다만, 언론과 학계는 그 실질적 효과를 정밀하게 가늠할 필요가 있다고 믿습니다. 이런 취지에서 조직 개편의 효율성을 따져본 것이라고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SBS 사실은팀은 단순히 사실과 거짓 판정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다양한 층위를 풀어내는 팩트체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SBS 사실은 치시면 팩트체크 검증 의뢰하실 수 있습니다. 요청해주시면 힘 닿는 데까지 팩트체크하겠습니다.


<주요 자료>
2022년 여성가족부 예산
원시연, 황인자 <중앙행정기구 조직개편의 정치 : 보육 , 가족정책 담당기구를 중심으로>, 한국정치연구 제19집 제2호, 2010년
조성한, <2008 정부조직구조의 영향요인>, 한국행정학회 기획세미나 발표 논문집, 2008년
류정희 등, <저출산 극복을 위한 아동보호체계 국제비교연구 : 한중일 비교를 중심으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보고서, 2015년 

(인턴 : 권민선, 송해연, CG : 전해리)
출처 : SBS 뉴스 
원본 링크 :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6610313&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우린 뒷전으로 밀려나나요"···'여가부 폐지론'에 소외된 목소리
이유진·박하얀 기자
2022.01.09 17:05 입력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7일 “여성가족부 폐지” 7글자를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대선 후보와 각 캠프에서는 존폐론과 개편론 등 여가부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 같은 정치권의 움직임을 초조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이들이 있다. 한부모가정이나 저소득층 청소년, 성폭력 피해자 등 주로 여가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이들이 그들이다. 정부조직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찬반 목소리는 드높지만 정작 논의 대상인 부처 업무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당사자들은 소외돼 있는 것이다.

■“우리 같은 사람은 어떡하나요”

이지혜씨(가명)는 4년 전 미혼모자 가족복지시설에서 아이를 출산했다. 남자친구가 출산에 반대하면서 혼자 시설에 들어간 이씨는 “당시엔 갈 곳이 있다는 게 천만다행이었다”고 했다. 출산 이후엔 시설에서 연계한 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통해 전산회계 자격증을 취득했다. 많지는 않지만 매달 10만원의 양육비도 정부로부터 지원받았다. 잊을 만하면 정치권에서 불거지는 여가부 폐지론을 보면서 이씨는 “마음이 착잡하다”고 했다. 그는 “대책 없이 저렇게 폐지한다고만 하면 우리 같은 사람은 어떻게 하나”라며 “다른 부처로 업무가 편입되면 한부모가정 정책은 뒷전으로 밀려나진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폐지를 할 거라면, 그 이후에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선 누구도 명확히 말을 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한부모 가족은 153만3000가구 전체 가구의 약 7.1%를 차지하고 있다. 한부모 가족 가운데 이씨와 같이 정부 지원 대상인 저소득 한부모가족은 18만6000가구이며, 아동 양육비 지원 대상 아동은 약 19만명으로 추산된다.

성폭력 피해 청소년 구호활동을 하는 김지희씨도 비슷한 우려를 표했다. 김씨는 “청소년상담1388, 사이버 아웃리치(디지털 성범죄 예방 활동),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 생리대 지원 등 여가부에서 지원하는 청소년 보호 사업이 꽤 많다”며 “역할이 한정적이란 비판은 있을 수 있지만, 비판 아닌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교실에서 ‘여가부는 꼴페미 부서’라는 말이 아무렇지 않게 나오는 상황”이라면서 “정부 지원을 받는 아이들은 낙인이 찍힐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7월 배포한 ‘여성가족부 정책 바로 알기’ 카드뉴스 일부. 여성가족부 예산 규모와 활용처를 담았다. 여성가족부 제공

 

 



여성가족부가 지난 7월 배포한 ‘여성가족부 정책 바로 알기’ 카드뉴스 일부. 여성가족부 예산 규모와 활용처를 담았다. 여성가족부 제공
■‘있고 없고’ 논쟁이 빠뜨린 것들

‘여성만을 위한 부처’란 오해와 달리 여가부 예산의 대부분은 가족 돌봄과 청소년 보호에 쓰인다. 정부 전체 예산의 0.2% 수준에 불과한 2021년 여가부 예산 1조2325억원 중 7375억원(59.8%)이 한부모가족 아동양육 지원·아이돌봄서비스 등 가족 돌봄 사업에 쓰이고 있다. 2422억원(19.6%)은 청소년 사회안전망 강화 등 청소년 보호 사업에 투입됐다. 이외에도 디지털 성범죄·가정폭력 예방 및 피해자 지원 사업에 1234억원(10.0%), 경력단절여성 취업 지원 등 여성 관련 사업에 982억원(7.9%)의 예산이 쓰였다.

여가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이들 사이에서도 ‘여가부 폐지론’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린다. 여성계 일각에서도 예산과 권한이 한정된 여가부가 여성 권익 향상과 성평등 실현이라는 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그 역할에 대한 정확한 인지와 정책 방향성, 이해당사자 의견 수렴 없이 ‘무용론’을 주장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여가부 폐지에 찬성한다는 강민서 양육비해결모임 대표는 “여가부가 양육비 미지급 문제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의지가 없어 그 역할에 의문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다만 여성 관련 문제를 다루는 전문 부처를 새로 둬야 한다고 짚었다. 강 대표는 “실질적인 양육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보다 단단한 기관이 생겨 소송 없이 아이들 양육에만 힘쓸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를 바란다”며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관련 공약이 한부모 가정에게 희망 고문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여가부 폐지를 반대하는 심연우 가정폭력당사자네트워크 대표는 “기존에 갖고 있던 정책·기능·예산의 확장 등에 대한 논의는 배제하고 단순 폐지를 주장하는 건 폭력적 사고”라며 “피해 당사자인 여성들의 목소리가 언어화돼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처 명칭 수정은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여가부 기능은 확장돼야 한다. 가정폭력 의제를 구조적으로 다루는 부서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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