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투자 은행’ SVB, ‘테크’ 때문에 빛의 속도 몰락
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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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3-03-14 05:00
수정 2023-03-14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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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 발표·슬랙 등 SNS로 초고속 전파
‘스마트폰 뱅크런’ 36시간만에 은행 붕괴
실리콘밸리은행(SVB)은 자사 뱅킹 앱을 ‘강력한 결제 기능을 갖춘 편리한 글로벌 디지털 뱅킹 솔루션’이라고 홍보해왔다. 이러한 기술력은 이번 ‘초고속 뱅크런’의 밑바탕이 됐다. 앱스토어 화면 갈무리
“실리콘밸리가 실리콘밸리은행에 등을 돌렸다.”
손실 발표 36시간만에 붕괴한 실리콘밸리은행(SVB)에 대해 1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기사 제목이다. 기술 투자를 앞세웠던 이 은행이 ‘빛의 속도로 몰락’한 데는 스마트뱅킹과 소셜미디어 등 ‘기술’이 큰 역할 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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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스타트업 ‘커버리지 캣’ 공동 창업자 맥스 조는 <월스트리스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목요일이던 9일(현지시간) 몬타나주 보즈먼 공항의 셔틀버스 안에서 동료들이 미친듯이 스마트폰을 두드리며 돈을 옮기려 서두르는 것을 보았다”며 “실리콘밸리은행에서 뱅크런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뒤늦게 인출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규제 당국은 이날 실리콘밸리은행이 영업을 마감할 때까지 예금자들이 인출을 시도한 금액이 420억달러(55조209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은행 전체 예금의 4분의 1 가량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이는 8일(현지시각) 실리콘밸리은행이 미국 국채로 주로 구성된 매도가능증권을 매각해 18억달러 규모의 손실을 입었다고 발표한 지 하룻만에 벌어진 사태였다.
12일(현지시각) 사용이 정지된 실리콘밸리은행(SVB)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앱 화면 갈무리
부정적인 소문의 전파도, 뱅크런도 빨랐다. 실리콘밸리은행의 현금 조달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스타트업 업계에서 많이 쓰는 소셜미디어 ‘슬랙’ 등을 통해 빠르게 전파됐고, 예금주들은 곧바로 스마트폰을 이용해 은행 앱에 접속해 돈을 인출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소셜미디어는 번개처럼 빠른 속도로 사실과 허구를 모두 전송했다”며 “겁에 질린 고객은 스마트폰을 꺼내 은행 앱을 열었고, 몇 번의 탭과 스와이프만으로 돈을 인출했다”고 보도했다.
실리콘밸리 기술기업에 투자하고 그들의 투자금을 보유하던 실리콘밸리은행은 평소 은행 영업에서도 기술을 강조해왔다. 미국의 대형 은행들이 아직까지 인터넷뱅킹이나 스마트뱅킹에서 송금, 타행 이체 등에 보수적인 것과 달리, 실리콘밸리은행은 자사 뱅킹 앱을 ‘강력한 결제 기능을 갖춘 편리한 글로벌 디지털 뱅킹 솔루션’이라고 홍보해왔다. “계정을 쉽게 관리하고 글로벌 지불을 실행하며 정보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은 실리콘밸리은행의 자랑이었다. 동시에 이번 ‘초고속 뱅크런’의 밑바탕이 됐다.
임지선
정치경제
실리콘밸리 은행 순식간 파산. 언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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