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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

일본과 한국 거의 유사. 일본 개인의 예금 및 주식 등 금융자산은 2000조 엔(약 1경9326조원)에 달하는데, 이 중 약 63%를 60세 이상이 보유.

by 원시 2023. 3. 19.

부모 세대보다 자녀 세대의 부나 문화가 더 빈곤해지는 현상은 이미 서유럽과 미국,캐나다 등에서 일어났었다.

한국보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1세대,1.5세대 앞선 일본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 역시 동일한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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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자료.

 

일본 개인의 예금 및 주식 등 금융자산은 2000조 엔(약 1경9326조원)에 달하는데, 이 중 약 63%를 60세 이상이 보유

 

 


“집단 할복” 말까지 나왔다…日고령화가 부른 세대갈등
카드 발행 일시2023.02.28

이영희
 해법은 매우 명확해 보인다. 결국 고령층이 집단 자살, 또는 할복하는 것 아닐까. 

이런 과격한 주장을 펼친 사람은 일본 도쿄대 출신의 미국 예일대 교수인 나리타 유스케(成田悠輔·37)다. 그가 몇 년 전부터 인터넷 방송 등에서 해 온 주장을 최근 뉴욕타임스가 집중 조명하면서 나리타 교수는 ‘학계의 문제아’로 떠올랐다.

그러나 정작 일본에선 나리타 교수의 이번 발언이 충격적이지 않다는 분위기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아소 다로(麻生太郞·82) 자민당 부총재는 7년 전, 자신도 75세였던 때 이런 말을 했다. “90세가 넘어서도 ‘노후가 걱정된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언제까지 살아 있을 건가’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았던 일본 영화 ‘플랜75’는 국가가 75세 이상의 일본인들에게 안락사를 권한다는 내용이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일본어판 칼럼니스트인 후지사키 마사토(藤崎剛人)는 일본 사회에 이런 ‘노인 차별’이 만연해 있음을 지속적으로 비판해 왔다. 그는 노인 차별이 나이·성별·민족 등에 따른 차별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점. 도대체 일본인들은 무엇 때문에 ‘노인 혐오’를 대놓고 거론하는 것일까. 이는 과연 일본만의 문제일까.

국가가 75세 이상의 노인에게 안락사를 권한다는 내용의 영화 ‘플랜75’의 한 장면. PLAN75 홈페이지
국가가 75세 이상의 노인에게 안락사를 권한다는 내용의 영화 ‘플랜75’의 한 장면. PLAN75 홈페이지

“증오 표현에 면죄부 주지 말라”

칼럼니스트 후지사키 마사토는 뉴스위크에 “‘고령자 집단자결’에 폭소하지 말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뉴스위크 일본어판 홈페이지 캡처
칼럼니스트 후지사키 마사토는 뉴스위크에 “‘고령자 집단자결’에 폭소하지 말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뉴스위크 일본어판 홈페이지 캡처

나리타 교수에 따르면 자신의 ‘노인 집단자결’ 발언은 ‘세대교체’의 은유적 표현이었다. 하지만 후지사키는 이에 대해 “안이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표현을 놓고 폭소하는 일본인들의 정신세계를 들여다보자고 했다. 경제 불황과 저출산·고령화로 일본의 쇠퇴 기류가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이런 증오 표현이 판치게 놔두는 건 사람들에게 ‘증오를 입 밖으로 내뱉어도 괜찮다’는 면죄부를 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가 보기에 노인 혐오의 바탕엔 ‘세대 간 격차론’이 깔려 있다. 그런데 세대 격차론엔 허점이 많다. 실제로 금융자산의 대부분을 고령자가 보유하고 있는 등 일본에 ‘부의 쏠림’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퇴직금의 영향이 크다는 게 후지사키의 설명이다. 또 생활보호대상자인 고령자 세대도 상당수 존재한다는 것을 일본인들은 잊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고령자에게 주는 복지를 축소해 젊은 세대의 짐을 덜어주자는 의견 역시 근시안적이라고 그는 반박했다. “고령자 복지를 줄여 부모 부양을 자녀 책임으로 해버리면 현역 세대에게 또 다른 부담을 주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정 나이 이상이 되면 선거에서 표의 가치를 깎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지만, 이는 “(헌법에 보장된) 참정권의 평등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후지사키는 일축했다.

그는 ‘세대 간 격차’ 논란은 결국 인간의 기본권을 무시하는 극단적인 결과로 향한다고 경고했다. 독일의 나치 정권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하는 독일인들을 구제하겠다는 명목으로 유대인을 탄압했다. 일본 사회에 여유가 사라져 가면서 나이나 성별, 민족 등 인간의 특정한 속성을 희생양으로 삼는 증오 표현은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발신하는 측이 이런 선동을 제어할 수 없다면 이를 수용하는 시청자 측이 나서서 제어할 수밖에 없다”고 그는 호소했다.

💡 생각할 대목: 부자 노인, 가난한 중년 
결론부터 얘기하면 노인 세대를 ‘사회적 짐’으로 여기면서 공공연하게 비난하게 된 배경엔 일본의 경제적 번영기 즉 ‘버블 경제’를 누린 세대와 버블 경제가 붕괴한 후 길게 이어진 불황에 치인 세대가 경험한 극과 극의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

‘집단 자결론’의 표적이 된 70대 이상의 노인들을 일본에선 전후 베이비붐 세대를 뜻하는 ‘단카이(團塊) 세대’라고 부른다. 이들에 대해 젊은층이 가진 이미지는 이렇다.

‘전쟁이 끝난 평화로운 시대에 태어나 자유를 만끽하며 젊은 시절을 보냈다. 사회생활을 하던 시기엔 경제 호황 속에서 높은 임금과 평생 고용의 수혜를 한몸에 받았다. 은퇴한 이후엔 높은 연금을 또박또박 받으며 노후를 즐긴다.’

일본 중년층에선 단카이 세대를 놓고 사회의 단물을 빨아 개인적인 풍요를 누린다는 의미에서 ‘먹튀 세대(逃げ切り世代)’라는 조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반면에 이들의 자녀들은 ‘취업 빙하기 세대’로 불린다. 이 세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버블 경제가 붕괴한 후인 1993~2004년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활동에 뛰어들었지만 상당수가 비정규직 등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했다. 이후에도 장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대부분은 재기의 기회를 갖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에 노출돼 살아왔다. 2023년 현재 41~52세의 중년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윗 세대는 꿀을 빨았는데 왜 우린 이렇게 힘들게 사는가’라는 자조와, ‘꿀 빤 세대의 노후를 우리가 책임져아 하는가’라는 불만이 일본 사회에 점점 쌓여 왔다.

이들 세대 간 갈등의 방아쇠를 당길 계기가 이른바 ‘2025년 문제’다. 2년 후인 2025년에는 810만 명에 달하는 단카이 세대 전체가 고령자의료확보법의 적용 나이인 75세 이상이 된다. 이들의 연금이나 의료비를 감당하기 위해선 현역 세대의 사회보장 부담이 급증할 수 밖에 없다.

60세 이상이 금융자산 63% 보유
일본 사회가 고령화를 놓고 충돌하는 또 다른 배경은 돈 문제다. 빈부 격차는 인간 사회의 영원한 숙제인데 일본에선 빈부 격차가 세대에 따라 뚜렷하게 드러난다는 데 그 특징이 있다.

일본 총무성이 5년마다 조사하는 전국가계구조조사 등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일본 개인의 예금 및 주식 등 금융자산은 2000조 엔(약 1경9326조원)에 달하는데, 이 중 약 63%를 60세 이상이 보유하고 있다. 퇴직금 등을 감안하더라도 자산이 지나치게 고령층에 편중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반면에 3050은 부모 세대에 비해 현저히 가난하다. 일본 내각부가 1994년과 2019년의 연령별 가구소득을 비교했는데, 25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중년 세대의 소득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35~44세의 연소득은 1994년에 비해 2019년엔 104만 엔이 감소했고, 45~54세에선 무려 184만 엔이 줄어들었다.

국세청의 급여실태 조사에서도 40대의 경우 비정규직의 비율은 25.5%로 4명 중 1명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었다. 아르바이트로만 생계를 유지하는 이른바 ‘프리터’의 비율도 20대에서 21.6%, 30대 16.3%, 40대 18.6%로 나타났다.

노년이 중년 먹여살린다
돈은 노인 세대가 갖고 있고, 장년 세대는 고용과 수입이 불안정하니 이젠 노년이 중년을 먹여살리는 역부양 가족이 등장해 사회적 문제로 커진 게 일본이다. 번듯한 직장도, 모아둔 돈도 없다는 이유로 결혼을 하지 않은 채 중년이 돼서도 부모의 경제력에 의지해 살아간다.


부모와 동거하는 40~50대 미혼자의 수는 1995년엔 113만 명에서 2015년에는 340만 명으로 세 배 늘었다. 취업 빙하기 세대 중 일부는 20대 취업에 실패한 후 방 안에 틀어박혀 수십 년을 보내는 ‘중년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됐다. 나이든 80대의 부모가 50대가 된 자녀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이른바 ‘8050문제’가 새롭게 불거졌고, 국가 차원에서 대책을 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세대 간 경제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상식적인 접근은 청년·중년을 대상으로 재취업 기회를 늘리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2019년 취업 빙하기 세대의 재취업을 장려하기 위한 조직을 정부 내에 설치한 뒤 3년간 3040 정규직을 30만 명 늘린다는 계획을 추진했다. 매년 이들을 대상으로 공무원 시험을 실시하고 있는데 수천 명이 몰리며 1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경제 침체를 겪으며 지난 2년간 실제 일자리 증가는 3만 명에 그쳤다.

공원에서 여유를 즐기는 일본 노인들. 사진 픽사베이
공원에서 여유를 즐기는 일본 노인들. 사진 픽사베이

일본 정부가 고심 끝에 꺼낸 묘수는 노인들의 돈을 자녀들에게로 돌리자는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내세운 이른바 ‘부의 회춘’ 정책이다. 고령 자산가들의 재산을 한참 경제활동을 하는 자녀 세대로 이전시켜 경제 활성화도 꾀하고 세대 간 돈 격차도 줄이자는 방안이다. 구체적으로는 부모가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생전 증여를 재촉하는 방식이다.

일본은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줄 경우 매년 110만 엔(약 1062만원)까지 증여세가 면제된다. 단 부모가 사망할 경우엔 사망일로부터 3년 이내에 받은 증여는 상속세의 대상이 된다. 이 면제 기간을 단계적으로 늘려 2031년엔 7년으로 만드는 게 일본 정부의 계획이다. 즉 고령의 자산가들을 상대로 상속세 부담을 줄이려면 지금보다 더 빨리 증여하라고 독촉하는 조치다. 60세 이상의 부모가 손주 1인당 교육비로 최대 1500만 엔(약 1억 4500만원)까지, 육아 비용은 최대 1000만 엔(약 9600만원)까지 비과세로 증여할 수 있는 특례제도도 올해 3월 종료 예정이었으니 3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자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도록 하는 게 고령화를 둘러싼 세대 갈등을 줄여보려는 정책이라면, 노인 세대가 돈을 쓰도록 독려해 사회적 존재감을 키우는 것도 갈등 완화의 우회로일 수 있다. 실제로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노년을 보내고 있는 단카이 세대의 경우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데 관심이 많고 소비 의욕도 있다. 코로나19로 침체가 계속되던 시기 한 조사에서 “코로나19가 끝나면 여행 등의 소비를 할 예정인가”라는 질문에 65세 이상의 84.7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들이 소비의 주체로 나서며 일본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경우 현역 세대의 고용이나 급여 상승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한국선 노인 빈곤 심각 
한국 사회도 출산율 하락과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을 경험 중이다. 수치로만 보면 일본을 뛰어넘는다. 하지만 ‘돈 있는 노인’과 ‘가난한 중년’의 갈등이라는 일본의 상황을 한국에 대입하려 하면 들어맞지 않는다. 지금 한국의 사회 문제는 ‘노인 빈곤’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보호망이 부족한 상태에서 경제적 대비 없이 노후를 맞은 이들이 겪는 궁핍과 고독은 심각하다. 자녀가 부모를 부양한다는 의식은 점점 사라지는 반면, 사회적 부양 체계는 부족하다. ‘부유한 노인 대 가난한 중년’의 갈등보다 더 심각한 건 ‘늘어만 가는 빈곤한 노인 세대’다.

청년 땐 취업 절벽, 중년되니 외식 불가

취업빙하기 세대의 삶을 다룬 책. 『연수입 443만엔, 너무 싼 나라의 절망적인 생활』표지. 아마존 캡처 
취업빙하기 세대의 삶을 다룬 책. 『연수입 443만엔, 너무 싼 나라의 절망적인 생활』표지. 아마존 캡처

지난해 출간된 저널리스트 고바야시 미키(小林美希·47)의 책 『연수입 443만 엔, 너무 싼 나라의 절망적인 생활(年収443万円 安すぎる国の絶望的な生活)』(고단샤)에는 ‘취업빙하기 세대’의 힘겨운 삶이 적나라하게 묘사돼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40대 여성 사카모토 유카(岡本由夏)는 2000년 대학을 졸업하기 전 50군데 회사에 원서를 넣었지만 모두 불합격 통보를 받는다. 이후 부모님의 소개로 작은 회사에 취직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퇴사, 이후 변호사 사무실, 보육원 등을 계약직으로 전전하다 결혼과 임신을 계기로 일을 그만뒀다. 출산 후 재취업에 나서 대기업에 사무직원으로 들어가 연봉 260만 엔(약 2500만원)에 일하고 있다. 남편과 맞벌이로 버티고 있지만, 자신보다 어린 직원들에 비해 훨씬 적은 월급을 받는 상황에 대한 분노가 쌓여 간다. 그는 “아이 교육비가 걱정이라 점심은 500엔(약 4800원) 이내로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 빙하기 세대의 고용 문제를 오랫동안 취재해 온 저자 고바야시는 불행한 시대에 태어나 사회의 변방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을 정부가 적극 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급여소득자 평균 연수입 443만 엔(2021년)’의 일본에서 많은 중년 세대들이 외식조차 사치로 여기는 삶을 살고 있다며 이들의 절망적인 생활을 직시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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