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준 부대표님 “우리의 정권퇴진운동은 복잡한 현대전이다” 읽고
복잡한 ‘현대전’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밝혀주면 좋은데, 그 문장으로 끝나서 아쉽다. 노동당이 대중적인 정당으로서 각인받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 장석준부대표가 물음은 던졌지만 답은 없다. 장부대표가 현실 진단을 “무조건 친박 3분의 1, 무덤덤한 중간 1/3, 분노한 반박근혜 1/3” 이 진단은 한국의 “영남 인구가 3분의 1”이라는 진단과 동일하다.
노동당은 시대정신이라는 엄청난 큰 화두를 많이 던졌다. 홍세화 대표체제도 그랬고, 이용길 대표체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2년간 반복되어 이제는 노동당 정치의 특성이 되었다. 정치 정당이라기 보다는 학술단체연합회, 원로 저널리스트 협회, 60년대 <사상계> 잡지사같다. 당원들도 당이 어려우니까 다 진심으로 이해한다. 그러면 이 주 객관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왜 서로 어려우면 지혜를 모으지 않을까? 의문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듯이, 노동당 전국위의 “박근혜 정권 퇴진운동 결의”는 시기적으로 많이 늦었다. ‘퇴진운동’ 국면에서 노동당의 자기 특성이 뭔지, 지방선거 5개월을 남기고 어떤 ‘정체성’을 만들어 나갈 것인지가 선명하지 않다. 2011년 9월 4일 이후, 진보신당-노동당은 주어진 정치적 기회들을 많이 놓쳤다. 2013년도 마찬가지였다.
대선 이후는 크게 4가지 이슈들이 있었다. 대선 선거 범죄 (국정원 국군 사이버 심리전 수행), 박근혜 공약 불이행, 개성공단 폐쇄-장성택-중/미 센카쿠 일대 충돌사건, 공기업 사유화(통상임금,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등 투쟁) 등이 그것이다. 2014년이 되었는데도, 이 사건들에 대해서 노동당이 어떻게 개입했고 어떠한 실천적 성과가 나왔는지, 당원들 사이에 공유된 것이 부족하다. 2014년 지방선거의 원동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전국위 ‘퇴진운동 결의문’ 논리적 근거도 오류이다. 결의문 95%는 민중투쟁에 당이 결합한다는 통상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왜 노동당에서 ‘퇴진’까지 내걸었는가는 부족하다. 두괄식으로 말하자면, ‘퇴진운동’ 벌일 수는 있다. 그러나 ‘퇴진’의 근거는 대선선거 범죄로 인한 정권 정당성 합법성 상실이고 그게 더 중요하다.
(한국에서 대자보의 시원: 1980년 광주, 대자보는 1문장으로부터 출발했다. 트럭과 전봇대에 부치던 것에서 출발한다. "전두환을 찢어죽이자 !" 1980년대 '소통 문화'의 출발점이다.)
공기업 사유화, 공약불이행이라고 해서 정권타도구호로 대중운동을 펼치는 것은 주/객관적 능력으로 보아 적절한 전술은 아니다. 당연히 담론전, 여론전을 비롯해서 거리투쟁은 할 수 있지만, ‘정권 교체 regime change'까지 격상시킬 사안은 아니다. ’노동‘ 문제는 최대의 개량투쟁이자 최대의 혁명 투쟁이라는 2중적 측면을 동시에 안고 있다. 후자를 이야기하려면 ’근거‘와 ’주체적 역량‘을 반드시 이야기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자 ’최대 개량‘도 획득하지 못한다.
약간 부언하자면, 만약 대선 국정원,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심리전’이 없었다면, 굳이 거창하게 ‘박근혜 정권 퇴진’이라고 큰 슬로건을 내걸 이유가 없다. 병렬식으로 공기업 사유화, 대선공약 불이행을 들어 ‘정권 퇴진’시키기는 힘들다. 조합의 파업은 분명한 목표가 있다. 노-사간의 타협에서 우위를 서야 하는 전술이 그래서 중요하다.
반면 박근혜 퇴진이라고 외칠 때는 분명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것은 국정원-국군의 대 시민 심리전과 중대한 선거범죄 때문이다. 이것은 좌파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보수층도 동감할 수 있는 87년 제 6공화국 헌법 정도를 지키는 수준이기 때문에 오히려 광범위한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수서발 KTX 사유화와 코레일노조 파업은 박근혜 정권을 ‘협상’ 파트너로 상정하고 있는 노조파업이다. 이 노조 파업을 정치적 혁명의 계기로 활용하고 고양시킬 수 있는 좌파는 그런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실천하면 된다. 그런데 한국에서 실제로 코레일 파업에 대해서 1) 철도발전 방향 담론 2) 승객/화물 코레일 회사, 그리고 선로(railway)와 역사,역세권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철도시설공단(KR)에 대한 좌파적 정책과 담론을 발표하거나, 아니면 실제 거리 투쟁에서 혁명적으로 서울시청을 점거하고 뒤짚어 엎을 수 있는 물리력을 실천한 좌파나 사회주의자가 있었는가? 간단히 말하면 노동조합과 좌파정당의 임무와 정치적 사명을 헷갈리고 ‘조합이 차려준 밥상’ 정당이 숫가락 하나 얹겠다는 형국이었다.
박근혜 정권 퇴진, 사실 거창하다. 그러나 좌파정당은 기회주의적인 민주당 김한길보다 더 정교하게 대선 부정선거국면에 개입 실천해야 했다. 권은희 수사과장 증언 당시 국면만 하더라도 베일이 벗겨지는 순간이었지만, 특히 윤석열 검사의 국정감사장에서 7~8시간 증언과 TV생중계는 한국 정치사에 유례없는 검찰 내부 고발이었고, 현직 공무원이 “대선 중대 범죄=국정원 조직적 범죄”라고 비판하고 나섰다는 점, 이것은 좌파와 민주화 운동, 노동운동 세력을 잡아 가두고 고문하고 조직사건을 터뜨리던 과거 ‘검찰’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윤석열 검사 국감장 증언 이후에, 노동당 성명 담당자에게 문의는 간단히 했지만, 1명이 대변인까지 다 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사정을 알게 되었다.
주체적 역량이 이러하다면, 장석준부대표가 말한 ‘복잡한 현대전’은 어떻게 펼쳐 나갈 것인가? ‘복잡한 현대전’이라고 형용사 ‘복잡 complex' 라는 단어를 썼으면, 1명이 아니라, 복잡한 ’전술 수행‘ 단위 (task force team) 이 있어야 한다는 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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