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단상] 이 비참하고 고독하기까지 한 아파트 5평 더 늘리기 보다, 5평~ 10평 정도의 텃밭을 하나씩 가질 수 있는 도시 건설이야말로 '산업화'와 '4차 5차 산업혁명'보다 더 시급하다. 도시 사람들도 자기 텃밭에서 스스로 채소를 길러 먹을 수 있어야 한다. 귀농하거나 자연 속으로 들어가서 살 수 없는 도시 노동자들도 흙을 가까이 할 수 있는 생활공간이 있어야 한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 1가구 1 텃밭 보유와 가꾸기가 이상적이거나 몽상적인 계획이라고 난 생각하지 않는다. 이웃과의 협력 체제와 국가의 '생계 안전과 공적 행복 제도들'을 믿지 않기 때문에, 최후의 보루로 집, 땅, 빌딩을 움켜쥐고 있어야 한다. 그게 한국 사람들의 자화상이다.
농경제 사회를 그대로 서울로 옮겨놨다. 가뭄 홍수 조절에 유리한, 저수지 바로 밑에 논이 가장 좋고 비싼 논이었고, 이제는 서울대를 비롯한 '인'서울 대학 많이 보내는 아파트 단지가 가장 좋고 비싼 주택가가 되었다. 1953년 한국 전쟁 이후 뼈빠지게 일해서 만들어놓은 한국 자본주의 급성장이 만들어낸 자화상의 한 모습이다. 결국 우리가 세계인들에게 전시하고 자랑할 안타까운 삶의 양식이다.
아파트 단지에도 사람 냄새가 있고, 이웃들간의 정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아파트 단지 마다 천양지차고, 텃밭도 정원도 잘 갖춘 곳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건설 자본의 이윤 추구가 인간의 삶의 공간과 자산보유량을 결정하는 현 체제를 우리는 바꿔야 한다.
먼 미래 일로만 바라볼 게 아니다. 이제 전국에 빈집이 100만 가구가 넘는 시대가 왔다. 20년 안에 소멸할 지방 자치단체는 30%이다.
주택 양식으로 아파트는 더 이상 건설하지 말았으면 한다. 용적율을 높이면 높일수록 인간의 삶의 질은 떨어진다. 텃밭을 가꿀 수 있는 주택이 도시에서 많아지고 '주류적 삶의 양식'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이제 현실화시킬 때이다. 향후 50년이 걸리더라도, 대략 2~3세대가 거쳐 완성가능한 새로운 도시 문명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지난 20년간 서울 아파트 생활이 아닌, 다른 주거 양식을 찾아 새로운 실험들을 한 사람들도 많다. 전국에 5만~10만명은 더 넘을 것이다. 이들이 지난 20년간 이룩한 경험들을 발표하게 하고,이를 기초로 새로운 도시 생활 (주택, 텃밭, 이웃과의 소통 방식, 아이들 교육 프로그램들 등)을 기획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도 실천적으로도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차이는 백지장 하나 차이이다. 자본주의 소유권 제도가 인류가 근대화 이후 표방하는 자유, 평등, 연대와 갈등을 일으키고 상충하고 오히려 자유, 평등, 연대 정신을 갉아먹기도 한다는 것은 많이들 알고 있고 체험하고 있다.
한국에서 이 극렬한 자본주의 폐해가 표출된 곳이 아파트와 주택이고, 이 생활공간에서 '심리적 안정', '아 나는 다행이다'라는 굉장히 소극적인 행복에 머물러야 하는 한국인들의 비애다.
비약적인 평행 유비이기 하지만, 농경제 시절 토지 지주나 양반계층이 소작농과 빈농을 무시하면서 집성촌에서 그 계급사회를 유지해나갔다면, 지금은 교육 경쟁에 유리하고 신분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아파트 단지와 부자마을에서 그 계급사회를 유지해나가고 있다.
성이 같은 집성촌에서 화폐량이 같은 아파트촌으로 그 형태만 바꾸었을 뿐이다.
봉건 시절에는 드물게 낭만이라도 있었다. 몬테규 가의 로미와 캐플렛 가의 줄리엣이 '오 나의 행복한 칼 oh my happy dagger'를 외치며 마지막 사랑을 자살로 승화시켰다. 이제 한국은 대부분 비슷한 아파트 단지 내 사랑이 주류를 이룬다. 1990년 초반에 이미 한국에서 도시화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가장 비참한 빈부격차를 낳을 수 있는 조건들을 만들면서 완성되었다. 아파트 이름과 평수와 사는 동네 이름에 민감하다. 1990년대 이후 출생자들은 지난 100년 한국인들 중에서 가장 '브랜드'에 민감한 세대가 되었다. 누가 그런 인생 취향 형성 조건을 만들었는가? 그들 부모와 서울이나 대도시 삶의 양식이다. 놀랄 것은 없다. 386들 세대 대부분이 나이키에 열광했으니까. 다만 그 강도가 세졌을 뿐이고 세련되었을 뿐이고 다양해졌을 뿐이다.
기사요약: 슬로푸드 (slow food) 국제 본부가 '맛의 방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한국 토종 먹거리 60여 가지가 우선 대표로 인류 문화유산으로 규정되었다.
mbc 보도에 나온 할머니가 기르고 있는 노란 당근, 조선 배추, 이름도 귀여운 "뿔 시금치", 그리고 각종 씨앗들이 전국에 퍼져 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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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고 풍성한 할머니의 밥상…"비밀은 토종 씨앗"
양효경 기사입력 2019-04-14 20:30
토종씨앗 텃밭 종자 맛의 방주
◀ 앵커 ▶
노란 당근, 삼동파, 뿔시금치…
이름마저 생소한 토종 작물들입니다.
최근 건강한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골 할머니들이 조금씩 간직해 온 토종 씨앗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요.
양효경 기자가 만났습니다.
◀ 리포트 ▶
60년 넘게 농사를 지은 한건우 할머니의 작은 텃밭을 찾았습니다.
[한건우(80)]
(이게 뭐예요? 처음 보는 건데)
"노란 당근. 쪄서는 무치면 달디 달어."
노란 당근은 가을에 심어 겨우내 먹습니다.
[한건우(80)]
"이게 월동하는 당근이야. 빨간 당근은 월동 못해. 다 썩어. 그냥 놔두면…"
(엄청 생명력이 좋은 거네요?)
"이게 강한 거지. 겁나게 강한 거야. 옛날 것이 모든 것이 강해. 저 시금치도 옛날 시금치야…"
뿔시금치입니다.
[한건우(80)]
"이건 너무 달어. 일반 시금치는 시금치 따러 가면 안 갖고 와요. 맛 없어서…"
파가 3단으로 자라는 삼동파도 있습니다.
대파보다 단단하고 양파처럼 단맛이 난다고 합니다.
부드럽고 달큰한 조선 배추까지…
오래 전 우리 식탁에서 사라져버린 토종 작물들이 할머니의 손끝에서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네 집은 씨앗 박물관입니다.
옛날 할머니에서 어머니로, 또 딸에게로 이어져온 수십가지 토종 씨앗들이 있습니다.
[한건우(80)]
"할머니들이 뭐라 그랬냐면 (씨앗을) 남겨야 또 심어서 먹고 살지. 그러니까 씨앗 망태기는 매고 죽으라고, 베고 죽으라고 했어."
최근 할머니의 60년 내공을 배우려는 젊은 농민들의 발걸음이 늘었습니다.
"어머니 이거 제비콩 이거는 언제 심어요? 지금쯤 심지 않아요?"
"아니, 조금 더 이따가 심어"
이들이 토종 작물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종자에 대한 위기의식 때문입니다.
대기업 종묘회사에서 나오는 씨앗은 대부분 살충제가 뿌려져 나오거나 다시 열매를 맺지 못하는 1회성 상품인 현실.
[정진영/부여군 농생태학농장 팀장]
"종잣값이 상당히 비싸요. 외국계 종자 회사에서 들어오는 게 많다 보니까 우리 것도 종자가 있는데 굳이 사서만 해야 된다는 것도…"
건강 주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토종 씨앗을 기록하고, 토종 작물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비영리국제기구인 슬로푸드 국제본부는 전통 먹거리를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규정하고 보존하는 '맛의 방주' 프로젝트를 진행중인데, 진주 앉은뱅이밀과 제주 푸른콩 등 우리 토종 먹거리 60여 가지가 등재됐습니다.
토종 씨앗 한 알 한 알에 담긴 의미.
할머니가 차려주신 토종 밥상은 달고 풍성했습니다.
MBC뉴스 양효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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