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화보와 시각 장애인 한혜경의 정치 제안
(1) 패스트 트랙 몸싸움 속에서 우리는 나경원 투사 화보를 감상하게 되었다. 나는 나경원이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등장했을 때, 엘리트 보수상품이라는 전형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여성동아에 나온 '장애인 엄마'라는 감동적인 인터뷰에 눈시울 적셨다. 그런데 그 후 성신여대 심화진 총장과 나경원 의원이 공모하여 딸 김유나씨를 부정입학시켰다는 뉴스타파 보도를 보고 그 눈물을 거둬들여야했다.
보수파라고 해서 나경원과 같은 부정을 저지르지는 않는다. 그런데 사회 정치적 문제를 개인적 권력과 돈으로 해결하려는 나경원 스타일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런 손쉬운 선택은 다만 보수파 나경원의 행태만은 아니다. 혁신파, 중도파도 일상에서는 예외가 아닌 게 우리 실생활이다.
아래 mbc 일일 기자로 나선 시각장애인 한혜경씨는 '연대'의 관점에서 시각 장애인과 함께 결함이 많은 서울시 도시설계를 고쳐나가자고 했다. 동일한 종류의 장애인 문제들을 나경원은 대학총장인 심화진을 이용하고, 다른 장애인들을 불공정한 방식으로 입시에서 떨어뜨리고 자기 장애인 딸을 합격시키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이러한 나경원의 방식은 우리 모습이기도 하다. '아 저 시각 장애인 한혜경씨는 이쁜데 불쌍하다'는 눈길과 유사하다. 이러한 개인적인 동정으로 장애인 문제를 바라볼 것인가, 아니면 적극적으로 전맹 장애인 한혜경의 입장에서 서울 지하철과 같은 도시 시설들을 설계할 것인가?
시각장애인 한혜경씨의 제안은 당연히 후자이다. 한혜경씨가 세계적으로 편리하다고 소문난 서울 지하철 사당역 안을 따라가 보자.
(2) 전맹 시각장애인 한혜경 아주대학교 3학년 일일 기자가 제안하는 서울시 설계, 도시정치란 무엇인가?
난 음료수 상품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가 있는 지도 몰랐다. 그런데 커피 이온음료 구분없이 '음료' 점자만 새겨져 있어서 시각장애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었다. 자기가 마시고 싶은 특정 종류를 고를 수 없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선택'의 자유가 작동하지 않는 현실이었다. 자본주의보다 더 우월하고 더 인간적인 어떤 체제가 있을려면 얼마나 더 섬세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전맹 시각장애인이란 빛도 느낄 수 없는 정도라고 한혜경 일일 기자는 설명한다. 사당역 지하철을 빠져나오는데 20분이 소요되었다. 그리고 출구 입구 계단 손잡이에 붙은 껌 때문에 손을 씻고 싶어 화장실을 찾으려고 했지만, 화장실 표지 점자가 없어서 어려움을 겪었다. 겨우 찾아서 손을 씻으려 했지만 이번에는 고장난 수도꼭지가 문제였다. 손에 비누칠만 하고 말았다.
그 다음 불편함 소개는 음료수 사는 것이었다.
한혜경 일일 기자는 시각장애인인 자기를 일시적으로 도와주는 것보다는 도시 생활 공간을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다같이 고쳐나가고 제안했다. 한혜경 시각 장애인의 마지막 말이 인상적이었다. "나와 같은 장애인은 없어지지 않는다." 민주노동당 이후에 장애인 당원들에게 자주 들었던 이야기였다. 한참 잊고 있었던 문장을 다시 들으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말은 시각 장애인이 아닌 다른 사회 구성원들의 '정치적 배려'가 제도화되고, 일상 생활에서 시각장애인이나 다른 장애인들과의 정치적 연대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1] 2000년 민주노동당이 어렵게 출발한 이후, 계급 패러다임, 생산과 분배라는 주제, 그러니까 전통적인 사회복지 국가 주제들이 한 줄기를 이뤘다. 그리고 환경, 여성, 평화 등 신정치, 비계급적인 신좌파의 주제들 역시 다뤘다. 여기까지는 나에게는 익숙한 주제들이고 내가 연구하고 공부해오고 있던 주제들이었다.
내가 새롭게 배우게 된 것, 과거에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주제는 장애인 정치였다. 장애인의 정치영역과 고유한 실천들이었다.
이 주제는 장애인 당원들의 이야기들을 구체적으로 들으면서, 인터뷰를 하면서 알게 되었고, 우리들의 정치적 촉각과 감수성이 얼마나 더 예민해야 하는가를 내 자신 역시 새롭게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정당 실천과 참여는 학습의 촉진제이자 공부마약이다.
나 같은 경우 지하철에서 뛰면 1~2분이면 출구를 빠져나갈 수 있는데, 시각 장애인 한혜경씨는 20분이 소요된다. 우리 한국의 도시가 이렇게 친-장애인 도시가 아님을, 애초에 설계 당시부터 장애인의 눈, 발, 손, 머리, 심장의 입장에서 서울이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구성이나 개혁이나 이런 단어를 쓸 때는, 바로 이런 경우이다. 장애인의 시각과 삶의 양식의 입장을 가지고, 서울을 재구성하거나 재건해야 한다. 사실 70년대보다 40년이 지난 지금 서울은 많이 좋아졌다. 그러나 그 속도는 너무 느렸다. 토지 빌딩 아파트 값 상승에 아이들 시각, 장애인 편리성, 여성의 관점, 노인들의 애로사항은 후순위, '다음에 해줄게'로 밀려났다.
근본적인 시각에서, 자본주의 소유제도, 땅, 빌딩, 아파트, 주택에 대한 소유권에 대해서 반성해야 하고, 법제화에 대해서도 아이들, 장애인, 여성, 노인의 관점에서 현행법을 바꿔야 한다.
[2] 장애인 정치는 비계급적인 주제이고 패러다임이다. 좌파 정당이나, 정의당, 녹색당 등만 할 수 있는 정치영역이 아니다. 각 정당들들이 여유가 좀 생기면 비례대표로 장애인을 배정하고, '착한 정당' 시연과 같은 정치적 올바름(PC)에 머물지 말아야 한다.
꾸준하고 오래 오래 실천하면서 정책들을 마련해 내야 하고,, 끊임없는 수정 과정들을 통해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는 과거 민주노동당, 현재 정의당 녹색당의 장애인 정치는 크게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
출처:
http://imnews.imbc.com/replay/2019/nwdesk/article/5264881_24634.html?menuid=nwdesk
[소수의견] 세상 보는 창 '점자'에 껌 '물컹'…"이건 너무해요"
한혜경 기사입력 2019-04-25 20:07
최종수정 2019-04-25 20:11
시각장애인 점자 대중교통 화장실 편의점 소수의견
안녕하세요?
아주대학교 3학년 한혜경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 시력을 잃고 현재는 빛조차 감지할 수 없는 전맹 시각장애인인데요.
오늘은 저의 하루를 여러분들께 들려드리고 싶어서 이 자리에 나오게 됐습니다.
저는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합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택시가 있지만 대수가 적어 타기 어렵기 때문이죠.
그래서 지하철과 버스를 주로 이용하는데요.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특히 지하철 출구를 찾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사당역 11번 출구로 나가야 하는데, 점자로 된 안내문이 없습니다.
그래서 일단 아무 출구로 가서 손잡이의 점자를 읽어보아야 합니다.
아… 그런데 이게 뭐죠?
"13번(출구)… 근데 누가 껌 붙여놓은 것 같아요."
누가 씹던 껍을 붙여놓았네요.
이럴 땐 정말 찝찝합니다.
"만질 때마다 불쾌해요. 제가 생각할 때 한 두 달 전부터 제가 이걸 만진 것 같아요. 해맬 때마다 만지거든요."
그런데 더 난감한 건 에스컬레이터입니다.
점자 출구 표시를 찾기 어려운 곳에 만들어 놓았습니다.
"오늘 안에 못 찾을 것 같은데…"
이럴 땐 역무원이나 자원봉사자에게 도움을 요청하곤 하는데요.
이분들껜 늘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입니다.
누군가 붙여놓은 껌 때문에 찝찝해서 손을 씻고 싶었습니다.
2.
그런데, 여자 화장실을 알려주는 점자 표지판을 찾을 수가 없네요.
"어떻게 해야지… 음"
다행히 여성분이 나오셔서 알 수 있었습니다.
"혹시 여기 여자화장실인가요?"
(예)
3.
그런데 이번에는 물이 문제였습니다.
손에 비누칠까지 했는데 세면대가 말썽입니다.
"어떡하지…"
보통 장애인 화장실에는 세면대가 하나인데, 이렇게 고장난 곳이 많습니다.
20분 넘게 헤매다가 간신히 사당역 밖으로 나왔는데요.
4.
목이 말라 편의점에 갔습니다.
음료 하나 사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닙니다.
아 참, 음료수 캔에는 점자가 새겨져 있는거 모두 알고 계시죠?
"이게 뭐지?"
그런데 이 점자, 큰 도움은 안됩니다.
커피도, 이온음료도, 대부분 그냥 '음료'라고만 새겨져있기때문입니다.
"이게 뭐지? 왜 이렇게 흐리지? 음료… 음료."
아 그러고 보니 캔맥주는 맥주라고 적혀 있네요.
외국 술에는 외국어 점자가 적혀 있답니다.
"이게 뭐지? 점자를 못 읽겠지? 아 일본어구나"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으면서도 맛 정도는 구분하고 싶은 건 저의 욕심일까요?
"그냥 들어가서 냉장고 열고 아무거나 집어서 합리화를 하게 된 거 같아요. 오늘은 뭘 골랐을까… 이런 식으로?"
아예 아무 없는 것보단 낫겠다 싶으면서도 맛 정도는 구분하고 싶은 건 저의 욕심일까요?
로또처럼 음료수 뽑기를 하다보면, 왜 항상 같은 음료만 걸리는지…
"제가 정말 싫은 (음료가 있는데) 근데 그걸 되게 잘 골라요."
많은 분들은 제가 눈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저를 도와주셔야 한다고 생각하십니다.
어떤 분들은 저를 도와주시기 위해서 제 팔을 다짜고짜 잡고 절 끌고 가시는 경우도 있는데요.
저는 여러분이 도와주시는 그 마음은 너무나도 감사드리지만, 도음을 받지 않길 원할 때도 있습니다.
대신 함께 바꿔나가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오늘 보셨던, 제가 겪었던, 아주 사소한 문제점들부터 함께 바꿔 나가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제 장애는 아마 앞으로도 사라지진 않을 꺼예요.
하지만 우리 사회, 우리 주변의 문제는 여러분과 제가 함께 바꿀 수 있습니다.
저와 함께 해주시겠어요?
지금까지 MBC뉴스 한혜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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