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용균 관련 재판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김용균 법)이 김용균 사후에 제정되었기 때문에, 이번 재판에서는 김용균법이 적용된 것은 아니었다. 이번 재판은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원청과 하청이 기소되었다.
고 김용균이 속한 하청 '한국발전기술'의 원청은 한국서부발전이고, 그 사장은 김병숙이었다. 법원 판결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김용균의 '고용자'가 누구이고, 어느정도 처벌을 받아야 하는가이다.
김용균을 고용한 회사는 한국서부발전 (원청)의 하청인 '한국발전기술' 회사다. 캐나다 노동법의 경우, 고용자가 1개 이상 회사일 때, 실질적인 '고용자'가 누구냐를 측정하는 5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1)공동 소유 혹은 재정 통제
2)공동경영
3)작업 실행 (회사운영)의 상관연관성
4) 대중들에게 하나의 연관 기업으로 대표되는가, ‘대표성’
5) 노동관계 통제를 중앙집중적으로 실행하고 있는가.
이러한 5가지 기준을 고려해보면, 김용균을 고용한 '한국발전기술' 회사는 원청 '한국서부발전(김병숙 전 사장)'의 통제를 받기 때문에, 김용균의 사망 책임은 원청에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김용균의 고용자를 아주 좁게 해석했다. '고용'과 '임금' 두 가지 요소만 고려해, 김용균의 고용자를 하청 '한국발전기술'로만 본 것이다. 그래서 대법원은 김용균의 '고용', 그러니까 김용균을 채용하고 월급을 주는 '한국발전기술' 임원들만 유죄를 확정했고, 원청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전 사장'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원청과 하청 모두 김용균이 속한 회사이다. 그리고 원청 한국서부발전이 실질적인 김용균의 고용자이다, 그 이유는 한국서부발전이 김용균이 속한 하청 '한국발전기술'의 작업과정을 실질적으로 통제하기 때문이다.
김용균 관련 글. https://bit.ly/46QCY4f
캐나다 노동법. 고용자가 누구냐. (원청이 실질적인 고용자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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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 사망 원청 끝내 무죄‥"법이 왜 사회적 약자를 못 지켜주나"
입력 2023-12-07 19:49 |
연속재생
앵커
오늘 뉴스데스크는 또다시 우리 법이 약자를 지켜주지 못한 무거운 소식으로 시작합니다.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24살 김용균 씨가 숨진 지 사흘 뒤면 5년이 되는데요.
대법원이 오늘 원청업체와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끝내 이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에 제대로 책임을 묻지 못한 겁니다.
김용균 씨의 어머니는 차마 법정을 떠나지 못하고 주저앉아 "왜 법원이 힘없는 약자들을 보호해주지 못하느냐"고 울먹였습니다.
먼저 김지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가로 48cm, 세로 73cm, 성인 허리에 못 미치는 낮고 네모난 구멍.
지난 2018년 12월 10일 밤, 태안화력발전소의 하청업체에 입사한 지 석 달 된 24살 청년 고 김용균 씨가 이 구멍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몸을 구겨 넣고 휴대전화 불빛에 의지해 석탄을 나르는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다 몸이 말려 들어갔습니다.
2인 1조 근무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고 숨진 김 씨는 4시간 넘게 방치됐습니다.
20개월 만에 검찰은 원청업체 한국서부발전과 하청업체 양측 임직원 14명을 기소했습니다.
그의 5주기를 사흘 앞두고, 재판이 끝났습니다.
대법원은 원청업체 한국서부발전 법인과 김병숙 전 사장에게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1심에선 유죄였다 2심에서 무죄로 뒤집힌 권유환 전 본부장도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현장의 안전 점검과 예방조치 책임까지 원청업체 대표와 고위임원에게 묻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김미숙/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병숙 사장이 현장을 잘 몰랐다고 한다면, 그만큼 안전에 관심이 없었다는 증거 아닙니까?"
김 씨가 숨진 태안화력 9호기, 10호기를 관리하고 감독한 10명은 유죄가 확정됐습니다.
모두 금고형이나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실형은 없었습니다.
[이태성/고 김용균 씨 동료]
"용균아. 정말 미안하다. 네가 죽은 자리에서 우리는 다시 선다."
'용균이 엄마'로 5년을 싸워 온 김미숙 씨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습니다.
[김미숙/고 김용균 씨 어머니]
"다른 기업주들은 아무리 많은 사람들을 안전보장 없이 죽여도 처벌 않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판결이 선고된 직후 법정을 떠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주저앉았던 김 씨는 "법이 왜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지 못하느냐, 내 아들이 죽었는데, 당신 아들이 죽었어도 이렇게 판결했을 거냐"고 대법관들을 향해 외치듯 물었습니다.
MBC뉴스 김지인입니다.
고 김용균이 남긴 중대재해처벌법, 실제 처벌된 11건 살펴보니‥
입력 2023-12-07 19:51 |
연속재생
앵커
김용균 씨의 죽음에 대해 우리 사회는 '위험을 외주화'했던 원청업체의 책임을 끝내 묻지 못했습니다.
다만, 더 이상 젊은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아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 작년부터는 원청업체의 책임도 물을 수 있도록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김용균 씨가 남긴 법인데요.
그렇다면 제2, 제3의 김용균을 막겠다는 이 법의 취지는 제대로 실현되고 있을까요.
중대재해법이 적용된 1심, 11건의 판결문을 김상훈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어머니는 또 다른 김용균은 없어야 한다며 아들의 이름을 딴 '김용균 재단'을 만들어 제도 개선 운동에 뛰어들었습니다.
2020년 산업현장의 안전규제를 대폭 강화한 새 산업안전법, '김용균법'이 시행됐습니다.
어머니는 이듬해 중대재해처벌법을 통과시켜 달라며 한 달간 단식농성도 벌였습니다.
[김미숙/고 김용균 씨 어머니]
"어떻게 죽음을 막을 수 있을지 법으로 제정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탄생해 작년부터 시행됐습니다.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원청업체 경영책임자까지 처벌할 수 있게 됐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돼 재판에 넘겨진 경영책임자는 모두 29명.
1심 판결이 나온 11명은 전원 유죄였습니다.
작년 2월 제주도의 대학 기숙사 굴뚝을 해체하다 일용직 노동자가 숨진 사건에 대해 원청업체 대표도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원청업체도 처벌받게 된 겁니다.
11건 가운데 하청업체 직원의 사망 등 재해에 대해 원청업체 경영책임자가 처벌받은 건 모두 7건이었습니다.
판결문 속 죽음의 원인은 사소했습니다.
법원은 작년 5월 경남 창원의 공사현장 굴착기 옆에 안전시설만 있었다면, 작년 9월 대구의 철강제품 공장에 안전통로만 있었다면 노동자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최정학/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
"중대재해 사건의 거의 대부분은 아주 간단한 의무들의 위반입니다. 이거 고치는 데 무슨 그렇게 많은 돈이 들어갑니까?"
11명 중 10명은 징역형의 집행유예였습니다.
하청 노동자가 철판에 깔려 숨져 재판을 받는 도중에도 또 안전조치를 어겨 벌금형을 받은 한국제강 대표에게만 유일하게 징역 1년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10명을 선처한 이유는 사망 사고 뒤 진지한 반성과 재발방지 노력, 유족과 합의였습니다.
MBC뉴스 김상훈입니다.
경향신문 보도.
죽음으로 새긴 ‘김용균법’…결국 묻지 못한 ‘원청 책임’
수정 : 2023.12.08 07:09강은 기자
중대재해법 도화선 된 ‘고 김용균씨 사건’…대법, 서부발전 법인·대표에 무죄 확정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무죄 판결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실질적 고용관계 인정 어렵다”
개정 전 산안법 적용, 상고 기각
노동계 “지나치게 보수적 판결”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한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당시 24세)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이 원청업체인 한국서부발전 법인과 그 대표인 김병숙 전 사장의 무죄를 확정했다.
김씨의 사망은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시행되는 도화선이 됐으나 정작 해당 사건 재판에선 바뀐 법이 적용되지 못했다. 10일은 김씨가 숨진 지 5년째 되는 날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7일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하청 관계자 사건에서 검사와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이에 따라 원청 법인과 대표 등에게는 무죄, 그 외 원·하청 직원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에서의 안전조치의무 위반, 예견 가능성,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소속 상·하탄 설비 운전원으로 일하던 김씨는 2018년 12월11일 석탄 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한 지 4시간 만에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컨베이어벨트 점검구 덮개가 제거돼 있었고, 위험 상황에서도 ‘2인 1조’ 근무가 지켜지지 않았다. 검찰은 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의무를 다하지 않아 김씨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2020년 8월 원·하청 기업과 임직원 14명을 재판에 넘겼다.
개정 전 산안법을 적용한 이 재판에선 원청과 하청노동자 사이의 ‘실질적 고용관계’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다.
1·2심 재판부는 김 전 사장의 산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원청이 하청에 인력을 요청하거나 근무자들의 근무시간 등 인력 운용에 관여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하청업체의 조직 체계와 업무 특성 등을) 종합하면 실질적 고용관계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해서도 컨베이어벨트의 위험성이나 하청업체와의 위탁용역 계약상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서부발전 법인과 권유한 전 태안발전본부장 등 원청 직원 2명도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대법원의 상고 기각으로 원심에서 유죄를 받은 이들의 형도 확정됐다. 한국발전기술의 백남호 전 사장과 이근천 전 태안사업소장 등 원·하청 임직원 10명은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고 산안법이 요구하는 안전조치 의무를 지키지 않은 점이 인정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들은 1심에서 모두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선고됐으며, 그마저도 항소심에서 대부분 감경된 터였다. 이 사건과 관련해 실형을 받은 이는 아무도 없다.
그때 ‘중대재해법’ 있었다면
원청 법인·대표 처벌 가능성
‘위험의 외주화’의 상징으로 주목받은 김씨 사망사고는 원청 사업자의 관리·감독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입법이 이뤄지는 계기가 됐다.
사고 직후인 2018년 12월27일 이른바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안법 전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 산안법은 ‘도급인은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사망사고 발생 시 원청 사업주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중대재해법도 지난해 1월27일 시행됐다.
김씨 사망 당시 중대재해법이 있었다면 원청 대표인 김 전 사장은 형사처벌을 피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50인(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을 또다시 2년 유예하려고 한다.
노동계에서는 중대재해법이 아닌 개정 전 산안법을 기준으로 봐도 지나치게 보수적 판결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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