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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민주당

한국일보 "안대희와 윤석열" 기사, 비유 오류, 안대희와 윤석열은 다르다.

by 원시 2019. 10. 15.


안대희와 윤석열 평행 설명은 별로 와 닿지 않는다. 

1) 안대희는 노무현 정부 당시, 한나라당 차떼기 대선 불법 자금 수사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 불법 대선자금의 10분의 1이면, 대통령직을 내놓겠다고 했는데, 안대희 중수부장이 노무현 대선자금도 밝혔고 10분의 1도 넘었지만, 그 파장력은 한나라당 차떼기 불법자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2) 윤석열은 박근혜 정부 당시, 이명박이 대통령이던 시절, 국정원 댓글을 수사하다가, 채동욱 검찰총장과 더불어 박근혜에게 쫒겨났다. 


한국일보 조태성 기자의 주장은, 한겨레 21 하어영 기자가 윤석열도 김학의처럼 윤중천 별장 접대를 받았다는 기사를 썼는데, 이것이 마치, 박근혜 정부가 혼외자 채동욱 검찰총장을 몰아낸 것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조태성의 주장은 간단하다. 문재인 정부가 윤석열을 제 2의 채동욱으로 만들지 말고, 조국 사퇴 이후,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양해를 구하고 설득하라는 것이다.


"안대희와 윤석열" 평행 이론은 암수나사가 꼭 끼듯이 들어맞지 않는다. 윤석열이 당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가? 국정원 댓글 수사를 집요하게 해대는 윤석열과 채동욱을 한 패거리로 묶어서 이 둘을 축출하려는 박근혜와 새누리당 의원들 (이주영, 정갑윤,김도읍,권성동 등)이 "윤석열 여주지청장, 당신  말이야, 당신 뒤를 봐주는 채동욱 검찰총장, 이 자에게 충성하는 거 맞지? 사람한테 충성하는 거 아냐? 현재 윤석열 당신 상관인 서울중앙지검 조영곤 검사 명령을 듣지 않고, 자기 멋대로 국정원 직원들 구속영장 발부해 버리고 말이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서 2013년에는 너무 과도하게 '격상해' 평가하다가, 2019년 조국 논란 국면에는 너무 '폄훼'하고 있다. 


2013년 10월 국정감사장에서 윤석열 검사(여주 지청장)는 무슨 엄청난 배짱으로 정갑윤 의원에게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답변하지 않았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윤석열에게  '상명하복' 하지 않고, 제 멋대로 수사하고 다닌다고, '검찰 조직을 개판으로 만들고 있다고' 조리돌림을 했다. 이에 대해서 윤석열은 '아 참 기가 막히네' '난 검찰 조직도 대단히 사랑하고, 사람(채동욱)한테 충성하지 않는다' '불법이 있어서 수사했다' 라고 항변했다.


부하 직원, 검사로서 윤석열이 막강 뻔뻔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방어적으로 말한 것이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였다.


(2013년 국정감사장, 새누리당 정갑윤은 윤석열을 야단쳤다)



(2019년 국정감사장,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이, 반대당 조국을 수사하는 윤석열을 응원하고 있다)





[36.5℃] 안대희와 윤석열


입력 2019.10.15 04:402


“전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를 두고 2013년 국회 국정감사 때 윤석열 당시 여주지청장이 했던 말이다. 멋지다, 대단하다, 박수가 쏟아졌다. 


조국 당시 서울대 교수는 이 발언을 두고 트위터에다 “두고두고 내 마음에 남을 것 같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지금은 저 말이, 조 장관 마음에 어떻게 남아 있을까.


개인적으론 저 말을 듣는 순간, 멋지다기보다는 좀 섬뜩했다


참여정부 초기 대선자금 수사 당시 안대희 중수부장이 떠올라서다. ‘한나라당=차떼기당’ 도식을 탄생시킨 그 수사 때, 이젠 사라진 대검 중수부도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서초동 청사엔 꽃다발이 쏟아졌고, ‘국민검사’ 호칭도 나왔다. 어찌나 환호성이 컸던지 “경제에 부담된다”는 뻔한 레퍼토리조차 끼어들지 못했다.




당연히 ‘소감’ 얘기가 안 나올 수 없다. 당시 안 중수부장은 특유의 부끄러워하는 듯한 몸짓으로 “국록을 받는 일개 공무원의 한 사람으로서 직분에 주어진 일을 했을 뿐”이란 말만 반복했다. 박수 소리는 더 커졌다. 큰 수사를 했고, 국민 성원까지 이끌어냈는데, 심지어 겸손하기까지 하다 했다.



“곰 잡으라고 총 하나 들려 산에 보냈더니, 곰 잡기 전에 늑대와 여우부터 잡길래, 그래 늑대 여우도 곰처럼 나쁜 놈이긴 하지, 했더니 곰 잡고 내려오는 길에 뒷골목 쥐새끼 몇 마리까지 다 잡더라”는 게 ‘검사 안대희’에 대한 서초동 평가였다. ‘너무 잘 드는 칼’이란 이유로 끊임없이 견제 받았다던 ‘검사 안대희’에게 ‘중수부장’은 최고의 시간이었으리라.



참여정부 출범 이후인 2004년 안대희 당시 대검 중수부장이 대선자금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거기에 그치면 검찰이 아니다. 경부고속도로 만남의광장에서 냉동탑차에다 수십억원을 퍼다 나른 일이 들통난 야당과 보수언론은 ‘한나라당 받은 돈의 10분의 1이 넘으면 책임지겠다’던 노무현 대통령의 말을 물고 늘어졌다. 


대검 중수부는 노무현 측 대선자금을 한나라당의 10분의 1 이상으로 만들었다. 검찰개혁이 거론되자 ‘10분의 1 넘겼다고 이러느냐’ 되받아쳤다.



차이가 있다면, 참여정부는 안 중수부장을 대법관으로 보냈다. 


검찰총장이나 법무부 장관을 시키지 않기 위한 ‘좌천성 영전이냐, 영전성 좌천이냐’는 농담이 나돌았다. 


그에 반해 문재인 정부는 국정농단, 사법농단 수사를 했던 윤석열에게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어 검찰총장 자리까지 줬다. 대통령이 나서서 ‘살아있는 권력 수사’도 거론했다. 인사를 통해 특수통 검사를 약진시켰다.


공무원의 직분에 충실한 검찰이 차떼기 뒤 10분의 1에 도전했듯,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검찰이 국정농단 사법농단 수사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는, 어쩌면 너무 뻔한 것 아니었을까. 

다른 모든 걸 다 떠나 지금 조 장관 수사를 두고 ‘진짜 그럴 줄 몰랐느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여기다 ‘김학의 카드’까지 등장했다. 


검찰개혁과 내년 총선이 중요하다 한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 


검찰개혁도 중요하다. 조국 장관 수사만 해도 더 보탤 말이 없을 정도로 숱한 비판이 이미 나왔다. 


특별수사가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 장관 사퇴에도 불구하고 이번 검찰 수사의 의미는 일정 정도 빛이 바랠 수 밖에 없다.


 광화문과 서초동 사이의 간극을 크게 만들어 정치적 재미를 보려는 사람들 빼곤, 조 장관 사퇴를 요구한 이들 또한 검찰개혁 자체는 부정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그렇다면 김학의 카드를 꺼내 윤석열을 채동욱처럼 비치게 만드는 건, 내 이럴 줄 알았다며 환호하는 건, 의도한 바와는 정반대로 문재인 정부를 박근혜 정부 수준으로 만드는 일이다. 


꼼수 쓰려 하지 마라. 차라리 조롱당하고 얻어터지더라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라. 그게 정공법이다. 촛불정부가 나중엔 촛불마저 잃을까 두렵다.



조태성 사회부 차장 amorfati@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