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영웅 소개하는 조선일보 기사를 스크랩했었다. 난 '노동영웅' 정씨를 존경한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유형의 사람, 자기 일에 미쳐서 사니까. 하지만 정씨를 '노동영웅'으로 소개하는 조선일보 논조와 그 효과는 반대한다.정씨는 한달에 백두산에서 전남 해남까지 약 800km 정도를 완주하며 1200만원을 번다.
정씨는 하루 30km 걷고 달리고, 택배 건수는 600~700개, 한달 1만 6000개를 배달해, 1200만원을 번다. 보통 택배기사의 3배에서 5배 더 많이 일한다.
난 지금까지 3억을 모은 26세 정씨를 보며 떠올린 두 사람이 있는데, 한 명은 박지성 국가대표 축구선수이고, 다른 한명은 1935년 소련 돈바스의 노동영웅 '스타하노프'였다.
난 청약 아파트 당첨된 정씨의 얼굴의 순수함, 일에 대한 열정, 둘 다 너무 좋다. 어린시절 자기 집이 없어서 곧 집이 생기는 그 꿈의 실현, 존경의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다.
그런데 나는 정씨가 20대 후반에도, 30대에도 하루에 30km (5만보) 700개를 배달할 수 있을까? 박지성처럼 무릎부상을 당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된다.
의학 통계는, 하루 2만보 이상 (7km) 이면 과로 상태로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권장하는데, 정씨는 2배가 넘는 5만보를 기록하고 있다.
내가 조선일보의 정씨 예찬 기사에는 비판적인 이유는, 정씨처럼 살면 그 결과는 너무 빤한 '박지성 무릎 부상'이고 조기 은퇴인데도, 그 위험성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요새 유행하는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주장은 백전백승일 뿐인가?
그리고 조선일보의 정씨의 '노동영웅'화, 성공스토리 보도는, 정씨의 5만보가 결코 '사회적 표준'이나 '규범'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무시하는 효과를 낳는다. 정씨처럼 한달이면 백두산에서 전남 해남까지 800km 를 뛸 수 있는 택배기사는 전체 1~3%도 되지 않을 것이다.
조선일보의 '노동영웅' 보도의 효과는 간단하다. 쿠팡 등 택배회사는 열심히 하기만 하면 한달 1200만원도 벌 수 있는 '좋은 직장, 기회의 땅'이라는 것을 선전하는 것이다. 이렇게 돈 벌 기회가 있는데, '왜 당신은 하지 않느냐'는 추천을 목표로 하는 조선일보인가, 아니면 '너는 정씨처럼 일도 못하는 게으름뱅이'라고 비난하는 기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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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1200만원 벌어요" 26살에 택배로 3억 모은 청년의 하루
이가영 기자
입력 2025.09.16. 07:43
한 달에 약 1200만원을 버는 26세 택배기사의 하루가 공개됐다. 그는 잘 뛰어다니기 위해 일하는 동안 점심도 먹지 않았고, 동선을 계획해 머릿속에 그리며 효율적으로 움직였다.
지난 8일 ‘KBS 교양’ 유튜브에는 인천 서구에서 활동하는 6년 차 택배 기사 정상빈(26)씨가 출연해 자신의 일상을 공개했다.
정씨는 하루에 보통 600~700개, 한 달 기준으로 1만6000개 이상의 물건을 배송한다고 했다. 통상 택배 기사들이 한 달에 배송하는 물량은 6000~7000건이라고 한다. 한 현직 택배 기사는 “한 달에 1만5000개를 배송하려면 토할 정도로 뛰어야 한다”고 했다.
정씨의 신속‧정확한 배송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배송 물품을 정리할 때부터 체계적으로 했다. 나중에 배송할 물건을 아래에, 먼저 배송할 물건을 상단에 담았다. 이 물건들을 엘리베이터에 싣고는 배송할 층수에 도착하면 물건만 우선 내려놨다. 그리고 가장 윗층에서 내려 발로 뛰며 집 앞까지 물건을 배송하고, 인증 사진을 찍었다. 배송부터 사진을 찍는 데까지 3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후 계단을 이용해 아래층에서 같은 작업을 반복했다.
정씨는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시간보다 계단으로 내려가는 게 훨씬 빠르다”며 “무겁거나 부피가 큰 물건들만 중간에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내려놓고 작은 물건들은 위층부터 들고 다니며 배송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방법이 빠른 것도 있지만, 혹시나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엘리베이터 사용을 최소화하려는 이유도 있다고 정씨는 설명했다.
이동하는 시간에도 정씨는 쉬지 않았다. 휴대전화를 계속 들여다보며 다음에 배송할 건물 몇 층에 반품 물품이 있는지, 몇 층에 어떤 물건을 배송해야 하는지를 계속 살폈다. 이를 모두 기억한 후 물품을 계획대로 정리했다. 그는 “머릿속에 저만의 지도가 그려져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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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약 30㎞, 5만보 가량을 이동한다는 정상빈씨는 한 달에 약 1200만원을 번다고 밝혔다. /유튜브 'KBS 교양'
정씨는 수입에 대해 “무게와 크기 상관없이 전부 700원씩 받는다”며 “한 달 수입은 1200만원”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가 보여준 은행 거래 내역에는 1267만원이 입금되어 있었다. 신속한 배송을 위해 점심도 먹지 않고 공복 상태로 온종일 뛰어다녀 신발이 빨리 닳는다는 정씨는 “2~3개월마다 신발을 교체한다”며 “매일 약 30㎞씩, 5만보 정도 뛴다”고 했다.
그는 26세 나이에 벌써 3억원을 모았다고 했다. 그를 뛰게 하는 원동력은 청약 당첨된 아파트였다. 정씨는 “어릴 때부터 이사를 자주 다녀서 상처가 있다. 제 이름으로 산 새집으로 이사 가는 게 꿈”이라며 “택배 일이 적성에 맞아 힘들어도 기분이 좋다”고 말하며 웃었다.


박지성 무릎 부상 일지를 보도하는 조선일보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