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과로사 CCTV’ 본 쿠팡 김범석 “시급제 노동자가 열심히 일하겠어?”
쿠팡 김범석-전 CPO 메신저 대화 입수
박태우,선담은기자
수정 2025-12-18 10:24등록 2025-12-1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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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당시 쿠팡 한국법인 대표와 전 쿠팡 개인정보보호최고책임자(CPO) ㄱ씨의 메신저 대화 내용.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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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쿠팡아이엔씨(Inc) 의장이 2020년 10월12일 심근경색으로 숨진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장덕준(당시 27살)씨의 고강도 노동 실태를 축소하라고 지시한 내용이 확인됐다. 고강도·심야노동 체계를 구축한 쿠팡이 노동자 과로사 등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배경에 김 의장의 ‘의지’가 작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17일 한겨레가 입수한 김 의장과 쿠팡 전 시피오(CPO·개인정보보호 최고책임자) 미국인 ㄱ씨와의 2020년 10월 ‘시그널’ 메신저 대화 내용을 보면, 쿠팡 한국 법인 대표였던 김 의장은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장씨의 근무 모습이 담긴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 가운데 회사 쪽에 유리한 대목만 부각시키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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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대구 칠곡물류센터에서 일하던 장씨가 주 5~6일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고강도 노동을 한 것이 사망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엄성환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전무를 국감 증인으로 채택한 바 있다.
김범수 당시 쿠팡 한국법인 대표와 전 쿠팡 개인정보보호최고책임자(CPO) ㄱ씨의 메신저 대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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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장은 ㄱ씨와의 메신저 대화에서 “이건 우리가 필요한 게 아니다”, “내일 아침 국회에서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질책했다. 앞서 쿠팡 실무진이 장씨의 근무 영상을 분석한 자료를 김 의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에 강하게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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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씨가 ‘주요 책임자들이 검토한 내용’이라는 취지로 설명하자, 김 의장은 “다시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그는 이어 “물 마시기, 대기, 잡담·서성거림, 빈 카트·잭 옮기기, 카메라 밖, 짐 없이 이동하기, 화장실” 등을 언급했다. 장씨의 이런 행동을 영상에서 찾아내, 장씨가 힘들게 일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특히 “그(장씨)가 열심히 일한다는 메모가 남지 않도록 확실히 해!”라고 지시했다. 이에 ㄱ씨가 ‘그 내용은 메모에는 없고, 구두 보고와 시그널 메신저 내용에 있다’는 취지로 답하자 “그가 왜 열심히 일하겠어!? 말이 안 되지!!!”라고 거듭 질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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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씨가 “그것은 제 의견이 아니다. 여러 사람이 영상을 검토하면서 공통적으로 한 관찰”이라고 답하자, 김 의장은 “말이 안 된다. 그들(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시급제 노동자들이다, 성과가 아니라 시간급을 받는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쿠팡 쪽은 “5년 전(2020년) 해임된 전 임원이 당사에 불만을 가지고 왜곡된 주장을 일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라며 “관련 법정 소송에서 1심과 2심 모두 당사가 승소한 바 있다”고 밝혔다. 현재 ㄱ씨는 쿠팡에 대해 부당해고 소송을 진행 중이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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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1200만원 벌어요" 26살에 택배로 3억 모은 청년의 하루
이가영 기자
입력 2025.09.16.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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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구에서 활동하는 6년차 택배기사 정상빈(26)씨. /유튜브 'KBS 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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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약 1200만원을 버는 26세 택배기사의 하루가 공개됐다. 그는 잘 뛰어다니기 위해 일하는 동안 점심도 먹지 않았고, 동선을 계획해 머릿속에 그리며 효율적으로 움직였다.
지난 8일 ‘KBS 교양’ 유튜브에는 인천 서구에서 활동하는 6년 차 택배 기사 정상빈(26)씨가 출연해 자신의 일상을 공개했다.
정씨는 하루에 보통 600~700개, 한 달 기준으로 1만6000개 이상의 물건을 배송한다고 했다. 통상 택배 기사들이 한 달에 배송하는 물량은 6000~7000건이라고 한다. 한 현직 택배 기사는 “한 달에 1만5000개를 배송하려면 토할 정도로 뛰어야 한다”고 했다.
정씨의 신속‧정확한 배송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배송 물품을 정리할 때부터 체계적으로 했다. 나중에 배송할 물건을 아래에, 먼저 배송할 물건을 상단에 담았다. 이 물건들을 엘리베이터에 싣고는 배송할 층수에 도착하면 물건만 우선 내려놨다. 그리고 가장 윗층에서 내려 발로 뛰며 집 앞까지 물건을 배송하고, 인증 사진을 찍었다. 배송부터 사진을 찍는 데까지 3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후 계단을 이용해 아래층에서 같은 작업을 반복했다.
정씨는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시간보다 계단으로 내려가는 게 훨씬 빠르다”며 “무겁거나 부피가 큰 물건들만 중간에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내려놓고 작은 물건들은 위층부터 들고 다니며 배송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방법이 빠른 것도 있지만, 혹시나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엘리베이터 사용을 최소화하려는 이유도 있다고 정씨는 설명했다.
이동하는 시간에도 정씨는 쉬지 않았다. 휴대전화를 계속 들여다보며 다음에 배송할 건물 몇 층에 반품 물품이 있는지, 몇 층에 어떤 물건을 배송해야 하는지를 계속 살폈다. 이를 모두 기억한 후 물품을 계획대로 정리했다. 그는 “머릿속에 저만의 지도가 그려져 있다”고 했다.
매일 약 30㎞, 5만보 가량을 이동한다는 정상빈씨는 한 달에 약 1200만원을 번다고 밝혔다. /유튜브 'KBS 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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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는 수입에 대해 “무게와 크기 상관없이 전부 700원씩 받는다”며 “한 달 수입은 1200만원”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가 보여준 은행 거래 내역에는 1267만원이 입금되어 있었다. 신속한 배송을 위해 점심도 먹지 않고 공복 상태로 온종일 뛰어다녀 신발이 빨리 닳는다는 정씨는 “2~3개월마다 신발을 교체한다”며 “매일 약 30㎞씩, 5만보 정도 뛴다”고 했다.
그는 26세 나이에 벌써 3억원을 모았다고 했다. 그를 뛰게 하는 원동력은 청약 당첨된 아파트였다. 정씨는 “어릴 때부터 이사를 자주 다녀서 상처가 있다. 제 이름으로 산 새집으로 이사 가는 게 꿈”이라며 “택배 일이 적성에 맞아 힘들어도 기분이 좋다”고 말하며 웃었다.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5/09/16/JXYDUZRMNRGZZG4M5DX6ZWPBCA/
“한달 1200만원 벌어요” 26살에 택배로 3억 모은 청년의 하루
한달 1200만원 벌어요 26살에 택배로 3억 모은 청년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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