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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

삼성에게 사회적 책임기업상을 수여한 한겨레경제연구소를 보고 든 단상

by 원시 2013. 10. 30.

단상메모:


삼성Samsung에게 사회적 책임 기업상을 한겨레에서 줬다는 기사와 그 평을 보고...



사회적 경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협동조합, 죄수의 딜레마를 '협동경제'로 해결하고 말았다는 허수아비 때리기 논리 등이 과거 농협,신협,수협,축협에 대한 역사적 검토없이 진보의 대안인양 하는 판국에, 그리고 '협동조합'하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하실 박정희,박근혜 '근면,자조,협동' 새마을 운동과의 차별성없는 이 판국에,

한겨레신문이나 한겨레 경제연구소만 탓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언젠가부터 '전문가'를 자처하는, 마치 청와대 직원인양 무엇이든지 다 해결해버리는 해결사같은 분들이 '무식한 좌파'나 '무지한 진보'의 돌.대.가.리를 후려갈기면서, '집권의지'가 부족하다고 인정사정없이 '욕설' 메니페스토를 발표한 결과가, 이 한겨레 경제 연구소의 작풍이다.



삼성Samsung만 악마화하고 삼성때리기만 한다고 진보나 좌파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삼성이 도대체 어떤 '사회적 책임 경영'을 했는지, 그 논거들은 아래 글에 따르면 참 빈곤하기 짝이 없다.



협동? 협력(cooperation)에 대한 사무엘 보울즈(Samuel Bowles), 허버트 진티스(Herbert Gintis)의 연구 작업들은 1970년대 미국의 교육의 '불평등'을 비판하고 정치경제학적 방법을 가지고 연구하면서 나온 최근 결론들이다. 이것이 무슨 마르크스주의적이네 아니네 하는 것을 논하고자 함이 아니다. 



사무엘 보울즈나 진티스의 작업은 미국의 정치,경제,문화,교육 현실이 그 배후에 있다. 좋은 말들만 수퍼마켓 쇼핑하듯 구매해서, 똥인지 된장인지 구별도 안되는 말들로 프레시안, 경향,한겨레에 성급히 글쓰는 게 진보지식인의 역할은 아니다. 그 피해는 삼성 상주기 이런 사회적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노동자들, 대기업 노동조합원들 공부 안한다고 야단치고, 진보정당원들 무식하다고 끌끌 혀나 차는 게 진정한 꼰대들이 할 일인가? 노조운동 내부 선거하는 것으로 정치를 축소시킨 것 당연히 비판해야 한다. 그러나 당이건 노조건, 한국 현실을 보라. 자식 새끼들 학원에 안 보내면 사회적 왕따당하고, 한달에 150만원 여유돈은 있어야 '대안학교' 보내는 이 현실에서, 잔업하지 않거나 투잡 (두탕)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 현실에서,

인문학 열풍, 누가 그거 불겠는가? 



초, 중, 고, 대학교 다니면서, 억지로 공부하고, 책본 문화에서 자란 한국인들에게, 영어 공부 안하느냐, 왜 지젝 모르느냐? 바우디를 모르느냐? (하버마스 푸코, 라캉은 또 요새 어디갔냐? ) 협동경제학을 모르느냐?



민주노동당-실패 이후 (2004년 이후 지금까지), 당과 지식인 집단은 '우정과 연대'라기 보다는, 한 번 써먹고 마는 일회용 빨대 관계였고, 좌파가 가져야하는 현실과 이론의 긴장, 지적 겸손함은 이미 잃은지 오래다.



누굴 탓하겠냐? 중국 공산당 간부를 탓하겠냐? 일본 아베 총리를 탓하겠냐? 중국, 러시아, 일본, 북한과 비교해서, 세계사에서 아시아 정치에서 지난 30년간 가장 많은 시민들과 노동자들이 정치에 참여 (participatory democracy)해서, 민주주의 내용을 만든 이 South Korea 한국에 대해서, 누굴 탓하겠는가? 대륙의 일부이되, 이 고립된 섬나라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발생한, 백혈병 환자와 그 죽음을 다룬 영화, 또하나의 가족 포스터) 




한겨레의 이상한 우수기업 선정


2013.10.30  (수) 
한지원 (jwhan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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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한겨레경제연구소가 지난 28일 삼성전자를 한국의 사회책임경영(CSR) 우수기업으로 선정했다. 노조파괴 문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삼성전자에 우수기업 타이틀을 안겨 준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 역할의 실제 변화보다는 치부를 가리기 위한 홍보효과 역할로 많이 이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에는 대규모 정리해고로 문제를 일으킨 한진중공업의 지주회사 한진중공업홀딩스를 한 CSR평가전문기관이 우수기업으로 선정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강제노동으로 악명을 떨친 아이폰 제조업체 폭스콘은 노동자 집단자살 사건 이후 오히려 CSR 평가점수가 더 높아졌다.



우수기업 선정기준으로 삼은 항목으로 삼성전자를 재평가해 보자. 한겨레경제연구소는 거버넌스·환경·사회 분야 각각에 점수를 매겨 총점으로 순위를 정했다.



거버넌스는 이사회실행구조와 CSR위기관리, 윤리가 평가항목이다. 이사회실행구조 평가의 핵심은 사외이사의 독립적 활동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5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돼 있다. 단순 평가하면 이사회의 독립성이 높다. 물론 세부내역을 보면 그 반대다. 사외이사 5명의 직업을 보면, 삼성전자와 학연·프로젝트로 강하게 얽혀 있는 서울대 공대 교수, 삼성과 바이오 분야 공동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차병원그룹 회장, 삼성 비자금 관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영업관계로 보면 삼성 그룹의 ‘을’인 신한은행 은행장 등이다. 독립적 활동은커녕 경영진과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다.



CSR위기관리로 가면 더 황당하다. 삼성전자는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며 이사회에 CSR위원회를 만들었고, 국제전자산업시민연합(EICC) 회원으로 책임을 다하며 총회도 한국에서 개최했다고 자랑한다. 단순 평가시 높은 점수를 받을 것들이다. 여기도 꼼수투성이다. 삼성전자 CSR위원회는 사외이사들만 참여하고 있는 위원회다. 이사회 이사들은 사회적 책임을 위한 기본적 소양은 고사하고 오히려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왔던 사람들이 다수다. 


국제전자산업시민연합은 ‘시민’이라는 이름을 써 마치 시민·사회단체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초국적 전자회사들의 이권단체다. 시민연합의 이사회는 INTEL·AMD·IBM과 같은 미국 전자 기업들로 채워져 있다. 삼성전자는 CSR 관리보다는 CSR 덧칠하기 전문이라고 봐야 적당할 것이다.



기업 윤리에 대해서는 한국 사회에서 삼성에 관해 일정한 합의가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떡값·비자금 사건부터 최근에는 삼성테크윈의 군납품 비리, 삼성물산의 금품향응 비리 등 삼성과 관련한 이슈에는 언제나 비리가 따라다녔다. 그런데도 삼성전자는 특별한 윤리 관련 감점을 받지는 않은 것 같다. 삼성전자가 직접 연루된 것이 없다는 게 이유일 게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관점이다. 


삼성전자는 삼성그룹의 사실상 중심이며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좋은 것이 삼성그룹에 좋은 일이며, 삼성그룹의 핵심 결정은 삼성전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조정된다. 특히 2011년에 있었던 삼성테크윈 군납비리는 삼성전자가 테크윈의 대주주라는 점에서 직접적으로 관계된 것이기도 하다. 삼성 관련 기업들은 윤리 항목 하나만으로도 사회적 책임과는 거리가 멀다.



사회 분야로 넘어가면 그야말로 삼성전자의 극악한 모습들이 그대로 드러난다. 사회 분야 첫 번째 평가항목은 보건안전이다. 반도체 노동자 집단 백혈병 사태부터 최근 불산누출 사태까지 삼성전자는 행정당국과 사고 당사자에게 압력을 가해 사태를 축소시키려고만 했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을 것이다. 



두 번째 평가항목은 노동조합이다. 최근 공개된 노조파괴전략 문건은 물론이고 에버랜드·삼성전자서비스·삼성에스디아이에서 진행 중인 노조탄압은 익히 알려진 바다. 삼성에스디아이와 삼성전자서비스는 매출액 대부분이 삼성전자를 통해 이뤄지는 사실상 삼성전자 사업부 형태이고, 에버랜드는 삼성의 대주주다. 



세 번째 평가항목인 일자리 창출과 보장 부문 역시 좋은 점수를 줄 수는 없다. 


삼성전자 근속기간은 9.2년으로 대기업 평균(11.7년)보다 훨씬 짧다. 내부의 엄청난 노동강도와 경쟁 때문에 종사자 다수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쫓겨나기 때문이다. 고용 증가율 역시 매출액이나 순이익 증가율에 비하면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네 번째 평가항목인 공급망 관리(협력사 상생)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협력사 상생을 위해 상생펀, 글로벌 강소기업 만들기 등을 한다고 하지만 삼성전자와 거래하는 부품사에 가 보면 최악의 노동조건이 지속되고 있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얼마 전 부품사 노동자가 납품기한을 맞추기 위해 잔업·특근을 하다 과로사한 것이 대표적 예다. 


삼성전자의 부품사 노동자들 대부분은 물량이 많은 때는 살인적 잔업을, 없을 때는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휴업을 강요당한다. 삼성전자가 CSR보고서를 통해 알리는 협력사 상생 실적은 현실과 많이 다르다.



한겨레경제연구소는 최근 ‘사회’보다는 ‘기업’에 중심을 두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 같다.


 삼성전자의 입장에서 보면 삼성전자가 책임졌다는 성과가 보일 것이고, 시민사회 입장에서 보면 삼성전자가 파괴하는 권리들이 함께 보일 것이다. 내가 보기에 이번 삼성전자 우수기업 선정 사건은 평가의 객관성이 문제가 아니라 사회보다 기업을 우위에 둔 평가관점이 문제인 것 같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