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ews

[언론 자유] sbs 시사특공대장(이었던) 잭디 이재익PD입니다.

by 원시 2022. 2. 8.

 

안녕하세요?
시사특공대장(이었던) 잭디 이재익PD입니다.
게시판을 보니 오늘 방송 듣고 놀라신 분들이 많네요.
한정된 방송시간에 드리지 못했던 간단한 설명이라도 드려야겠다싶어 글을 씁니다.
제가 SNS를 하지않아서 이렇게 작별인사를 전합니다.
지난 토요일 저녁에 회사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정치권에서 항의가 들어왔다고 하길래, 아차 싶었습니다.
며칠 동안 '국민의 힘' 관련해서 강경한 표현으로 비판했던 일들이 떠올랐거든요.
곽상도 의원을 영창에 보내야 한다는 청취자 문자도 읽고
윤석열 후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까지 지낸 사람이 장모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혐의가 없다고 먼저 말하는 건 국민을 졸로 보고있는 태도'라고 제가 직접 비난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항의가 들어온 쪽은 더불어민주당이었습니다.
들어보니 이유는 이렇습니다.
지난 금요일 첫곡으로 DJ DOC의 노래를 틀었습니다.


<나 이런 사람이야>
노래를 듣고 가사 중 일부를 소개했습니다.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고 이 카드로 저 카드 막고'.
이 부분입니다.
제가 의도했던 방향은 '내로남불' 비판이었습니다.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는' 그런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뽑아서는 안 되겠다, 누구라고 이름을 말하면 안 되지만 청취자 여러분 각자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정 후보 이름을 언급하거나 힌트를 준 것도 아니고, 내로남불은 제가 평소 방송에서 자주 분개했던 악습이고 네 후보 모두 소리 높여 비판하는 문제이기도 했습니다. 노래를 틀고 선곡의 의미를 자유롭게 해석하라고 청취자들에게 맡기는 방식도 수없이 했던 방식이고요.


생방송 중에 들어온 수백개의 문자와 메시지들 중에는 항의하는 댓글이 없었는데, 주말 사이 민주당 쪽의 항의가 들어온 것입니다.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공정하지 못한 방송을 했다는 항의였습니다. 제 의도와 달리 가사의 메시지가 아닌 '카드'라는 단어에 주목한 분들도 있었습니다.


말과 선곡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미리 살피고 조심하지 못했습니다.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항의와 함께 전해주신 요구도 들어드립니다. 진행자 자리에서도 물러나는 걸로 회사의 조치를 받았습니다. 당장 내일부터 물러나기로 했습니다.


덧붙여, 방송하는 사람으로서 작은 바람을 말해봅니다. 그날 그 노래를 틀었을 때도, 그런 가사를 소개했을 때도 저는 청취자분들이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생각이 틀렸을까요? 저는 물러나지만 2022년 민주주의 국가의 방송에서 그 정도 여유와 자유는 보장되기를 바랍니다. 이 글 역시 각자 다르게 해석하겠죠. 누군가는 이 글을 진심 어린 설명으로 읽고, 누군가는 구차한 변명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요. 그래야합니다. 늘 해석의 자유는 있어야한다고 믿습니다.


이재명 후보님! 저와 이름도 비슷하고! (같은 경주 이씨로 알고 있습니다^^)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그 자리까지 온 불굴의 의지를 본받고 싶다고 제가 직접 말씀드린 적도 있죠? 꼭 다시 뵙고 인터뷰하고 싶었는데...... 부디 좋은 결과가 있기를 응원합니다!


윤석열 후보 역시 최선을 다해 좋은 경쟁을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왕운'을 빌겠습니다! 혹시 국민의 힘에서도 항의하고 싶으시다면, 미리 사과드리겠습니다.


심상정 후보님도 안철수 후보님도 극적인 역전 레이스를 응원하겠습니다!


어떤 분이 당선되더라도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는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달라는, 오늘까지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언론인으로서 원론적인 부탁을 드립니다.


자, 해명과 당부는 여기까지.
이제부터는 작별인사입니다.


<시사특공대> 진행자 자리에서 내려오고 나니 '시원섭섭'합니다.


머리 아픈 뉴스들 접하지 않아도 되어서 시원~합니다.
그런데 제 방송을 낙으로 삼고 사신다는 애청자 여러분들과 만날 수 없어 섭섭합니다. 그래서 글이 길어졌네요. 너무 섭섭하고 죄송해서 눈물이 납니다. 정말이에요.


사랑하는 특공대원들! 
벌써부터 보고싶습니다. 아주 많이.
다들 건강하시길! 성투하시고 합격하시고 당첨되시고, 평안에 이르시길! 저도 이제 그만 울게요.
후임 특공대장님께 경례를 올리며 물러갑니다.


특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