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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history)

2018 윤상원, 광주 518. 윤상원 아버지 윤석동

by 원시 2019. 5. 17.

자료: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845314.html

 

아들 묘 비석이라도 만지고 싶었어”…아버지의 오월

등록 :2018-05-18 18:40수정 :2018-05-18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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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 부친 윤석동(92)씨

 

 

18일 기념식 휠테어 탄 채 아들 묘지 쓰다듬어

윤상원(1950~80)열사의 부친 윤석동(92)씨가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휠체어를 탄 채 아들의 묘비를 쓰다듬고 있다.정대하 기자

윤상원(1950~80)열사의 부친 윤석동(92)씨가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휠체어를 탄 채 아들의 묘비를 쓰다듬고 있다.정대하 기자

하늘은 흐렸고, 묘지에 간간히 빗방울이 떨어졌다. 아버지는 먼저 가버린 아들의 비석을 애틋하게 쓰다듬었다. 이번에 오지 않으면 사랑하는 아들의 묘지를 다시 못볼 것만 같았다.

5·18 당시 시민군 대변인으로 최후까지 계엄군에 맞서 싸우다가 숨진 윤상원(1950~80)열사의 부친 윤석동(92)씨는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휠체어를 탄 채 아들의 묘를 바라 보았다. 신장 투석을 받고 있는 윤씨는 지난 해 기념식에 지병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 하지만 윤씨는 “올해 기념식엔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씨는 이날 만난 유족회 회원에게 “인자 곧 죽을 것 같아. 마지막으로 아들 비석을 만져보고 싶어 왔어”라고 힘겹게 이야기했다.

 

 

윤상원 열사의 부친 윤석동(92)씨가 60여 년 넘도록 써 온 농사일지. 정대하 기자

윤씨는 장남이던 아들이 세상을 뜬 뒤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을 맡아 민주화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또 일기장처럼 써 온 농사일지에 아들이 떠난 뒤 휑한 마음을 적어두기도 했다. 윤씨는 5·18 8돌인 1988년에 ‘벌써 8년 전의 일이다. 그때 일을 회상하면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느꼈으나, 세월이 흐르니까 폭도란 누명을 씻고 (아들 윤상원의) 명예가 회복되어 가고 있다(1988년 5월28일)’고 썼다. 그리고 ‘상원이가 살아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1988년 5월29일)’고 적기도 했다.

윤씨는 1943년부터 60년이 넘도록 농사 이야기와 일상을 꾸준히 기록했다. 16살 때인 1943년 광산군 송정리 농업실습학교(현 송정중)에 다니며 처음으로 일기를 쓰기 시작한 뒤 꾸준히 생활의 느낌을 기록했다. 26권의 공책에 담긴 윤씨의 가계부와 노트는 논농사와 축산·양봉을 하며 7남매를 가르쳤던 가장의 일기장역할을 했다. 아들 윤상원 열사도 초등학교 때부터 일기에 일상에서 느낀 생각을 써서 남겼다.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의 생전 모습.

 

 

아들 윤상원은 1978년 2월 대학을 졸업하던 날 밤 속사정을 메모장에 옮겨 놓았다. “그래, 지금 내가 일단 발을 들여놓은 길은 부모님에 대한 마지막 효도에 불과하다. 나는 꼭 맘먹은 일을 실천한 것이다.” 주택은행에 입사했던 그는 직장을 그만 두기 전 아버지에게 긴 편지를 썼다. “민족이 처한 어려운 현실에 뛰어들어가 잘못됨을 바로잡는 데 조그만 저의 힘이나마 보태려고 하니 불초 소생의 뜻을 부디 용서하시고 차라리 그 길도 참된 효도의 길이라 여겨주십시오.”

1979년 7월 아들은 은행에 사직서를 냈다. 그뒤 광주 광천공단의 한 공장에 고졸 학력이라고 속이고 취업을 했다. 그리고 박기순 열사가 만든 들불야학에 참여해 강학(교사)로 활동하는 등 현장운동가로 변신했다. 그리고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학생투쟁위원회’ 대변인으로 활동하다 5월27일 새벽 옛 전남도청에서 계엄군과 맞서 싸우다 숨졌다. 1982년 4월 두 사람의 넋풀이를 위해 만들어진 노래가 바로 <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845314.html#csidx62d015ac05c00c9b9d8fbd3017786f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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