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시민단체 "비례대표 병립형 회귀 안 돼… 다양한 민의 반영해야"
김도형 기자 입력 2023.11.20 16:40 수정 2023.11.20 16:53 0 0
"연동형 없애려 밀실 협상" 비판
이탄희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추진 촉구 기자회견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진보연합정당을 추진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이 20일 국회 토론회에서 내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선출 방식으로 현재 준연동형(지역구·정당 투표율 연동해 비례대표 의석 배분)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거법 개정의 키를 쥐고 있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서 병립형(정당 투표율로 비례대표 의석 배분) 회귀 의견이 나오자 견제에 나선 것이다.
이부영 전국비상시국회의 상임고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과 선거법 개악저지를 위한 제 정당-시민사회 토론회'에서 "국회의 강자들이 정치개혁의 불씨인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없애려 밀실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며 "다양한 민의가 골고루 반영된 국회를 만들려는 노력을 짓밟으려는 기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강자들의 약탈 행위를 국민들께서 야단치고 바로잡아 주셔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상희 2024정치개혁공동행동 대표도 "(거대 양당이) 밀실 야합으로 퇴행을 일삼고자 한다. 독단과 탐욕의 정치를 관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내년 총선에서 진보선거연합 정당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에 민주당 일각에서도 힘을 싣는 목소리가 나왔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병립형 회귀는 분명한 퇴행이다. 양당제의 한계를 꼭 막아야 한다"며 "최소한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꼭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위성정당의 가능성도 막아야 한다"며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든 것에 대한 비난 목소리가 높다. 다신 이런 퇴행을 반복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여야는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법 개정을 논의하고 있지만 비례대표 선출 방식 등에 대한 이견으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병립형을 주장하고 있는데,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대표가 '다당제 정치개혁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민주당은 아직 명확한 입장 정리를 하지 않고 있다. 지도부에서도 2020년(21대) 총선 당시 비판받은 위성정당 리스크를 피하는 동시에 총선 승리를 꾀하려면 병립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기류가 적지 않다.
이에 이탄희 민주당 의원 등을 중심으로 위성정당 방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하자는 의견도 나오지만, 이 역시 위성정당 창당을 원천 봉쇄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신당, 민주당은 조·추·송(조국·추미애·송영길) 위성정당 변수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이라 유불리를 면밀하게 따지는 중이다.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병립형' 비례대표 반대하던 민주당이 달라졌다... "침묵하는 다수 있다"
김도형 기자 입력 2023.11.27 19:00 4면 0 0
진성준 "위성정당 막을 수 없어… 현실적 병립형 검토"
이탄희 "국민의힘과 야합?… 이재명 결단의 시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더불어민주당에서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해야 한다는 공개 발언이 27일 처음 나왔다. 병립형은 과거처럼 정당 투표만으로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국민의힘이 병립형을 강조하자 민주당은 '야합'이라고 비판해왔다.
하지만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정당 투표+지역구 투표 연계)로 내년 총선을 치를 경우 민주당이 최대 35석까지 국민의힘에 뺏길 수 있다는 내부 시뮬레이션 결과(▶관련 기사 : "비례대표 국민의힘에 최대 35석 뺏긴다"... 민주당의 위기감. 본보 11월 27일 자)가 알려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위성정당을 포기한다는 전제가 깔려있기는 하나 35석은 충격적인 수치다. 민주당은 29일 선거제를 논의할 의원총회를 연다.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을 지낸 진성준 의원은 이날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내년 총선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우리가 병립형도 현실적으로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진 의원은 본보 통화에서 "연동형을 통해 비례성을 강화하는 게 옳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위성정당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 위성정당의 피해가 훨씬 큰데 연동형만 고집할 수 있느냐"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고충도 함께 토로했다. 그는 "오히려 (병립형 회귀가) 당내 다수라고 생각한다"며 "진보시민사회 쪽에서 연동형을 워낙 강하게 주장해 솔직하게 얘기를 못 꺼내놓고 있지만, 침묵하는 다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당이란 정당 차원에서 보면 정의당이나 다른 진보정당들은 자기 당략을 위해 연동형을 주장하는 것 아니냐"면서 "우리 의석 헐어서 진보정당 키워주는 게 말이 되는 것이냐는 의견도 있다"고 덧붙였다.
'친이재명계' 김용민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비슷한 주장을 올렸다. 그는 "양당제와 다당제는 선악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주권자가 이해하기 쉬울 것 △지역주의를 타파할 것 △민주당의 과반의석 등 원칙을 언급했다. 현행 준연동형보다는 권역이 가미된 병립형에 가까운 주장이다.
수도권 중진 의원은 "중진들은 병립형을 주장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우리 당이 전통적으로 가져왔던 입장은 (병립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라면서 "원내에서 이제 공론화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의총에서 병립형이 힘을 받을 것으로 주목되는 대목이다.
다만 당내 반발 또한 만만찮다. 병립형에 반대하는 이탄희 의원 등 54명은 위성정당 방지법의 당론 채택을 촉구하면서 이재명 대표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이 의원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킬 것인지, '국힘(국민의힘)과의 야합'을 할 것인지 이제는 선택해야 한다"며 "이 대표가 그 결단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종민 의원은 "선거제 퇴행은 안 된다"며 "이재명 지도부가 수많은 약속을 어기고 선거법 야합에 나선다면 우린 모든 것을 걸고 민주당의 뜻있는 의원들과 힘을 합쳐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줄곧 병립형을 주장해왔다. 민주당이 선거제 개편의 키를 쥔 셈이다. 민주당이 병립형으로 돌아설 경우 여야 합의는 무난한 반면, 정의당을 비롯한 제3지대는 타격이 불가피한 구도다.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지역구 의석을 연동형 비례대표로 만회하려던 구상이 헝클어지기 때문이다.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통화에서 "연동형은 촛불 연대의 성과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이들이 한국 사회를 바꾸겠다고 한 것"이라며 "(민주당에서 병립형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112716000005251
"비례대표 국민의힘에 최대 35석 뺏긴다"... 민주당의 위기감
김정현 기자 입력 2023.11.26 19:00 5면 7 4
당내서 총선 시뮬레이션 보고서 회자
병립형 포기 시, 원내 1당 지위 상실
'원칙론' 의원들 "이재명, 결단할 시점"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면서 위성정당을 포기할 경우 내년 총선에서 최대 35석까지 국민의힘에 뺏길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보고서를 공유한 민주당 의원들은 위기감에 사로잡힌 분위기다. 반면 원칙론을 강조하는 의원들은 '당론을 지켜야 한다'며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26일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당내에선 민주당이 병립형을 포기했을 경우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비례대표 의석수 격차가 최소 20석에서 최대 35석에 이를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보고서가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당 득표율에 단순 비례해 의석수를 배분하는 병립형 방식으로 돌아가면 민주당이 비례 의석을 얻을 수 있지만, 지역구 득표율과 정당 득표율을 연계하는 연동형 방식을 유지하면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내세울 경우 비례 의석을 독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보고서를 본 중진의원은 "결국 연동형으로 갈 경우 원내 1당을 잃어버린다는 얘기"라며 "당론을 포기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병립형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 역시 "당 지도부가 논의한다는 것은 당연히 그런 자료를 본다는 뜻"이라며 "연동형 유지 시 민주당에 이득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당 밖에서 실시한 시뮬레이션도 이 결과와 유사하다.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이날 연동·병립형에 따른 선거결과를 추정한 결과, 민주당이 연동형을 선택할 경우 민주당은 비례대표 0석, 국민의힘(위성정당)은 26석을 확보해 국민의힘이 원내 1당을 차지하게 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지역구 120석·정당득표율 35%를 차지하고 △이준석 신당 2석·15% △정의당 1석·10% △조국 신당 1석·5% △무소속 9석을 확보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최 전 부원장은 "'연동형 실험'은 실패였음을 인정하고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내 1당 상실'뿐만 아니라 총선 선거 구도 역시 연동형이 불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재선의원은 "야권 쪽에서 얘기되는 송영길·조국 신당 등은 민주당의 왼쪽 부분을 갈라치기하는 반면 여권에서 나오는 이준석 신당은 국민의힘의 왼쪽을 파고든다"며 "선거는 중도층을 얼마나 확보하냐의 싸움인데 연동형을 유지하면 민주당이 선거에 불리하다"고 분석했다. 결국 민주당이 지난해 2월 선언했던 정치개혁안을 번복하는 것이 연동형을 유지하는 것보다 현실적으로 더 낫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반론도 거세다. '원칙론' 대표주자인 이탄희 의원은 이날 이 대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이 의원은 "정치공학과 표계산으로는 국민 마음을 얻을 수 없다"면서 "이 대표가 결단할 시간이고, '이재명은 합니다'를 보여줄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비명계 의원모임인 '원칙과 상식' 역시 "이재명 지도부가 수많은 약속을 어기고 선거법 야합에 나선다면 우리는 모든 것을 걸고 막아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이날 이례적으로 페이스북을 통해 "거대 정당이 기득권을 유지·확대·독식하는 병립형으로 회귀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당 지도부는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지난 20일 고위전략회의에서 해당 문제를 논의했으나 지도부 간 이견으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 23일 의원총회에서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채택 의견이 선제적으로 제기된 만큼, 다음 의원총회가 열리는 29일까지는 지도부 입장을 정리할 방침이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112616510000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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