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함성 지를 때가 아님.
‘초박빙’ 예측에 ‘온도차’…민주당 “와아~~” 국민의힘 “아아…”
등록 :2022-03-09 20:16
서영지 기자 사진
“와아아아아~~!”
“아…” “오!”
9일 오후 7시30분, 지상파 3사와 <제이티비시>(JTBC)의 제20대 대통령 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각각 발표된 직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선 모두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왔지만 그 반응은 미묘하게 엇갈렸다. ‘초박빙’ 격차로 순위가 뒤바뀐 두 출구조사 결과에 ‘경합 우세’를 점치면서도 장담은 못 했던 민주당은 해볼 만하다며 분위기가 달아올랐지만, 압승을 자신하던 국민의힘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민주당은 이날 하루 종일 ‘끝까지 가봐야 안다’며 긴장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출구조사 결과 발표 1시간 전인 오후 6시30분에 문을 연 개표상황실에 도착한 의원들은 서로 고생했다고 격려하면서도 “어떻게 될 거 같냐”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며 걱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송영길 대표는 곧 출구조사가 발표된다는 예고가 나오자 손가락으로 무릎을 톡톡 치며 초조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지상파3사 출구조사에서 이재명(47.8%) 민주당 후보가 윤석열(48.4%)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오차범위 내인 0.6%포인트 차로 뒤지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자, 송 대표는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눈물까지 흘렸다. 이낙연 전 대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의원들은 다같이 “이재명”을 연호했다.
특히 박빙 ‘열세’로 나타난 지상파 3사 출구조사와 달리, 제이티비시 출구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0.7%포인트(48.4% 대 47.7%)의 박빙 ‘우세’를 보인 것으로 보도되자 “제이티비시는 이겼다”는 외침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뒤이어 지역별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뒷자리에 앉은 의원들은 조금 더 가까이 보기 위해 고개를 빼고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특히 이 후보의 본진인 경기에 이어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도 이 후보가 80%가 넘는 득표율을 얻은 걸로 나오자 환호성은 점점 커졌다. 일부 의원들은 “우리가 이긴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초박빙 격차의 엇갈린 두 개의 출구조사 결과에 민주당에선 투표함을 다 열기 전엔 결과를 알 수 없다는 분위기가 고조됐다. 일부 당직자들은 “빨리 집에 갈 줄 알았는데 밤샐 준비를 해야겠다”며 흥분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출구조사 결과 발표 뒤, 송 대표는 <에스비에스>(SBS)와 한 인터뷰에서 “새벽까지 봐야 확실한 결과가 나올 것 같다”면서도 “이 후보가 (막판에) 계속 상승하는 추세였기 때문에, (여론조사에서) 뒤쳐져 있다가 1% 안 접전이 됐다는 건 저희가 이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도 성남시 자택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봤다. 이 후보는 출구조사 뒤에도 별다른 내색 없이 개표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선대위 관계자는 전했다. 이 후보는 10일 새벽 당선 여부가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오면 그때 종합상황실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 후보는 이날 하루종일 경기 성남시의 자택에서 머물며 에스엔에스(SNS)와 전화를 통해 투표 독려에 나섰다.
지난 4일 사전투표 첫 날 투표를 한 이 후보와는 달리, 이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는 이날 오후 경기 성남 초림초등학교에 마련된 수내1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에 참가했다. 김씨가 언론에 모습을 나타낸 건 지난달 9일 ‘갑질 의혹’ 등으로 기자회견을 한 지 꼭 한 달 만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출구조사 결과 발표 시간 직전, 카운트다운까지 하며 압도적 승리를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오후 7시30분,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아”하는 짧은 탄식과 “오”하는 환호가 함께 터져나왔다. 일순 정적이 흘렀고 약 5초 뒤, 누군가 박수를 치자 참석자들은 그제서야 박수치기에 동참하며 환호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 차려진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는 오후 6시30분께부터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 등 당 지도부·당직자들이 자리를 채웠다. 출구조사 결과 발표 30분 전에 이미 300석 규모의 개표상황실은 취재진과 당직자로 꽉 들어찼다. 참석자들은 서로 사진을 찍고, 방송사 중계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리는 등 여유롭고 들뜬 분위기였다.
그러나 저녁 7시30분 무대에 설치된 화면을 통해 ‘48.4%(윤석열)-47.7%(이재명) 초접전’이라는 지상파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가 뜨자 참석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제이티비시 조사 결과에선 48.4%-47.7%로 이재명 후보가 앞서자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낙승을 예상했던 국민의힘 당직자들은 이어 지역별 출구조사 결과에 집중했다. 대구·경북에서 윤 후보가 압도적으로 우세하다는 결과에는 박수를 치거나 환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호남 득표율 목표치를 30%로 설정했던 이준석 대표는 10%를 조금 넘긴 호남 출구조사 결과에 “최고치이긴 한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지역별 사전투표 결과가 나온 뒤에야 참석자들은 서로 대화하고 누군가와 통화도 하기 시작했다. 한 당직자는 “와, 제이티비시가 어떻게 저렇게 나와. 이기는 건 진다고 하고”라며 어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출구조사 결과 발표 뒤,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에스비에스 인터뷰에서 “조금이라도 이긴 것으로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저희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작은 차이 아닌가 다소 의외로 생각한다”며 “어떤 조사든 조사니까 개표를 통해서 결과가 날 때까지 겸허한 마음으로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윤 후보는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티브이(TV)를 통해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개표 상황을 지켜본 뒤 당선 윤곽이 드러나면 상황실에 모습을 비출 것으로 보인다. 선거에서 이기면 통상 부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는 모습이 연출됐지만, 이날 상황실에 부인 김건희씨가 등장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선대본 관계자는 전했다.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선 이날 오후 5시부터 윤 후보 지지자 약 100여명이 모여 국수 1000인분을 준비한 ‘대선승리 잔치국수 축제’를 열고 개표방송을 함께 지켜봤다. 이들은 윤 후보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빨간색 풍선을 흔들며 축제 분위기를 냈다. 그러나 윤 후보의 당선을 장담할 수 없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실망한 표정으로 자리를 떴고 밤 9시에는 20여명 정도만 자리를 지켰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