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 이야기를 하는 것은, 쿠바에 대한 찬양도 아니고, 밀림으로 들어가자, 현장으로 돌아가자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다.
체 게바라가 사교육 시장이 일상 곳곳에 뿌리내린 한국 에 왔다면 아마도 무기를 버리고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론이나 진지전 (war of position)을 사회변혁 전술로 채택했을 지도 모르겠다.
체 게바라를 이야기하는 건 쿠바 사회주의나 사회주의 개념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개인적인 의미이다. 체 게바라의 삶에서 보고 배운 것, 어떤 통찰력 같은 것을 보게 된다.
"인생의 끝은 어떠해야 하는가?" 유종의 미에 대한 실천이 어떠해야 하는가? 그 질문에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는 답을 준 사람이기 때문이다. 518 광주 항쟁 윤상원 선생도 마찬가지 유형의 인물이다.
1959년 쿠바 혁명이 완결되고 나서, 체 게바라가 강조한 대목은 "교육이 사회주의 건설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이다. 체 게바라가 강조했던 교육의 중요성, 그 정치적 목표는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운동을 통해서 자기가 변해야 한다고, 새로운 사회는 어차피 새로운 습관으로 가득 차야 한다."
서울대 중앙 도서관에는 1990년대 중반까지, 불온서적 관리하는 방이 따로 있었다.
2014년 한국도 다른 나라도 체 게바라를 언급한다고 해서, 그의 노래를 듣는다고 해서, 그 주장과 연설을 소개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급진파가 되거나 혁명적으로 되지 않는다.
특히 한국처럼 사교육과 대학입시, 중앙집권적 관료주의 사회, 자본과 신분제도가 교육을 통해서 정치적 통제력을 발휘하는 나라에서는 더욱더 그럴 것 같다.
책을 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불온 간행물 관리번호 5496." 이것이 상징하는 바는 무엇일까? 한국 지식인들은 좌-우 균형을 겸비할 기회를 박탈당했다. 우측으로 기울게 하여버린 불행한 비극적인 역사가 1945~1953년 내전과 국제전쟁 (한국전쟁)을 통해서, 그 이후에도 더 강화되고 지속했기 때문이다.
쿠바와 남미 사회주의 건설에서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가? 국가가 어떻게 교육을 책임질 것인가? 그런 질문을 던졌다. 내 독서 독후감 메모장에는 이 대목이 교육자와 피교육자 구분이 종국적으로 없어지는, 교육자 역시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 마르크스 포이에르바흐 테제 일부와 연관이 있다고 적혀져 있다.
체 게바라 혹은 20세기 사회주의 국가에서 교육 담당 주체로 "교육부"나 "국가" 혹은 공산당, 사회당이 있었지만, 사실상 과거 자본주의 국가에서 행해진 교육과 큰 차별성을 가져오지 못했다. 왜냐하면 교육 주체와 피-교육자를 엄격히 구분하는 이분법적인 방법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 스스로 사회주의자들임에도 불구하고.
교육 문제는 그 중요성에 불구하고, 체 게바라에게도 우리에게도 쉽지 않는 주제임에는 틀림없다.
2014년 친구같은 지도자도, 전위의식을 가진, 다시 말해서 대중의 이해관계에 기반하되, 그 의식들을 선도해 나가는 선구자적인 전위들이 실종되었다. 그게 2014년 현 주소이다.
"전위 뱅가드는 미래를 볼 줄 알아야 하고, 미래가 가져다 줄 성취와 보답이 뭔지도 알아야 한다" 이렇게 체 게바라가 이야기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정치적 기획과 실천이 가져올 정치적 성취가 뭔지에 대해서 미리 미리 알지 못하고서는 지도자가 되지 못한다. 이게 가능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
2000 년 가을 독서 노트
"전 세계 혁명가들이 체 게바라의 미소를 잊지 못할 것이다."
사람은 미소를 남기고 죽기도 힘들다... 그건 도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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