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산한 기자회견장, 윤석열 혼자만 웃었다. 기자들이 윤석열 답변을 듣고 2~3번 질문하지 못하게 한 맥빠진 기자회견 방식이었다.
생방송으로 본 윤석열 기자회견 -'부산일보' '경향신문' 기자 "무엇을 사과했다는 것인가?" 질문했다. 그나마 구체적인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윤석열은 '구체적으로 (사과 내용을 말하기는) 힘들다'고 답했다.
[대안] 기자들이 최소 2번 더 질문할 수 없는 기자회견 방식은 폐지해야 한다. 노벨문학상, APT 아파트 아파트 빌보드 챠트, 대중 문화의 생산자의 나라에서 대통령 기자회견장의 '억압적' 분위기는 한국 민주주의 수준에 전혀 맞지 않았다.
답답해서 내가 던졌다… 윤 대통령에 돌직구 질문한 두 기자
입력2024.11.12. 오후 7:48 수정2024.11.13. 오전 11:08 기사원문
[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
박석호·박순봉 기자, 질의·재질의… 대통령 '두루뭉술 사과' 지적
"회견 참석한 기자들 연락 와 '욕먹을 뻔 했는데 살았다'더라"
이번 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의 ‘하이라이트’는 부산일보 기자가 질문하던 순간이 아니었을까. 2시간 넘게 이어지던 기자회견에서 송곳처럼 튀어나온 기자의 질문은 이날 담화와 회견의 핵심을 정확히 찌르며 “돌직구 질문” “사이다 질문” 등의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사과란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하는데 대통령의 사과는 “두루뭉술하고 포괄적”이어서 사과받는 국민이 “어리둥절할 것 같다”라는 그의 지적은 상당수 언론 보도와 유튜브 채널 등에서 주요하게 다뤄졌고, ‘박석호’란 이름 석 자는 단숨에 ‘전국구’로 부상했다.
이날 회견에서 박석호 부산일보 기자는 스물두 번째로 지목받아 질문 기회를 얻었다. 사실 준비한 질문은 따로 있었다. 그러나 “쭉 듣다 보니 너무 이게 제대로 된 사과가 안 나오고 진전된 쇄신책이 안 나오고 답답해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생각지 못한 반응에 이번엔 그가 ‘어리둥절’해졌다. 네이버 기자페이지 구독이 급증하고, 응원 메시지가 쇄도했다. “‘이대로 끝나는 건가?’ 절망하던 참에 너무 시원하게 정곡을 찔렀던 질문”, “사실상 사과하지 않았음을 자백하게 만든 명질문”, “우리가 바라던 기자의 모습, 딱 그 자체였다” 등 감사의 글이 200건 넘게 쏟아졌다. 부산일보 본사에도 종일 응원 전화가 이어졌다. 고맙다는 인사는 물론 ‘박 기자에게 외압이 가해지면 막아줘야 한다’는 당부 전화도 있었다. 박 기자는 “같이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기자들 중에 몇몇이 연락 와서, ‘자칫 기자단 전체가 욕먹을 뻔했는데 다행히 해줘서 살았다’ 그런 말도 하더라”고 전했다.
박 기자의 질문은 이어진 경향신문 기자의 질문과 함께 더 회자된 측면도 있다. 박 기자의 질문에 대통령이 “잘못 알려진 것도 굉장히 많은데, 기자회견에서 사실관계를 다툴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구체적 답변을 피하자 박순봉 경향신문 기자가 “그럼 정말 인정하고 사과할 수 있는 부분은 뭐냐”고 거듭 캐물은 것이었다. 추가 질문이 허용되지 않은 이 날 기자회견에서 타사 기자들 간 ‘팀플레이’가 발휘된 명장면으로 꼽힌다.
박순봉 기자 역시 원래 하려던 질문은 따로 있었다. ‘김건희 여사’, ‘명태균’ 등 주제별로 나눠 총 30개 질문을 미리 준비했고, 비슷한 질문이 나오면 X(엑스)표를 쳐 가면서 질문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다. 다만 더 중요하게 여긴 건 ‘연결성’이었다. 박 기자는 “사람들이 기자회견에서 아쉽게 생각하는 게 재질문 기회가 없고 답변으로 그냥 끝난다는 문제의식이지 않나”라며 “이왕이면 (앞의 질문과) 연결해서 질문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박석호 기자의 질문에 대한 대통령의 답변이 끝나고 그에게 질문 기회가 오자 “일종의, 큰 틀에서 애드리브로” 맥락이 연결되는 질문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사이다 질문’에 ‘사이다 답변’은 없었다. “어찌 됐든 사과드린다”는 대답만 반복했다. 이런 대통령의 태도에 대다수 언론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박석호 기자는 “대통령도 좀 긴장하고, 자기 할 말만 하려고 하지 않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