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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비교/노동

아리셀 화재 책임자 처벌, 언론보도. 박순관 아리셀 대표 검찰 기소. 현행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강화되어야, 일터 사망 방지할 수 있다.

by 원시 2024. 9. 12.

아리셀 화재 책임자 처벌, 언론보도. 박순관 아리셀 대표 검찰 기소. 현행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강화되어야, 일터 사망 방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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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어떻게 산재를 예방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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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https://bit.ly/3B2Ak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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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아리셀 참사 75일 만에 박순관 대표 등 3명 ‘기소의견’ 송치
입력 : 2024.09.06 11:07 수정 : 2024.09.06 14:49김지환 기자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지난달 28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대기 장소인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으로 이동가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노동자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재사고가 발생한 아리셀의 박순관 대표·박중언 총괄본부장, 아리셀에 인력을 공급한 파견업체 실경영자 정용환씨 등 3명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파견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6일 밝혔다. 지난 6월24일 아리셀 참사가 발생한 지 75일 만이다.

경영책임자인 박 대표에겐 중대재해법·산안법·파견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경기지청은 “화재·폭발 위험이 높은 물질을 취급하는 제조업체에서 경영책임자가 화재 위험 등을 파악·개선하고 급박한 위험 발생 시 대응할 수 있도록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지 않는 등 중대재해법상 의무 이행을 소홀히 했다”며 “이러한 경영책임자의 의무 불이행이 비상구 및 비상통로의 설치·운영 등 안전조치 의무 미이행으로 이어져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근로자가 숙련되지 못한 상태에서 위험물질에 대한 교육도 없이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등 복합적인 문제로 인해 재해가 발생했으며, 근로자 파견사업 허가를 받지 않은 업체로부터 근로자를 제공받아 파견 대상업무가 아닌 직접생산공정 업무를 수행토록 하는 등 파견법 위반 혐의도 확인했다”고 했다.

박 본부장과 정씨에겐 산안법·파견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정씨에게 산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 것은 2022년 2월 메이셀 노동자가 손가락이 절단되는 산재를 당했는데 아리셀과 공모해 이를 은폐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앞서 수원지법은 지난달 28일 박 대표, 박 본부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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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참사’ 아리셀 모회사 에스코넥, 하청 노동자 ‘불법파견’ 은폐 의혹
입력 : 2024.09.05 21:54 수정 : 2024.09.05 21:56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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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이후 88명 직접 고용

“파견법 위반 혐의 수사해야”

23명의 노동자가 숨진 화재사고가 난 아리셀의 모회사 에스코넥이 최근 하청 노동자 88명을 직접고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리셀 참사 이후 아리셀의 불법파견 정황이 드러나자 유사한 방식으로 하청 노동자를 공급받아온 에스코넥이 불법파견 혐의 은폐를 위해 직접고용을 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5일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를 통해 확인한 내용을 종합하면, 에스코넥 안산사업장(삼영피엔텍)은 지난 7월1일 아리셀에 인력을 공급한 파견업체 메이셀의 전신인 한신다이아 소속 47명, 다른 업체 소속 41명을 직접고용했다.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는 그간 아리셀뿐 아니라 에스코넥도 불법파견 혐의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아리셀과 메이셀 간 관계, 한신다이아와 에스코넥 안산사업장 간 관계가 ‘데칼코마니’처럼 닮았기 때문이다.

메이셀은 법인등기상 직업소개 업체 혹은 파견업체가 아닌 1차전지 제조업체로 등록돼 있고, 주소지는 아리셀 공장 2층이다. 아리셀이 불법파견을 피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메이셀을 사내하도급 업체처럼 꾸민 것이다.

한신다이아는 휴대폰 부품을 가공하는 에스코넥 안산사업장과 마찬가지로 법인등기상 휴대폰 부품 제조업체로 등록돼 있고, 주소지는 에스코넥 안산공장 2층이다. 에스코넥 안산사업장 역시 파견업체인 한신다이아 등과 위장도급 계약을 체결했을 개연성이 크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박순관 아리셀 대표의 파견법 위반 혐의를 진술하던 중 에스코넥도 불법파견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에스코넥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김 의원은 “에스코넥이 아리셀 참사 이후 하청 노동자를 직접고용했다고 해서 파견법 위반 혐의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23명 사망’ 아리셀 대표 구속, 중대재해법 없었다면···
입력 : 2024.08.29 14:57조해람 기자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지난 28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대기 장소인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화재 참사로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리튬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의 박순관 대표가 지난 28일 구속된 데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업주가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법정에서 징역형을 받고 법정 구속된 사례는 있지만, 수사 중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29일 노동계 등 설명을 종합하면, 검찰은 박순관 대표를 중대재해법상 안전보건 확보 의무가 있는 ‘경영책임자’로 특정했다. 박순관 대표가 함께 구속된 아들 박중언 총괄본부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아 왔고, 안전보건 분야에서 최종 결정권을 가졌다는 것이다. 박순관 대표는 공장 내 안전사고 관련 보고도 박 본부장으로부터 받았다.

검찰은 박순관 대표가 중대재해법 시행령에 규정된 안전보건 확보 의무인 안전보건 목표·경영방침 설정,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업무절차 마련, 재해예방 예산 편성·집행, 안전보건 관리책임자 업무수행 평가기준 마련, 작업중지·노동자 대피 등 대응조치 매뉴얼 마련 등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박순관 대표에게 적용된 혐의 중 이번 사고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혐의는 모두 중대재해법에서 나왔다. 산재로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통상 중대재해법과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형법(업무상과실치사상)이 함께 적용된다. 박순관 대표는 산안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지만, 이는 2022년 아리셀에서 일어난 산재 은폐에 공모했다는 혐의다. 경찰은 박순관 대표에게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적용하지 못했다. 이번 사고와 직접 관련된 산안법 위반 혐의와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죄는 박순관 대표의 아들이자 함께 구속된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박 본부장에게 적용됐다.

박순관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한 손익찬 일과사람 공동대표변호사는 “산안법도 사업주 등의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에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지만, 그 대상은 법인이거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규정된다”며 “중대재해법이 없었다면 박순관 대표는 구속되지 않았을 것이고,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인 박 본부장 등 밑에 있는 사람들이 구속됐을 것”이라고 했다.

박순관 대표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인 29일 오전 박영민 영풍 석포제련소 대표이사도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석포제련소에서는 지난해 12월6일 급성 중독으로 1명이 숨지고 3명이 사망했다. 석포제련소에서는 최근 9개월 동안 이 사고를 포함해 3명이 목숨을 잃었다.

박영민 대표 구속도 중대재해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수 있다. 검찰은 박영민 대표를 경영책임자로 특정해 중대재해법을 적용했고, 산안법 위반 혐의는 박영민 대표와 함께 구속된 배상윤 석포제련소장에게만 적용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8291457001

 

‘23명 사망’ 아리셀 대표 구속, 중대재해법 없었다면···

화재 참사로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리튬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의 박순관 대표가 지난 28일 구속된 데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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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셀 참사’ 반영된 상반기 사고사망자, 전년 동기보다 늘었다

 


입력 : 2024.08.29 12:00조해람 기자

경기 화성시의 리튬전지 제조 업체인 아리셀 공장 화재 이튿날인 지난 6월25일 오전 화재 현장에서 국과수 합동 감식이 시작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올해 상반기 일하다 사고로 죽은 노동자가 296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건설경기 불황으로 건설업 사망사고가 줄었지만, 23명이 숨진 화성 아리셀 참사의 영향으로 전체 사망자는 전년 동기보다 늘었다.

고용노동부는 2024년 상반기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가 전년 동기 대비 7명(2.4%) 늘어난 296명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9일 밝혔다. 사고 건수는 284건으로 전년보다 18건(6.3%) 줄었지만 사망자는 더 늘었다. 노동부는 산재 사망자 통계를 ‘업무상 재해 조사 대상’과 ‘산재 승인’ 두 가지 기준으로 분류해 발표한다.

업종별로 보면, 사고사망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설업 사고사망자는 130명(128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명(11.6%) 줄고 사고는 17건(11.7%) 줄었다. 제조업은 95명(69건)으로 14명(17.3%) 늘고 사고 건수는 11건(13.8%) 감소했다.

규모별로 보면 50인(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 사고사망자는 155명(152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명(13.4%) 줄고 사고는 23건(13.1%) 감소했다. 50인(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은 141명(114건)으로 31명(28.2%)늘고 사고도 5건(4.6%) 증가했다.

노동부는 “건설업은 전년 동기 대비 건축 착공동수가 5.88% 줄어드는 등 경기 영향 등으로 사고사망자 수가 감소했다”며 “50인 이상 제조업의 경우 경기 회복에 따른 일부 업종 호황과 아리셀 참사로 사고 사망자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최태호 노동부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은 소규모 사업장 산재 감소 영향을 두고 “산재 예방 정책과 안전문화 인식 제고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지난 1월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의 영향은 나중에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16일 서울 시내 한 주택 재개발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사고 유형을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떨어짐’이 109명으로 2명(1.8%) 줄었다. ‘부딪힘’과 ‘깔림·뒤집힘’은 21명으로 각각 12명(36.3%), 5명(19.2%) 줄었다. 반면 ‘기타(화재·폭발·감전·중독)’는 64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19명(42.2%) 늘었다. ‘끼임’은 41명으로 6명(17.1%), ‘물체에 맞음’은 40명으로 1명(2.6%) 증가했다.

이주노동자 사망자는 50명으로 사고사망자의 16.9%를 차지했다.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 중 이주노동자 비율은 통계청의 공식 승인을 받은 통계는 아니지만, 최근 이주노동자 산재가 도마에 오르며 노동부가 별도 집계치를 발표했다. 이주노동자 사망자를 공식 승인 통계로 분류하는 ‘산재 승인 기준 사고사망자’를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이주노동자 사고사망자 비율은 10.5%였다. 노동부는 추후 통계청과 협의해 이주노동자도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 통계를 제공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노동부는 “정부는 아리셀 참사 유사 화재·폭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난 13일 발표한 ‘외국인 근로자 및 소규모 사업장 안전 강화 대책’을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갈 계획”이라며 “사고 다발 업종에 대해 유해·위험요인 집중 점검, 업종별 간담회 등 정책 수단을 총 동원해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408271717001

 

‘희망’을 ‘단결’로 번역했다···아리셀 유족 곁 지킨 통역사가 느낀 건

지난 6월24일 경기 화성의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에서 화재가 발생해 23명이 목숨을 잃었다. 대형 참사가 할퀸 자리에 드러난 건 한국 제조업 노동시장의 ‘깊은 어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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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단결’로 번역했다···아리셀 유족 곁 지킨 통역사가 느낀 건
입력 : 2024.08.27 17:17 수정 : 2024.08.27 17:39박채연 기자

박동찬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 소장이 지난 25일 서울 동작구 사무실에서 아리셀 참사와 관련해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지난 6월24일 경기 화성의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에서 화재가 발생해 23명이 목숨을 잃었다. 대형 참사가 할퀸 자리에 드러난 건 한국 제조업 노동시장의 ‘깊은 어둠’이었다. 한국 사회는 공단에 만연한 불법파견과 ‘위험의 이주화’의 민낯을 목도했다. 참사로 희생된 23명 중 17명이 중국 동포 노동자였다.

박동찬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 소장은 연구소가 주최한 집담회를 진행하던 중 참사 소식을 들었다. 사고 초기에는 시신의 신원조차 확인하기 어려웠다. 속속 화성에 도착한 중국 동포들은 자신이 유가족이 될지, 생존자 가족이 될지도 모르는 채였다. 중국 선양 출신 동포 5세이자 이주민 연구자·활동가이기도 한 박 소장에게 “정보라도 좀 정리해보자”는 연락이 닿았다.

그길로 화성으로 향한 박 소장은 지금까지 유가족들의 통역사를 맡고 있다. 참사 후 두 달 째 유가족을 가까이에서 만나고 있는 박 소장은 “아리셀 화성 참사는 한국 사회에 이주민 차별이 실재하고 있음을 확인해줬다”면서도 “이번 사건을 그들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것도 한계가 있다. 결국 한국 노동환경의 문제”라고 했다. 박 소장을 지난 25일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경계인의몫소리 연구소 사무실에 지난 25일 아리셀 참사 희생자의 명복을 비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참사 후 그의 첫 통역은 유가족들과 ‘아리셀 중대재해사고 대책위원회’ 법률지원단의 첫 대면 자리였다. 한국에서 살아 온 유가족은 한국어를 잘 구사했지만, 중국에서 온 유가족들은 통역이 필요했다. 박 소장은 “자리에 모인 열댓 가정이 희생자와의 관계와 사연을 전하는데 마음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유족과 함께하며 그는 스스로 “편향적인 통역사”가 되기로 했다. 통역이란 원래 “오바하지 않고 정제된 감정으로 말만 옮겨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참사의 상처를 가까이서 접하다 보니 “유가족들이 뭔가를 표현하려고 해도 황망하고 언어를 상실한 상태라고 판단했다”며 “담담하게 내용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울분, 분노, 절망까지도 고스란히 옮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말씀하다가 목이 메여 울음을 터뜨리면 정부를 향한 질타, 행정을 향한 질타 등 생략된 언어도 옮겨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끝까지 함께하고, 대놓고 여러분들의 편에 서서 편향적인 통역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유가족은 그를 ‘명예 유가족’이라고 부른다.

박 소장은 최근 화성으로 향한 시민들의 연대 캠페인인 ‘아리셀 희망버스’의 손수건 문구도 ‘초월 번역’했다. ‘희망버스’를 ‘단결버스’로 번역한 것이다. 계기는 한 유가족의 이야기였다. 유족은 박 소장에게 ‘우리가 무슨 희망이 있냐. 우리 다 산송장 같은데 희망 말할 처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가족들이 연대를 갈구한다는 것을 눈치챈 박 소장은 중국어로 잘 쓰지 않는 ‘연대’ 대신 ‘단결’이라는 단어를 골랐다. 그는 “사실 전화를 준 유가족은 한국 국적을 취득한 한국인이다. 그런데도 스스로 외국 사람으로 정의하고 한국 사람들과의 연대를 갈구하는 것은 아직도 그의 존재가 한국 사회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봤다.

‘희망’이 ‘연대’와 ‘단결’로 번역된 것처럼, 유가족들이 사용하는 단어도 시간이 가면서 변해 갔다. 초기엔 ‘동포’ ‘한민족’ ‘독립운동 후손’과 같은 민족을 강조하며 도움을 호소했다면, 시간이 지나선 중국에선 잘 사용하지 않는 ‘연대’나 ‘끝까지 싸우겠다’ ‘동지’ 등의 단어를 통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게 됐다고 박 소장은 말했다.

‘아리셀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추모현장으로 출발하기 전 탑승 인원 체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소장은 유가족을 도우며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이주노동자 차별을 다시금 확인하고 있다. ‘만약 희생자가 모두 내국인 노동자였다면’이라는 가정을 그는 자주 떠올린다. 그는 “모두 내국인이었다면 정부와 시청 등 국가 행정이 희생자들에게 이런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을까”라며 “제대로 교섭에 임하지 않는 아리셀도 이들이 이주노동자라 흩어지기 쉽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고사 작전을 펼치는 것”이라고 했다. 참사가 생긴 지 두 달이 지나 언론과 대중의 관심도가 떨어진 것은 물론, 사건 초기에도 다른 사건들에 비해 주목도가 크지 않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박 소장에게 이번 참사는 이주인권의 문제이면서 한국의 노동 환경의 문제다. 그는 “희생자들 다수가 이주노동자임을 강조할수록 오히려 그들이 대상화가 될 수도 있고 더 많은 연대를 이끌어내는 데 역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희생자 중 한국인 선주민 희생자도 있기도 할뿐더러 결국 국적에 관계없이 노동자들이 위험한 노동 환경에 노출되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동찬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 소장이 지난 25일 서울 동작구 사무실에서 아리셀 참사와 관련해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많은 유가족이 귀국하면서 현재 박 소장의 통역 일은 많이 줄었다. 지금 그는 아리셀 참사를 어떻게 알리고 정리할지 고민하고 있다. 지난 14일엔 ‘동포와 이주인권운동 같이 갈 수 없을까’라는 제목으로 세미나를 진행했고, 오는 30일엔 이주민과 노조의 접점을 찾는 토론회를 주관한다. 유가족들이 고용노동부나 박순관 아리셀 대표 자택, 에스코넥(아리셀의 모기업) 등을 다니는 데 드는 버스 대절비용을 모으기도 했다. 그는 “유가족들이 투쟁을 위해 타고 다니는 그 버스 자체가 희망버스”라고 했다.

박 소장은 고민한다. 이주민을 환대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지만, 환대의 필요성을 설득하다 보면 때로 ‘쓸모의 논리’에 기대게 되기도 한다. “유가족들의 말에도 ‘세금 꼬박꼬박 냈다’ ‘한국 경제발전에 기여해왔다’ 등이 많았는데 서글펐다. 이주민들은 이 땅에 살아가면서 필요와 쓸모를 전제해야만 안전하게, 차별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건가.”

그럴수록 다시, 원론으로 돌아온다. “뻔한 말”이고 “언어의 빈곤을 탓하게 된다”면서도, 필요한 건 원론이다. 박 소장은 “이주노동자나 내국인 노동자 같은 대상화 없이 포괄적으로 갈 수 있는 정체성의 탄생을 바란다”고 했다.

“사회의 엄연한 구성원으로 존재하지만 몫이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까지는 아니더라도 알리고 가시화시키겠다”는 것이 박 소장의 다짐이다.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408182058005

 

“일하러 갈 때 목숨 걸지 않도록”…화성 향한 희망버스의 외침
입력 : 2024.08.18 20:58 수정 : 2024.08.18 20:59박채연 기자

시민 2500여명 아리셀 현장 찾아

<b>파란 리본으로, 진심 담은 메모지로 ‘추모’</b> ‘아리셀 희망버스’ 참가자가 지난 17일 경기 화성 아리셀 화재 현장 근처 펜스에 추모 문구를 적은 파란 리본을 달고 있다(왼쪽 사진). 이날 경기 화성시청 1층에 마련된 추모분향소 입구에 추모 문구와 책임자 처벌 요구 등을 적은 메모지가 붙어 있다. 박채연 기자

참여자들 ‘파란 리본’ 추모
민주노총 “정부는 어디 있나”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 촉구

지난 17일 오후, 여전히 불탄 2층의 흔적이 적나라하게 남아 있는 화성 아리셀 리튬전지 공장 앞으로 전국 곳곳에서 사람들이 모였다. 이날 주최 추산 약 50개 도시에서 출발한 버스·승합차 100여대가 2500명가량을 태우고 왔다. 이들은 영정이 줄지어 있는 분향소에서 묵념 후 하얀 국화를 내려뒀다. ‘진심 어린 사과만이 진실을 여는 첫걸음’ ‘안전한 세상이 되길’ 등 각각의 바람이 담긴 문구를 파란 리본에 눌러 담아 공장 펜스에 걸었다.

서울에서 출발한 ‘희망버스’ 8대 중 1대에 기자도 함께 탔다. 2호차 ‘종교버스’에 탑승한 한 수녀는 “가장 힘든 일을 겪을 땐 외롭지 않나. 추모 집회에서 연신 감사하다고 한 유가족을 보고 희망버스를 타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한 예술가는 “일하러 갈 때 목숨 걸고 가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한 대학원생은 “유가족들의 눈물이 마음에 응어리처럼 남았다”며 몸을 실었다.

사회적 연대의 대표적 상징이 된 희망버스는 2011년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김진숙씨의 복직 투쟁 과정에서 시작됐다. 지금까지 23번 희망버스가 운행했다. 밀양 송전탑 반대 농성장에,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등에게 모였던 마음이 이번엔 화성 아리셀 리튬전지 공장으로 향했다. 사고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화성 아리셀 참사는 지난 6월24일 발생, 23명의 노동자가 숨지고 8명이 다쳤다. 희생자 중 17명이 중국 동포, 1명이 라오스 출신의 이주노동자였다. 23명 중 15명은 여성이었다. 유가족들은 지난 55일 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날 희망버스 참여자들도 폭염 속 투쟁에 함께했다. 2500명이 2㎞를 걸었다. 세월호 참사 생존자 장애진씨의 아버지 장동원씨(54)는 “참사가 계속 되풀이되니 이런 연대가 이어지는 듯하다”며 “처참하게 23명이 죽었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지 않냐. 국민이 죽어나가는데 그게 무슨 사회냐”고 말했다. 충남 천안에서 15년 동안 원어민 강사 생활을 한 케이트(54)도 “한국인이고 외국인이고 할 것 없이 한 공간에서 정말 많은 사람이 죽었다”며, 동남권 조선소에서 용접일을 하는 이주노동자 A씨도 “(참사 소식에) 슬펐다”며 길 위에 함께 섰다.

‘아리셀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추모현장으로 출발하기 전 탑승 인원 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책임자 처벌을” “더는 이런 일 없기를” 위로와 함께 전한 희망

더위에 얼굴이 익은 이들이 거리행진을 마치고 화성시청 옆 유가족 쉼터로 운영되고 있는 모두누림센터에 도착했다. 유가족 40여명이 숨진 가족들의 사진을 들고 희망버스 참여자들을 맞았다.

백기완버스·종교버스·기후버스 등 부문별 버스 대표자와 시민들이 무대에 올라 유가족들에게 위로와 연대의 마음을 건넸다. 서울 강서구에서 아내, 초등학생 아들 둘과 함께 온 직장인 한범승씨(51)는 “한 명 한 명 얼굴을 자세히 본 것은 오늘 분향소에서 처음”이라며 “너무 어리다.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한국 사회에 이주민이 엄청 많고 그들도 사회 구성원이지만, 많은 이가 그들을 못 본 체하는 것 같다”고 했다.

경북 구미에서 온 이지영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사무장은 “아리셀 공장과 불탄 우리 공장이 닮아 가슴이 많이 아팠다”며 “옵티칼지회는 화재를 핑계로 청산한 외투기업에 맞서고 있고 7개월째 두 노동자가 고공 농성 중이다. 함께 투쟁하고 함께 승리하자”고 했다.

곧이어 노란 해바라기와 ‘오늘도 안녕’이란 문구가 새겨진 카키색 티셔츠를 입은 유가족들이 무대에 섰다. 유가족들은 “저희의 안녕은 6월24일 이후로 멈췄다. 처음엔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현재는 50일 넘도록 아무런 진상이 규명되지 않아 억울해서 거리로 나섰다”고 했다.

‘아리셀 희망버스’ 참가자가 지난 17일 서울발 희망버스 2호차에 타고 있다. 박채연 기자

김태윤 아리셀 산재피해 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참사 당일 비상구에 완성품을 쌓아두지 않았다면, 폭발 시 빨리 도망치라고 교육했다면 죽지 않았을 것”이라며 “참사 이전 3년 동안 있었던 4번의 폭발 사고 원인을 관계당국이 확인했다면 지난 55일은 안녕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 가족들은 불법 파견을 통한 불안정 고용 상태에서 자신이 어느 회사에서 일하는지도 모른 채 죽어갔다”고 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3일 아리셀에 대한 산업안전보건 특별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함께 발표한 안전대책엔 불법 파견 등 고용구조 개선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고 위험성 평가 제도 등이 크게 개선되지 않아 ‘맹탕’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노동부는 아리셀의 중대재해처벌법·파견법 등 위반 여부에 관한 수사 결과는 추후 발표한다고 했다. 유가족들은 현재 민관합동기구를 통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처조카 김재형씨를 잃은 유가족 공민규씨는 “아리셀은 유가족에게 합의금 수령을 종용하고 박순관 아리셀 대표 등 임직원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들이밀었다”며 “우리 가족들을 데려다가 업무 지시를 해놓곤 유가족에게 이렇게 압박하는 게 가당키나 한가”라고 했다. 유가족들은 아리셀 측에 개별 합의 접촉을 중단하고 협의회와의 제대로 된 교섭에 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조만간 박 대표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청원도 시작한다.

무대 위에서 희생자들의 이름을 읊은 김진희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장은 “사회적 참사의 원인을 밝히고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오롯이 피해당사자와 시민의 몫이라는 것을 이번 참사에서 다시 확인했다”며 “정부는, 국가는 어디에 있냐”고 외쳤다. 유가족 중 누군가는 얼굴을 찡그렸고, 누군가는 안경을 벗어 눈물과 땀을 닦아냈고, 누군가는 무표정으로 바닥만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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